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39화 (39/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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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존

"아. 암튼. 가자고 말한 건 아니고 재밌는 얘기를 해 주려다가 어쩌다가 나온 거예요. 나도 말만 들어봤고 거기에 가 본 적은 없어요. 그냥 아는 애가 거기에 자주 다니면서 해 준 얘기 주워듣고 준영이한테 해 본 것 뿐이예요.”

"무슨 얘기요?"

"그걸 알려줄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요?"

"아. 네. 대충 뭔지는 알 것 같네요. 거기 정확한 위치나 톡으로 넣어줘요."

"헐.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요? 맡겨 놓은 거 내 놓으라는 듯이 굉장히 당당하시네?"

"안 알려주면 머리 감는 시간마다 전화할 거니까요. 보나마나 누구 전환지 궁금해서 매번 전화받게 생겼구만."

"아, 유치해."

유치하다고 하면서 넘어오는 건 뭔데.

내가 머슬 퀸에게, 혹시라도 난교하면서 준영이한테 성병 옮기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당부를 했더니 자기도 준영이 만난 후에는 다른 사람하고는 안 한다고 확실하게 말을 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준영이하고의 만남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나는 그곳의 위치를 알아냈다.

모임이 있는 날은 이틀 후였다.

나는 드레스 코드를 물으려고 머슬 퀸에게 다시 전화했고 머슬 퀸은 진짜 징그럽게 집요하다면서 드레스 코드는 자기도 모른다고 했다.

거기에 자주 가는 친구가 있다면서 그 사람한테 물어봐주면 안 되겠냐고 하자 머슬 퀸은 의욕이 진짜 대단하다고 비아냥거리면서 알아봐주었다.

답이라고 해봤자, '특별히 정해진 드레스 코드는 없다'는 게 다였다. 고작 그거 알려주는데 별 잔소리를 다 해대고 구시렁거려댄 것이다.

그 고난을 다 이기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내 앞에 펼쳐진 광경은 굉장히 엄. 삭막하고 황폐하다? 그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공원을 만들려다가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곳에 엉성하고 황량한 공간이 있었다.

화장실 건물이 하나 있고 그 옆에 다른 건물을 지으려다가 말았는지 바닥 공사만 한 것 같은 흔적이 있었다.

그 뒤쪽으로 이어지는 곳에도, 공사를 하려고 이것저것 깔아 놓은 채로 폐기물을 치우지 않아 그곳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그런 곳을 귀신같이 찾아낸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나는 거기에 가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제대로 알지 못했고 우선은 구경이라도 해 보자는 생각에 광장 같은 곳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그쪽에 많이 모여 있었다.

차를 가져온 사람도 있었고 바이크를 타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여자들은 늦게 나타났다.

일찍 나타난 사람들은 거의 남자들이었다.

거기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대개 주기적으로 나오는 사람들이라서 서로들 인사를 나누지는 않아도 서로를 알고는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곳에 초짜가 나타났으니 나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기들보다 강한 수컷이 나타난 것에 경계심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미안했다. 쓸데없이 잘 생겨서 여기저기에서 민폐만 끼치고 다니네.

나는 여기에서 내 화장지를 늘릴 수 있을만큼 늘리자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엄마의 일로 인해서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섹스에만 몰두하고 원초적인 본능을 만족시키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이윽고 하나, 둘씩 차가 들어왔다.

섹시한 엔진 소리를 내면서 바이크들도 연달아 들어왔다.

당연히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헬멧을 벗은 사람이 여자인 경우도 더러 있었다.

체격도, 걸음걸이나 동작도 굉장히 남성다웠다.

모여든 사람들 중에 몇 사람은 수치 플레이와 노출 플레이를 좋아했고 SM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인과 노예 커플도 두 쌍인가 있었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나는 새로운 충격에 빠졌다.

지배자인 주인을 돔이라고 하고 지배받는 노예를 섭이라고 한다는 것도 그때 알았는데 그때 내가 본 섭들은 수치 플레이를 좋아했다. 남을 다스리고 싶어하는 성향이야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것일 테니 돔에 대해서는 이해가 됐지만 자의로 섭이 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저건 절대 자기가 원해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관계가 아닐 거라는 생각에 막 정의감을 발동시키고 싶었지만 그게 참 어렵고 복잡한 부분이었다.

저런 건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옆 사람에게 물어보자 옆에 있던 사람은, 섭들이 정말로 좋아서 그러고 있는 거라고 알려주었다.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세계.

내가 보는 앞에서 자기 주인이 시키는대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갖는 여자도 있었는데 그 여자는 내가 허락하기만 하면 나하고도 관계를 갖고 싶은 모양이었다.

나는 그 상황 자체가 역겨워서 그 사람들을 떠났다.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새끼양처럼 순수한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다시는 느낄 수 없을 줄 알았던 '도덕적 우월감'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 때는 너덜너덜해지다 못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지만.

공터 여기 저기에, 그리고 건물 여기 저기에 아직 짝을 찾지 못했거나 누구랑 할지 결정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 있었다. 몇 초 정도 추파를 던졌는데 반응이 없으면 집요하게 굴지 않는 것이 이곳의 매너라고 머슬 퀸에게 들어놓은 것이 있었지만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계속 더 살펴보았다.

확실히 남자들이 더 적극적이었다.

여자들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면 그냥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남자들의 대부분은, 여기까지 수고스럽게 왔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다고 해도 눈높이를 낮춰서 몇 사람하고는 하고 가야한다는 마음가짐인 것 같았다.

여자들은 쉽게 거절했지만 남자들은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싫다는 표정을 봤어도 그 주위를 어슬렁거리면서 계속해서 어필을 했다.

그게 꼭 동물의 세계 같았다.

나는 아무에게도 대시를 하지 않은 채 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구경을 했는데 나중에는 그런 내 행동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났다.

내가 결정을 하지 않으니까 여자들이 기대감을 갖고 대기 상태로 있는다는 거였다.

빨리 내가 누구든 골라야 여자들도 포기를 하고 자기들을 상대해 주지 않겠냐고 아주 직접적으로 말을 하는데, 그 말을 듣고 괜히 미안해져서 나는 결정을 서두르기 위해 애썼다.

내가 자꾸 내 자랑을 해서 혹시라도 오해를 할까봐 노파심에 말하는데 내가 초절정의 핵미남이라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초절정의 핵미남이 오더라도 그곳에 처음 온 뉴비의 인기를 이길 수는 없다고 했다. 새롭고 신선한 것에 대한 열망은 그런 곳에서 특히 더 절정에 이르렀다.

그날 그곳에 뉴비는 나 혼자였다.

그랬으니 나에 대한 관심이 더 지대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빠르게 돌면서 내 취향에 맞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 여자는 골키퍼 없는 열린 문이랑 마찬가지 상태였고 내가 다가가서 손을 내밀자 곧바로 나에게 안겨들 듯이 몸을 내밀었다.

'성병이 옮지는 않겠지?'

그 여자와 같이 있는 동안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온통 그 생각 뿐이었다.

아예 콘돔을 처음부터 그냥 두 개를 낄까? 그런 생각까지 했다.

그리고 화장지 생각도 했다.

'확실히 생기겠지?' 라는 생각.

실컷 하고 났는데 그룹 섹스라 무효, 이딴 식의 룰이 적용되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 나는 불안한 상태로 섹스를 했다.

내가 상상해 왔던 것과는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이었다.

딱히 부럽지도, 존경스럽지도 않았다.

다시 그곳에 오게 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도 화장지가 떨어져서 급하게 필요하면 이용하게 될 것 같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나는 처음부터 세이프 섹스라는 것에만 집중을 했다.

가슴도 만지지 않았다.

사정의 순간을 뒤로 미루지도 않았다.

허리를 밀면서 팟팟팟팟팟, 여자의 허벅지를 찰지게 때려대는데 여기저기서 찰칵 찰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떤 호로새끼가 사진을 찍는 건가하고 놀라서 휙 돌아보자 라이터를 당기는 소리들이었다.

의문의 1승.

============================ 작품 후기 ============================

마지막은 전편에 달린 llSongOfBladell 님의 코멘트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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