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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이 씻어 먹기
내가 왜 술 취한 여자애를 안고 이러고 있어야 되는 건지.
수영은 아예 내 목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꺼이꺼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이럴 때 상상할 수 있는 건 수영의 남자친구와 선배 정도?
다른 애들의 적대적인 태도를 봤을 때 선배한테 덤볐다가 혼이 난 걸까?
수영은 정신을 못 차릴 것 같아서 옆에 서 있는 애를 바라보고 물었다.
“우리 수영이 왜 이래요? 안 좋은 일 있었습니까?”
‘우리’ 수영이라고 한 건, 비참해진 수영이 기를 살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였는데 지들끼리, ‘우리 수영이래, 우리 수영이래.’ 하고 난리가 났다.
내 질문을 받은 아이가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한 여자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기에 거기에 나를 아는 사람이 있나 해서 보니 미호였다.
“어. 미호씨네요? 미호씨도 같이 있었어요?”
“저는 나중에 왔는데….”
미호는 약간 난처해 하는 표정을 보이더니 이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수영이가 최근에 남자 친구랑 헤어졌잖아요. 그러고나서 3학년 선배가 수영이한테 사귀자고 한 모양이예요. 그 선배가 같은 과 여자 동기랑 사귀고 있었는데 수영이한테는 헤어졌다고 했나봐요. 수영이도 아직 확실히 마음을 정하지는 못하고 몇 번 식사나 같이 하고 도서관에서 서로 자리도 맡아주고 그랬나본데 그걸 3학년 선배가 안 거예요. 수영이한테 대쉬한 선배 여자친구가요. 우리 과는 그게 좀 심하거든요. 선배한테 찍히면 학교 생활이 힘들어져요. 그 남자 선배는 나서주지도 않고 수영이가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한 모양이고요. 오늘 그 선배 여자친구인 선배가 애들을 다 불렀어요. 그리고 애들 보는데서 수영이를 때렸대요. 자기 남친 꼬셨다고요. 수영이는 억울한 면이 있을 거예요. 제가 수영이랑 친하지는 않은데 수영이랑 친한 애랑 기숙사 룸메여서 그 상황을 좀 알고 있었거든요.”
미호가 차분하면서도 빠른 말투로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왜 이 녀석은 나쁜 남자들한테 쉽게 빠져들고 쉽게 눈에 띄고 자꾸 상처를 입는 걸까.
하긴.
나는 내가 처음 수영의 몸캠 영상을 봤을 때를 떠올렸다.
수영을 봤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수영은 유색 보석 같았다.
갖고 싶은 화려한 보석.
하지만 금방 질릴 수도 있었다.
정작 수영은 변하지 않지만 수영에게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은 그 색깔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될 수가 있는 것이다.
비싼 값을 주고 사서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처럼.
미호는 자기 손수건을 꺼내 수영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으흐흐흑, 미호, 선배애애애. 흑흑흑흑.”
술을 마시면 잘 우는 스타일인지. 아니면 그동안 쌓인 게 많았던 거였는지.
밝고 활달해서 학교 생활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더니 별로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고맙습니다. 수영이는 제가 데리고 갈게요.”
미호에게 인사를 했더니 미호도 단정하게 인사를 했다.
미호가 수영을 부축해 일으키려고 했지만 수영은 고집을 부리고 미호의 손길을 뿌리쳤다.
미호는 무안해 하면서 갈 길을 가버렸다.
나는 수영의 앞에 앉았다.
수영은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보니 허벅지가 드러날 지경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요기를 하면서 집요하게 수영을 바라보며 지나갔다.
“수영아. 조금 더 있다가 갈 거야?”
“응.”
말은 알아듣는지 대답은 한다.
나는 잠바를 벗어서 수영의 허벅지를 덮어 주었다.
“우선 차에 타자.”
“싫어요. 토할 것 같아요.”
“등 두드려 줘?”
“아뇨.”
그러고는 다시 또 흑흑흑흑 울어댔다.
“그래애. 꼴리면 타. 오빠가 그때까지 기다려 줄게. 어깨에다 머리 기대.”
아예 수영의 옆에 앉아서 수영의 머리를 내 어깨로 끌었더니 수영은 순순히 머리를 기대왔다.
“나는 왜 이렇게 바보같을까요.”
수영이 말했다.
술냄새 쩌는 입으로.
나는 웃음이 나왔다.
“바보같아서 그런 게 아니야. 순수해서 그러는 거지. 그렇게 막 부딪치고 다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단단해져 있겠지. 이런 일로 아프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그렇게 변해있겠지.”
“정말 그럴까요?”
“내가 점쟁이냐? 그걸 어떻게 아냐, 바보야?”
“으허어어어어엉!”
술 취한 애를 데리고 장난하는 게 아니었는데.
수영은 아예 곡을 하는 것처럼 큰 소리로 울어댔다.
여자들은 좋은 구경을 하는 것처럼 어디로 가지도 않고 거기에 서 있었다.
옆에서 들리던 수영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변하고 편안하게 들려서 돌아보니 어느새 수영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수영을 안아들고 차에 태웠다.
수영을 데리고 집에 가자 수영의 어머니는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면서 자기가 수영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하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맙소사.
덕분에 수영을 씻기는 일이 고스란히 내 몫으로 돌아와 버린 것이다.
내 현재의 포지션을 가만히 살펴보면, 사모님의 꼬리를 잡아서 영악하게 굴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결국은 이 집안의 궂은 일 처리전담을 하게 된 노예인 것 같은….
스윽. 눈물.
준영이는 자다가 나와서 나한테 오셨냐고 인사를 하더니 그대로 가서 자는 것 같고.
나는 이 아가씨의 옷에 묻은 토사물을 보면서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욕실 앞에 수영을 세워두고 옷을 벗겼다.
준영의 어머니는 나에게 복수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 내가 말 못한다고 내 앞에서 수영이랑 그랬지? 서로 볼 꼴, 못 볼 꼴 다 본 사인데 네가 씻겨!’
그런 마음이려나?
몸도 못 가누고 자꾸 누우려고만 하는 수영을 욕조에 구겨 넣고 머리에 물줄기를 뿌리면서 씻기는데 그 와중에도 수영은 자꾸만 욕조 바닥에 누웠다. 이래서 술 취한 인간이랑은 상종을 하지 말아야 되는 건데.
결국 나도 옷을 전부 벗고 안으로 들어가 수영의 몸을 나한테 기대게 하고 수영의 머리를 감겨 주고 몸에 비누칠을 해 주었다.
팬티는 입고 있었지만 밖에서는 그런 게 보이지도 않을 것이고.
소변을 보러 온 준영이를 봤을 때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그러나 준영이는 반쯤 감긴 눈을 다 뜨지 않고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더니 뭐하시냐고 물었다.
“뭐하는 것 같냐!”
“누나 씻겨줘요?”
“그래!”
“왜 엄마가 안 하고요?”
“나도 궁금하다. 좀 여쭤봐줘라.”
준영이가 씨이익 웃었다.
“나는 아래 입고 있어. 몸 못 가누고 자꾸 넘어져서 들어와서 씻겨주는 거야. 이러고 자면 안 되잖아.”
내가 말했다.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안 궁금해요.”
쫄쫄쫄 거리면서 오줌을 한참을 싸더니, ‘선생님 파이팅!’이라고 외치고는 그대로 제 방으로 돌아갔다.
우리가 그런 사이라는 걸 준영이도 눈치채고 있었던 건가?
하긴. 진한 정액 냄새를 감쪽같이 숨겼다고 생각해왔던 건 나만의 착각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씻기는 김에 얼굴도 씻겨주고 양치까지 해 주었다.
“에에 해 봐. 에에. 혓바닥도 닦아야지.”
“하아아이. 진짜 졸라 귀찮게 구네!”
수영이 짜증을 부렸다.
“혓바닥 내밀 때까지 졸라 귀찮게 굴 거니까 빨리 혓바닥이나 내밀어.”
“에에에에에에에에에~~~~~~!!”
혓바닥을 칫솔로 박박 닦아주고 물로 헹구라고 했더니 뱉어내는 폼새도 시원치 않았다.
실컷 씻겨 놓은 제 몸 위로 페, 하고 뱉는 바람에 몸을 다시 헹궈내야 했다.
“자. 다 됐다. 나가자. 내가 과외 선생인지 이 집 노옌지 모르겠네.”
그때까지도 몸을 못 가누는 수영에게 옷을 입히는 건 포기하고 대충 머리의 물기만 수건으로 털어내고 커다란 타올로 몸을 감은 채 수영의 방으로 데려갔다.
수영은 드디어 누울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아, 진짜 졸라 집요해. 술 취했는데 그냥 좀 자면 어떻다고!”
수영이 끝까지 저 잘났다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이 아가씨야. 하이구. 아까 그 꼴을 사진으로 찍어 놨어야 되는데. 옷 뭐 입을 거야.”
“아. 몰라. 옷 안 입고 자요.”
수영은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가서 춥다는 말만 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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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셨으면 쿠폰 좀 주세요.ㅋ 제가 원래 이런 거 안 쓰는데 남은 사흘 동안 조금만 잘 하면 120-100에 들어서 100만원 받을 것 같아서. 네~ 거지 맞습니다~ 아린솔님. 쿠폰 감사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