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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웹 MK-38화 (38/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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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키?

나는 아버지의 사진을 전부 보내주었다.

답이 한 동안 안 왔다.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장면이 상상됐다.

과장님은, 뭐가 좋은지 알려달라는 내 말은 벌써 잊어버리고 책상 위에서 턱을 괴고 아빠 사진을 계속 구경하고 있는 거다.

[뭐가 좋아요?]

그렇게 보냈을 때에야 답이 돌아왔다.

[다 좋은데 어두운 계열이 더 잘 어울리시는 것 같다. 나한테 다섯 번째 사진이랑 분위기 비슷한 옷 있는데. 나도 그거 입고 갈까? 나란히 그렇게 입으면 커플 룩 같겠다. 그렇게 입고 가서 깜짝 놀란 것처럼 하면서 이건 운명인가보다고 드립치면 개수작 같아 보일까?]

[좋은 생각 같은데요? 아버지는 아마 다른 거 사셨을 텐데 그걸로 바꾸시라고 할게요.]

[굿. 역시 노는 인력이 옆에 있으니까 편하네.]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하는 법이 없다.

그래도 아웅다웅할 시간이 없었다.

빨리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전해드려야 했으므로.

아버지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옷을 교환했다.

드디어 두 분이 만나는 날.

아침부터 괜히 내가 더 들뜨고 설레서 몇 번이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서 빠뜨린 거 없이 전부 다 제대로 챙겼는지를 묻고, 혹시 모르니까 콘돔도 꼭 챙기시라고 하자 아버지는 말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두 분의 만남의 결과가 어땠는지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는데도 두 분 모두 대답을 얼버무렸고 주말마다 만나기로 했다는 말을 했을 뿐이었다.

한 주가 더 지났을 때는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몇 음이 높아졌고 평소보다 말을 많이 하고 평소보다 많이 웃는 것을 봤을 때 결론은 하나였다.

‘했네. 했어.’

어쨌건 나는 아버지가 행복해하는 걸 느끼면서 만족스러웠다.

아버지는 하던 일들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오기로 했고 나는 아버지가 오면 머물 집을 구하려고 했는데 아버지는 그걸 은 과장님이 처리해 주기로 했다면서 내 도움을 거절했다.

뭔가 기분이 묘했다.

딸 시집 보내는 기분?

그건 아닌가?

근데 나한테 딸이 있고 내가 내 딸을 시집보내게 된다면 꼭 그런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아버지는 점차 내 전화를 귀찮아하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이겠지 라고 생각을 하려고 해도 아버지는 이제 내 전화를 받으면, 아아, 너냐? 왜? 라는 식으로 전화를 받는 것 같았다.

벨이 울리면 은 과장님의 전환가? 하면서 반가웠다가 내 전화인 것을 알고 시무룩해하는 아버지의 표정을 상상하니 웃음이 났다.

내가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사람인 것보다는 아버지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 지금의 상황이 내게는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모든 일이 잘 풀렸다.

준영이의 성적도 올랐고 수영도 새로 본 토익시험에서 점수가 40점 넘게 올라서 내 주가가 폭등할 지경이었다.

수영은 자기 친구가 토익 과외를 같이 받고 싶어한다고 말했고, 내 시간을 더 투자하지 않는 선에서는 가능하다고 말해주었더니 다음 시간부터 바로 같이 들어왔다.

여자를 보고 화장지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건데.

뭐, 별 수 있겠는가.

나는 피끓는 청춘이고 내가 좋다는 여자들은 줄을 서 있고 추파를 보내는데 화장지를 모을 기회를 포기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나는.

어마어마어마어마한 정보를 얻어냈다.

화장지를 그냥 박스째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그 장한 짓을 한 녀석은 준영이었다.

준영이는 어느 날 은밀히 내 방으로 오더니 얼굴에서 홍조가 사라지지 않은 얼굴로 이 소리 저 소리를 하다가 혹시 섹스 프리 존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머슬 퀸과 얘기를 하면서 나온 내용인 모양이었다.

머슬 퀸이 자유 분방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섹스 프리 존이라니?

준영이가 하는 말을 들어 봤더니 동호회 사람들끼리 야외로 나가서 그룹 섹스를 하는 곳이 있다고 했다.

언젠가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일본 성인 소설에서나 나올만한 얘기라고 생각하면서 믿지 않았었다.

하지만 머슬 퀸이 얘기 했다는 걸 듣고보니 정말로 그런 곳이 있는 것 같았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런 곳이 없을 이유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달 하루나 이틀, 정해진 장소에 가서 기다리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면 서로 같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게이들이 모이던 장소였는데 게이들이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떠난 자리를 레즈비언들이 접수했고 그중에 입김이 센 사람중에 양성애 성향의 바이들이 있었는지 그 사람들이 남자들 몇 명을 데려와 같이 즐기다가 거의 광란의 난교 파티 장이 된 듯했다. 이제는 레즈비언과 양성애자, 순전한 이성애자들까지 섞여서 그룹 섹스를 하는 곳이 있다는 거다.

순한 어린 양인 준영이는 머슬 퀸이 아무래도 레즈비언이었던 것 같다고 말하면서 뭔가 자기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준영이의 오해를 바로잡아 주었다. 그건 머슬 퀸이 레즈비언이어서가 아니라 네 기교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겠냐고, 나하고 할 때는 머슬 퀸이 죽을 것 같다고 소리를 지르고 까무라치고 난리가 났었다는 얘기를 하자 준영이는 단번에 실족해 버렸다.

결국 준영이는 고민 상담을 하러 왔다가 도움은 전혀 못 받고 오히려 커다란 상처를 잔뜩 안은 채 돌아갔지만 나는 준영이가 한 말을 듣고나서 나에게 한 줄기 빛이 내려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룹 섹스를 하는 장소라니.

거기에서 여자들을 골라서 하면 할수록 내 화장지는 계속 늘어난다는 말이 아닌가.

나는 밖으로 나가서 곧바로 머슬 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렇게 중요한 내용은 톡 따위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머슬 퀸이 자고 있더라도 깨우고야 말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다.

머슬 퀸은 짜증이 폭발한 것 같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지만 나는 그런 것쯤은 이해해 줄 수 있었다.

“뭐예요!!”

머슬 퀸은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왜요? 샤워라도 하고 있었어요?”

나는 괜히 미안하고 주눅이 들어서 물었다. 화장실에서 중요한 볼 일을 보고 있다가 나 때문에 거사가 중단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그냥 마구 미안해졌다.

“머리 감고 있었어요! 샴푸 잔뜩 묻어 있었는데!”

머슬 퀸은 여전히 투덜거렸지만 처음만큼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럼 나중에 받지 그랬어요?”

“궁금하잖아요. 누가 저렇게 전화를 해 대는 건지.”

“그쪽 성격 때문에 그런 거구만 왜 나한테 화를 내요. 아. 뭐. 화 내고 싶으면 화 내도 되고요. 나. 거기가 어딘지 좀 알려주면 안돼요?”

“뜬금없이 무슨 얘긴데요?”

“그룹섹스 한다는 데요.”

“아아. 준영이가 그 얘기 했어요? 왜요? 떼박 타는데 관심있어요? 하긴. 그냥 플레인 한 거에는 별로 흥미를 못 느낄 것 같은 사람 같다 했는데.”

“누구를 변태 성욕자로 압니까? 그건 또 무슨 섭섭한 소리래요?"

"변태 성욕자 맞는 걸로 알았는데요?"

머슬 퀸이 말했다.

"내가 왜요? 자기 오빠가 섹스하는 걸 구경한 것도 그쪽이고 남자 샤워실에서 몰래 하자고 한 것도 그쪽이고 관음증에 노출증 있는 건 그쪽 같은데?"

"헐. 웃기시네. 일단 판 깔아주니까 좋아 죽었으면서."

"아. 네. 네. 내가 변태인 걸로 하고. 어쨌거나. 알려줄 수 있습니까?”

“글쎄요?”

“내가 준영이도 소개시켜 줬잖아요.”

“귀여운 미소년을 제물로 바쳤으니까 사람들이 모여서 떼박타는 장소를 가르쳐 달라?”

“뭐. 꼭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면 그렇게 생각해도 되고.”

“정말로 관심있어요?”

“일반인들도 가도 되는 거죠? 양성애자가 아니더라도?”

“뭐…. 그렇긴 한데. 진짜 갈 건가보네.”

“아니.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준영이한테 그 얘기는 왜 한 거예요? 혹시 준영이를 그런 데 데려가려고 그런 거예요? 준영이는 아직 어린 애예요.”

“어리기는. 물건으로만 따지면 준영이한테 형이라고 불러야 될 텐데.”

'설마. 준영이 저 자식이?'

머슬 퀸은 내 자존심 박살나는 소리를 들었는지 갈갈갈갈거리면서 자갈 밟는 소리를 내며 웃어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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