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63화 (6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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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소개한다.

나는 이연우의 주변을 자주 어슬렁거렸다. 이연우가 그동안 누려왔던 평온이 깨지기를 바라면서.

이연우는 가끔 나를 발견했고 내가 누구라는 걸 알아보았다. 약물에 의식이 흐려진 상태라고는 해도 나를 보기는 했으니 내가 누구라는 걸 아는 게 당연했다. 나는 이연우의 옆에서 스마트폰으로 책을 보기도 하고 기사를 보기도 하면서 얼마간 머무르다가 돌아오곤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서로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 때 드디어 이연우에게 나를 소개했다.

이연우의 오피스텔에서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고 서 있었다.

***

이연우가 오피스텔에 돌아가는 시간에 맞춰 미리 그곳에 가서 몸을 숨기고 나는 이연우를 기다렸다.

건물의 CCTV는 먹통이 되어 있었다.

다른 눈이 쓸데없이 나를 보는 건 원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정은호가 준 EMP는 효력이 막강했다. 자기가 만든 EMP의 위력을 보여준다고 그 시험을 내 시계에 하는 바람에 내 시계가 고장나버렸다. 정은호는 그걸로 소소한 복수가 됐다고 생각하는 듯 엄청나게 즐거워했다. 내가 화를 내자 노트북을 못 쓰게 된 거랑 시계가 고장난 거랑 뭐가 더 슬펐겠냐고 해서 시계를 죽여줘 고맙다고 말했다. 그다지 비싸지 않은 시계라 망정이었지 잘못했으면 시계 때문에 우리의 연대가 깨질 뻔했다.

정은호는 자기가 원하는대로 위력을 조절해가면서 EMP를 만들수 있는 모양이었고 내가 이연우의 오피스텔에 가 볼 거라는 말을 하자 EMP를 만들어 주었다. 원한다면 엘리베이터를 고장나게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내 다리가 너무 불쌍해지기 때문에.

CCTV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일이 모두 끝난 후에 CCTV를 확인하면서야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내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얼마 되지 않고 이연우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나는 이연우가 걸어가는 것을 보고 곧바로 그 뒤를 따라갔다. 이연우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내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는 복도를 걸어가면서 몸을 잔뜩 움츠렸다. 그러면서 적당히 간격을 좁혀갔다. 이연우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문을 확 잡아 당기면서 내 몸으로 이연우의 몸을 안으로 밀었다.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비명을 지르려고 하는 이연우의 입을 막으며 나는 그저 히죽 웃으면서 문을 잠갔다.

“또 보네?”

내가 말했다.

“좋은 데 사네. 응?”

이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뒤로 닫힌 눈만 바라보았다.

보증금 1억에 월세 700만원짜리 오피스텔.

이연우는 다시 한 번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연우를 바라보고 고갯짓을 했다.

“섣부른 짓은 안 하는 게 좋아. 그러다가 다치면 나도 속 상하잖아.”

나는 이 연우의 뒤에 있는 벽에 손을 짚었고 이연우는 그 사이에 갇힌 채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짓이예요, 라거나 소리지르겠어요, 같은 말은 이연우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내려 이연우의 입술을 내 입술로 덮었다.

“이걸로. 내 좆을 빨았었지. 너도 알고 있지?”

나는 이연우의 아랫입술을 손가락으로 톡, 건들며 말했다.

이연우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네가 그래달라고 했어. 넣어 달라고. 내 손을 가져다가 네 가슴에 얹고 주물러 달라고 했고. 그러면서 내가 보는앞에서 두 다리를 벌리고 네 손으로 네 보X를 막 쑤셔댔었지. 너도 다 기억나지? 제발 넣어달라고 하면서 이 귀여운 입으로 내껄 빨았잖아.”

이연우의 얼굴에 공포가 드리워지는 걸 나는 기쁘게 바라보았다.

“내가 누군지 궁금해?”

이연우는 나를 올려다 보았다.

올려다 보는 그 눈이 순수하고 귀여워 보였다.

“지금도 원하나? 나랑 하고 싶어?”

이연우의 턱을 손가락 위에 얹고 이연우의 고개를 들고 물었다.

이연우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젓는 폭이 점점 더 커졌다.

“아니야? 안 하고 싶어? 그럼 그때는 왜 그랬어? 아주 좋아 죽던데. 정신 차리고 나서 생각하니까 부끄러워?”

나는 이연우의 얼굴을 천천히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연우의 손을 잡아 내 목에 걸치게 하고 내 손을 내렸을 때도 이연우는 자기 손을 내리지 않았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이러고 싶었어. 너랑. 이연우, 너….”

내가 말을 멈추자 이연우가 나를 올려다 보았다.

“여기에 주근깨 있네? 여기. 목에. 너한테는 안 보이겠다. 몰랐겠네? 핥아보고 싶어.”

이연우의 눈가에 입술을 대고 입김을 쏟아내며 말하자 이연우가 움찔거리면서 침을 삼켰다.

“너도 나. 싫지 않지?”

이연우는 내가 볼과 턱과 목을 이어서 쓰다듬는 동안에도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 부드러운 입술이 살짝 벌어졌을 뿐이었다.

나는 이연우의 몸을 돌려세운 채로 옷을 벗기고 몸을 현관 문으로 밀었다.

이연우는 차가운 문의 촉감에 소스라치듯 놀라며 움찔했고 등 뒤에서 내가 밀어대는 통에 다시 한 번 움찔했다. 한 손을 앞으로 돌려 가슴을 거칠게 만지고 주무르다가 나는 이연우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이연우는 이마를 문에 가져다댔다.

왜 저항을 포기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나는 천천히 이연우의 감정을 읽어내려고 노력했을 뿐이었다.

두 손으로 이연우의 엉덩이를 잡아벌리고 발기된 페니스로 천천히 그 사이를 건드렸다.

이연우는 움찔거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고 나를 제대로 바라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허벅지 안쪽을 손바닥으로 쓸어주자 이연우의 다리에서 힘이 풀렸다. 나는 이연우의 손을 잡아 내 페니스를 문지르게 했다. 이연우는 놀라는듯하더니 한 번 쥐어준 후로는 그것을 손에서 빼지도 않고 계속 잡고 있었다.

“위 아래로 훑어줘. 아니. 잠깐. 일단은 자리를 옮기자.”

나는 완전히 벌거벗고 이연우의 침대 위로 올라가 상체만 일으킨 채 누웠다.

이연우를 향해서 허리를 한 번 튕겨보였더니 천천히 다가와서 내 페니스를 잡았다.

이연우는 나를 바라보지 못했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가 아니다. 그렇다고 아는 사이도 아니다. 나는 그 사실이 재미있었다.

몇 분 후에 이연우는 내 위에 올라탄 채로 눈을 감고 머리카락을 쓸어올리고 있었다. 벌어진 다리 사이, 깊고 은밀한 곳에 내가 들어가 있었다. 이연우는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나 나를 바라보던 눈은 감겼고 점점 표정이 변해갔다. 허리를 짓쳐 올리면서, 절정을 향해 달렸다.

이연우의 눈썹이 팔자로 휘어지면서 내 가슴에 손톱을 박아 넣었다. 신음성이 점점 높아졌고 내 허릿짓도 거기에 맞춰서 점점 빨라졌다.

“콘돔 없이. 괜찮겠어?”

그 말은 양해를 구하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었다. 너는 나한테 콘돔 없이 당할 거라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것 뿐이었다. 이연우는 내 위에서 헉헉거렸고 나는 이연우의 안을 가득 채웠다. 내가 눈을 감고 한숨을 쉬고 있는 동안 이연우는 스스로 내 위에서 움직였다. 이연우의 눈에는 아직 열망이 남아있었다. 사정을 마친 나는 페니스에 계속 자극이 주어지는 것이 달갑지 않았지만 이연우가 절정에 거의 다다른 것을 보고 이연우의 가슴을 짓주무르면서 참아주었다.

이연우는 사정을 마친 내 페니스를 자신의 안에 끈질기게 품은 채로 절정에 다다랐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도 없이 내 옆에 누웠다. 이제 슬슬 일어서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모든 게 다 귀찮았다.

나는 이연우를 보았다.

이연우는 붉게 충혈된 눈꺼풀을 아래로 내리고 내 팔 언저리를 보고 있었다.

“내 얘기 해 줄까?”

이연우의 부드럽고 풍성한 머리카락 속에 손가락을 넣고 머리카락을 쓸며 내가 말했다.

이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나와 아버지가 살아온 얘기를 해 주었다.

엄마가 아버지와 나를 놔두고 떠난 얘기.

내가 아팠던 것. 아버지가 직장을 잃은 것.

그때마다 엄마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말해 주었다.

이연우는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사이가 조금만 친하다고 여겨졌다면, ‘세상에. 무슨 그런 사람이 있어요?’ 라고 물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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