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60화 (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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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본 눈 삽니다 -.,-

그것도 모르고 특이하다고 생각하면서 받았으면 어쨌을 뻔 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화장지에 여유라도 있지만 화장지에 여유도 없는 상태에서 그걸 받았으면.

어휴. 진짜 생각만 해도 화가 났다.

내가 남자 몸캠을 봐서 뭘 한다고.

게다가 여장까지 한.

아니. 내가 CD인 분들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한다는 건 아니다. 겪어보지 않았으니 그 분들에 대해서 말을 할 수도 없고 CD는 이상하다 라고 말할 수도 없을 거다. 내가 겪어본 일로 일반화를 시킨다면 세상에는 이성애자 여자만큼 지랄맞은 종족도 없을 거고. 우리 엄마가 바로 그 이성애자인 여자니까.

그렇지만 CD인 남자의 영상은 절대로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냥 내 취향이 아니고 거부감이 강력하게 생긴다는 것 뿐이다.

나는 다른 영상이나 찾아볼까 했는데 아놔.

하다하다 이제 사이트가 협박까지 하네?

추천 영상은 이제 ‘필수 관람’이라고 바뀌어 있었다.

[실버 2단계로 등업되기 위해 이 영상을 꼭 다운받아야 합니다.]

그런 팝업까지 떴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조차 짓지 못하다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운 받으라 이거지? 그래. 다운 받을게. 그리고 바로 삭제해도 상관은 없잖아.”

화장지 두 개를 그런 식으로 쓰는 게 아깝기는 했지만 나는 실버 2단계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어쩌면 흥신소 원목 테이블에 파인 홈이나 수영 강사의 어깨를 으스러뜨린 것도 내가 몸캠 영상 사이트에서 등급이 올라가면서 생긴 효과는 아닌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했다.

내가 화장지 두 개를 사용해서 CD 영상을 다운받자 내 등급은 바로 실버 2단계로 올라갔다.

화면에 그냥 폭죽이 팍팍 터지고 사이트가 좋아 죽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영상을 열어보지도 않고 파일을 삭제했다.

그래도 캡쳐 사진의 강렬한 잔상은 머릿속에 계속 남아 있었다.

“아, 어쩔 거야. 내 눈 썩어!!!”

나는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버린 눈.

그래도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로스 드레서라는 사실, 그래서 그 영상에 등장한 사람이 사실은 남자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뭔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봤던 것들이, 일단 현실을 자각한 후에는 완전히 패러다임이 바뀌어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이 돼 버린 것 같았다.

그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도 아니고 나한테 뭘 하자는 것도 아닌데도 왠지 막 그런 뭔가 그런 그 막 뭐. 그거.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 내가 가장 친하게 지냈던 녀석이 게이였다. 나라는 인간이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녀석은 지금까지도 거의 없는 편인데 그 녀석은 마지막 순간까지 나에게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다.

나에게 정도를 벗어난 스킨십을 시도한 적도 없었고 내가 아는 어떤 녀석들보다도 더 남자답고 진국인 녀석이었다. 운동을 좋아했고 잘 했다. 그 녀석이 다른 놈들과 다르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남달랐던 부분은 그 부분이었던 것 같다. 감수성. 통찰력.

사물이나 상황을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보고 그 방향에서부터 꿰뚫어 들어가 버려서 희한하게 이해를 했다. 같이 있으면 편했고 거의 말을 하지 않아도 내 생각을 이해해 주는 녀석이었다. 거의 5년을 가장 가까운 사이로 지냈는데 고3 방학이 지나면서 갑자기 멀어졌다. 그때는 내가 엄마 때문에도 힘들었던 때였다. 다른 어떤 때보다 그 녀석이 필요했을 때였다. 그런데 그 녀석까지 그래버리는 바람에 더 힘이 들었다.

나는 원래 말을 험하게 하는 편인데다 상대방의 기분을 아랑곳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혹시 내가 그 녀석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했나 걱정이 돼 몇 번이나 사과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녀석을 만나는 것도 힘들었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서 어떤 이유도 설명을 듣지 못하고 절교를 당해 본 적이 있는가.

그건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다가 침대하고 함께 들려서 내던져지는 것보다 더 황당한 일이다.

처음에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건가 했고 그 다음에는 화가 났다.

그 녀석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자기가 게이여서 그랬다는 건 우리가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고 2년이 지난 후에 알았다.

우리가 늘 붙어다니는 것 때문에 몇 몇 놈들이 우리를 게이 커플이라고 했었나보다. 나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 녀석은, 자기가 그런 말을 듣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나까지 그런 소문에 휘말리게 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자기가 게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일이고 내가 자기랑 같이 다니면 나까지 게이라는 말을 듣게 될 것 같아서 계속 나랑 같이 다닐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자기가 게이라고 나한테 말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 내 친구로도 남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고 그 녀석은 말했다.

그런 소문은 일단 한 번 퍼져버리고 나면 아무도 걷잡을 수가 없게 되고 그냥 이마에 찍히는 낙인이 아니라 얼굴 전체를 다리미로 계속 눌러버리는 것처럼 영원히 자국과 고통을 남긴다고.

그 녀석에게, 그때 네가 나한테 말했더라도 나는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전부 알게 됐을 때 나는 그 녀석의 대처가 고맙게 느껴졌다. 말없이 거리를 두고 사라져준 것도, 나를 피해자인 것처럼 해 준 것도. 그리고 그 녀석을 욕하고 화낼 수 있게 해 준 것도 전부 다 고마웠다. 소문에 휘말리지 않게 미리 상황을 정리해준 것도 고마웠고 일이 어떻게 될 거라는 걸 미리 파악하고 나를 지켜준 것도 고마웠다.

어떤 의미로 그 녀석은 나한테 아버지 같았다. 아버지가 그래왔던 것처럼 혼자서 비밀을 갖고 혼자서 나를 지켜준 거였다.

'너. 나 좋아했던 건 아니지?'

나한테 메일을 달랑 보냈을 때 그 녀석은 맨하탄의 어떤 레스토랑에서 잡일을 하면서 셰프의 꿈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 녀석이 뒤늦게 내게 사과의 메일을 보내왔을 때 나는 그렇게 물었었다.

왠지 그걸 확인하지 않고는 관계를 회복하는 게 어려울 것 같았다.

'저어어어언혀.'

나는 사과를 받아주었지만 그 후로 연락이 닿지는 않았다. 내 대학생활이 바빠지고 내가 아프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던 것 같다. 그 녀석 서무영은 몇 번 나한테 메일을 더 보냈는데 내가 그걸 확인하지 않은 것이 아마 화가 안 풀린 걸로 이해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내가 자기를 끝내 이해해줄 수 없었던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고.

이 크로스 드레서 아저씨 덕에 나는 무영이에 대해서까지 떠올렸다.

크로스 드레서가 게이처럼 성적 취향이 별다른 사람은 아니라니까 영상 속의 아저씨가 게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나는 이제부터 만나게 되는 여자들이 정말로 여잔지, 껍질을 까보기 전에 거기를 먼저 확인해 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웬 희한한 압박감까지 느끼게 됐다.

막 달아올라서 삽입을 하려는 순간에 구멍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어쨌든 사이트는 내가 일단 그 파일을 다운받고 나자 다시 고요해졌다.

실버 2단계가 되면 무슨 특혜가 있나 하고 사이트를 뒤지고 다녔지만 그런 설명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한테서 뭔가 바라는 것이 사라지자 사이트는 다시 또 불친절모드로 돌아갔다.

희한하기는 했다.

CD 영상을 다운받는 게 왜 꼭 필요한 거였는지.

“이 사람을 만나야 될 일이 있는 건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CD의 캡쳐 사진을 다시 열어 보았다.

‘크로스 드레서라. 내가 이 사람을 만날 일이 뭐가 있지?’

그러나 그 의문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풀렸다.

내가 이연우의 옥탑방에서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핫 걸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에 밥 사겠다고 했잖아요? 그동안 계속 바빠서 연락을 못했는데 드디어 좀 한가해지네요."

핫 걸은 그렇게 말하고 데이트 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알려 주었다.

핫 걸은 그게 단순한 데이트라고 생각하고 들뜬 듯했다.

그래서 속으로 굉장히 미안했다.

우리는 호텔 로비에 있는 커피숍에서 만났다.

핫 걸은 뭔가 아주 들뜬 듯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상한 판타지를 갖고 있었지만 그걸 공개적으로 표출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가 나를 만나고 나서 경험한 두 번의 섹스가 다 이상에 부합했을 테니 오늘도 뭔가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어떤 때보다 더 그 판타지를 충족시켜 줄 생각을 했다.

탁자 위에 올려 둔 핫 걸의 손에 내 손을 얹자 핫 걸이 왜 그러냐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러면서도 손을 빼지는 않았다.

나는 핫 걸의 손 등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썼다.

K

I

S

H

A

============================ 작품 후기 ============================

본문의 게이와 시디는 쥔공과 저어어언혀 아무런 접촉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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