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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강사
“내가. 보지. 요.”
“장난하고 있어!”
“에에에에이. 우리 누나 아직도 화났나보네. 누나. 그 새파란 애들을 내가 뭐라고 생각하겠어. 그냥 샛병아리 같은 애들인데. 아. 누나 딸이랑 나이가 같겠다. 내가 그런 애들한테 한 눈 팔겠어? 나한테는 누나밖에 없어. 그러니까 화내지마. 응?”
“흡!”
스커트가 허리 위로 걷어 올려지고 수영 강사가 지퍼만 대충 내리는 것 같더니 그 다음에 바로 그런 소리가 나왔다.
나는 줌을 당겼다.
“왜 이래애.”
“왜 이러는지 아시면서. 누나가 먼저 냄새 풍기면서 내 주위에서 얼쩡거렸잖아. 누나가 원했던 거면서. 내숭은.”
수영 강사는 준영이 어머니의 등을 눌러서 밀었다.
준영이 어머니의 몸은 이제 거의 기역자로 꺾여 있었다.
“하아. 이 귀여운 보X. 여기에 이런 보물이 숨겨 있는 걸 사람들이 알까? 얼굴은 제법 예쁘지만 그래도 한물 간 아줌만 줄 알테지? 응? 누나. 누나 여기가 누나 딸꺼보다 누나가 더 쫄깃할 것 같아.”
“너! 내가 전에도 말했지. 한 번만 더 그런 말 하면 가만히 안 둔다고!”
준영의 어머니가 화를 내며 돌아서려고 했지만 수영 강사는 장난이었다면서 그대로 준영이 어머니의 등을 눌러버렸다.
“누나. 누나 앙칼진 거. 가끔은 귀여운데 자꾸 그러면 짜증나. 누나도 그랬잖아. 나랑 헤어지면 아무한테도 만족 못한다고. 그러니까 적당히 하자. 누나. 박아줄 때 적당히 고마워하고 적당히 울어대라고. 내가 누나 딸을 어떻게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래? 이상한 누나야.”
나는 이제 녀석의 얼굴을 확대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수영 강사의 얼굴이 쾌락에 들떠 고개가 뒤로 젖혀지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녀석의 눈이 떠졌다.
그 눈은 어둠 속에서 뭔가를 발견한 듯 깜짝 놀라더니 준영이 어머니의 허리를 잡은 채 얼어붙은 듯 멈춰섰다.
“누, 누구 있어요? 거기 누구예요!”
그가 말하자 준영의 어머니가 깜짝놀라며 허겁지겁 스커트를 내렸다.
나는 도망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구차하게 협박을 할 필요도 없이 일이 쉬워지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녹화 버튼을 끄지 않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
준영이 어머니가 얼마나 놀랐는지는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박다가 놀라면 질 경련인가 그런 거 온다던데 괜찮으세요? 둘이 박힌 채로 응급실에 실려가면 안 되잖아요. 뭘 그렇게 놀라세요? 드릴 말씀 있어서 기다렸던 것 뿐이었는데. 천천히 일 마치고 나오세요. 주차장에서 기다릴게요. 어차피 준영이 과외 시간 돼서 거기 가야 되니까 같이 타고 가도 되죠?”
나는 그대로 그곳을 나가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준영의 어머니가 곧바로 내 뒤를 따라왔다.
“서, 서, 선, 선생님!”
준영의 어머니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운전하기 힘드실 것 같네요. 운전은 제가 할까요?”
나는 열쇠를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준영의 어머니는 벌벌 떨면서 열쇠를 건넸다.
“우연히 봤지만 그걸 가지고 괴롭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저희 엄마도 그랬다고요. 저희 엄마도 그런데 뭐. 제가 다른 사람 욕할 처지가 안 되잖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동안 수영 강사가 나와서 우리 뒤를 멍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게 보였다.
"아. 어제 전화로 말씀하셨던 거 있잖아요. 그거. 할게요. 과외요. 근데 돈을 많이 올려 주셔야 돼요.”
준영이 어머니는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몰라서 잔뜩 얼어버린 것 같았다.
“지금 받던 게 일주일 다섯 시간에 350이니까 2천으로 맞추면 어떨까요?”
“이… 이천요?”
“네. 준영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매 달요.”
“준영이… 아빠가 허락할지는…. 그 정도면 우리한테도 부담되는 금액인데.”
“그럼 600정도라고 말을 하고 나머지는 어머님이 맞춰주시면 되겠네요. 백화점 가는 거 줄이고 쓸데없는 건 팔고 그러세요. 그러면 되겠네요.”
준영의 어머니는 그게 내 제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듣는 눈치였다. 자기한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말씀을 해 주셔야 저도 다른 애들 과외 시간을 조절하죠, 어머니.”
내가 말했다.
“네….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어제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거요. 그게 좋을 것 같기도 해요. 준영이가 마음 못 잡으면 안 되니까요. 지금 선행 학습을 하는데 지금 들어간 부분이 좀 어렵거든요. 아무래도 준영이가 혼자 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러다가 포기하게 될 수도 있고요. 애들이 공부를 포기하게 되는 부분이 그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제가 집으로 들어갈게요. 방 하나 남는 거 있잖아요. 그렇죠, 어머니?”
“네….”
“아버님도 지사 때문에 지방에 계시는 일이 많아질 거라면서요.”
“네….”
“내년 복학할 때까지는 준영이한테 올인을 해 볼게요. 지금 제가 사는데가 계약 만료가 다 돼 가거든요. 재계약 안 하겠다고 주인한테 말할게요.”
“네. 그러세요.”
준영의 어머니는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는 하고 대답을 하는 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오피스텔 얻어주신다면서요. 준영이가 그러던데.”
내가 말했다.
“네. 그건 애들 아빠가 한 말이예요.”
“조금만 더 보태면 살 수 있잖아요. 그렇죠, 어머니?”
“사…달라고요? 애 아빠는 그냥 투자 목적으로 우리가 사서 거기에서 보증금이랑 월세 없이 사시라고 한 건데….”
“네. 그건 아버님 생각이고요. 어머님 생각은 이제부터 좀 달라질 것 같아서요.”
“…….”
“그리고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한데 석달치 과외비는 오늘 한꺼번에 받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런 저런 이유로 빚이 좀 있는 거 아시죠?”
준영의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잘 알아들으시니까 편하네요.”
우리는 집 앞에 도착했고 나는 주차를 맡기고 먼저 집으로 들어갔다.
준영이는 살 게 있다고 잠깐 밖에 나갔다고 했고 집에는 수영 뿐이었다.
수영이 내 눈치를 살피면서 내 주변을 얼쩡거렸다.
“왜? 할 말 있어?”
“……. 미안해요.”
수영이 말했다.
오히려 수영에게 기대하는 게 없었기에 나는 수영의 사과를 쉽게 받아들일 수가 있었다.
내가 데리고 살아야 되는 애라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 가며서 가르치고 설득을 하고 이해를 시켜야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나는 고개를 끄더였다.
수영은 내 화가 풀린 건가 하면서 내 표정을 살폈다.
“나도 잘못한 건 있으니까. 그래. 서로 잘못했으니까 서로 사과하자. 나도 미안해. 너하고 약속한 거 잊어버려서 미안하고 과잠바 입고 가기로 한 거. 너한테는 중요한 문제여서 나한테 미리 말을 했던 거였을 텐데 그걸 잊어버린 거 미안해.”
“…….”
수영은 살짝 감동받은 눈치였다.
처음에는 얘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모르겠더니 몇 번 하다보니 이제 언제 어떻게 해 줘야 되는 건지 알 것도 같았다.
“대신에 오빠가 언제 한 번 과잠 입고 너희 학교에 너 보러 갈게.”
“정말요?”
수영이 감격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수영에게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였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언제…. 오실 건데요? 미리 말해 두게요.”
“언제가 좋은데? 네 시간에 맞춰서 가야지. 공강 있는 날로.”
“내일요. 내일이 좋긴 한데. 너무 갑작스럽죠? 오빠도 스케쥴이 빡빡할 텐데.”
언제부터 수영이 이렇게 배려심 넘치는 애였다고?
한 번 화를 냈더니 그 후로 혼자서 생각을 많이 했던 모양이었다.
“수영아.”
“네?”
“나. 여기 와서 살게 될지 모르는데.”
“정말요?”
수영의 눈에 희망이 막 가득 고였다.
“좋아? 불편하지 않겠어? 준영이 때문에 들어오기로 했거든.”
“오빠. 그럼 저 토익 공부 하는 것도 좀 봐 줄 수 있어요? 혹시 토익 시험도 본 적 있어요?”
“봤지. 매달 봤었는데?”
“토익 몇 점 정도 나와요?”
“별로 안 틀려. 900점 후반.”
수영은 기가 죽은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그럼 이제부터는 자기 토익 과외도 맡아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