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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레전드-110화 (110/123)

< -- 110 회: 붉은 군신의 검은 그림자 -- >

아무도 원인을 알지 못했다. 증거도 남지 않았으며 사고 지점으로 다가갈 수도 없었다. 300명의 공격대가 전멸한 곳은 상현도 한 번 들른 적이 있는 테베라는 도시였다. 아테네 사건 당시 대규모 유럽연합 공격대가 집결했던 바로 그 도시였다.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요?"

"저번 아테네 때와 마찬가지로 대량의 괴수가 주변에 진을 치고 사방으로 퍼지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원래부터 디멘션홀이 다수 발생하기로 예고 되어 있었나요?"

"아니요. 본래는 8급 디멘션 홀이 한 개만 열릴 예정이었지만 300명의 정예 공격대가 레이드를 시작하기 직전 엄청난 양의 디멘션 홀이 열렸다고 하는군요. 현재 각국 정부가 알고 있는 정보는 이 정도가 다일겁니다."

정석영의 말을 듣던 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상현의 말을 듣지 않고 그리스로 날아갔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는 것이다. 아무리 그들이 세다고 하지만 정예 공격대 300명의 집합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전력은 아니었다.

그런 전력이 도움 하나 요청하지 못하고 전멸했다는 것은 엄청난 위협이 그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말과 같았다.

"상현이가 우리 안말렸으면 다 뒈질 뻔 한 거 아냐?"

"정말 위험한 일이었네요."

다들 한마디씩을 하며 대체 어떻게 안 거냐는 눈초리를 보내왔다. 상현은 그저 감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대대로 감이 좋은 것은 가족 대대로 유전인듯 했다.

여신 아이라발디아 역시 예로부터 많은 위험을 예견해 신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어떻게 하실 참입니까?"

정석영이 말했다.

"그리스에서는 미쏠로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일단 유럽연합에서는 발을 완전히 뺀 상태입니다. 이건 돈으로 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거죠. 그리스는 이제 완전히 망하기 직전입니다. 대규모 괴수들이 경계를 밀고 있고 시민들이 국경을 넘어 탈출을 시작했죠."

미쏠로지가 아니면 그리스를 도울 세력도 전무한 상태, 그러나 상현은 그곳으로 대원들을 보낼 수 없었다. 일단 그곳에 뭔가 알 수 없는 위험이 있다는 것은 확인된 상태, 현재 대원들의 강화작업이 진행중이니 함부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미쏠로지가 나서주지 않자 그리스는 붕괴를 맞이했다. 괴수의 습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진 두 번째 나라(첫 번째는 북한)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 때 까지도 그들은 몰랐다. 그리스의 붕괴는 단순한 우연이 겹친 불행이 아니라 대재앙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불가리아에 대형 공습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세르비아는 전 국민에게 대피령을 선포했습니다."

"오늘 낮 12시, 루마니아가 디멘션 홀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현재 보이는 이 사진은 크로아티아의 국경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시뮬레이션한 영상입니다."

그리스 대사건 이후 순식간에 보름이 흘렀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원인 모를 괴수의 파동이 점점 북으로, 유럽 전체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무려 3개국이 무너지자 유럽연합은 다시 한 번 방어선을 조직, 천육백 명에 달하는 대형 공격대를 조직했으나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유럽을 좀먹기 시작한 몬스터들은 같은 등급의 괴수들에 비해 더 힘이 셌으며 날랜 놈들이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유럽 전체에는 불안감이 팽배했고 누군가는 세계의 종말이 다가왔다며 울부짖었다. 괴수들의 진군 속도는 인류가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서는 베길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벌써 환상현 씨가 예견했던 대위협이 시작된 겁니까?"

정부에서는 연일 그의 생각을 물어왔다. 이미 들었던 말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타국에 비해 덜 당황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빨랐다.

환상현은 재앙이 일어나기까지 빨라도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그 말이 떨어진지 겨우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상현 역시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인류의 자율방어력이 무너지는 속도는 너무 빨랐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일어난 대재앙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나서겠다는 국가가 없습니까? 미국은요?"

상현이 질문하자 정부 관계자들은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다.

미국은 한국이 미쏠로지를 육성하기 전까지 세계 최고의 능력자 파워를 지닌 국가였지만 WEC조작 파문과 에딕손의 탈퇴 이후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물론 군사력은 여전히 부동의 세계 1위를 자랑했지만 그들은 전력을 다른 곳에 낭비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유럽 다음에 미국이 타겟으로 잡히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그들은 전력을 보존하고 싶어했고 이것은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였다.

유럽의 붕괴로 전세계 경제가 얼어붙고 있었다.

마신이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곤란했다. 준비를 채 마치기도 전에 희망이 꺾일 수도 있었다.

"12월에 저희가 나서겠다고 유럽연합에 연락을 넣어주세요. 유럽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

상현의 말에 관계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1월 28일, 미쏠로지의 의사가 유럽에 전달됐고 그것은 즉시 방어선을 지키고 있던 공격대에게도 이어졌다.

이제 며칠만 더 버티면 한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그들은 마지막 힘을 불사지르며 전선을 방어해나갔다.

그렇게 12월이 되자 마지막 대원들의 각성이 끝이 났다.

강렬한 찬바람이 부는 인천 공항엔 거대한 수송기 4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전력 공수를 위해 영국에서 보내온 C-17 대형 수송기에 D.SWAT 대원들과 군수물자, 그리고 미쏠로지 대원들이 차례로 올라탔다.

다른 레이드 때와는 달리 화기로 무장한 능력자 군인 1천 명이 호위로 따라붙는 대규모 지원작전이었다.

거대한 엔진소리를 울리며 이륙한 수송기가 목표로 하는 곳은 놀랍게도 렘노스 섬이었다.

"확실합니까?"

C-17을 몰고온 영국 조종사들이 잘못 들은 거 아니냐며 몇 번이고 되물었다. 렘노스 섬은 그리스의 섬이었고 현재 그리스는 본토와 섬, 공중을 가리지 않고 괴수가 돌아다니는 판국이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확실합니다."

그러나 상현은 일행의 안전을 자신했다. 이미 그곳에선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인원이 있었으니 말이다.

조종사들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그들은 단 한 번의 공격도 받지 않고 무사히 섬에 착륙할 수 있었다. 심지어 렘노스 섬의 공항은 지속적으로 관리가 된 것처럼 활주로 상태가 멀쩡했다.

현재 괴수의 습격을 받은 국가들의 항공 및 주요 시설이 완전히 박살이 난 것과 비교하면 천지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제서야 왔군."

수송기에서 병력이 내리는 사이 상현은 공항을 관리하고 있던 인물과 인사를 나눴다.

"간만에 뵙네요."

팔짱을 끼고 두껍고 긴 털외투로 몸을 두르고 있는 것은 찬바람에 볼이 빨개진 헤파이토스였다.

"지키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섬의 특성상 괴수들이 둥지로 삼으려는 시도가 자주 일어났는데 그 때마다 렘노스 섬을 지킨 것은 헤파이토스와 휘하의 황금 병사군단이었다.

본래 그녀의 공방은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비밀의 안개섬이었지만 상현의 부탁을 받아 지금까지 이 섬을 쭉 지켜오고 있었던 것이다.

무려 3천 명의 병사들이 공중과 지상을 가리지 않고 수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자 부탁했던 건 저쪽에 쌓아놨다."

상현이 고맙다며 인사하고 그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향하자 그곳엔 1천 명의 D.SWAT 병사들을 무장시킬 장비들과 보조 아이템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상위 괴수에게는 기관총보다도 고급의 활과 검이 더 잘 먹히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지원부대인 이상 검을 대량으로 주는 것은 낭비, 대부분의 원거리 지원 전용 무기들이었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좀 달라진 것 같군요."

군인들에게 지급할 쇠뇌를 만져보던 상현이 헤파이토스를 보며 말했다.

"그래? 이제야 나한테 관심이 좀 생겼나?"

"아니 그건 아니구요."

저번에 공방 탈환작전 당시 만났을 때와는 확실히 달라보였다.

"신성이 변화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무슨 일 있었습니까?"

"눈치가 귀신이네. 신앙을 얻기 시작해서 그래."

"신앙이요?"

테베에서 300여 명의 정예 공격대가 전멸 당했을 때 그녀는 상현에게서 섬을 지켜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미 그 때부터 상현은 섬을 그리스로 진격할 거점기지로 삼은 것이다.

헤파이토스는 공방 문을 잘 닫아두고 부랴부랴 장비를 챙겨서 병사들을 이끌고 렘노스 섬으로 이동했는데 섬의 시민들은 깜짝 놀랐다.

당시엔 아직 대피령이 퍼지지 않은 상태라 많은 숫자의 시민들이 섬에 그대로 살고 있었는데 해안가에 불쑥 번쩍거리는 황금 병사들 수천 명이 올라오니 놀라는 것이 당연했다.

"아아 놀라지 말아라."

헤파이토스는 여유로운 자태로 시민들에게 고했다.

"내 이름은 헤파이토스, 올림푸스 12신 중 한 명이며 그대들을 도우러 온 것이다."

한국이라면 미친년 보듯 했겠지만 섬의 시민들은 금새 그녀의 말을 믿었다. 그녀는 섬에 도착하자마자 병사들을 부려 엄청난 속도로 대공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고 단 3일만에 섬 전체가 요새화 되는 기적을 볼 수 있었다.

대장장이의 신이 아니고서야 감히 따라할 수도 없는 일임에 틀림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섬 주민들에게 신으로서 인정받아 신앙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지성체의 신앙은 신의 힘을 늘리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상현은 단 한 번도 그런 믿음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그 느낌이 궁금했다.

"어떻습니까? 큰 도움이 됩니까?"

"글쎄...사실 힘이 더 세졌다거나 하는 건 잘 모르겠지만 요즘 망치질이 전보다 더 쉬워졌다는 건 체감하고 있어. 예전엔 내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망치질을 500번 정도 해야 했다면 지금은 2~300번으로도 된다고나 할까."

신앙은 꼭 신의 무력에만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능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부러우면 내 신도들 앞에서 자기소개라도 할래?"

헤파이토스의 말에 상현은 조그맣게 웃으며 됐다고 손사래 쳤다. 아직까지 대중 앞에 신으로 나설 생각은 없었다.

"여기서 뭐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둘 사이로 스카디가 불쑥 팔을 집어넣으며 비집고 들어왔다.

"신앙 이야기."

상현이 간단하게 대꾸하자 스카디가 관심을 보였다.

"신앙?"

"어린애들은 몰라도 된다."

헤파이토스가 웃으며 말하자 스카디가 볼을 부풀렸다.

무장 준비는 금새 끝났다. 무기를 지급 받고 정비를 마친 대원들은 공항 활주로에 텐트를 치고 잠에 들었다.

작전은 당장 내일 아침 새벽부터 시작될 판이었다.

그러나 임시 지휘천막에서는 여전히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아테네로 가신다구요?"

장교들이 묻자 상현이 끄덕였다.

"이번 이상현상의 최초 발생지는 테베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일단은 아테네로 병력을 이동시켜서 만일 그곳에 이상이 없다면 테베로 올라가면 될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동은 어떻게 할까요. 아테네 공항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고 전투기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수송기를 이용한 강하는 너무 위험합니다."

약 천 명에 이르는 대원들이 공중에서 다이빙을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만일 괴수들이 진을 치고 있다면 느릿느릿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병사들은 좋은 먹이감에 불과했다.

"배를 타고 이동할 겁니다."

"배요?"

"예. 병력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 범선이 항구에 정박중입니다."

범선이라니, 콜럼버스가 신대륙 찾을 때 타고 다니던 목조 범선을 말하는 것인가?

장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날이 밝고 작전이 시작 되자 상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에."

인세에 보기 드문 초대형 황금 범선이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작품 후기 ============================

C-17은 크고 아름다운 수송기입니다.

AH-64 공격헬기 3대

,AH-64 공격헬기 2대와 OH-58 헬기 3대 동시탑재

M1 에이브람스 전차 1대,

M2 브래들리 장갑차 3대,

M270 MLRS 1대, 지원차량 3대+운용요원 47명

,스트라이커 장갑차 3대, 패트리어트 지대공미사일 발사차량 1대, 험비 10대

463L 화물팔레트 18개

위의 조합중 하나 골라서 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제 대원들 뿐만 아니라 군대도 끌고 다니는 주인공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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