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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레전드-123화 (123/123)

< -- 123 회: 새로운 시작 -- >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네로인은 자리에 멈춰서서 그 광경을 지켜봤다.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빛나는 황금의 검이 동료인 줄 알았던 인간의 몸을 찌르며 빛을 뿜었고 인간의 몸은 그대로 신성의 불길에 휩싸여 순식간에 먼지로 화했다.

그냥 죽은 것이다.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무슨 수작이지?"

네로인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건 네 놈들이 알 바 없다."

아리스가 검을 겨누자 네로인은 순간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흡!"

기세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방금전까지 결계 중앙에 서 있던 여자의 실력은 중급신 정도였다면 지금 마주한 상대의 기세는 그것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너는 누구냐!"

이런 수준의 힘을 가진 신이 무명이라는 것을 네로인은 믿을 수 없었다.

네로인의 외침에 아리스의 입이 열리며 각오를 밝혔다.

"내 이름은 라그나로드 웨일, 천신의 이름으로 너희를 처단하겠다."

"제게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는데요."

볼레드를 쓰러트리고 난 뒤 아리스는 상현에게 위기를 극복할 한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그녀의 제안한 방법이란 바로 몸을 갈아타는 것이었다. 현재 상현이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신체가 부실하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신의 육체를 얻게 된다면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었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타인의 몸에 자리를 잡으려면 본래 주인과 서로 뜻이 맞아야 했다.

남의 정신을 제압하고 빙의하는 정도로는 힘을 제대로 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몸을 내줄 신을 구한다? 이건 솔직히 어려운 일이었다. 설령 상대가 동의한다고 해도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술법의 완성 직전에 파장이 틀어질 우려도 있었고 타인의 강한 신성이 자리잡는 것에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상현이 이 세계의 토착신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더욱 높았다.

그러나 유일하게 단 한 사람, 백 년도 넘는 시간동안 호흡을 맞추고 서로를 속속들이 잘 아는 아리스라면 술법의 완성이 가능했다.

아리스의 제안을 듣고 난 상현은 최후의 전쟁 직전에 의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작업은 간단했지만 한 번 의식을 치르고 나면 다시는 자신의 몸으로 돌아올 수가 없었다.

즉, 현재 상현은 자신의 몸을 버리는 것으로 완전히 아리스와 완전히 동화돼 육체를 콘트롤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 자신의 육체를 만들려면 앞날이 캄캄하긴 했지만 지금은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검신족의 신체는 분명한 신의 육체, 상현이 10레벨의 능력을 갖추고 고생을 해서 단련시켰다고 하나 인간의 육체에 비교할 레벨이 아니었고 비로소 그는 전성기 시절의 힘을 되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말 좋은 몸이네.'

'부끄러운 말씀 하지 말아주세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며 상현은 엄청난 속도로 지면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일단은 눈앞의 상급마족을 해치우는 것이 우선, 어찌나 빠른지 그 속도를 네로인이 미처 파악하지 못할 정도였다.

"크윽!"

황금의 검이 번쩍이며 휘둘러지자 대검을 잡고 있던 네로인의 양 손목이 잘렸고 동시에 발차기가 날아들며 그의 가슴을 세 번 타격했다.

퍼버벅-

살덩이를 타격하는 뭉툭한 소리가 세 번,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내부가 완전히 박살난 네로인은 눈에 핏발을 세우고 부들부들 떨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생을 마감했다.

가녀린 다리로 찬 발차기가 상대의 몸 속에 가공할 신성을 불어넣어 회복불능의 치명상을 입힌 것이다.

네로인이 저리 쉽게 쓰러지자 마신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네로인은 이 자리에 모인 32명의 마신들 중 엑자일을 제외하면 최상의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겨우 검격 한 번과 발길질 몇 방에 골로 가버렸으니 전의가 팍 식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가장 놀란 것은 엑자일이었다. 방금 전 네로인과의 교전으로 미루어 볼 때 놈은 전성기 시절의 힘을 모두 회복한 듯 싶었다.

서로 힘이 멀쩡했을 당시, 일만의 마신이 펼치는 봉인진으로 붙잡아 겨우 숨통을 끊었던 녀석이다.

그런데 자리에 남은 마신은 겨우 서른 남짓, 심지어 그 인원의 대부분이 아직도 대전쟁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필패.

다가오는 적의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를 보며 엑자일은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죽이되든 밥이되든 이 자리에서 녀석을 쓰러트릴 수밖에는 없었다. 도망치다 죽느니 싸우다 죽는 것이 명예로웠다.

"소형 봉인진을 발동한다."

남은 마신들의 숫자로 펼칠 수 있는 것은 작은 진법 뿐이었다. 등 뒤로 거대한 차원관문을 펼치자 마검신이 모아 온 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천, 수만.

그 숫자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빼곡하게 튀어나온 검들이 상현을 향해 화살처럼 날았다.

얼마나 그 수가 많은지 검은 벽이 몰려드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피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뒤를 본 순간 아직도 남아있던 중국군 1만 명이 눈에 띄었다.

뭘 꾸물거리는 건지 아직도 토르는 그들을 멀리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막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검과 충돌하는 순간 엑자일은 걸려들었다는 눈빛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지금이다!"

더욱 매섭게 검탄을 쏟아내며 상현의 발을 묶는 사이 공간 전이로 순식간에 상현을 둘러싸며 방위를 점령한 마신들이 상현을 향해 마력을 퍼부었다.

검은 마신족의 언어가 허공에 맺히며 공간을 잠식했고 엄청난 압력이 상현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 위력이 어찌나 대단한지 바닥이 통째로 갈라져서 사막을 횡당할 정도의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빨리 꺼져 병신들아!"

참다 못한 토르가 멈춰있던 탱크를 망치로 날려버리며 중국군을 내쫓았다.

『토르 씨, 피하세요.』

상현의 다급한 경고가 울리자 토르는 바짓단을 붙잡고 도망갔다.

상현이 목숨으로 시간을 벌어 도망칠 틈을 마련해 주고자 하는 의도였다면 토르는 주저없이 마신들을 향해 천둥망치를 날렸을 테지만 그 경고는 자기의 목숨이 위험해 희생을 자처하는 톤이 아니라 대 공격을 암시하고 있었다.

'검이 두 자루였으면 좋았을 텐데.'

아리스도 자신의 분신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본래 가지고 왔던 헤파이토스의 검은 지금 펼칠 기술을 쓰기엔 강도가 조금 모자랐다.

기술 도중에 깨지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었기에 상현은 충격을 감수하고 아리스로만 기술을 시전했다.

"다크 블레이드 부여 시작."

마신들의 포격을 얇은 방어막 한 겹으로 받아내며 상현은 검에 각종 능력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행운, 공간전이, 어둠, 저주, 폭발 등등, 온갖 인첸트가 부여된 어둠의 검이 상현의 손을 따라 360도 회전하자 14명의 마신의 목이 추락하며 바닥을 굴렀다.

바닥을 구르는 머리들은 하나같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남은 인원 역시 형편 좋은 상황은 결코 아니었다. 길쭉한 검상에 피분수를 뿜어내며 뒤로 물러선 마신들은 고통의 비명을 질렀고 봉인진은 순식간에 와해되고 말았다.

공간을 염두에 두지 않고 서른 명의 적을 직접 타격하는 상상 이상의 검술, 서른 명의 마신이 볏짚 단 쓰러지듯 무너지자 엑자일이 소리를 지르며 검지로 상현을 가리키며 팔을 쭉 밀었다.

"가라!"

그 기백이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듯 했다.

엑자일의 성난 음성과 함께 게이트가 무너져 내리며 한 자루의 거대한 칠흑의 검이 튀어나왔다.

수만 자루의 검이 뭉쳐져 이루어진 대검이 공간을 가르자 상현은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아리스!』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충격에 대비하는 순간 거대한 검이 작은 황금의 검과 충돌했다.

굉장한 충격에 대지가 흔들렸고 강한 충격파가 일대를 쓸었다. 모래로 이루어진 거대한 해일이 쓰나미처럼 치솟아 올라 하늘을 뿌옇게 뒤덮었다.

얼마나 강력했는지 그나마 숨이 붙어있던 마신들이 몽땅 폭발에 휘말렸다.

'성공인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공중에 떠 있던 엑자일은 자신이 만들어낸 참상을 내려다봤다.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푹 패인 지름 수 킬로 미터의 발밑에 자리하고 있었다.

상대가 쿠션 역할을 하지 않았더라면 대륙 자체를 쪼갤 정도의 위력을 담은 필살의 공격이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는 먼지 구름을 보고 있을 때 돌연 한줄기 빛이 태풍을 뚫고 솟아올랐다.

"승부다!"

투지를 불태우며 날아오른 상현의 검이 엑자일의 마검들과 충돌했다.

몸에 화상을 입었으며 군데군데 피가 베어나오고 있었지만 상현의 전투력은 전혀 줄어들줄을 몰랐다.

그에 대항해 엑자일도 지지않겠다는듯 맞섰다.

최상위 신들이 휘두르는 검의 충돌에 하늘이 갈라졌고 불벼락이 지상을 강타했다.

지도를 새로 그려야 할 정도의 격전, 충돌로 일어난 충격파로 능력자는 물론이고 신조차 그 중심에 접근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을 찢어발길 기세의 태풍속에서 오직 두 신만이 목숨을 걸고 움직일 수 있었다.

『에너지 버스트!』

마력의 성질을 변화시켜 최대한도의 증폭을 끌어낸 엑자일이 몸을 불사르며 돌진했다.

이번 공격이 승패를 가르리라는 것을 양쪽다 확신한 순간 상현의 검신에 속을 비치지 않는 어둠이 몰려들었다.

아직 이름도 붙이지 못한 자신의 마지막 기술, 순백의 어둠을 폭발시킨 상현이 검을 내려쳤다.

『사라져라!』

누구의 것인지 모를 강렬한 외침과 함께 힘과 힘이 충돌한다. 그렇게 전투는 고요한 침묵과 함께 종막을 맞이했다.

해가 지나고 눈이 녹기 시작했다. 가끔 찬 바람이 불긴 하지만 분명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마음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영문 모를 초록색 기둥, 대륙을 흔들 정도의 전투가 있었지만 인류의 삶은 크게 바뀐 것이 없었다.

그들은 여전히 괴수와 싸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이란 작은 나라에 위차한 양성소, 그곳의 운동장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정말 가야돼? 여기서 우리랑 같이 있자."

"미안."

스카디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한 여성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길고 부드러운 금발 머리칼, 아리스와 동화된 상현은 미안하다며 스카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상현의 마신과의 전쟁은 끝이 났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구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 웨일로서의 차원전쟁은 아직 해결할 문제가 남아있었다

"형. 가지마요."

재후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스카디의 옆에 서있었는데 다 큰 성인이 자신보다 한참이나 작은 여성에게 형이라고 부르는 것은 굉장히 어색하게만 여겨졌다.

"전쟁을 끝내고 다시 돌아올 거야."

운이 좋다면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죽기 전에 다시 얼굴을 볼 수 있으리라. 이들은 미약하게나마 신성을 이어받았고 훈련을 하면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수백 년은 거뜬히 살테니 7차원의 전쟁이 금방 끝이 난다면 얼마든지 다시 올 수 있었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그가 7차원으로 돌아가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엑자일과 전투를 치르고 나서 반 년 가까이 몸을 추스른 상현은 이제 충분히 차원의 벽을 넘을 수 있게된 것이다.

"오빠, 좋아해요."

꺽꺽 울면서 한솔이 매달리자 상현은 난감하다는 듯이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아리스가 여전히 자신의 안에 함께하고 있는데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녀는 감정의 표현이 매우 드문 편이기 때문에 별다른 내색은 없었지만 아마 유쾌한 기분은 아닐 것이라 생각됐다.

"고맙다."

종현의 인사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정말로 상현에게는 많은 것을 받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대원들 모두, 신들, 인류가 도움을 입었다.

비록 상현의 결정에 따라 마신과의 최종전은 베일에 감춰지게 됐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가시면 섭섭해서 어떡합니까."

딸 시집 보내는 것처럼 정석영이 훌쩍이고 있었다.

사실 그는 절대로 울지 않을 것처럼 보였는데 남성들 중 제일 많은 눈물을 보인 것이 정석영이었다. 눈물을 쏟아내는 정석영의 머리속에 상현과 함께 했던 위험한 고비들, 끔찍했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오래 사세요. 그래야 제가 다시 만나죠."

상현이 농담조로 말했다. 정석영은 다른 대원들과 달리 강화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백 년이나 더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아쉽습니다. 당신을 따라서 좀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싶었는데."

에딕손이 말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상현을 따라 차원을 넘겠다고 했지만 상현은 그들이 따라오는 것을 단호히 거절했다.

그들을 다 데리고 차원을 넘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 뿐더러 그들을 위험한 전장에 데리고 갈 생각은 없었다.

"열심히 수련해서 더 강해지면 그 때 찾아오세요."

중급 신 정도면 차원을 넘나들 수 있었고 상현은 대원들에게 어떻게 신성을 훈련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욱 강해질 수 있는지를 겨울 내내 가르쳤다.

대원 한명한명과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고 마지막 포옹차례가 된 것이 이수연이었다.

"수연 씨, 그동안 고생했어요."

그녀는 몹시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표정이었다. 그런 그녀의 왼쪽 어깨에는 작은 체구의 아이리가 끼룩 하고 울고 있었다.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호의를 베풀었던 인물이 그녀였기에 상현은 얼마 전 그녀에게 아이리를 맡겼다.

데리고 갈 수 없었기에 누군가는 맡아줘야 했는데 아이리에게는 주인을 확실히 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했다.

그렇게 선택된 것이 이수연이었다.

(처음엔 재후에게 맡기려 했으나 아이리는 남자의 손을 타는 것을 몹시나 싫어했다.)

"예전에 제가 병원에서 팀에 가입하겠다고 싸인했을 때요. 저하고 만난 적 없다고 하셨죠?"

"네."

3년도 더 전에, 그녀의 기억은 깨끗하게 지워졌다.

그녀가 자신과 만났던 일을 기억할 수 없음을 알고 있던 상현은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그의 대답에 수연의 눈에 한줄기 아쉬움의 빛이 스쳤다. 그러나 금새 회복한 그녀는 상현에게 다가갔다.

다른 대원들과 했던 것처럼 포옹을 하기 위해 상현이 두 팔을 벌리는 찰나 수연의 두 손이 상현의 볼을 잡더니 얼굴을 가까이 했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았다.

기습 키스에 상현은 깜짝 놀라 몸이 굳었고 주변에 있던 대원들이 헉소리와 악소리를 동시에 질렀다.

주변에 있던 몇몇 신들은 좋은 구경 했다며 휘파람을 불었지만 한솔은 무슨 짓이냐며 빽소리를 질렀다.

주변의 반응이 어떻건 신경 쓰지않고 수연이 상현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

"그거 아세요?"

"뭐, 뭐를요?"

"저 그동안 일기 자주 썼어요."

그녀의 말에 상현의 눈썹이 살짝 떨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천만원에 가까운 거금을 빌려준 사람은 없었는데요. 제가 이름 모를 좋은 사람에게 백만원을 빌려준 적은 있데요. 아마 대장님 같은 분이었겠죠?"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하하...."

어색하게 웃는 상현의 가녀린 몸을 당겨 이수연이 와락 끌어안았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꼭! 돌아오세요."

"네."

그녀의 진심이 전해받은 상현은 그저 돌아오겠다고만 답했다.

떠난다는 사실을 알린 적도 없는데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리에 나와있었고 작별인사를 하느라 상당한 시간이 소비됐다.

그러나 결국 떠날 시간은 다가왔고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상현이 게이트 위에 올라섰다.

"다음에 돌아올 때는 본래 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거에요."

아쉬워하는 대원들에게 상현은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게이트가 해방되며 마력의 회전을 시작했다. 푸른색의 빛들이 한데 어우러지더니 부드러운 차원 틈새가 주변으로 빛을 뿜어냈다.

초록색 빛의 기둥이 방위를 점하고 차원 좌표의 고정을 알리자 그가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고마워요! 다시 만나요."

누가 누구한테 할 소린지, 간섭의 영향으로 인해 더 이상 서로의 목소리가 닿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서로를 향해 목청껏 인사했다.

손을 흔들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서로의 모습을 완전히 볼 수 없을 때까지,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 동안이나 자리를 지키며 그들은 긴 인사를 나눴다.

『그러고 보면 네가 유일하네.』

상현은 자신의 옆구리에 들려있는 빛나는 병을 보며 말했다. 그 안엔 아라크네의 영혼이 은은한 빛을 뿜고 있었다. 새로운 여행에 기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한동안 그녀와 함께 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7차원에 가면 다른 최상급 신들의 도움을 받아 그녀에게 새로운 육체를 줄 수 있으리라.

뿐만 아니라 자신 역시 다시 몸을 되찾아야 했다.

'웨일님, 곧 7차원에 도착할 것 같아요.'

주변을 스치는 별무리들을 보며 상현은 감정이 고양되는 것을 느꼈다.

"자, 가볼까."

스스로에게 기합을 넣으며 상현이 말했다. 빛이 번쩍이며 그의 몸을 감쌌다. 차원전송이 완료되는 익숙한 기분, 그렇게 어둠의 기사는 성공적으로 차원을 넘었다.

그의 새로운 여행이 다시 시작된 참이었다.

============================ 작품 후기 ============================

환상현 : 근데 저 TS 언제 풀려요??

(나도 몰라...)

드디어...끝났슴다.

일일연재가 깨짐과 동시에 완결이라니...시원섭섭하면서도 암튼 기분이 묘합니다.

머리털 나고 처음 내는 완결이기도 합니다.

다크나이트레전드는 전에 후기에도 밝힌적 있다시피 완결을 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지름작입니다.

(지름작이니 설정도 엉성하고...엄청난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만...)

글을 쓰다보면 전개가 왜이렇게 고속도로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질질 끌면 도저히 제가 완결을 내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맨날 글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하다보니 어느날 문득 완결작품이 너무나 가지고 싶었습니다.

'아 지름작으로라도 휙휙 쓰면 가능하지 않을까. 퀄리티는 낮추고 폭풍 분량으로 빨리 완결 내봐야지.'

해서 시작한게 이 글이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글이 예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아서 쓰는 내내 기분 좋았습니다. 물론 제 생각대로만 진행되지 않아서 스트레스 받았던 적도 있지만 이제 그럴 일 없겠네요.

완결났으니까!

벌써 끝냐나고 아쉬워하실 분들이 몇분이나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이 뒤에 생각해놓은 이야기가 있긴 한데 아마 바로 쓸 것 같진 않습니다.

다시 작품을 쓰면 이번엔 제대로 준비해서 조금더 호흡도 적당하고 완성도 있는 글을 쓰고 싶어서요.

(참고로 말하자면 웨일은 엄청나게 구릅니다. 뒤지게 구를 시나리오입니다. 지구에서의 행복한 생활이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뭔가 두서없는 후기가 되어가고 있군요.

리리플!

드래곤음양사님 // 아라크네 빼고 아리스 넣은게 아니라 상현이 아리스의 몸으로 뿅 하고 들어갔습니다 ㅋㅋ

北岳님 // 네. 합체입니다!

해피데이★님 // 마지막편이라 연참이 안됩니다 죄송합니다 ㄷㄷ;

무한산성님 // 자주 댓글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으로님 // 댓글 감사합니다~

라크레님 // 합체!

어둠속의전설님 // 이렇게 안하면 저 평생 완결 못낼 것 같아서요 ㅜㅜ 다음번엔 더 길게 호흡 조절 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폭풍마선님 // 상현이 아리스고 아리스가 상현인 상황....

우르강님 // 완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ㅋㅋ 도중에 암도 몇 번 걸리시던데...

infe님 // 예!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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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3~4연참으로 시작됐던 페이스가 한달쯤 지나니까 붕괴하더군요.

느낀점은 4연참은 사람 할 짓이 아니라는거...

퀄리티를 높이고 하루 한 편 쓰는게 작가에게도 독자님들에게도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후반에 퀄리티 높은 글을 썼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만요 ㅜㅜ)

너무 길게는 아니지만 한달정도는 쉬고 싶은 기분입니다.

제 글은 어떠셨는지요.

명작은 못써도 적절한 킬링타임용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말이죠.

단순히 몇 시간 동안이라도 그럭저럭 재밌게 봐주셨다면 저는 그것으로 대만족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라며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차후에 새로운 작품이 시작하면 공지를 한편 더 올릴까 하지만...완결작을 선작으로 가지고 계시면 귀찮으실테니 지우셔도 됩니다!)

-p.s 그건 그렇고 결국 우성진 외전은 못썼군요...이름도 희미해진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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