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 ----------------------------------------------
앗싸!
여자는 어느덧 두 다리로 내 허리를 감고 있었다.
하다보니 느는 건지.
자기 몸으로 남자를 어떻게 기분 좋게 해 줄 수 있는지 하나하나 터득을 해 나가는 것 같았다.
벽에 걸린 시계가 촉박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아쉬운 마음을 느꼈다.
나는 여자에게 오르가즘을 선사하고 싶었고, 여자의 숨소리를 통해서 여자의 절정의 순간이 거의 다가온 것을 알고 전력으로 그 안에서 깊게 박아주었다.
“흐으으으읏!!”
여자는 내 목에 매달렸다가 내 어깨를 두 손으로 꽉 잡았다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어가면서 온몸을 비틀어대더니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흐아아아앙!!”
여자에게서 기대하지 않았던 격정적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여자는 내 품 안에서 잠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매달려 있었다.
그러다가 부끄러운 듯, 붉어진 얼굴을 하고 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귀여워.”
나는 여자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한 번 훑어주고는 사정을 위해 마지막 스퍼트를 했다.
내 강렬한 피스톤질에 여자의 몸이 한참이나 위로 올라가서 나중에는 싱크대 밑에 여자의 머리가 쿵쿵 찧게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나는 여자의 발목을 잡아 주욱 끌어 당겨 다시 피스톤질을 했다.
여자는 ‘좋음’이라는 것의 한계를 넘어선 것처럼 어쩔 줄 몰라했다.
내가 사정을 하기 직전에 여자는 한 번 더 오르가즘을 느꼈다.
“으으으으윽!!”
굉장히 희한한 소리를 내면서.
나는 여자의 안에서 맑은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았다.
거미줄에 맺힌 이슬처럼 영롱한 액체였다.
나는 그것을 손가락에 묻혔다.
애액과는 다르게 투명했다.
여자는 완전히 만족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진짜 아쉽네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여자가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여자의 몸 안에는 내 분신이 들어 있었다.
여자는 내 분신이 그 안에서 불뚝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거기에 힘을 주어 조여댔다.
“흐윽!”
결국 내가 먼저 항복을 했다.
사정 후에 급히 쪼그라든 페니스가 그 안에서 버티지 못하고 밀려 나왔다.
“자. 우유 먹었으니까 우선은 이걸로 힘 내서 짐싸봐.”
“짜장면은요?”
“없어.”
그렇게 말하고 짜장면을 시키려고 전화를 걸려고 하자 여자가 일어서며 고개를 저었다.
“가서 씻어야겠어요. 그리고 내가 할 건 거의 다 했고요.”
그릇은 이제 몇 개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정말 그렇게 할 거냐며 아쉬워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기는 했지만 나는 빨리 사이트에 접속해서 화장지가 새로 생겼는지 확인하고 싶었기에 붙잡지 않았다.
대신 내 창가를 계속 지켜왔던 다육이 두 개를 분양해 주었다.
“물 주는 거 신경 안 써도 꿋꿋하게 잘 사는 녀석이니까 귀여워해줘.”
여자는 다육이 화분을 들고 돌아갔다.
나는 문을 닫자마자 사이트에 접속했다.
내 얼굴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웃음이 떠올랐다.
앗싸아!
***
준영은 나에게 기분이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일찍 와서 짐 싸는 걸 도와주고 싶었는데 담임이 종례를 하러 오지 않아서 40분을 기다렸다고 투덜거렸다.
“괜찮아. 잘 끝냈어.”
내가 말했다.
“선생님. 정말 좋은 일 있으세요?”
“응.”
화장지 세 개가 새로 생겨난 것에 대해서 정확히 말해 줄 수는 없었지만 좋은 일이 있다는 것 정도로는 말을 해 줄 수 있었다.
드라이버를 빌려준 여자가 돌아가고 곧바로 사이트에 접속해 확인한 나는 화장지 한 개가 생겨난 것을 보고, 화장지를 얻는 방법이 그거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래서 아예 문을 열어놓고 나, 이사간다고 광고를 했다.
한 여자가 복도를 지나가다가 다시 돌아오더니 혹시 이사가시냐고 물었다.
친해지고 싶었는데 친해질 기회도 없이 가시네요, 라고 하더니 자기 집에 가서 음료수를 가지고 왔다.
그렇게 우리 집 식탁에 앉아서 같이 음료수를 마시다가 내가 먼저 분위기를 잡았다.
내가 문을 닫고 오는데도 별 다르게 경계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나는 여자에게 다가갔고 식탁 위에 올려진 여자의 손 옆에 내 손을 두었다.
그리고 몇 초 정도 시간을 들여 손가락에 손을 댔고 천천히 손등에 손을 올렸다.
그 후에 키스로 이어졌어도 여자는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 여자는 처녀가 아니었다.
하지만 기교도 좋았고, 드라이버를 빌려준 여자보다 얼굴도 예뻤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마음가짐으로 사는 사람인지, 속옷도 근사했다.
여러 가지로 기분이 좋았다.
“선생님?”
망상 중에 얼굴에 웃음까지 지어졌는지, 준영이가 나를 불렀다.
“어? 어어. 왜?”
“제가 한 얘기 못 들으셨어요?”
준영이가 뾰로퉁하게 물었다.
“왜? 뭐라고 했는데?”
“오늘 제가 뭘 해야 되냐고요.”
“그건 네가 알아서 하는 거지. 내가 말해주는 건 좀 그렇지 않아? 그냥 네가 해 보고 싶었던 거. 그 누나가 아마 받아줄 거니까 해 보라고. 키스나 가슴을 주무르는 거나.”
“거기까지밖에 안 돼요?”
준영이가 맹랑하게 말했다.
“나머지는 두 분이서 알아서 하셔. 내가 포주냐? 내 몸도 아닌 걸 가지고 이렇게 해도 된다, 저렇게 해도 된다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잖아.”
“가슴까지는 확실히 된대요?”
“네 얼굴 보고 영 매력이 안 느껴지면 그것도 안 될 수도 있겠지. 그러면 뭐. 손목이 부러지기밖에 더 하겠냐?”
“네?”
준영이는 정말로 걱정을 하는 것 같았다.
"아냐. 아마 그 정도는 봐줄 거야. 좋은 누나야."
"선생님 여자친구예요?"
"내가 미쳤냐? 여자친구면 내가 너한테 빌려주겠냐?"
“그래서 이상하다 했어요. 아참. 선생님. 아빠한테서 전화 왔었는데요. 선생님이 집으로 들어와서 과외를 해 주기로 하셨다고 하니까 차 사 주시겠대요.”
“어?”
나는 너무 순진한 준영이네 아버지가 늑대한테 간이랑 쓸개까지 다 빼주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그 얘기를 듣고 그다지 반갑지가 않았다.
“좋아하시기만 할 건 아니고요.”
준영이가 말했다.
내 얼굴이 어딜 봐서 좋아하는 얼굴이라는 건지.
“아빠는, 이제 제가 등하교 시간도 절약을 해야 한다고 하시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이 혹시 등하교를 시켜줄 수 있겠는지 물으시더라고요. 그것만 가능하다고 하면 차를 사 주시겠대요.”
“뭐. 어려운 일은 아니지. 맞는 말씀이기도 하고. 근데 엄마도 차 있지 않아? 그거 타고 너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하면 될 것 같은데?”
“그건 엄마꺼고요. 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선생님이 저, 등하교 시켜 주면 그 차는 선생님이 갖는 걸로 하고 말씀드려보라고 하시던데요.”
“뭐야. 소유권 유보부 증여같은 건가?”
“그런 건 모르고요.”
“……. 어머니도 찬성하셨어?”
“엄마가 더 적극적이예요. 엄마는, 누나가 많이 늦는 날 택시 타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하면서 걱정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날 선생님한테 부탁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엄마가 누나에 대해서 걱정이 너무 많기는 한데 어쩔 수가 없어요. 누나 고등학생때 납치를 당할뻔한 적이 있어서요.”
“그런 일이 있었어?”
“네. 어두워서 누나가 못 생긴 걸 잘 못 봤나봐요.”
준영이 농담을 하고 웃었다.
준영이 어머니와의 사이에 오간 밀약도 있었고 미리 받기로 한 돈도 전부 입금이 된 걸 확인한 상태였기 때문에 차를 나한테 넘겨주지 않고 그냥 봉사를 하라고 해도 기쁜 마음으로 해 줄 수도 있는 터였다.
그래서 나는 흔쾌히 그러마고 말했다.
애들 태우고 다닐 차니까 경차는 아니겠고 대충 국산 중형 중고차 정도일 거라고 예상하면서, 그 정도면 1년 넘는 시간동안 등하교 시켜준 값으로 받아도 미안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차는 이번에 아빠 올라오시면서 아빠가 직접 가져오신대요.”
“응. 근데 너희 부모님. 사람을 진짜 알차게 잘 사용하신다.”
나름 뼈가 있는 말이었지만 준영이는 칭찬이라고 생각했는지 하하하하 하고 순진하게 웃고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