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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레전드-103화 (103/123)

< -- 103 회: 꿈 -- >

헤파이토스에게서 선물을 한아름 받아든 대원들은 오래간만에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비행기 계단을 내려온 일행은 자신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정부 관계자들을 볼 수 있었다.

중국에 갔을 때 만큼은 아니더라도 꽤나 거창한 환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요즘 자주 보는 국방부 장관이었다.

물론 그들이 수고 인사나 하러 상현 일행을 맞이하러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진짜 속내는 상현의 입으로 직접 생생한 보고를 듣는 것이었다.

약 이주 전, 정부는 상현이 중요한 임무를 위해 렘노스 섬으로 떠났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 그러나 그 임무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혀진 것이 없었다. 가령 어떤 적과 싸우기 위해서라든지, 마력핵을 얻기 위해서라는 등의 구체적인 사항들 말이다.

단지 상현은 정부에 공방 탈환작전이라는 것만 알려줬을 뿐이었다.

관계자들과 함께 센터로 이동한 상현은 그들이 궁금해할 정보를 알려줬다.

가장 먼저 알린 사실은 앞으로 공격대가 대장장이 신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었다.

사실 2000년대 초기의 정치인들이라면 우스갯소리라며 정신병자의 이야기 정도로 치부했을 이야기였다.

대장장이 신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헤파이토스가 인간 공격대를 돕는다는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정부는 상현이 해낸 많은 업적들을 인정했다.

세계 최초 9급 괴수 토벌, 1년내에 10레벨 능력자로의 각성, 그리고 그의 알 수 없는 파괴력까지, 인간의 몸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반신이라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미 미쏠로지 공격대는 정부에서 렌탈하는 장비 숫자를 줄여나가기 시작하는 것으로 헤파이토스의 장비지원 이야기를 몸소 증명하고 있었다. S급보다 훨씬 더 뛰어난 무구를 주렁주렁 달고 다녔으니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이번에 지어지고 있는 신규 훈련소 조경도와 진행 상황입니다."

상현의 보고를 받은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영상과 함께 드러난 것은 함경북도에 지어지고 있는 훈련장의 전경이었다.

그들은 훈련소 공사 진행 현황에 대해 자랑이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과연 자랑 할만한 속도였다.

날림 공사도 아니었는데 전국 건축 인력을 쏟아붓듯이 하여 공사 기한을 엄청나게 단축시키고 있었다.

보통 이런 경우 건물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농후했지만 막대한 돈을 들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상현이 해외 임무 및 대원들을 각성 시키는 사이 그가 제안했던 플랜은 전부다 국가 사업으로 지정되어 치밀하고 삼엄한 감시속에서 이루어졌다.

이번 훈련소 건축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정원 관계자들이 매의 눈으로 감시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건축업계에서 밥먹듯이 벌어졌던 수치조작, 비자금 만들기 등은 눈치가 보여 시도도 할 수 없었다.

"벌써부터 훈련소에 가입하겠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인근 경제가 강제로 활성화 된 상태입니다."

대대적으로 오픈 홍보를 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였다.

환상현이 직접 출현해서 훈련소 광고라도 한 편 찍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수준이었다.

"첫 가입인원은 대충 몇 명 정도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관계자의 질문에 상현이 대답했다.

"일반인으로 10만 명입니다."

"예?"

순간 관계자들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으로 생각했다. 옆에서 회의를 같이 참석하고 있던 장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10만...이요?"

"예."

"한국의 능력자를 전부 합쳐야 8만 명이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전국의 교습소 인원을 전부 다 합치면 50만 명 이상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거야 등록상으로는 그런 수치가 나오지만 대부분이 능력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그만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수치로 따진다면 5만 명 정도 될 겁니다. 그나마 그 5만 명 중에서도 정식으로 능력자 협회에 등록된 인원이 반이 넘습니다. 그런데 일반인으로만 10만 명을 받겠다고 하시면...."

이미 전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능력자 교습소에 등록한 인원의 경우, 능력자들이 자신의 능력 레벨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등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능력자가 되기 위해 등록하는 일반 시민들의 수는 상당히 적다는 뜻이다.

어차피 능력자란 것이 굳이 훈련을 받지 않아도 자신이 능력자일 경우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이기에 훈련을 받아 능력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의외로 없었다.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현은 지금 일반 시민으로만 10만 명을 받겠다고 했다.

"일반 시민들의 훈련 후 능력자 각성 비율이 몇 퍼센트인지 환상현 씨 께서는 알고 계시는지요."

"몇 퍼센트죠?"

"약 2퍼센트 정도입니다. 훈련으로 될 성질의 것이 아니란 이야기죠. 만약 이 비율이 10퍼센트만 넘겼어도 전국 교습소는 능력자가 되려는 시민들로 터져나갔을 겁니다."

능력자, 괴수를 잡으며 큰 돈을 벌 수 있고 명예를 얻는 자들, 대부분의 시민들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 능력자였다.

지금 교습소에 일반 시민들이 적은 이유는 이 극악의 확률 때문이었다.

교습소의 강습비만 해도 다른 학원에 비해 훨씬 비싼 편인데 이 돈을 내고도 아무 이득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인기가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이유로 현재 김책에 몰려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능력자였다.

능력자와 일반시민들의 비율을 따져보면 8:2 정도다. 그들 대부분이 환상현에게 기술 전수를 받아 실력을 늘리려는 능력자들인 것이다.

그런데 일반시민들을 위주로 하는 훈련소라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만약 환상현이 다른 교습소들과는 달리 높은 확률로 능력자로의 각성을 이끌어 줄 수 있다는 소문이 돈다면?

도시가 마비될 것이 틀림 없었다.

"혹시 일반 시민이 훈련받을 경우 얼마 만큼이나 각성할 수 있을지 그 확률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관계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상현의 입에서 몇 퍼센트의 수치가 나올지 궁금했다.

10퍼센트? 아니다. 그는 능력이 있는 자다.

인간도 아닌 반신이라고 했으니 그 비율이 더 올라갈 수도 있었다. 20퍼센트나 30퍼센트 정도 된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2퍼센트라고 하셨죠."

"예."

"그 비율이 역전될 겁니다."

"역전 된다 하시면...?"

잠시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한 관계자가 되물었다.

"지금까진 고작 2퍼센트의 사람들만이 그 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면 제가 맡은 훈련소에서 각성하게 될 비율은."

"설마."

"98퍼센트 남짓이 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회의장에 찬물이 촤악 뿌려지며 얼어붙었다.

경악. 충격. 그러나 그것은 잠시 뿐, 회의장에 뜨거운 불이 쑤욱 하고 올라왔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사기 아닙니까!"

흥분한 나머지 그들은 제멋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현의 말을 의심해서가 아니었다.

사기가 아니냐고 말했던 것도 너무 놀라 당황한 나머지 뱉은 소리였다.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현대 과학으로는 아직 마력은 완벽히 구성을 알아내지 못한 성질이며 의학적으로도 많은 논쟁거리가...."

대체 그런 높은 각성률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말에 상현은 단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여러분 저 신입니다."

신이란 단어는 약빨이 다 떨어진 현대 사회에서도 통하는 마법의 단어였다. 상황을 일사천리로 정리하고 그는 곧장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이제 막 반신화 되어가는 대원들은 거실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고 놀고 있었고 아직 선택받지 못한 자들은 체력단련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력핵의 개수가 부족했기에 단번에 모든 대원들을 강화시켜줄 순 없었다.

상현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사이 중국에서 두 개의 핵을 더 손에 넣은 덕에 김재식과 김현성이 각성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탱커가 든든해야 작전을 안심하고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선택됐다.

"오빠! 우리 대기 언제 풀려요?"

이예나와 한솔을 비롯한 각성 대기자들은 하루 빨리 핵을 구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는듯 했다.

반면 열심히 스카디와 게임을 하고 있는 종현은 다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트롤하고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이제 각성이라면 치가 떨렸다.

"한 달만 기다려. 이제는 나도 같이 움직일 테니까."

지금까지도 상현 없이 잘만 사냥했던 대원들이지만 탱커 두 명이 한꺼번에 빠지는 바람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

만약 탱커가 없는 상황에서 상급 던전에서 칼라곤급 괴수라도 나오면 토벌은 고사하고 도망치기도 힘들터였다.

아라크네라는 전과가 한 번 있으니 그런 무서운 놈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결국 탱커들의 파업으로 인해 그들은 예정에도 없던 한 달 휴식을 하게 되었다.

휴식 기간 동안 일행은 훈련을 소화하며 어느 던전을 탐험할지 이야기를 나눴다.

"난공불락의 던전으로 해요!"

"그런 던전은 없어."

신지혜의 말에 백종현은 에딕손을 힐끗 쳐다봤다.

세계에 어렵다고 소문이 난 던전들은 전부다 한 번 이상 클리어가 됐는데, 그 업적에 가장 많은 공을 세운 것이 바로 에딕손 공격대였다.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던전은 전부 공략이 됐으니까."

"그럼 아직 미공개 된 던전은 어때요? 아직도 지구에 많이 있다면서요."

던전은 광학위성에도 잡히지 않는 특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육안으로 입구를 찾아야 했다. 그런 이유로 아직까지 던전이 종종 발견되기도 했다.

사막이나 숲 속에 입구가 숨겨져 있으면 쉽게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가지 궁금한게 있는데요."

상현은 대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에딕손에게 물었다.

"왜 히든 보스를 잡지 않았어요?"

"내 눈엔 안보였거든."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안보였으니까 못 잡았다고 한다. 그도 히든 보스를 알아보기엔 충분한 신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잘못된 판단이었다.

당시의 에딕손은 신성을 다루는 능력이 초보 그 자체였기에 눈뜬 장님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히든 보스들은 자신들을 알아보지 않으면 대체로 움직이지 않는 편이니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혹시 가장 어려웠던 던전 있나요?"

상현이 묻자 에딕손은 흐음- 하는 소릴 내며 고민했다. 국내에서 가장 어렵다는 던전인 샹굴라 대무덤에서 헤파이토스를 만났으니 이번에도 어려운 던전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때에 비하면 지금 대원들의 전력 수준은 비교할 수도 없었으니 상위 신성체가 아니라면 걱정할 일도 없을 터였다.

"가장 어려운 던전을 꼽으라면 당장 생각나는 곳이 있긴 한데...."

그렇게 말하며 그는 말끝을 흐렸다.

"어디에 있는데요."

"미국에 있어."

에딕손이라는 걸출한 능력자를 뺏긴 이후, 미국은 한국에 이를 갈고 있었다. 에딕손은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내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세계 최고 괴수 산업국의 명예를 빼앗아간 한국에 대해 미국은 틈만 보이면 물고 늘어질 태세였다.

지구촌 시대에 열 받는다고 미사일을 날릴 수도 없는 일이니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가 미국에 다시 입국하는 건 힘들겠지. 설령 간다고 해도 몸 성하게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마력핵 하나 얻자고 그런 위험한 일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아, 여기에도 기억에 남는 던전이 하나 있지."

그렇게 말한 에딕손이 가리킨 곳은 테이블 위의 지도, 히말라야 산맥이었다.

하마슈 용의 동굴, 눈처럼 흰 백룡이 보스로 자리잡고 있다는 최상급 난이도의 던전이었다.

"일단 던전 입구가 매우 높아서 올라가는데 고생을 좀 해야해."

"어우, 추운건 딱 질색인데."

"음. 저는 괜찮을 것 같은데요."

상현도 미국에 있는 던전을 택하기보단 히말라야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상현의 결정에 에딕손은 씩 하고 웃었다.

"간만에 맑은 산 공기를 마실 수 있겠군."

============================ 작품 후기 ============================

환상현 : 내 복권은 98퍼센트 짜리입니다.

정부, 시민  : ...!!

맑은 공기 마시자고 히말라야 가시는 분은 안계시겠죠?

깨고생 하십니다...

날이 추우니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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