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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레전드-109화 (109/123)

< -- 109 회: 붉은 군신의 검은 그림자 -- >

히든보스를 잡았을 때의 던전의 끝은 언제나 종소리로 이어진다.

세상을 울리는 맑은 소리에 귀가 울릴 때 몸이 휩쓸리는 것을 느낀다 싶더니 일행은 어느새 던전의 대공동에 도착해 있었다.

"어? 오셨군...요으."

인사를 건네는 신드라를 재운 것은 뒷 목을 톡! 하고 친 스카디였다.

그가 털썩 잠들자 천장의 검은 구멍에서 우수수 재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잠든 사이 챙겨야 할 물건은 오직 하나, 마력핵 뿐이었다.

"마력핵이 작아서 좋군요."

등 뒤의 배낭에 훌쩍 마력핵을 챙긴 정석영이 재물의 산을 내려오자 스카디는 신드라를 일으켜세워 다시 정신을 차리게 했다.

"으엉?"

잠시 빈혈기라도 일으킨 것으로 착각한 그는 고개를 흔들며 대원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넸다. 물론 그 뒤에 펼쳐진 압도적인 양의 재물을 보며 놀라긴 했지만 말이다.

히든보스를 잡았을 때와 그냥 일반보스만 잡았을 때의 재물량은 몇 배 이상 차이가 났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미쏠로지는 네팔 공격대가 아닌지라 조금 더 비싼 세금, 중급던전에서의 막공에 맞먹는 돈을 내야했지만 일행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애초부터 그런 흔한 보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네팔 원정을 마치고 팀이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세계의 안전 위험도는 한층 더 올라간 상태였다.

세계 능력자 기구에서는 매일 홈페이지를 통해 지구의 괴수 위험도를 지수로 환산하고 그 결과물을 발표하는데 현재 매일같이 위험지수가 올라가는 상태였다.

중국의 트롤, 그리스의 대규모 디멘션 홀을 뒤따라 전세계의 괴수 출현 빈도가 폭증하고 있었다.

일반 능력자들은 세상이 망할 징조라며 이유도 모른채 열심히 레이드에 나섰지만 상현을 비롯한 대원들은 그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마신의 짓이 틀림없습니다."

틈의 균열을 조장하고 괴수를 끌어들일만한 능력을 가진 녀석들은 놈들 뿐이라고 생각됐다.

늘어난 괴수로 인해 팀의 자유시간은 상당히 줄어들고 말았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가 미쏠로지팀의 도움을 원하고 있었다. 피해 없이 8급의 괴수를 처리할 수 있는 전력은 오직 한국 뿐이었다.

용의 동굴에서 얻은 핵으로 대원들을 강화하는 작업을 잠시 미룬 상현은 대원들과 함께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또 다른 8급 괴수가 출현한 것이다.

"이렇게 빨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국빈대우를 받으며 공항에 도착한 일행은 곧바로 괴수 퇴치를 위한 브리핑을 받았다.

호주의 도시 경계에 나타난 괴수는 몸집을 불린 거대한 공룡같은 녀석이었다.

꼬리엔 무엇이든 때려 부술 수 있을 것 같은 돌덩이를 달고 있었고 등은 거북선처럼 단단한 갑옷이 자리잡고 있었다.

"뭐라고 부르죠?"

"저희는 베히모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저새끼들은 불을 안쏘는 법이 없구만."

베히모스가 숲을 불태우는 영상을 보며 종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까지 마법을 쓰는 패턴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단단한 갑옷과 신체 능력만을 가진 초월급 괴수로 확인되었는데 확실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호주 관계자들의 말을 듣던 상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원들을 불러 모아 이야기했다.

"슬슬 실험해 볼 차례인듯 하네요."

"뭘?"

대원들이 뭘 실험해 보겠다는 것인지 궁금해하자 상현이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풀었다.

"지금 마력핵을 모으는 속도는 너무 늦어요. 세계의 디멘션 홀이 점점 더 빈도수가 높아진다면 이제 우리도 분리를 해서 움직이는게 마력핵 수집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겠죠."

"일부는 정부의 부탁을 받아 레이드를 하고 일부는 던전을 공략하자는 거죠?"

"바로 그거죠."

상현이 세운 전략은 이러했다.

한국 정부는 현재 전 세계에서 많은 초월급 레이드 부탁을 받고 있다.

그 레이드를 대원들이 처리하여 핵을 얻는 동안 자신은 홀로 던전을 돌아 따로 핵을 모을 수 있다면 효율이 2배 이상으로 좋아지지 않겠냐는 판단을 한 것이다.

"9급 괴수는 아직 버거울지 모르겠지만 8급 괴수는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저 베히모스는 실험의 장이 되겠죠."

상현의 말을 이해한 대원들의 눈빛이 신중해졌다. 상현 없이 치르는 첫 8급 이상의 레이드, 긴장하지 않는다면 이상했다.

"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바로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겠습니다."

"문제 없어요."

"에딕손 씨까지 있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려구요."

다들 긴장은 했지만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파이팅을 외치는 가운데 일행은 수송헬기를 이용해 베히모스가 움직이는 초원으로 이동했다.

저번 프로스트 자이언트나 트롤 때와는 달리 이번 괴수는 도시에서 아주 먼 곳에 떨어진 탓에 미쏠로지가 올 때 까지 큰 재산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다.

그저 방대한 양의 목초지가 좀 불탔다는 것이 문제였는데 8급 괴수에 대한 피해로 저 정도면 아주 작은 피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행운을 빌겠습니다."

기대를 가득 받으며 초원에 내려선 일행이 거침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미쏠로지가 요구를 수락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지 주변엔 많은 숫자의 카메라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신경 쓰지 말고 전력을 다해주세요."

명령이 떨어지자 대원들이 전력으로 공격을 펼쳤다. 얼음과 바람, 번개를 비롯한 강력한 원소마법들과 무기를 들고 달려나가는 딜러들의 기세는 매서웠다.

언제든 괴수의 움직임을 막을 준비를 하고 있던 상현이었지만 결국 그가 손을 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압도적.

미사일도 통하지 않는 단단한 방어력을 가진 8급 괴수를 상대로 대원들은 너무나 일방적인 전투를 펼쳤다.

베히모스를 잡는데 걸린 시간은 30분, 그 놀라운 전투력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그러나 호주의 베히모스 퇴치는 시작에 불과했다. 전세계에 출현하기 시작한 고등급 괴수를 미쏠로지가 쓸어담기 시작한 것이다.

너무나 손쉽게 미쏠로지가 초월급 괴수를 처리하자 자신들이 직접 처리하겠다고 나서는 국가도 있었다.

그들이 너무 많은 마력핵을 독점하는 것이 배가 아팠던 것이다. 마력핵 한 개가 가치는 값어치는 가공을 어떻게 하냐에 따르지만 최소 수조에서 수십조에 달하는 이익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 그러니 식은 죽먹기 하듯 마력핵을 챙기는 미쏠로지 팀이 부러울만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손, 두 발 다들고 항복을 선언했다. 8급 괴수를 상대하는 것이 방송으로 지켜 보는 것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놈들은 너무나 강했고 한국이 했던 것처럼 사상자를 내지 않고 손쉽게 잡는다는 것은 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인듯 싶었다.

미쏠로지를 배제하고 가장 먼저 초월급 레이드를 시도한 포르투갈은 다수의 1급 공격대를 잃으며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8급 괴수 뿐만이 아니라 7급 이하의 디멘션 홀 숫자도 상당히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1급 공격대를 잃을 경우 국가 방어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었다. 결국 포르투갈은 엄청난 돈을 들여 정예 공격대가 빈 자리를 해외 용병으로 땜빵해야 했다.

그렇게 딱 3개월이 지나자 미쏠로지는 모든 대원들을 강화하고도 남을 정도의 마력핵을 모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막을 수 있겠어.'

한국 뿐만이 아니라 다른 국가의 도움도 받는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마신들과의 싸움에서는 능력자들의 머릿수도 중요했다.

과거 라그나로크 시절에는 혼자서 무쌍을 찍으며 마수군단 수십만을 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군단의 우두머리 한 명을 상대하기도 벅찼으니 말이다.

순조롭게 전력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서 상현은 생각했다. 이대로 마력핵을 더 모아 대원들을 강화시키고 다가올 위협에 준비한다면 어떻게든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다음 날, 심장이 욱씬거리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다.

"형, 그리스에서 지원을 부탁한다는 명령이 떨어졌어요."

출발할 준비를 하며 상현의 방에 들어온 재후가 자고 있던 그를 깨웠다. 그는 지하실의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었는데 옆에는 강화중인 이수연과 성하나의 검은 고치가 있었다.

현재 팀은 로테이션을 돌리며 전력증강을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둘이 빠진다고 해도 이미 강화를 받은 대원들이 있기 때문에 8급 괴수 토벌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럼 다녀올게요?"

상현이 대원들의 강화로 피곤한 것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었다. 재후가 더 자라며 인사할 때 상현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재후야. 올라가서 대원들 전부 거실로 모아."

"비행기 시간 얼마 안남았는데요?"

"이게 더 중요한 일이야."

"알았어요."

처음있는 일이었지만 재후는 알겠다며 빠르게 지하실 바깥으로 나가 대원들에게 거실로 모일 것을 전달했다.

대원들이 모이자 상현이 피곤에 절은 기색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출격 금지입니다."

"예?"

"왜요?

강화까지 받아 실력이 부쩍 늘은 대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두 명이 빠졌다고 해도 그보다 전력이 더 강해졌으니 팀의 전력은 오히려 플러스 된 상황이었다. 그리스의 부탁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불안해서 그렇습니다."

상현이 저런 이야길 하는 것이 처음이었던지라 대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불안해.'

오늘 재후가 깨우러 왔을 때 느낀 심장의 고통, 그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고통을 느낀 적은 딱 두번이었다.

아버지 베일이 죽던 날, 그리고 라그나로크 2일차 아침, 둘 다 상현에게는 잊지 못할 날이었다. 좋지 않은 쪽으로 말이다.

"오늘 팀 일정은 전부 취소한다고 하세요. 전부 집안에서 대기입니다."

"이유라도 알려주시죠."

이미 정부에 지원하겠다고 했다가 취소하는 경우인지라 정석영이 조금 곤란하다는듯 말했다.

"그냥 감입니다."

솔직히 어떤 식으로 불안한 건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상현은 일행이 그리스에 가면 사고를 당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게스트 하우스에 남아있어서 봉변을 당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둘 중 한 가지를 고르라면 상현은 일행을 집에 남기는 쪽을 선택할 터였다. 지하실의 강화 작업때문에 자신은 이곳을 떠날 수 없었고 그렇다면 대원들이 자신의 눈에 닿는 곳에 있어야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상현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자 결국 미쏠로지는 그리스로의 출격을 포기했다.

당연히 엄청난 반발이 일었다. 도와주겠다고 한 한국이 이유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발을 뺐으니 당장 그리스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마력핵을 너무 많이 구해서 배가 불렀다느니 개구리 올챙이시절 생각 못한다느니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한국은 요지부동이었다. 애초에 미쏠로지의 강제 레이드 임무는 국내로 제한 돼있기 때문에 대원들이 가지 않겠다고 버티면 정부도 강요할 수가 없었다.

설령 강제로 할 수 있는 명령이라고 해도 대원들이 싫다고 하면 꼬리를 말아야 할 판이었다.

전세계 능력자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힘을 가진 유일무이한 팀이었으니 말이다.

결국 그리스는 초월급 괴수 토벌을 위해 유럽연합에 협조를 부탁했고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했다. 미쏠로지와 달리 이쪽에 부탁을 넣으려면 막대한 양의 돈이 들었다.

목숨값 때문이다. 아직까지 미쏠로지를 제외하면 피해 없이 8급 이상의 괴수를 잡을 수 있는 팀이 전무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보상금액을 걸고 나서야 어느 정도 인원을 모을 수 있었는데 그 마저도 대응이 느려 상당한 피해를 입어야 했다.

이미 아테네 파괴로 인해 천문학적 피해를 입은 그리스로는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그러나 딱 24시간이 더 지났을 때 진짜 일이 터지고 말았다.

[유럽연합 공격대 300명 전멸.]

전세계를 침묵시키는 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 작품 후기 ============================

반신하고 신이 다른점이라면...

어떤 스펙차이 같은건 솔직히 무의미합니다.

재능있는 반신이 재능없는 신보다 뛰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일반적으로 신성을 응용하는 재능에 있어서는 신쪽이 더 뛰어납니다.

신성을 이용해서 기적을 행사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상현은 이 부분은 약한 설정입니다. 전투력은 쎄도 신성으로 죽은자를 살린다거나

어떤 기적을 일으키거나 하는 등의 응용력은 잼병이지요.

이건 상현이 신으로서 살아온 나이가 짧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천 년의 시간은 인간 기준에서는 길지 몰라도 신의 기준에서는 짧은 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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