소설리스트

다크나이트 레전드-54화 (54/123)

< -- 54 회: 전력증강 -- >

상현 일행이 기업과 충돌하는 대 사건이 있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능력자들 사이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팀 미쏠로지, 환상현이라는 자가 리더로 앉아있다는 정체불명의 공격대가 대기업 출신의 정규공대를 다수 박살냈다는 소문이었다. 기업에서는 소문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들의 입단속을 철저히 했지만 소문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소문이 퍼지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환상현과 미쏠로지를 모르는 자는 능력자가 아니다라는 말까지 돌 정도였다.

소문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갑의 횡포를 부리며 던전을 독점하는 세력에 대한 응징으로 통쾌함을 느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하루에 50명이 넘는 기업팀의 주전력이 사라졌으니 소문이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당장 동료들의 빈자리를 느끼는 기업팀 공격대의 마음도 심란했을 것이다.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능력자들은 대체 환상현이 누구인가를 쫓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보가 너무 없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자신이 미쏠로지 공대장이며 신규 대원들 모집한다는 광고로 주목을 받으려는 팀들도 생겨났다.

물론 그런 속보이는 사기극에 속아넘어갈 능력자는 거의 없었다. 대기업 공대를 쓸어버리려면 압도적인 무력이 뒷받침 되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현이 스카우트를 다닌 2일간 연락처를 가져간 막공 공대장들이 제법 있었음에도 '혹시 미쏠로지 공격대장 환상현님이 맞으신가요?' 따위의 전화는 단 한 통도 걸려오지 않았다.

당시 그가 보여준 무력 수준은 딱 5레벨 딜러였으니 말이다.

남들이 자신의 이름을 팔고 다니던 것에는 관심이 없던 상현은 대원들과 함께 서류를 검토 중이었다.

"이 사람은 어때요?"

"전 그 사람보단 이쪽 사람이 더 괜찮아 보이던데요."

대원들과 함께 상현이 하고 있는 일은 정부에서 건네준 능력자 명단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상현이 현재 운영하는 미쏠로지 팀이 개설되기 이전에 정부측에서 팀을 만들기 위해 조사를 마친 인물들에 대한 정보, 그리고 요즘 잘나가거나 활동이 왕성한 능력자들을 추려서 건넨 정보 파일이었다.

물론 종이를 보고 판단한다는 것은 직접 보는 것에 비해 신용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직접 스카우트를 하러 나갔다가 이런 큰 사건을 겪은 직후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도 멍청한 처사였다.

"고레벨 능력자는 별로 없네요."

"다들 기업으로 들어가니까요. 10대 기업 뿐만 아니라 레이드팀을 운영하는 기업은 널리고 널렸죠."

상현의 말에 그의 뒤에서 뒷짐 지고 서있던 정석영이 대답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단독행동의 책임을 물어 감봉 처분을 받았다. 본래는 더 큰 징계를 받을 뻔 했지만 환상현이 나서준 덕분에 가벼운 처벌만으로 끝날 수 있었다.

"정석영 검사관은 저희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그를 엄하게 징계하신다면 제가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조용히 자기 할 일만 하던 상현이 정부를 향해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인 순간이었다. 그의 말을 듣고 벙찐 고위 관계자들, 정석영은 그 때만 생각하면 코 끝이 시큰거렸다.

"흠흠, 그렇다면 이쪽은 어떻습니까. 운영문제라던지 경영수익 난조로 시장에 나온 팀들입니다. 팀을 통째로 매각하는 케이스죠. 게다가 이번에는 제법 쓸만한 팀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정석영이 추천해준 서류의 첫 번째 기업팀의 메인 표지에는 상현이 익히 알고 있는 여성의 얼굴이 공격대장란에 사진으로 붙어 있었다.

"기업 아리아?"

"아리아 컴퍼니라는 곳인데 8레벨 염력능력자 이수연이 포함된 팀입니다."

"그 사람 되게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성하나가 말하자 다른 대원들도 들어봤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명하죠. 올해 강력한 신인상 후보니까."

"그런데 왜 그런사람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서 팀을 매각해요?"

"듣자하니 이수연을 데려가려고 그녀의 지인들까지 고액계약을 하는 바람에 부담이 심하다고 하다더군요. 그녀가 10대 기업을 택하지 않고 다른쪽으로 눈을 돌린 것도 지인들과 같이 하기 위함이라고 하니까요."

"의리가 있어서 좋네. 저도 그 팀을 데리고 오면 어떨까 싶은데요."

신재후가 말했다. 눈이 반짝반짝 거리는 것을 본 상현은 그가 원래부터 이수연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이돌을 tv로만 보다가 직접 보게될 수 있다고 하면 흥분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할 수 있었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야."

아리아 컴퍼니의 대원 수를 살펴본 백종현이 말했다. 그의 의견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상현은 팀내 최고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훈육관으로서의 자질은 잼병이었고 결국 신참이 들어오면 재 훈련을 시키는 것은 백종현의 몫이었기에 그의 발언권이 영입을 좌지우지하는 수준이었다.

"군살이 좀 있어. 8레벨 이수연은 당장 주전력으로 투입해도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나머지 인원은 문제가 있지."

아리아 컴퍼니의 총 인원은 10명, 팀 매각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팀원을 영입해야 한다.

"조사한 바로는 그녀와 같이 입단한 지인이 3명입니다. 팀매각이 인원 전부를 사들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일단 데리고 온 후 보상금을 지급하고 사이 좋게 일부 인원을 내보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말인즉 할 의지가 없는 대원에겐 돈을 주고 나가라고 하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매각금액 문제는요? 저희가 지불할 몫은 없는건가요?"

유창호가 묻자 정석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팀 매수 금액에 대해서 여러분이 지불하셔야 할 부담금은 없습니다. 애초에 풀을 늘려달라고 한 것도 정부 입장이지, 여러분의 의사가 아니니까요. 천천히 골라보시고 결정 되면 연락주세요. 저는 한 시간 뒤에 본부 센터에서 회의가 있어서 가봐야 합니다."

정석영이 게스트 하우스를 나서려는 찰나 상현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이 팀으로 하겠습니다. 일단 만날 수 있게 시간을 잡아주시겠어요?"

"흠. 좀 더 두고보실 줄 알았는데, 알겠습니다. 그럼 정부에 의사를 전달하고 일정을 잡은 뒤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상현의 손에서 건네 받은 파일은 아리아 컴퍼니 소속 명단이었다.

협상 테이블을 생각보다 빨리 마련됐다. 매각 금액 조정을 위한 변호사를 대동하고 환상현과 백종현은 아리아 컴퍼니 간부진과 회담을 가졌다.

"안녕하세요. 팀 미쏠로지 공격대장 환상현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아리아 컴퍼니 이사직을 맡고 있는 이종수라고 합니다."

간단한 소개가 오가고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다. 아리아 측에서 팀원 10명을 넘기는 대가로 원하는 금액은 매우 높았다.

"저희는 팀 매각 조건으로 미쏠로지 측에 2천억원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이종수의 말에 변호사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2천억이면 이건 칼만 안들었지 순 날강도 심보였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 밑천 크게 잡아 뽕을 뽑겠다는 생각이 고스란히 엿보였다.

하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조건을 고쳐잡기 위해 정부에서 보낸 인력이 인수합병 전문 변호사들이다. 그들은 기업 매각 뿐만 아니라 큰 돈이 오가는 거래라면 무엇이든 다룰 수 있었다.

"그 금액이 나온 산정근거를 보여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변호사의 말에 아리아 컴퍼니 측에서 서류가 넘겨졌다. 보나마나였다. 한국에서 떠오르는 샛별인 이수연은 그렇다고 치고 나머지 능력자들, 시장에서 얼마든지 구해올 수 있는 흔히 '쩌리급'이라고 표현하는 중, 하급 능력자까지 너무 많은 프리미엄이 붙어 있었다.

"이건 받아들이기 조금 곤란하군요."

"어떤 면에서 곤란하신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8레벨 능력자인 이수연 씨에 대한 연봉을 고려한 책정금액 420억은 과하긴 해도 이해하지 못할 금액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머지 인원이 1580억에 해당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는 보긴 어렵습니다. 당장 12월이면 능력자 FA시장이 열리는데 같은 값이면 더 뛰어난 능력자들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

"그럼 그 때 인력을 충원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사의 강경한 태도에 변호사는 대체 이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똥배짱을 부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조사 결과 아리아 컴퍼니는 능력자 팀 운영으로 적자를 보고 있었다.

게다가 팀을 창단한 지 이제 겨우 1년이 지나고 있는 터라 앞으로 이대로 둔다면 남은 계약기간 2년을 계속 큰 손해를 봐야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들 입장에서는 팀을 매각하는 것이 백 번 유리할 텐데도 이렇게 배짱을 부리며 싫으면 회의 끝내자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수연 씨는 1년만에 8레벨을 달성한 독보적인 잠재능력을 가졌습니다. 한국 어딜 가셔도 그녀보다 뛰어난 신인 원거리 딜러를 찾긴 힘드실 겁니다."

애초에 아리아 컴퍼니가 이수연을 영입한 배경에는 이런 날치기 매각을 노린 점이 컸다. 당장 손해를 좀 보더라도 매각을 통해 손해분을 만회하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실 이사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워낙 포커페이스가 뛰어나서 그렇지 이번 계약을 적정선에서 성사시키지 못하면 모가지가 날아갈 판이었다.

"제 값 받고 팔아, 못 팔면 당신을 팔아버리겠어."

이 자리에 나오기 전 회장은 분명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잠시간의 휴식시간, 변호사는 진땀을 흘리며 상현에게 말했다.

"너무 강경합니다. 정부에서 예상한 적정금액은 1300억입니다. 설령 적정가에 맞추지 못한다고 할지언정 1500억 선에서는 해결을 봐야 합니다."

변호사는 이런 거대 인수 계약 방면에서의 프로, 이런 계약은 아쉽더라도 손을 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꼭 손을 떼야 하나요?"

"똥배짱도 저런 똥배짱이 따로 없습니다. 분명 저쪽에서도 적정가에 매각을 하는 것이 이익일텐데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리아 컴퍼니는 공대를 운영하면서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으니까요."

기업이 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연봉뿐만 아니라 숙소, 장비대여 등 의외로 여러가지 부분에서 지출이 따르게 된다. 특히 고액 장비를 대여했다가 대원이 깨먹기라도 해서 변제 능력이 없어진 경우는 그야말로 암덩어리를 달고 가는 경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일은 기업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운영 손해 원인 중 하나였다.

"이 팀을 꼭 계약 성사시켜야 하겠습니까? 다른 팀도 있습니다만."

변호사가 상현의 의중을 묻자 상현은 기왕이면 이 팀으로 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

"알겠습니다. 그럼 판을 한 번 흔들어 보겠습니다.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높은 금액에 도장을 찍어야겠죠."

이제 남은 것은 자존심 싸움이었다. 수많은 계약을 성사시킨 프로로서 상대의 손에 휘둘리기만 할 수는 없었다.

"여기 계신 공격대장 님께서는 천 억, 그 이상을 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만약 더 높은 가격을 부르신다면 저희는 이 계약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일명 흔들기, 계약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며 쉽게 계약을 파탄내는 주범이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목이 달린 거래인지라 이종수에게는 그 뻔한 흔들기가 효과가 굉장했다.

"천 억은 터무니 없군요."

'물었구나.'

정말로 2천억에서 깎을 생각이 없었다면 짐싸서 자리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그것이 저희가 조사한 적정 금액입니다."

"1900억으로 하시죠. 저희가 편의를 많이 봐드리는 겁니다."

"1100억, 그 이상은 곤란합니다."

서로 조사한 정보를 상대에게 들이밀며 실랑이가 한참을 이어졌다. 2시간이 더 흐르자 인수 금액은 1300억과 1700억을 두고 의견 차이가 좁혀지질 않았다.

그러다가 이종수가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팀 미쏠로지의 뒤에 누가 있는지 알려주시면 1500억에 매각 하겠습니다."

시장에 무성한 소문, 팀 미쏠로지는 과연 누구의 지원을 받아 움직이는가에 대한 추측은 여전히 끊이질 않았다.

대기업 공격대와 한판 벌였다면 그 뒤처리를 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말은 많았다. 어느 10대 기업에서 모른 척 하며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소문, 은퇴한 거물급 재벌이 취미로 공격대를 운영한다는 소문, 혹은 정부에서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팀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변호사는 난감했다. 이런 계약의 경우 자금을 누가 대는지에 대한 비밀을 누설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미쏠로지의 뒤에 정부가 버티고 있다는 것은 절대 들키면 안되는 일이었다.

"1700억에 합의하겠습니다."

치고 나온 것은 상현이었다. 변호사가 왜 끼어들었냐는 눈치를 팍팍 주는 틈에 그는 계약서에 싸인을 마치고 도장을 찍었다.

"왜 그러셨습니까. 분명 더 줄일 수 있었습니다."

계약이 끝난 자리, 그는 작은 불만을 토로했다.

너무 안타까웠다. 변호사는 모든 기록이 실적과 연관된다.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계약을 성사시키면 그의 계약 능력도 저평가 받아 일감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계약은 1500에 한 걸로 해두죠."

"예? 그럼 대금이 200억이나 비는데요?"

"제가 내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상현의 말에 변호사는 뜨악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에겐 놀랄 일이었지만 돈 쓸 곳도 별로 없던 상현에게 200억은 없어도 되는 돈이었다.

이미 차후 받을 돈만 잘 챙겨둬도 150년을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너무 많아 골치였다.

"오늘 수고 하셨습니다."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변호사에게 상현은 인사를 건네며 일이 잘 풀려서 후련하다는 표정이었다. 이제 곧 새로운 팀원들을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그는 기분이 좋았다.

============================ 작품 후기 ============================

컨디션만 따라준다면 지금처럼 매일 12시 정각에 1~2편을 올리고

시간 될 때마다 오전 오후 연재를 계속할 참입니다.

어차피 크리스마스는 혼자 지내는 날이잖아요?

독자분들도 그러실거라 믿습니다 ^^

아..벌써부터 25일날 올릴 후기가 기대되는군요 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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