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46화 (46/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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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로 가는 여러 가지 방법

“넣으라고?”

준영이 어머니가 되물었다.

“좋으면서 뭘 그래? 이 새끼 좆도 커서 넣으면 뿅 가겠구만. 접합 부위는 내가 클로즈업 할 테니까 넣기나 해.”

“근데 약효는 진짜 확실한 거야? 도중에 깨는 거 아니야?”

“아니라니까. 클럽에서 산 거야. 전에도 몇 번 써 봤는데 다음날 아침까지 정신 못 차리더라.”

“누구한테 썼는데?”

준영의 어머니가 발끈해서 말했다.

“지금 그런 얘기할 때가 아니잖아. 뜯긴 돈 다시 받아내려면 정신차리고 하라고.”

“근데 방금 눈을 떴었어.”

“불가능해. 몸 안에 특수한 분해 효소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닐 거고.”

“정말이지?”

“빨리 해. 찍자고.”

"근데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어."

"먼저 협박한 놈이 누군데."

"우리는 할 말이 없는 거였잖아. 정말로 그 짓을 하다가 찍힌 거니까. 근데 이 사람은 그런 것도 아닌데."

"뭐라는 거야. 그래서 뺏긴 돈을 찾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네가 그렇게 멍청하게 구니까 이 자식이 너를 호구로 보고 그런 짓을 한 거잖아! 기가 막혀서. 내가 유학가고 싶다고 했을 때는 돈 없다고 우는 소리만 해대더니."

"나도 돈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니까. 여기 저기에서 빌려서 해 준 거야!"

"그러니까 빨리 하란 말이야! 짜증나게 징징거리지 말고!"

수영 강사 새끼군. 씨발늠이. 그때 확 목을 비틀어버렸어야 되는 거였어.

내 의식은 이제 분명하게 돌아오고 있었다.

준영의 어머니는 슬립을 벗었고 머리 모양을 정리하더니 내 페니스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뭔가 달라진 기운을 느꼈는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준영의 어머니를 보았고 준영의 어머니는 깜짝 놀라서 뒤로 도망치려다 엉덩방아를 쪘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내가 먹는 약이 다른 약의 약효를 상쇄시킬 거라고 했던 과장님의 말이 생각났고 나는 지금 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깨달았다.

우리를 카메라로 찍으면서 내 상황을 화면을 통해 보고 있던 수영 강사놈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이리 와, 이 새끼야.”

그 녀석은 스마트폰까지 내던지고 도망치려고 했고 나는 침대에서 뛰어내려 몇 걸음만에 그 녀석의 어깨를 붙잡아 손에 잡힌 어깨를 그대로 잡아 뒤로 내동댕이쳤다.

그 녀석의 몸은 벽으로 한참이나 밀려갔고 벽에 등을 부딪치고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더니 숨을 못 쉬겠는 듯 헉헉거렸다.

준영의 어머니는 서둘러 옷을 입었다.

나는 내 페니스를 훑어 보았다.

사정을 한 흔적도, 애액이 묻은 흔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거지같은 기분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아, 씨이발! 이건 완전 강간이잖아. 내가 저 아줌마 때문에 진짜!!

생각같아서는 눈이 찢어질 듯이 노려보고 싶었지만 준영이 어머니의 복장 상태가 여전히 불량해서 볼 수도 없었다.

“내, 내가, 내가 그러자고 한 게 아니라…. 나는 도와 달라고 그런 건데. 근데 저 사람이 말한 거예요. 약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어요.”

준영이 어머니가 나름대로 열변을 토해냈다.

나는 수영 강사에게 다시 다가갔다.

내 화가 풀릴 때까지 수영 강사를 곤죽이 되도록 패줄 생각이었는데 수영 강사는 의식을 잃은 채였다.

나는 준영이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준영이 어머니는 어느 사이에 옷을 다 입고 달려왔다.

“뭐해. 일어나봐!”

준영이 어머니가 수영 강사의 어깨에 손을 댔을 때 수영 강사는 끓어오르는 기름 속에 빠진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른 물이 천천히 지면을 적시고 올라오는 것처럼 수영 강사의 어깨에서 피가 베어 나오고 있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고, 나중에 안 사실이기는 하지만 어깨뼈가 완전히 분쇄되어 버렸다.

잘못을 저지른 놈은 수영 강사였는데 어째 내가 과잉 방위를 한 것 같은 모양새가 되어서 난감하고 화가 났다.

수영 강사가 다시 끼룩, 눈을 감으려고 하는 걸 보고 나는 화가 나서 옆구리를 걷어찼다.

하지만 내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에 막판에는 힘을 조금 뺐다.

그랬는데도 수영 강사는 죽는 소리를 냈고 몸이 위로 튕겨 올랐다.

“어떻게 해. 이대로 경찰이랑 119 불러?!”

내가 소리지르자 수영 강사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저도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바라보았다.

“이 일요. 경찰까지 가지 않게 처리해 주시면 안 될까요? 합의금 드릴게요.”

“왜? 겁 나는 거라도 있냐? 집행 유예 받아 놓은 거라도 있나보지?”

그냥 해 본 말이었지만, 말을 하고 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게 처음 해 보는 일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것은 수영장에서 쉽게 할 수 있었을 거고 여자들을 유혹해서 모텔에 데려가 영상을 찍고 돈을 요구해 온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의? 그래. 좋네. 합의. 그러자고.”

내가 순순히 말하자 수영 강사의 얼굴에 일순간 화색이 돌았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거지야. 너도 사정이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으니까 7억으로 하자. 7억. 어때? 뭐. 그깟 돈 7억.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잖아? 싫으면 말만 해. 당장 경찰 불러 줄 테니까. 빨리 병원 가서 치료받아야지. 응? 그리고 잘 생각해라. 교도소 들어가 있는 게 더 안전할 수도 있어. 내 앞에 얼쩡거리다가 걸리면 그때는 너. 죽을 수도 있거든!”

“자, 잠깐, 잠깐만요!”

수영 강사가 말했다.

그리고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렸다.

“죄송한데요. 5억으로 해 주시면 안 될까요? 7억은 도저히 방법이 없을 것 같고요.”

“…….”

진짜 해 주겠다는 건가?

남들한테는 5억 같은 건 그냥 쉽게 융통할 수 있는 돈인 건가?

순간 괜히 자괴감이 들 뻔 했다.

내가 아는 분이 있었다.

병원에서 알게 된 분인데 같은 병실을 쓰던 환자의 아버지였다.

내가 퇴원하기 전에 같이 외출을 나가서 그 분이 나한테 밥을 사 준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이 식사를 하다가 일하는 분을 불렀다.

“혹시 고추 있으면 여섯 개만 주쇼.”

그 말에 일하는 분은 픽, 하고 웃었다.

“꼭 여섯 개여야돼요?”

“네. 여섯 개만 주세요.”

그러나 가지고 나온 고추는 일곱 개였다.

“왜 여섯 개 달라고 하셨어요?”

내가 묻자 아저씨가 웃었다.

“그냥 고추 달라고만 말을 하면 세 개나 네 개를 주거든. 근데 여섯 개를 달라고 하면 일곱 개나 여덟 개를 줘. 나중에 해 봐.”

가끔 그 생각이 나서 고추를 여섯 개 달라고 하면 정말 여섯 개를 딱 맞춰서 주는 사람이 없었다.

일단 기준이 생기고 나면 거기에서부터 생각을 하게 돼서 그러는 것 같았다.

원래는 세 개나 네 개만 주는 게 습관이었다고 해도 요구받은 게 여섯 개가 되는 순간 그게 새로운 기준이 되는 모양이다.

나는 5억을 주겠다고 말하는 수영 강사의 말을 들으면서 그 아저씨의 고추를 생각했다.

자지 말고 그냥 순수하게 입으로 먹는 고!추!

나는 재미있어 하는 얼굴로 수영 강사를 바라보았다.

“그럼. 나는 뭘 하면 되는데?”

“여기에서 저를 본 일이 없던 걸로 해 주시면 돼요.”

꿈도 소박하네.

네고를 해서 돈을 더 받아낼 수도 있었겠지만 수영 강사의 어깨에서 한 번 솟아나기 시작한 피가 점점 많이 흘러서 그냥 놔둘 수만은 없는 상태가 되었다.

나는 모텔에서 메모할 종이를 찾아 수영 강사에게 차용증을 쓰게 하고 한쪽으로 가서 은 과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 과장님은 귀찮아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나는 과장님의 말을 막고 설명했다.

“과장님. 사고가 생겼어요. 제가 다친 게 아니고요. 제가 가해자예요. 저한테 약을 먹이고 강간하려고 했는데 제가 깨어났거든요. 그래서 쳤는데 어깨에서 피가 나고. 그쪽 팔을 못 움직이는 걸 보니까 뼈도 부서진 것 같아요. 그냥 부러진 게 아니라 부서진 것 같아요. 119를 불러야 될까요?”

과장님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더니, 자기가 오겠다면서 거기가 어딘지 알려주고 거기에 그대로 있으라고 말했다.

"네."

왠지 엄청 혼날 일만 남은 것 같아서 나는 시무룩하게 대답하고 과장님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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