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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레전드-63화 (63/123)

< -- 63 회: 격변 -- >

SJ 테러가 발생한지 보름이 지났다. 사회는 여전히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자그마치 11년, 몬스터에 의해 이웃이, 지인이, 혹은 가족이 살해당하는 일을 겪으면서 무감각해진 것일까. 어느새 여론은 언제나 그래왔듯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텅빈 도시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오늘은 반드시 일이 터진다는 것을.

6급 디멘션 홀 경고로 사람이 완전히 빠져나간 도시에 능력자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서서히 몰려들고 있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현재 레이드를 주도하고 있는 삼상 연합팀이었다. 보복이 두려워 숨어버린 EJ, 동양 등의 기업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기업이 삼상의 편을 들고 있었다.

삼상, 엘즈, KD, 한산, 현도, 효정.

6개 10대 기업팀들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SJ를 비롯한 절반에 달하는 기업이 쑥 빠져나간 자리를 그들이 차지하고 있으니 근래 레이드 수익은 아주 짭짤하기 그지 없었다.

특히 6급 같은 경우는 이미 정부에서 2천억을 받아낸 상태에서 운이 따라준다면 최고등급의 마석으로 거액의 수익을 다시 한 번 올릴 수 있었다.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조금 높은 곳에서 디멘션 홀이 열리더니 온몸이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이는 녹색 용이 불을 뿜으며 하늘을 갈랐다.

캬오오오-

제법 까다로운 놈이 나타났다며 침을 뱉은 삼상측은 다시 정부와 교섭을 신청했다.

"6급 공중은 처리가 까다로우니 작업 금액을 더 올려주셔야 겠습니다."

너무 순순히 내주면 의심을 살 것 같아 정부는 그들과 잠깐의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3천억에 도장을 찍는데 합의했다.

연합팀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전화 한 통으로 천억을 벌었는데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정부는 그들의 수화기 너머 웃음소리를 들으며 이를 갈았다. 저 에메랄드 드래곤이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 이곳은 전장으로 변하리라.

연합팀의 대규모 레이드가 시작됐다. 총 인원이 200명에 달하는 거대 연합팀, 사실 6급 레이드를 이렇게 많은 인원으로 뛸 필요는 없었지만 이것은 일종의 과시였다.

자신들이 따로 떨어져있던 화나를 습격했던 것처럼 SJ역시 어디선가 기회를 보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때문에 보여주는 것이다.

너희들이 이제 앞으로 나설 기회는 없다. 나와서 죽음을 맞이하던지 아니면 그렇게 숨어있어라라는 메시지를 말이다.

대기업의 내로라하는 정규 공격대가 200명이나 모이니 화력의 클래스가 달랐다.

하늘을 번개와 불꽃, 마법과 화살이 수를 놓으며 드래곤의 날개를 찢었고 추락한 괴수의 숨통을 끊기 위해 딜러진들이 가세했다.

특히 검성 우성진의 위력은 명불허전이었다.

국내 유일의 9레벨 딜러가 된 그는 투명한 애검을 뽑아들며 거침없이 공격해 들어갔는데 그 혼자서 드래곤을 상대해도 될 정도의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역시 나타나지 않는가?"

고작 30분도 안되서 괴수의 숨통이 끊어졌다.

드래곤의 머리를 밟고 선 우성진은 찬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혔다. SJ 공격대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월등한 전력의 연합팀 앞으로 나오는 것이 자살 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을테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럼 분배는 미리 얘기해둔대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본래 분배는 함께 참여한 인원이라면 공평하게 n분의 1로 지급받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삼상 주도하의 레이드는 그 룰을 깬 상태였다.

가장 많은 부분을 삼상이 가져가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반기를 들지 않았다. 어차피 10대 기업의 수가 줄어 전체 이익금은 오히려 늘었으니까.

그리고 현재 능력자 사회의 흐름을 주도하는 왕 아니던가.

감히 그 방식은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나서는 팀은 없었다.

기분좋게 사체와 마석을 놓고 보상금액을 나누고 있을 때 도로 저편에서 한 무리의 공격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한산이었다.

"저기 누군가 옵니다만."

한산의 말에 다들 놀랍다는 표정으로 도로 저편에 시선이 집중됐다.

SJ나 다른 반 삼상연합 공격대가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아주 조금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로 나타난 팀이 있는 것이다.

레이드도 다 끝난 상황이고 추가로 연락을 준 팀은 없었으니 좋은 의도를 가지고 오는 놈들은 아님에 확실했다.

"저놈들이 미쏠로지군."

일행중 시력이 가장 좋은 우성진은 집에 돌아갈 채비를 하며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리고 그의 검이 마력을 받아 잔잔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리더로 보이는 자 옆에 흑색의 장창을 들고 당당하게 걷고 있는 남자, 꿈 속에서도 수십 번은 더 죽였을 백종현이었다.

"이게 누구신가. 요새 뜨거운 감자라는 미쏠로지 팀의 리더 아니신가?"

말문을 연 것은 우성진이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선은 여전히 백종현을 쫓고 있었는데 종현 역시 상대의 눈빛에 결코 물러나지 않았다.

"당신들이 벌인 짓은 도가 지나쳤습니다."

"이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만."

용의 피가 묻은 검을 슬그머니 흔들며 우성진이 말했다.

"당신들이 SJ에 가한 테러, 화나 정규팀을 공격한 것, 전부 알고 있습니다."

"흥. 국가에서도 아무 죄가 없다며 날 풀어줬는데 네까짓게 뭔데 나서서 훈계를 하는 건가?"

우성진이 우습다는 듯 말하자 일행들 사이에 섞여있던 엄지연이 앞으로 나섰다.

그녀를 알아본 우성진은 아-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게 누구야. 엄충호 씨 조카딸 아니야? 신의가 이런 곳까지 어쩐 일로?"

"이 개같은 자식! 반드시 오늘 끝장을 내주겠다."

부모와 같이 자신을 거두어준 백부의 죽음으로 그녀는 우성진을 보자마자 달려들듯 분노했다.

"거참 내가 안죽였다니까 그러네. 그건 그렇고 끝장을 내겠다는 것 치곤 몹시 초라한 인원으로 보이는데?"

200명의 삼상 연합팀, 그리고 그 앞에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미쏠로지 연합은 SJ를 합쳐 겨우 30명의 인원이었다.

혹시나 해서 주변에 다른 팀의 기척이 느껴지는가 싶어 우성진은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EJ나 동양 등의 타기업 공대는 없는 듯 싶었다.

"정말로 자네들 끼리만 온 건가?"

상현은 더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듯 말을 아끼고 검을 뽑았다. 오늘 일행을 지킬 의무가 있는 그는 방패와 검을 차고 나왔다. 만약 혼자서 날뛰어도 되는 상황이었다면 저번처럼 쌍검을 들고 전장에 나섰을 터였다.

"그냥 가만히 처박혀 있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 텐데 괜히 만용을 부려서 목숨을 낭비하는군."

말을 마친 우성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연합팀의 모든 인원이 무기를 겨누며 상현 일행을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

"할 말 남아있나?"

우성진의 물음에 상현이 입을 열었다.

"지옥의 가장 암울한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순간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실린 말이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상현의 검이 무섭게 불을 뿜으며 전투의 서막을 알렸다.

'단 한 놈도 살려두지 않겠다.'

지금 이자리에 나온 능력자들은 사회악이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온 놈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놈들은 약자를 괴롭히며 그동안 무수히 많은 더러운 일들을 저지르지 않았는가.

손에 들린 붉은 장검이 토해내는 불이 극에 달했을 때 상현의 손이 거칠게 움직였다.

"실력 좀 구경해볼까!"

그렇게 말하며 우성진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삼상팀 능력자들에게 공격명령을 내렸다.

환상현의 실력을 알아보며 상대의 힘을 빼놓겠다는 수였다. 엄청난 숫자의 공격이 일행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전장에 나서기 전 상현은 일행에게 최대한 방어 일변도로 전투를 해줄 것을 주문했다. 아무리 엄지연이 9레벨의 힐러라고 해도 연합팀의 많은 숫자 앞에서는 버티기 힘들 터, 오늘 공격의 대부분은 상현이 담당할 예정이었다.

상현은 전력으로 내달려 연합팀의 중심으로 파고들었다. 예상치 못한 움직임에 능력자들은 당황해했다. 아무리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다 하더라도, 설령 검성이라 하더라도 적진 한가운데 파고드는 짓은 하지 않을텐데 이 놈은 그런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퍼퍼벙!

마법들이 상현이 있던 자리에 뿜어졌지만 상현은 잔상을 남기며 주변의 근접 딜러들의 목을 쳤다. 검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A급 방어구를 입었어도 한 방을 버티기가 힘들었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낙뢰, 상현은 검기탄을 쏘아보내며 크게 원을 그었고 주변을 막고 있던 능력자들은 탱커를 제외하면 전부 몸이 두동강 나고 말았다.

겨우 3초 남짓한 시간동안 죽은 능력자가 열 다섯, 연합팀은 경악에 찬 눈빛으로 상현을 죽이기 위해 악을 썼다.

사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님을 눈치챈 우성진은 한산과 엘즈 일부를 떼어내 미쏠로지를 처리하라 명령하고서는 상현을 향해 검을 뻗었다.

상현을 둘러싼 능력자들 사이로 우성진의 검이 뱀처럼 날카롭게 움직였다. 아군을 방패삼아 안전하게 공격만 넣으며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까강!

그러나 상현의 몸은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다. 그의 몸을 둘러싼 S급 갑옷의 자체 방어도도 탁월했지만 간신히 틈을 내고 피부를 찔러도 벽에 막힌듯 검이 더 나아가질 않았다.

설마 인간이 보석으로 몸을 두를 수 있으리라고는 그들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절반에 달하는 인원이 상현 한 명을 잡기 위해 움직였는데도 그는 지칠 줄 몰랐다. 피닉스의 도움이 그의 신체를 전과 다르게 했고 아주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화르륵-

던전에서 게스트 하우스로 데려온 피닉스를 상현은 잘 돌봐줬는데 알고보니 녀석은 자신의 몸 크기를 자유자재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었다.

지금도 상현의 갑옷 상의의 볼록한 부분에 숨어있었는데 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현이 힘을 쓸 때마다 장검에 불을 불어넣어 상현을 지원했다.

즉 연합팀 능력자들은 8급에 맞먹는 초월괴수가 뿜는 불에 공격당하고 있는 셈이었다.

우연히 화염내성 옵션을 갖춘 장비를 걸치고 있던 능력자들은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지만 그 외의 능력자들은 불길에 큰 데미지를 입어 소리를 질렀다.

몸이 녹아 뼈가 드러나는데 비명을 지르지 않으면 이상했다. 상현의 엄청난 데미지에 힐러들은 피를 토할 것 같은 심정으로 주문을 계속 외웠다.

열 명도 넘는 힐러들이 치료하는 속도보다 상현이 연합팀에 입히는 데미지가 더 큰 탓이었다.

'믿는 구석이 있었군!'

우성진이 심상찮은 눈빛을 하며 몸을 보호하기를 포기하고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다. 거대한 섬광이 상현의 등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번쩍 하는 순간 상현의 등갑옷이 박살이 나며 그의 맨살이 드러났다. 그 정도로 엄청난 공격이었다. 하지만 상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성진을 놔둔 채 다른 인원들에게 계속 공격을 가했다.

우성진을 당장 처리하는 것보다 재빨리 숫자를 줄여 미쏠로지 대원들을 돕는 것이 우선이었다.

"다크 프레셔!"

어둠의 손톱이 장검에서 넘실넘실 솟아올라 상현을 압박하던 탱커 진형을 덮쳤다. 살이 뭉개지는 소리와 함께 탱커들의 몸이 차량이 충돌한듯 구겨지며 저편으로 튕겨져 나갔다.

이런 무시무시한 공격을 하면서도 상현은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무조건 한 명 이상의 능력자가 죽어나갔다. 상황이 이쯤 되자 우성진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정말 이길 자신이 있어서 뛰어들었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혼자서 백 명도 넘는 적 진영에 뛰어들어 날뛰더니 그의 검에 죽어나간 능력자의 수가 삼십을 넘었다.

"등을 공격해라!"

우성진이 거대한 사자후를 터트리며 연함팀의 체계적인 공격을 유도했다. 상현의 등은 이미 갑옷이 깨져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으니 인간인 이상 다시 한 번 더 큰 공격을 받으면 틀림없이 죽으리라.

그러나 그것은 악몽의 시작이었다. 그 때 까지 미친듯 날뛰던 상현이 이제는 교묘히 뒤로 빠지기를 반복하며 자신의 등을 잡으려 드는 능력자들의 목을 툭툭 쳐내고 있었다.

악에 받친 능력자들의 무기를 방패로 밀어내며 상현의 검에 서서히 어둠이 서리기 시작했다. 금새 일렁이는 어둠으로 변한 검 끝을 상현은 적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한가운데에 겨누며 외쳤다.

"다크 블레이드!"

가공할 어둠이 연합팀을 뒤덮었다.

============================ 작품 후기 ============================

장문의 코멘트 얘기를 꺼낸건 독자님들에게 부담을 드리려고 한게 아닙니다 하하;;

그리고 소설속의 삼상은 삼성기업과 아무련 관련이 없습니다!

작가가 삼성한테 억울한 일 당해서 비슷한 이름을 준게 아니에요 ㄷㄷ;

갯낚시s4 잘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혹시라도 오해하실까봐 후기를 남깁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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