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나이트 레전드-57화 (57/123)

< -- 57 회: 피닉스 -- >

"안녕하세요? 저는 이 팀의 힐러를 맡고 있는 신채은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비록 제가 더 어리지만 이 팀에 들어온건 더 먼저니까 앞으로 선배 대접...악!"

"하지마."

"아파요! 장난이었다구요!"

거드름을 피우며 폼을 잡아보려던 신채은의 머리 위에 안정수가 꿀밤을 때렸다.

상현은 혹시라도 이수연 일행이 팀에 녹아들지 못할 것을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그들은 아주 자연스레 팀의 일원이 되었다.

기존에 있던 대원들이 그들을 잘 받아준 덕분이기도 했고 신입 대원들을 대상으로 백종현이 훈련을 시작한 터라 금방 동질감이 형성됐다.

빨간 조교모자를 쓴 그는 이제 막 훈련을 시작한 대원들에게 있어서는 악마같은 존재였다.

혹독하게 작살이 나는 신참 대원들을 보며 기존의 일행들은 측은한 눈길을 보냈다. 그들은 이미 한 번 통과한 길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기억이었다.

물론 그들도 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신입대원들이 담금질을 하는 동안 기존의 대원들은 상현의 지휘 아래 다시 알바리아 거미둥지 공략에 나섰다.

상현이 거미들을 다스릴 수 있었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은 일어날 수 없었다. 여차하면 상현이 거미들에게 강제로 흩어지라 명령하면 됐기 때문이다.

"크아아아!"

새로 태어난 킬롭은 미쏠로지 팀에게 있어 최고의 연습상대였다. 새로운 킬롭이 나타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주일, 내려왔다가 올라가는 시간이 1주일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언제나 상대 가능한 최고의 보스라 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아예 장기투숙을 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짐을 꾸려 1주일 넘게 보스방에서 보낼 정도였다.

S급 방어구를 입어도 위험한 킬롭의 독은 대원들의 정신상태를 단련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일행은 서서히 악명높은 상급던전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일행들이 쉬는 사이, 상현은 아라크네의 도움을 받아 던전 깊숙한 곳의 절지에 들어섰다. 온통 어둠뿐인 그곳에 중앙에 붉은 빛을 내는 거대한 비석이 있었다.

크기는 약 5미터, 거대한 봉인석의 표면엔 붉은 빛을 내는 고대 신족의 언어가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이것인가?"

'하데스의 봉인석입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마신들은 지구에 넘어와 이곳에 사는 신들과 전쟁을 벌여 이렇게 신들의 육체를 찢어 봉인했다고 했다. 상현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신들도 얼마든지 완전 소멸할 수 있는 존재다.

죽이면 간편한 것을 굳이 이렇게 봉인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저도 이유는 잘 모릅니다. 어떤 강력한 저주가 걸려있다는 것 외에는.'

"죽여서는 안 되는 저주인가."

상현은 당장 하데스의 봉인을 깨트릴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이 봉인 하나만 깬다고 해서 신이 풀려나는 것도 아니며 마신들이 봉인을 주시하고 있다는데 쉬이 건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마신들은 전쟁을 치르고 나서 힘을 보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당분간은 인간계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이 아무리 강해져도 결국 인간, 마신들이 깨어나면 지구는 멸망이야."

상현이 중얼거렸다. 인간계 최고 능력자라는 10레벨 능력자들도 손가락 한 번 흔들면 죽음을 맞이할 정도로 강한 존재들이 신이다.

앞날에 대한 생각에 상현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마신들이 힘을 회복하기 위해 잠잠한 상태라고는 하지만 그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상현이 1차 각성에 필요한 시간인 150년 보다는 짧으리라.

본래는 돈을 적당히 벌어 은신할 장소를 만들 계획이었는데 이제는 딸린 식구가 너무 많아져 버렸다. 미쏠로지 팀원들은 이제 상현과 함께 생활하고 서로를 위해주는 가족이었다.

'대책을 세워야하나.'

상현은 웅웅거리며 빛을 발하는 봉인석을 뒤로하고 신전을 빠져나갔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정말 수고 하셨네요.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백종현이 훈련을 마친 대원들을 다시 한 번 소개했다.

이수연을 포함한 신입 대원들, 가을이 끝나가는 10월에 그들은 한 달간의 훈련을 마치고 완벽한 전사로 탈바꿈했다.

정부에서는 추가로 투입된 4명을 위해 영약을 추가로 5개를 구했다. 4개는 구 아리아 컴퍼니의 몫이었고 나머지 1개는 상현을 위한 몫이었다.

파프니르의 심장.

정부가 상현을 위해 알바리아 거미둥지에 버금가는 북유럽 상급 난이도의 던전에서 공수해온 용의 심장이었다. 돈주고도 못구한다는 물건인데 어떻게 구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S급 무기고를 개방하고 팀원들을 쇼핑 시킬 때도 눈썹조차 까딱하지 않던 정석영이 손을 벌벌 떨며 건넬 정도였으니 그 가치를 짐작할 수 있었다.

상현은 잘 쓰겠다며 용의 심장을 녹여만든 마법의 술을 곧바로 들이켰다. 효과는 대단했다. 아라크네의 힘으로 강해진 육체는 용의 피로 인해 훨씬 단단해졌다.

단지 나쁜 점이 한 가지 있다면 파프니르라는 놈이 악룡이었기 때문에 꼭 마신들 비슷한 냄새가 난다는 점이었는데 악신의 종은 아니었으니 그럭저럭 참을만은 했다.

영약의 보충까지 마무리 되자 일행은 그동안 미뤄둔 상급던전 재공략에 나설 준비를 했다. 이번에야 말로 대성공을 거두겠다는 강렬한 투지가 그들의 심장을 뜨겁게 했다.

일행의 다음 목표로 잡힌 곳은 보스칸 화염동굴.

지금까지 100명도 넘는 능력자를 잡아먹었다는 최악의 3대 던전 중 하나였으며 난이도는 알바리아 거미둥지의 크게 상회하는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엔 괜찮겠지."

과거 백종현은 최고의 공격대를 이끌고 화염동굴에 진입, 6명의 사상자를 내며 던전을 클리어한 경험이 있었다.

"S급 화염내성 장비들을 지원받을 수 있으니까."

S급 중에서 화염내성을 가진 장비의 수량이 많지 않아 전원이 무장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탱커들 만이라도 무장시키면 전력을 크게 올릴 수 있었다.

미쏠로지 대원들은 무기고에서 S급과 A급 장비들을 닥치는 대로 쓸어담았고 부족한 부분은 사비를 털어 국내 전역의 아이템샵을 뒤져 보충했다.

한 번 클리어 한 상급던전은 패턴을 감으로 익히기 때문에 난이도가 제법 쉬워지는 경향이 있다.

일행은 이미 거미둥지를 몇 번 재탕하는 과정에서 제법 쏠쏠한 돈을 벌 수 있었다. 때문에 화염동굴 진입을 위해 아이템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화염동굴도 거미둥지와 마찬가지로 일단 공략이 되면 보스를 무한히 때려잡을 수 있게 될테니 말이다.

어차피 나중에 쓸모 없어지면 중고에도 충분한 값을 받을 수 있는게 A급 장비들이었다.

"비록 한 달간의 훈련이 눈물 쏙 뺄 만큼 힘들긴 했지만 정말 미쏠로지에 들어오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서유림이 말했다.

"동감이에요. 그 때 한 순간이라도 반대할 뻔 했던 날 때려주고 싶을 정도라니까요."

박현정과 서유림, 신지혜는 영약의 도움을 받아 급격한 성장을 했다.

본래 영약은 중급 레벨 능력자들에게 효과가 가장 탁월했다. 상급 능력자들이 효과를 볼만한 영약은 정말로 돈 주고 못구하는 경우 뿐이었고 하급 능력자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영약의 힘을 제대로 녹여내질 못했기 때문이다.

5레벨에 머물러있던 박현정과 서유림은 곧바로 벽을 넘어 6레벨을 달성했고 신지혜는 7레벨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상급 던전에 도전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 대원들과 상현까지 그들은 한 달 전과 비교해 또다시 강해져 있었다.

"출발합니다."

불의 정령이 커다란 대검을 들고 경고하는 석기둥이 좌, 우로 배치된 던전의 입구.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지 7시가 조금 안 된 시각임에도 주변은 아직 어둑어둑했다.

"다들 모이셨네요."

하품을 하며 정석영이 나타났다. 그는 미쏠로지 전담 검사관이었고 그가 오지 않으면 아무리 미쏠로지 전용 던전이라 한들 출입이 불가능했다.

"그럼 출발하죠."

어두운 던전으로 입장하자 불의 던전 답게 양쪽에 달린 횃불이 자동으로 타오르며 동굴안을 환히 비췄다. 대부분의 던전이 어두컴컴한 탓에 능력자들이 직접 발광석이나 불을 준비해야 했는데 그런 점에서 아주 편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전투는 수월했다.

총 75층으로 이루어진 보스칸 화염동굴은 15층마다 튀어나오는 중간 보스들을 제외하면 잡몹들은 그럭저럭 상대할만한 수준이었다.

"적들 몰려옵니다."

팀 내 유일의 탐지능력자, 한국 전체로 살펴봐도 몇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박현정이 식사를 하던 도중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적의 습격을 알렸다.

"아, 식사들 하세요. 전 밥 다 먹었으니까요."

가장 먼저 식사를 마친 상현이 검을 들고 일어서자 한솔이 자신도 다 먹었다며 석궁을 들고 뒤따랐다.

겨우 두 명이 나섰을 뿐이지만 일행들은 다들 수긍하며 다시 여유롭게 식사를 이어나갔다. 그야말로 무사태평, 보스칸 화염동굴의 악명을 생각하면 놀랄 일이었지만 현실은 그들의 예상대로였다.

대학살. 상현의 검기가 터질 때마다 불의 정령들은 맥을 추지 못했고 얼음마법을 부여한 한솔의 폭탄화살이 터지자 동굴안엔 정령의 비명소리가 가득했다.

자신들이 너무 강해진건지 아니면 적들이 너무 약한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일행의 진격속도는 빨랐다. 점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15층에 진입한 일행은 처음으로 중간보스, 불의 최상급정령 이플라임과 대면했다.

"건방진...인간들."

어눌하지만 분명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말도 할 줄 아네?"

재후가 말하자 백종현이 거들었다.

"놈들은 제법 지능이 뛰어난 편이지. 그래도 우리 공격대자이 나서면 식후 운동거리도 안되겠지만."

그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상현이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서며 기세를 드높였다. 강대한 마력의 힘이 상현의 전신을 휘몰아치며 천장으로 뻗어 올라갔다.

드드드드-

힘을 준 것만으로 주변이 진동할 정도의 기세. 상현이 이플라임을 일도양단 하려는 순간 이플라임이 손을 뻗으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멈춰라...할 말이 있...습니다."

설마하니 다시 말을 걸 줄은 몰랐던 상현은 여유를 두며 검을 내렸다.

"무슨 말이지?"

"지나가셔도...좋습니다."

그렇게 말한 이플라임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 다음 벽으로 가 몸을 찰싹 붙이며 죽은 듯 숨도 쉬지 않았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여자 대원들은 박수를 치며 웃었고 남자 대원들은 처세술이 능한 놈이라며 앞으로 성공할 놈이라고 칭찬했다.

"그냥 가도 되겠는데? 어차피 중급 보스 잡는다고 좋은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상급 마석 정도는 건질 수 있겠지만 상급 마석 하나는 이제 일행에게 가치가 큰 아이템도 아니었다. 굳이 마석 하나를 얻자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지성체를 죽이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잘 있어."

일행들이 손을 흔들며 시야에서 사라질 떄까지 이플라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행들이 완전히 사라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녀석은 벽에 숨겨져 있는 파이프 통로를 열어 30층과 45층, 60층의 동료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어, 그래. 무서운분들 내려가시니까 괜히 방해해서 뺨맞지 말고 그냥 숨어있어. 그래 끊는다."

참으로 훈훈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이건 뭔가 이상한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백종현은 뭔가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된 던전이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몬스터가 점점 더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60층을 지나고 나서 부터는 벌레새끼 한 마리 보이질 않았다.

심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백종현을 향해 안정수가 물었다.

"선배님, 정말 여기가 3대 상급 던전이 확실합니까?"

일행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이렇게 쉬운 던전이 어떻게 상급 타이틀을 붙이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확실해. 아마 놈들이 보스방에서 최후 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야."

그렇게 말하며 백종현은 헛기침을 했다. 알바리아 거미둥지보다도 더 많은 피해를 입었던 화염동굴이었는데 지금은 쉬워도 너무 쉬웠다. 단체로 정령들이 이사라도 간 듯 보였다.

"쉬우면 좋은 거지! 다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빨리 걷자!"

보스방 도달시간 최단시간 갱신, 그들은 75층에 달하는 화염동굴에 입장한지 겨우 이틀만에 보스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영약을 계속 먹는다고 마력이 무한정 늘어나진 않습니다.

그리고 이수연의 기억은...영원히 돌아오지 않습니다.

기억을 봉인시킨게 아니라 아예 지워버린 거라서 말이죠. 없었던 일이 된 겁니다.

지금 그녀의 반응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반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히로인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글쎄요.

히로인이라 함은 여자 캐릭터가 아닌 여자 주인공이니까요. 다수 히로인 지망자들이

출현할 예정이라 고군분투 좀 해야 할겁니다.

(심지어 호상현은 여자에는 관심까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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