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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레전드-62화 (62/123)

< -- 62 회: 격변 -- >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질 정도의 대 사건.

TV를 보며 속보를 전해 듣던 미쏠로지팀은 그저 놀랄 따름이었다. 설마 저런 과격한 짓을 벌일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이건 살인이다."

증거를 남기지 않은 일방적인 살인, TV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라고 표현하고 있었지만 이바닥, 적어도 이제 막 능력자 사회에 입문한 사람이 아니라면 저런 짓을 할만한 곳이 어디 뿐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었다.

특히 9레벨의 한국 최상위 딜러 엄충호를 죽였다는 것이 가장 컸다.

"우성진 이 미친놈...."

원래 정신이 제대로 된 놈이 아니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백종현은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한국 정부도 더는 참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동안은 경제와 안보가 동시에 무너질까봐 기업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했지만 이번 사건은 그 도가 지나쳤다.

범인의 정체를 알 수는 없다지만 도심 한복판에서 살인사건이, 그것도 다수의 사망자가 나온 최악의 사건이었다.

당장 특별 조사팀이 꾸려졌고 정부에서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는 10대 기업의 간부출신, 각 공격팀의 1군 대장들과 대원들을 소환해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놈들은 멍청하게 이빨을 들이민 것이 아니었다. 특히 가장 의심을 사고 있던 우성진은 그 시간에 서울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능력자 세미나에 참석한 것이 밝혀져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 조사를 받고 나오는 우성진의 웃음은 어딘가 뒤틀려 있었다.

수많은 카메라와 플래시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그의 모습은 이제 시작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듯 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레이드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물론 이 온도를 느끼는 것은 상급 레이드, 5급 이상을 뛰는 능력자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였다. 5급 레이드의 대부분을 10대 기업에서 독점하다시피 했는데 SJ쪽을 지지하던 기업의 능력자들이 삼상의 눈치를 보며 일을 포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목숨이 두려웠다. 삼상이 무너지고 국내 1강으로 명성이 올라간 SJ가 하루아침에 절단나는 것을 봤으니 알아서 사릴 수밖에 없었다.

SJ 정규 공격대를 키운 모기업 SJ역시 위협을 느꼈다. 능력자가 현 사회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어느 곳에서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능력 때문이었다. 정규 공격대가 따로 분리된 계열사라고는 하지만 언제 불똥이 튈 지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다.

초창기 능력을 가지게 된 뒷세계 인물들 중에는 거액의 착수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암살자도 여럿 있었다. 정부의 드잡이질이 심해지자 조금 잠잠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들은 어둠 속을 돌아다니며 사냥감을 물색중이었다.

SJ가 위축되기 시작하자 그 빈자리를 삼상이 탐욕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1강의 주인이 바뀌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자 정석영과 고위 관계자들이 게스트 하우스를 찾았다.

"우리는 더 이상 10대 기업 능력자들의 포악질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부에서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테니 미쏠로지 팀에서 힘을 써주셔야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각층의 관계자들이 고개 숙여 부탁하니 거절하기 마땅치 않았다. 물론 그들이 3년 동안 해주기로 한 강제 임무는 레이드에 국한된 일인지라 계속 손을 저으면 정부도 도리가 없겠지만 상현이 볼 때 이 일은 누군가는 나서서 해결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고 지금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전력은 전국에 미쏠로지 한 팀 뿐이었다.

SJ가 겉으로 드러난 삼상의 유일한 대항마였는데 이렇게 무너져 버리니 반 삼상파가 완전히 와해되버린 것이다.

"지금 삼상을 무너트리면 괴수 방어는 어떻게 되는 거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이 문제를 해결할 시기를 완전히 놓치게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대로 아무 문제 없이 테러를 자행하는 능력자들이 처벌도 받지 않고 거리를 활보한다면 한국은 중국과는 비교도 안되는 무법천지의 국가가 될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오진 않았지만 미쏠로지팀을 도와주시기로 한 분들이 있습니다."

미쏠로지를 지원하겠다는 능력자의 이름은 엄지연, 이번 테러로 죽은 신궁 엄충호의 조카였으며 세 명 뿐인(지금은 두 명이 됐지만) 9레벨 중 한 명이었다.

9레벨을 두 명이나 보유한 SJ였으니 만약 엄지연이 1군 B팀을 이끌고 레이드를 하던 중이 아니었다면 삼상파에서도 SJ 테러를 감행하지는 못했을 터였다.

그녀는 한국이 자랑하는 최강의 힐러였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신의였다.

"엄지연 양은 이번 사건의 배후로 삼상 우성진 부사장을 지목했습니다. 엄충호 씨가 죽기 전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더군요."

"SJ 1군 B팀이 저희를 돕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럼 이제 저희 뒤에 정부가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셈이 되는 겁니까?"

"본래는 더 늦추려고 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본이나 미국은 이미 정부 직속의 강력한 공격대가 있었으니 세계적으로 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이리저리 기업에 치여서 눈치만 보는 한국이 이상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정석영은 일행에게 작전의 개요를 간단히 설명했다. 바로 내일 5급 디멘션 홀이 평양에서 발생할 예정인데 그곳의 배정팀을 미쏠로지로 하고 정보를 흘릴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미쏠로지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삼상을 비롯한 10대 기업팀이 벌떼 처럼 몰려들리라.

단독으로 수십 명을 상대해야 하는 것에 상현은 적잖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SJ의 지원을 받는다고 하니 한층 마음이 놓였다.

특히나 SJ의 공격대장 역시 가족의 복수를 갚기 위해서라면 몸을 사리지 않고 도울듯 했다.

정부의 주도하에 대규모 작전이 시작됐다. 시간이 촉박했다. 삼상의 눈과 귀는 정부의 곳곳에 퍼져 있었다. 최대한 소문을 내지 않기 위해 500 명의 육군과 D.SWAT 정예만을 무장시켜 평양의 디멘션 홀이 발생할 장소 인근에 배치했다.

적들이 도주할 경우 완전사살을 도울 병력이었다. 지친 능력자들에겐 총을 든 군인도 무시못할 전력이 되리라.

"반갑습니다. 엄지연이라고 합니다."

밤색의 단정한 단발을 하고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네는 그녀에게 상현도 인사를 건넸다.

그녀를 따라 나선 SJ 대원들은 지난 며칠간이 몹시 괴로웠는지 얼굴에 그림자가 가득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의 눈속에 분노가 살아숨쉬는 것이 생생하게 전해져왔다.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상현이었으니 그것을 더욱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미리 약속해둔 대로 SJ 1군팀은 근처의 폐건물에 몸을 숨겼고 미쏠로지 팀이 먼저 레이드를 시작했다.

디멘션 홀에서 튀어나온 것은 전에도 맞붙었던 적 있는 붉은 괴수, 만티코어였다. 미쏠로지의 무자비한 화력이 이제 막 나와 포효하는 만티코어의 전신을 휩쓸었다.

소잡는 칼로 닭을 잡는 것과 같았다. 만티코어는 너무나 쉽게 쓰러졌고 상황은 금새 종료됐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삼상의 연합팀은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SJ, 정부를 비롯한 모두가 당황했다. 설마 정보가 샜나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정석영이 심각한 얼굴로 소식을 알렸다.

"남원에서 레이드 중이던 화나 공대가 당했다고 합니다."

일행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삼상이 자신들을 피하며 남은 반 삼상파 공격대들을 전부 깨부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흥. 가소롭군.'

자신의 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남자는 중얼거렸다. 그는 이번 사건의 유력한 배후로 지목됐던 우성진이었다.

대피 명령이 떨어져 유령 도시가 된 곳에서 그는 SJ편을 들었던 기업공대 화나팀을 처리했다. 대부분의 SJ지지팀들이 스스로 몸을 사렸는데 화나는 꿋꿋이 레이드를 뛰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그의 발 밑으로 진한 피자국이 길게 쓸려 있었다.

사실 그는 미쏠로지가 함정을 쳐놨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현재 행방이 묘연한 SJ 1군팀이 미쏠로지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정부가 뒤에서 개입을 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가 화나팀을 공격한 것은 그저 쉽고 어려움의 문제일 뿐이었다. 화나의 공격력은 구 엘즈 1군보다도 쳐졌다. 자신이 직접 1군팀을 데리고 나서면 금방 해치울 수 있었다.

반대로 여전히 순수 실력을 알 수 없는 미쏠로지를 공격하는 것은 화나를 상대하는 것에 비해 꽤나 꺼림칙했다.

단순히 1개 팀만으로 엘즈와 삼상, 그리고 다른 연합팀의 공격을 받아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신의 엄지연까지 가세한다면 제법 어려운 싸움을 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머리아프게 고민하느니 손쉬운 상대인 화나를 처리한 것이다.

"이제 남은건 EJ랑 동양인가?"

같이 SJ를 편들던 화나가 꺾였으니 안그래도 몸을 사리던 녀석들이 자라목이 되어 코빼기도 비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더라도 상관없었다. 이제 능력자 시장은 삼상의 주도하에 삼상 연합이 지배하게 되리라. 굳건한 일인 왕조 체제가 이제 막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우성진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대 삼상왕조 시대의 개막, 얼마나 가슴 벅찬 타이틀인가. 백종현의 그림자에 가려 2인자에 머물러 있었지만 그를 추락시켰으며 SJ의 계략에 당해 잠시 아래로 떨어졌지만 결국 SJ또한 끌어내려 나락 구덩이로 빠트렸다.

결국 승리하는 것은 오직 자신 뿐이었다.

그 뒤로도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능력자의 질로 상대가 되지 않았던 다른 기업들은 전략적으로 삼상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자본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자본 싸움을 걸어온 기업의 수뇌부와 중요 직책에 앉아있던 인물들이 까닭을 알 수 없는 죽음을 연달아 맞이했다.

한밤중의 교통사고, 급작스런 심장 마비는 예삿일이었고 대놓고 능력자의 흔적을 남긴 살인사건도 일어났다. 그들은 기업의 간부이기 이전에 일반인이었고 능력자가 자신을 노린다는 사실은 너무도 두려운 일이었다.

불운한 사고가 일어나는 기업의 주가는 수직 폭락을 시작하며 낭떠러지에 밀리고 있었지만 반대로 삼상의 주가는 날이 갈수록 치솟았다. 시장을 엄청난 속도로 장악하고 있었다.

함부로 말을 한 것이 들통나면 목이 달아나며 보이지 않는 신분이 생겨나는 것이 마치 중세시대의 재현을 방불케했다.

이러한 현상은 마침내 하급 능력자들에게까지 퍼져 저 놈이 삼상의 편을 들지 않는다란 소리가 나오면 그 자는 레이드에서 쫓겨나거나 심하면 구타를 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정부 주도하에 열린 4차 회의, 관계자들은 전부 다 같은 생각이었다. 삼상의 포악질은 도가 지나쳤다. 머리에 왕관만 쓰지 않았다 뿐이지 거의 왕이나 다름 없는 행동이었다.

"내일 6급 레이드가 횡성에서 열립니다. 급수가 높기 때문에 삼상을 비롯한 연합팀이 처리하겠다며 나섰으니 미쏠로지 팀이 나서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반드시 처리해야 됩니다. 이제는 오히려 돈을 받아야 레이드를 뛰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지상 레이드는 던전과 달리 그동안 세금을 물리지 않아왔는데 이제는 되려 돈을 주지 않으면 레이드에 나서지 않겠다며 배짱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SJ를 비롯한 반 삼상파가 무너진 탓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6급 괴수 처리에 2천억원을 요구하더군요."

"미친 놈들!"

격한 소리가 오갔다. 회의에 참석 중이던 상현은 모두에게서 부탁을 받았고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부는 이미 삼상에게 돈을 지급한 상태, 내일은 반드시 놈들이 자리에 나타날 터였다.

어느 한쪽은 완전히 박살날 건곤일척의 승부가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 작품 후기 ============================

삼상 : 괴수? 돈 내놔.

정부 : 드, 드리겠습니다.

삼상 : 부족해. 더 내놔.

정부 : ....

저 장문의 코멘트 좋아합니다! 숫자만 적어주시면 제가 쓸말이 없다구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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