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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배출하는 내 정액량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거의 중독이 된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나를 아는데, 나는 뭔가에 중독된 것처럼 미친 듯이 몰입을 하다가도 신선미가 떨어지면 곧 흥미를 잃고 떨어져 나가곤 했다.
그러니까 중독될 것 같다고 걱정하기 보다는, 관심이 갈 때 몰입해서 즐기고 빨리 싫증이 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보다가 멈춘 곳에서부터 다시 머슬 퀸의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머슬 퀸은 다리를 벌리고 스쿼트를 하다가 갑자기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화면 밖으로 사라진 시간이 꽤 길었지만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머슬 퀸이 사라진 시간이 그렇게 길 거라는 걸 알았으면 차분히 기다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머슬 퀸이 돌아왔을 때 손에는 딜도가 들려 있었다.
나는 여자가 딜도를 사용해서 자위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현실에서는 당연히 그럴 일이 없었고 야동을 통해서도 본 적이 없었다.
탄탄한 근육질 몸을 가진 여자가 스쿼트를 해서 올라붙은 엉덩이에 다리를 벌리고 토끼뜀 자세로 앉아서 그곳에 딜도를 밀어넣고 있었다.
“흐억!”
나는 도토리를 실컷 모아서 숨겼다가 그걸 그냥 다 내 주는 다람쥐처럼 그저 무기력하게 항복을 외쳤다.
레전드 영상이라고 감상평을 남겼던 녀석에게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고마운 마음과, 그 인류애에 대한 존경심이 솟구칠 정도였다.
머슬 퀸은 딜도로 자위를 하다가 긴 다리를 뻗어서 방만하게 카메라를 돌리고 꺼버렸다.
그건 꼭 따귀를 맞고 머리가 돌아간 것 같은 수치심을 들게 만들었고 나는 아쉬워서 영상을 앞으로 돌려 몇 번이나 다시 보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다음날. 헬스장에 왜 안 나오는 거냐는, 아는 형의 전화를 받고 마침 시간이 나기도 하고 등록을 해 놓고 나가지도 않은 게 아깝기도 해서 헬스장으로 향한 나는 거기에서 머슬 퀸을 만났다.
머슬 퀸은 개인 트레이너를 끼고 바벨 컬을 하고 있었다.
내가 그 여자를 유심히 보고 있었지만 내가 그 여자를 보는 걸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 헬스장에서는 그 여자를 보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다.
그 여자는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여자가 레그 익스텐션을 하러 자리로 옮겼을 때는 금세 그 주위의 머신들이 만원을 이루었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은 그 여자의 주위에서 운동을 하는 척 하면서 그 여자를 구경했다.
그 퍼레이드에 일찍 지친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많은 남자들이 수컷 냄새를 풍기면서 매력을 발산해 대고 있었지만 나는 수영에 이어서 머슬 퀸이 내 눈 앞에 나타난 것이 과연 우연인지를 생각하느라고 머리가 빠개질 지경이었다.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헬스장에 나오라고 성화였던 형은 먼발치에서 그 여자를 구경하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나하고 눈이 마주쳤지만 한 번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였다.
내가 조용히 데드 리프트를 시작했을 때였다.
“자세가 좋네요. 굉장히 인상적이예요. 이렇게 정석대로 운동하는 사람은 보기 힘든데.”
내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게 나한테 하는 말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고 무심하게 고개를 들렸다가 그 여자가 그곳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발견한 눈은 그 여자의 눈만이 아니었다.
경쟁에서 졌다는 것을 깨달은 수많은 수컷들의 질시어린 눈들이 전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내가 뭘! 내가 뭘 어쨌다고?!’
나는 그런 눈빛으로 그들을 한 번 바라보았다.
“힙의 반동으로 운동을 하시네요. 허리를 안 쓰고.”
머슬 퀸은 그냥 지나가다가 한 말이 아니었는지 구체적으로 상관을 해댔다.
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모르는 여자 앞에서 내 엉덩이를 넣었다 뺐다 하는 모습을 과시할 정도로 내 몸이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쉽게 운동을 이어가지 못하자 머슬 퀸이 웃으면서 사과했다.
자기 때문에 신경 쓰이는 모양이라고 하더니 운동이 언제 끝나냐고 물었다.
어느새 내 옆에 형이 와 있었다.
나를 헬스장으로 불러낸 형이었다.
형은 자기가 내 일행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글쎄요. 운동을 안 하다가 해서 그런지 오늘은 굉장히 힘이 드네요. 컨디션도 안 좋고. 일찍 끝낼 생각입니다만.”
“그럼 20분 후에 아래 커피숍에서 보는 건 어떨까요?”
머슬 퀸이 말했다.
몸캠에 나온 여자들은 나한테 커피숍에서 보자고 말하도록 최면이라도 걸려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내가 요즘 몰두하고 있는 소설에 그런 장면이 나왔다.
어떤 특정한 지역에 가면 그곳의 영향으로 최면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고 그걸 이용해서 한 사람이 최면을 건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나라 작가가 쓴 소설인데 나는 그것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것을 시험삼아 해 보는 중이었다.
그래서 그 순간에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둘이서만 얘기할 수 있는 거죠?”
머슬 퀸이 자기랑 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내 옆에 서서 얼쩡거리는 형이 신경쓰였던 모양이었다.
내가 형을 바라보자 형은 물론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나는 머슬 퀸과 커피숍에서 만나서 얘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머슬 퀸은 나하고 이해관계도 없었고 잘못 된다고 하더라도 내 생활에 지장을 줄 사람이 아니었기에 나는 머슬 퀸에게 몸캠 영상이 도는 것에 대해서 쉽게 말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에 그쪽 본 적 있어요.”
내가 말하자 머슬 퀸이 웃었다.
“나도 봤어요.”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우리가 녹음실이 있던 그 건물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아아.”
“약올랐어요? 나는 못 알아본 줄 알았는데.”
그 여자가 말했다.
우리는 그때까지도 통성명을 하지 않았다.
서로 이름을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던 것이다.
나는 그 여자를 보고 말했다.
“초면에 이런 말이 실례인 줄은 알지만.”
“우리 초면 아니잖아요.”
“네. 어쨌든.”
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식으로 말을 했다.
“그쪽을 본 게 그때 거기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그쪽 영상이 돌고 있더라고요. 영상 통해서 봤습니다.”
여자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몸캠…요.”
내가 말했다.
나는 그 여자를 위해서 말을 해 주는 건데 왜 내가 미안해지는 건지. 그걸 유포한 놈은 따로 있을 텐데.
여자가 못 알아먹는 것 같은 표정을 하길래 나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길 해 주었다.
결국 딜도 얘기도 나왔다.
여자의 눈에서 힘이 풀리더니 입이 벌어졌다.
그리고 나한테 그걸 보여달라고 말했다.
나는 음란물을 다운받은 사람도 처벌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내가 가지고 있던 파일을 보여주지는 않고 그 싸이트를 검색할 방법을 알려주려고 했다.
그리고 그때에야, 내가 봤던 그 글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이트가 막히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나는 결국 그 자리에서 머슬 퀸에게 몸캠 영상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내 말이 확실히 맞다고 몇 번 힘주어 말해주기는 했다.
머슬 퀸은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잠깐 만난 남자가 있었는데 그 남자가 줄기차게 요구해서 귀찮아서 그냥 응해준 거였다고 했다.
자기는 그게 유포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는 말도 이어졌다.
유포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기에 나는 그 말을 이해했다.
“조치를 취하는 게 좋을 것 같기는 해요.”
나는 다음에라도 한 번 검색을 해서 그 사이트를 찾아보라고 하고 내 기억을 더듬어서 알아내는 것처럼 하면서 사이트 주소를 알려주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들락거리다보니 주소는 자연스럽게 외워진 상태였다.
그 여자는 그 자리에서 바로 그 주소를 주소창에 입력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 여자는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보면서 그게 맞냐고 나한테 물었다.
주소는 정확하게 입력돼 있었다.
그런데도 웹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창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