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19화 (19/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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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강사

준영의 어머니에게는 자신의 외도를 들키지말아야 할 이유가 있었고, 내가 그 비밀을 지켜주는 대가로 내 빚을 갚아달라고 하면 준영의 어머니는 빚을 갚아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아버지는 나 때문에 힘들게 살 필요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5분 후에, 나는 준영의 어머니 전화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

“무릎을 펴야죠. 발목도요.”

젊은 남자 수영 강사의 손이 젊은 여자의 몸을 주물러 댔다.

수영을 배우는 젊은 여자는 도저히 모르겠다면서 까르르르 웃어댔다.

교대에 다니는 학생들이 떼를 지어 와서 수영을 배우고 있었다.

그 과정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속성으로 배울 수 있게 해 달라고 졸라대더니 강사를 아주 독점하고 있다고, 내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알려주었다.

아주머니들은 참 희한하다.

물어보지 않아도, 자기가 가진 정보량을 과시하고 싶어 죽을 것 같은지 어느새 내 옆에 와서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술술 털어놓고 있었다.

내 시선은 수영 강사의 손이 여자의 가슴과 어깨에 오가는 장면에 닿았다가, 멀리에서 그 모습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준영이 어머니에게로 이어졌다.

어젯밤.

나는 준영이 어머니에게 얘기를 하지 못했다.

신호가 한 번 가는 것을 듣고 나는 정신이 돌아온 듯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일 분이 채 못 돼서 준영이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전화를 바로 받지도 못하고 가슴이 쿵쾅거려서 전화기만 바라보다가 한참만에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전화 하셨었네요?”

준영이 어머니가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번호를 잘못 눌렀습니다. 주무시는데 방해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러셨구나. 아니예요. 선생님."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그런데 선생님. 준영이가 수학이 너무 어렵다는데 과외 시간을 좀 늘려야 할까봐요. 전처럼 하루 이틀 준영이랑 같이 주무시면서 준영이 좀 봐 주시면 안 될까요? 문제가 안 풀려서 그러는지 얘가 자꾸 짜증만 내는데 영 불안하네요.”

"준영이가요?"

"예."

"이상하네요.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전화를 하라고 했는데요. 수학 문제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라 다른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신경 쓰이는 일이 있다거나요."

"준영이가요? 준영이는 그런 문제 없어요, 선생님."

“그럼 제가 준영이랑 얘기해 보겠습니다.”

“되는 쪽으로 부탁드릴게요, 선생님. 선생님은 수학 말고 다른 과목도 다 되잖아요. 준영이가 좋아하는 것도 그 부분이고요. 아예 선생님한테 전 과목을 다 배우고 싶은 모양인데.”

"그건 다른 학생들 시간 때문에 바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학기 중에는 몰라도. 방학 동안에는 우리 준영이 좀 신경써 주세요, 선생님. 저희가 섭섭하게 해 드리지는 않잖아요. 애 아빠랑은, 선생님이 다른 학생들 정리하시고 준영이만 가르쳐도 될 수 있게 시간을 늘리는 거 생각하는 중이거든요."

"준영이랑 얘기해 보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말이 쌀쌀맞게 나왔다.

내가 하는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가 할 말만 무한 반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 모습 위로 수영의 모습이 겹쳤다.

준영의 어머니는, '되는 쪽으로 생각해 주세요.' 라는 말을 한 번 더 하고 전화를 끊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여기에 와 있다.

“수영은 힘으로 하는 게 아니예요. 힘을 뺄 줄 알아야 돼요.”

수영 강사는 여학생의 가슴과 어깨를 자연스럽게 만지면서 말했다.

가끔은 허벅지도 만지고 허벅지 사이 가랑이 부분에도 손이 스윽 들어갔다가 나왔다.

여학생이 못 버티고 고개를 들면 안는 자세를 취해주기도 했다.

물 속에서는 그 사람이 절대 강자인 듯했다.

수영 강사가 물 밖에서 걸어다닐 때는 여자들의 시선이 저절로 그에게로 고정되다시피 했다. 작은 삼각 수영복은, 그 재질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숨어있는 대물을 제대로 감추지 못하고 자꾸만 밀어내고 있었다.

검은 배렛나루가 배꼽까지 올라와 있었고 가슴에도 털이 많았다.

잘 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짐승처럼 힘이 세 보였다.

그 사람을 바라보면 왠지 자연스럽게 상상되는 장면 같은 게 있었다.

나는 준영이의 어머니와 그 사람이 어떤 관계라는 걸 알고서 그 사람을 보고 있는 거였기 때문에 특히나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옷과 머리 모양만 달라져도 사람은 많이 달라보인다.

수영모자에 수경을 쓰고 수영 팬티를 입고 수영을 하는 나를 준영의 어머니는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았다.

만약에 준영이의 어머니가 나를 알아보면 나는 대충, 내가 거기에 있는 이유를 말하려고 했지만 준영이의 어머니는 나를 알아보지도 못했고 수영 강사 이외의 사람에게는 관심을 갖지도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영강사는 이제 숨쉬는 법을 알려준다고 다른 학생을 가르치고 있었다.

팔에 귀를 딱 붙이고 위를 바라보라면서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자세는 여대생을 뒤에서 껴안는 자세가 되어 있었다.

가라앉지 않게 해 준답시고 가끔 여기저기를 만졌다.

수영 강사가 초급 레인에서 여대생들을 가르치는 동안 준영이의 어머니는 혼자서 대여섯 바퀴를 순식간에 돌고 와서 수영 강사를 바라보았다.

‘확실한 걸 잡자.’

내 머릿속에는 그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는 준영이의 어머니가 나오는 몸캠 영상이 있었지만 이 지랄맞은 파일이 또 재생이 안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생각한 것만큼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수영강사가 샤워를 하러 들어갔을 때 나는 준영의 어머니가 그곳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남자 샤워실을 이용하는 사람은 그 시간에 수영 강사 뿐이었다.

준영의 어머니가 따라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는 몸을 숨긴 채 두 사람이 하는 말을 들었다.

휘트니스 센터의 샤워실과 크게 다를 것도 없는 구조였기에 나름대로 대담하게 굴었다.

“내가 보는 거 알고 일부러 그런 거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준영이의 어머니였다.

“누가? 내가?”

그 목소리 역시 익숙했다.

수영강사의 목소리였다.

“여자애들 가슴을 주무르고 난리가 났던데? 젊은 것들 몸 보니까 미칠 것 같디? 허벅지도 만지고 아예 다리 안쪽도 깊이 만지던데? 애들이 맹하니까 그렇지 너 그러다가 고소당해. 정신 차려!”

“왜 이래애. 나한테는 자기밖에 없는 거 알면서.”

수영 강사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능숙하게 받아쳤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닌 것 같았다.

“말만 항상 번지르르 하지.”

“누나, 정말로 나 못 믿어서 이러는 거야? 아니잖아. 누가 누나처럼 나를 잘 알겠어. 누가 누나처럼 이렇게 잘 조여주냐고. 어린 애들은 기술이 없어서 맛이 없어. 근데 누나는 이렇게 확 물어서 조여주잖아.”

“흡! 왜 이래. 누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누가 들어올 걸 무서워하는 사람이 지금 여기에 와 있는 거야?”

“그만해!”

“조용히 하고 나 나가고 나서 비상계단으로 와. 나는 거기에서 하는 게 스릴있고 좋더라.”

“…….”

덕분에 나는 두 사람의 다음 목적지를 미리 알 수 있었고 들키기 전에 가서 기다리고 있을 수가 있었다.

두 사람이 나누는 얘기도 이미 녹음이 돼 있었지만 아예 확실한 영상을 챙기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상 계단으로 가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비상문을 열고 먼저 나온 사람은 준영이의 어머니였다.

나는 위쪽 계단에 올라가 있었다.

설마 했지만 정말로 준영의 어머니가 나왔고, 준영의 어머니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수영 강사가 나왔다.

수영 강사는 그 사이에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온 모습이었다.

수영 팬티만 입고 돌아다닐 때와는 달라 보였다.

준영의 어머니가 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고 수영 강사는 준영의 어머니에게 다가가 준영의 어머니를 돌려 세웠다.

“역시나 오늘도 노팬티네? 누나. 이러다가 다른 사람들한테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여길 누가 본다고 그러니?”

준영의 어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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