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16화 (16/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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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오류

기분이 좋았다.

황홀하다기보다는 나른해지는 기분.

“집에 같이 갈까? 끝나고?”

어이없었지만 나는 그렇게 묻고 있었다.

“내가 거길 왜 가?”

냉정하게 돌아오는 대답.

하긴. 한 사람이라도 정신을 제대로 차리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머슬 퀸은 나에게 섹스 외의 것은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것 같았다.

나도 마찬가지기는 했지만 머슬 퀸도 그런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나는 절대로 너를 좋아하지 않겠지만 너는 나를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라는 심보인 건지 하여튼 그랬다.

머슬 퀸은 자기 배를 내 배에 딱 밀착을 했다.

그 사이에서 벌떡 일어선 내 페니스가 답답해하며 땀을 흘렸다.

머슬 퀸은 이제 내 귀두를 쓰다듬었다.

나는 머슬 퀸을 돌려세웠다.

“넣는다.”

나는 머슬 퀸의 엉덩이를 어루만지다가 뒤허벅지를 쓰다듬으면서 다리를 벽 쪽으로 들어 올렸다.

암벽 타는 자세가 된 머슬 퀸의 뒤에서 나는 천천히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여전히 꽉 물어오는 그곳.

이대로 싸면 정말 사람을 우습게 볼 것 같은데 많이 참아봐야 5분도 못 견딜 것 같았다.

“흐으으윽!”

다행히도 나보다 더 먼저 머슬 퀸이 굴복했다.

머슬 퀸은 내 페니스가 몸으로 들어가자 다리가 풀리는지 그대로 구부린 채 바닥에 엎드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말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나는 엄청난 속도로 뒤에서부터 머슬 퀸을 찧어댔다.

머슬 퀸은 너덜너덜해진 채 신음을 흘렸다.

우리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릴 것 같아서 나는 샤워기를 틀었다.

그 물줄기 아래에서 우리는 같이 젖어갔다.

피스톤질이 한동안 계속되면서 머슬 퀸은 나에게 매달렸다.

“조금만 더 조여봐. 갈수록 헐거워지잖아.”

그건 사실이 아니었지만 왠지 머슬 퀸을 모욕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헬스장에서 여왕벌처럼 군림하던 여자, 대표인 오빠에게도 대책없이 굴던 여자를 내가 농락하고 능욕하고 있다는 기분이 나에게 묘한 흥분감을 안겨 주었다.

나는 물을 잠그고 머슬 퀸의 어깨를 눌러 바닥에 꿇어앉혔다.

그리고 머슬 퀸의 턱을 잡고 얼굴에 정액을 쏟아부었다.

“흐으으읍!”

머슬 퀸은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머리와 얼굴에 정액이 쏟아져 내린 후였다.

나는 머슬 퀸의 얼굴에 묻은 정액을 손가락으로 훑어 머슬 퀸의 입속에 넣어 주었고 그 후에는 여운이 가신 페니스를 물려주었다.

머슬 퀸은 내 허벅지를 안은 채 부드럽게 그것을 빨아 주었다.

그 후로는 성실하게 샤워를 했다.

샴푸를 하고 헹궈내면서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각자 별 일 없었던 사람들처럼 샤워실에서 나왔다.

어차피 거기가 남자 샤워실이었기 때문에 내가 거기에서 나온다고 크게 이상하게 생각을 하거나 제지를 할 사람은 없을듯했다.

왜 일반 회원이 직원용 샤워실에서 나오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은 있겠지만 샤워실이 붐벼서 그런 거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밖에서 다시 만난 우리는 커피숍으로 향했다.

과일 쥬스를 시키고 머슬 퀸이 나를 향해서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뭔가 비밀스럽게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아예 가방을 치우고 머슬 퀸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그 얘기 해 줘서 고마웠다고요. 만나서 따졌더니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는 그냥 자기가 아는 사람이랑 개인적으로만 공유를 하기로 하고 보낸 거였는데 그 사람이 인터넷에 올린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머슬 퀸이 말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이 이제 이 지경까지 됐는데 자기는 그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한다고 면책이 되는 건 아니죠.”

“그렇죠. 나도 그렇게 확실히 말 해 놨어요. 근데 그 동영상. 어디에서 찾았어요?”

머슬 퀸이 물었다.

나는 사이트 주소를 다시 알려주었는데 이번에도 그곳에는 접속이 되지 않았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그런 몸캠 영상이라면 다른 곳에도 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머슬 퀸은 자기 동영상을 찾아보려고 온갖 검색어로 검색을 해 보고 야동의 성지를 다 돌아다녀 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는 말을 했다.

“그럴리가요. 이상하네요. 다운받은 사람이 다시 올려서 팔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죠. 나도 그 생각 했거든요.”

우리는 잠시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있었다.

“그 영상에 나오는 사람이 내가 확실히 맞아요?”

머슬 퀸이 마침내 그렇게 물었다.

나는 머슬 퀸의 영상을 마르고 닳도록 하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머슬 퀸이 영상 속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전부 외울 수도 있을 정도였다.

내가 얘기를 해 주자 머슬 퀸은, 확실히 자기가 맞기는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검색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비공개로 운영되는 카페에서만 유통되고 있는 건지도 모르죠.”

내가 말하자 머슬 퀸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덕분에 질 나쁜 남친을 제때 정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어요. 그래서 고마운 생각이 많이 들고요.”

머슬 퀸이 말했다.

“정 연이예요.”

“네?”

“내 이름요.”

“아아. 네.”

이름까지 알아야 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어쨌거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 이름은 안 알려줘요?”

“네.”

나는 간단하게 말했다.

“치. 그럼 나도 가명같은 거나 알려주고 말 걸 그랬네.”

머슬 퀸이, 나한테는 그 이름이 더 편하다,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애인이나 부인 있어요?”

“왜요?”

“없으면 나랑 섹스 파트너 해요. 있어도 하면 좋겠고.”

“벌써 외로워요?”

“외롭기도 하고. 내가 일하는 환경이 좀 그렇잖아요. 자극적인 장면도 많이 보게 되고 가끔 몸 좋은 훈남들이 와서 테크핏에 완전 짧은 옷 입고 운동하는 거 보면 엄청 꼴린다고요. 허벅지가 이따만 해가지고 고릴라처럼 걸으면서 엉덩이밑살 다 드러내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거 보면 나는 막 질질 흐르거든요.”

아. 어쩌면 말을 저렇게 저질스럽게 할까 하면서 나는 테이블 밑에서 발기가 돼 버렸다.

“노렸어요?”

민망해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물었더니 머슬 퀸은 웃으면서 왜 거기를 안 가리고 얼굴을 가리냐고 물었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테이블이 거의 투명해서 머슬 퀸에게는 내 상태가 그대로 보인 모양이었다.

“더 놀아주고 싶긴한데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야겠네요. 내일 나와요. 운동 시간 맞춰서 같이 하게요. 서로 보조 해 주면서 하면 좋잖아요.”

머슬 퀸이 일어나려고 들썩이면서 말했다.

“무슨 약속인데요?”

물어놓고 나서야,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친 새끼 만나기로 했어요. 내가 값나가는 선물을 한 게 있어서 그거 돌려받으려고요. 시계랑 반지 해 줬는데 가져다가 한강에 던지는 일이 있더라도 받아오려고요.”

하여간 성질이 보통은 아닌 사람 같았다.

나는 머슬 퀸이 일어나는 게 약간 아쉽기는 했지만 머슬 퀸을 보다가 그 뒤쪽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자랑 눈이 마주쳤는데 이상하게 눈에 익었다.

내가 아는 사람인가? 하면서 몇 초 정도 계속 바라보았고 그 여자도 나를 바라보았다.

내 시선을 피하지도 않고 계속 보는 걸 보면 아는 사람인가보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그 여자를 내가 어떻게 아는 건지 기억해 내려고 했다.

머슬 퀸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내가 가겠다고 하니까 벌써 다른 여자한테 추파던지는 거예요?”

“아뇨. 아는 사람 같아서요.”

“네. 다들 그렇게 말하죠.”

아, 왜 지랄인데. 피차 볼 일 끝났으면 가면 될 것이지. 자기가 먼저 가겠다고 했으면서.

내 눈이 사납게 치켜 올라갔는지 머슬 퀸은 꼬리를 내리고 대충 인사를 하고 나갔다.

귀여움 받으면서 막 자란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까지 건방지게 구는 건 절대로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

내 뭐라도 된 것처럼 틱틱거리는 건 더 못 참겠고.

그러다가 나는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건너편의 여자를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이 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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