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9 ----------------------------------------------
청강생
도대체 저게 뭔데 그러는 건가 하면서 헛웃음이 나와서 웃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는 서둘러 창을 닫았는데 사이트에서는 그때까지도 영업질이 계속 되었다.
마지막에 떠오른 팝업 창에 떠오른 문구는 미처 보지 못하고 창을 닫았다.
얼핏 봤을 때 [실버 2단계가 되면 어쩌고 저쩌고] 라고 쓰여 있었던 것 같아서 급히 창을 닫아버린 게 아쉽기는 했다.
'실버 2단계가 되면 특별한 혜택이 있나?'
하지만 이미 문이 열리고 있었기에 나로서도 별 수가 없었다.
안으로 준영이가 빼꼼 고개를 들이밀고 혹시 바쁘시냐고 물었다.
“어? 아니. 안 바빠. 바쁠 일이 뭐가 있겠냐. 왜? 모르는 문제 있어?”
“아뇨. 그게 아니라요.”
“그럼 나가서 커피나 뽑아와봐.”
준영이는 밖으로 나가더니 금세 돌아왔다.
“왜 그냥 와?”
“누나한테 시켰어요.”
하긴. 준영이는 커피를 못 만든다.
나도 수영에게서 배우기는 했는데 템핑하는 기술이 늘지 않아서 내가 만든 커피는 늘 시큼한 맛만 나왔다.
수영이 커피를 가져다 주고 나가자 준영이가 문을 잠갔다.
“선생님. 저. 선생님한테 여쭤볼 게 있는데요.”
준영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면 괜히 겁이 났다.
혹시 내가 자기 엄마한테 삥 뜯은 걸 알아차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뭐, 뭔데?”
나는 제발저린 도둑의 재연배우처럼 잔뜩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도 연이 누나랑 자봤어요?”
준영이가 물었다.
“누구?”
“연이 누나요. 정 연 누나.”
아아. 머슬 퀸이 언젠가 자기 이름이 그렇다고 했었지.
그런데 이 자식이 왜 갑자기 그걸 묻는 거지? 혹시 지금 나를 다그치는 건가? 내가 먹던 걸 줬다고? 설마. 이 자식이 그런 배은망덕한 놈이라면 가만 안 둬야지.
근데 진짜 왜 묻는 거지? 뭐라고 대답해야 되는 거지?
나는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눈만 꿈벅거리다가 시선을 피했다.
“선생님. 저는 그 누나 진짜 좋거든요. 갈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근데. 제가 그 누나를 만족시켜 주질 못하는 것 같아요.”
“어?”
“끝나면요. 제 엉덩이를 톡톡 쳐 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잘했다고 하거든요? 막 숨넘어가는 듯한 신음 소리를 내는 것도 없고. 제가 콘돔에다 사정을 하면 어떤 때는 누나 표정이, 아휴, 드디어 끝났나보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누나가 원래 그걸 싫어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제가 잘 못 하나봐요.”
“뭐…. 아직 경험도 별로 없고 그러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누군 뭐. 처음부터 잘 하겠냐?”
나?
그러고보니 나는 처음부터 잘 했네?
“선생님. 혹시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주시면 안 돼요?”
“미치셨어요? 물이나 마시고 주무세요.”
“선생님. 저, 그게 진짜 스트레스가 돼요. 이번에도 제대로 못 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쩌라고. 나보고!”
헐. 하다하다 이젠 별 소리를 다하네. 내가 그냥 시키는대로 이 일 저 일 다 해 주니까 이제 이 집의 노예일뿐만 아니라 성문제 상담까지 해 줄 줄 알고 있나?
“선생님. 저는 지금 진짜 간절하고 도움이 정말로 필요해요. 지금 제대로 못하면 대학생 된 후에도 그렇겠죠.”
“그래서요?”
이 자식이 집요하다는 건 원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날보고 뭘 어쩌라고!
“좀 가르쳐주세요.”
“이 새끼 진짜 미쳤나보네. 내가 네 섹스 과외선생이냐? 야동 보고 배워. 섹스는 원래 야동 보고 배우는 거야. 그리고 실전을 거듭하면서 아, 이럴 때 허리를 돌려주면 되겠구나, 아, 이럴 때 허리를 밀어붙여주면 되겠구나 그런 것들을 터득해가는 거지. 상대방 성감대도 찾아가고.”
“선생님이 하는 거 한 번만 보면 안 돼요? 야동은 각도가 잘 안 나오잖아요. 그리고 야동에 나오는 여자들은 무조건 처음부터 기모찌 기모찌 거리잖아요. 집어넣기만 해도 기모찌. 조금만 하면 야메떼! 그런 여자들이 하는 반응은 완전히 가짜잖아요. 제가 잘못된 건 야동 잘못봐서 그런 것 같아요.”
“아, 미치겠네! 보긴 뭘 봐, 이 개새끼야! 이런 변태같은 새끼! 결국 하는 말이 그 말이냐? 그럼 야동말고 몸캠 영상을 봐. 홈메이드. 연인들이 레알로 하는 거.”
김준영이 집요한 걸 내가 몰라주면 누가 알아주나.
준영이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선생님. 저도 여러 모로 생각해 봤는데 선생님이 아니면 도와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한 번만 보면 안 될까요?”
준영이의 말에 나는 한동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씩씩거렸다. 이 자식을 한 대 칠까 어쩔까 생각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러다가 잘못 맞아서 준영이도 수영 강사 옆에 나란히 입원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바로잡았다.
“그럼. 네가 하는 걸 보고 내가 잘못된 걸 알려줄까? 아니지. 그것도 이상하지. 아놔. 진짜 이 새끼는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해 가지고!!”
“선생님. 이건 진짜 비뇨기과에서도 말 못할 고민이잖아요. 선생님한테밖에 말을 못하는 문제고 선생님밖에는 도와주실 분이 없어요.”
그래서 날보고 뭘 어쩌라고!
그러면서도 나는 머릿속으로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여자들을 생각했다.
수영장에서 알게 된 여자가 하나 있긴 한데.
굉장히 그걸 밝히고, 강사가 있는데도 놔두고 나한테 와서 자세 좀 봐달라고 하는 여자였다.
그러면서 일부러 물에 가라앉는 척하고 물이 튀게 하면서 스킨십을 유도하며 하도 대놓고 색기를 흘려대기에 몇 번 만나주기는 했다.
‘모텔로 데려가? 그래도 남이 보고 있다는 걸 숨긴 채로 그러는 건 안 되는 건데. 그럼 누가 있지?’
이리저리 따져봐도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말을 하려고 준영이를 향해 돌아앉는데 갑자기 핫 걸이 떠올랐다.
‘말이라도 해 봐? 지금 한창 몸이 달아있는 상태기는 한 것 같은데. 근데 준영이가 보는데서 하자고 하는 걸 들어줄 것 같지는 않은데. 에이. 몰라. 싫다면 별 수 없는 거고.’
준영이는 내가 자기한테 뭔가 말을 하려다가 멈칫 한 채로 머리를 굴리는 것을 보고 뭔가 떠올린 거구나, 하고 직감을 했는지 몸을 바짝 당겼다.
‘그런 말 하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나?’
나는 핫 걸이 수치플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노출증도 있어서 새벽에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닌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 할 수 있는 짓들이 아닐까? 그래도 한 번 물어나 봐? 아이, 진짜! 내가 그런 소리까지 해야 돼?
혼자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준영이를 노려보았다.
“일단 가서 공부하고 있어. 물색이나 해 보자. 안 되면 선생님도 못 도와줘.”
“당연하죠.”
준영이는 이미 다 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일어났다.
핫 걸에게 연락을 하자 핫 걸은 오랜만이라며 많이 바쁜 모양이라고 했다.
[바쁜 건 계속 바쁜데. 혹시. 한 번 만날래요?]
[어디에서요?]
[모텔? 휴학생이라 호텔까지 갈 돈은 없어요.]
[헐. 진짜 단도직입적이네요.]
[안 되겠어요?]
[모텔은 찝찝하고. 한 달 일정으로 유럽 여행 간 애가 있는데 그 집 비었으니까 거기에서 보죠.]
[그냥 들어가도 되는 거예요?]
[하고 나서 청소 업체 불러서 청소 한 번 해 주면 되죠.]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는데.]
[상관없어요. 모텔이나 호텔 드나들면서 남의 눈에 띄고 싶지도 않고.]
[그럼 그러기로 한 겁니까?]
[그러죠, 뭐. 서로 필 꽂힌 거 확인했으면 됐지 뭘 또 새로 간을 봐야 되나요?]
[시원시원하셔서 좋긴 한데. 중요한 문제가 있거든요. 제가 홀몸이 아니네요.]
나는 미뤘던 말을 했다.
[그게 무슨 말이예요?]
[아는 동생놈을 데려가도 될까 해서요. 안 되면 그냥 안 된다고 하면 돼요.]
[쓰리썸요?]
[아뇨. 방청객으로요. 배우고 싶대요. 잘 안 되나봐요.]
[허어어얼.]
[어렵겠죠?]
[재미는 있겠네요.]
[좋다는말?]
[색다르긴 하겠어요.]
[그래서 뭐요.]
[콜.]
미친 애가 여기에도 있었네.
오히려 내가 더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 작품 후기 ============================
자정에 올게요~^^
그리고 저 책 나왔어요. 방금 전에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