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64화 (6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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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소개한다.

나는 계속해서 얘기를 이어나갔다.

나와 아버지를 괴롭히면서 돈을 뺏어간 여자와 그 여자가 같이 사는 남자에 대해서.

그 남자의 이름이 뭔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프로필을 말해주었다.

이연우의 표정이 점차 바뀌었다.

나는 이연우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면서, 이연우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그 이야기를 계속해 주었다.

이연우가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섰다.

“삼촌은 그런 사람 아니예요!”

이연우가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는 침대 아래로 내려가 급히 옷을 입었다.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면 안 되는 거지. 너한테는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었다고 말해야 되는 거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네가 전부 다 알 방법이 없는 거잖아. 네 삼촌이 어디에서 돈이 나서 너를 키웠는지 네가 그걸 다 알 방법이 없는 거라고.”

이연우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삼촌은 그런 사람 아니예요. 나가요! 신고하기 전에! 삼촌한테도 말할 거예요!”

“뭐라고? 나한테 다리 벌리고 박아 달라고 말했다고? 그래서 내가 싸주는 걸 꾸역꾸역 몸으로 받아냈다고? 안 씻고 옷 입어도 되는 거야? 바지가 벌써 젖어버렸을 것 같은데. 내 정액으로.”

내가 말하자 이연우가 부들부들 떨면서 작은 주먹을 쥐었다.

“귀엽네. 어쩌게? 너한테는 내가 복수할 상대가 되려나?”

나는 키득거렸다.

“나가요.”

이연우가 말했다.

이연우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명령을 나에게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오히려 이곳에 내가 있는 동안에는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는 것을. 그러나 나는 그 패기가 가상하기도 했고 이만하면 이연우의 머릿속을 충분히 어지럽혀준 것 같아서 만족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슬슬 너도 준비해야 될 거야.”

나는 이연우의 몸에 바짝 내 몸을 붙이고 이연우의 얼굴에 닿을 듯 말 듯 손을 스치면서 말했다.

내 입술과 이연우의 얼굴은 1밀리의 간격이나 떨어져있을까 말까 했다.

이연우의 얼굴에 난 솜털까지도 세세하게 보였다.

이연우가 나를 올려다 보았다.

뭘 준비하라는 거냐고 물으려는 듯이.

“슬슬 적응할 준비를 해야지. 공주님. 너는 이제 더 이상 공주님이 될 수 없을 테니까.”

나는 씽긋 웃었고, 이연우는 가당치 않게 입술이 벌어지며 호흡이 가빠지자 나를 더 이상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연우는 육체의 유혹에 약했다. 경험이 많았다면 오히려 그런 상태에서 평정을 유지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연우에게 그것은 새로 열린 세계였다. 자신의 몸에, 자신을 천국으로 안내하는 길이 있었다는 것을 이연우도 늦게 깨달았던 것이다.

나와 자신의 운명이 엇갈려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연우는 내 입김이 몸에 닿을 때마다 바들바들 떨었다. 내 입술이 더 다가가서 자기를 빨고 핥아주기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 그 연약함이 너무나 불쌍해보였다.

“너도 내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데. 우리가 하필 이런 사이여서. 안 됐다, 이연우.”

내 페니스는 다시 이연우를 원하는 것 같았지만 그곳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있을 필요는 없었다. 나는 바지를 입고 셔츠에 팔을 꿰고, 그때까지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는 이연우의 뒤로 다가갔다.

“잘 있어. 다시 보게 될 일은 없을 것 같으니까.”

이연우의 등 뒤에 바짝 붙어선 채 말했다.

그냥 갈 생각이었지만 내 손은 이미 이연우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내 입술은 이연우의 목에 마크를 남겼다.

"삼촌을."

이연우가 말했다.

"삼촌을 어떻게 할 생각이예요?"

"대가를 지불하게 해야겠지.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걸 깨닫게 해 줄 거야."

"기회를 줄 수는 없어요?"

"기회? 그걸 그렇게 쉽게 줄 수가 있나? 바로잡을 생각이 있기만 했으면 시간은 충분했어."

"삼촌한테 말할 거예요."

"원한다면. 마음대로."

나는 이연우의 몸을 떼면서 말했다.

내가 문을 열고 나와 문을 닫을 때까지도, 내가 있는 공간과 이연우가 있는 두 공간이 단절되기 직전 마지막으로 볼 때까지도 이연우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

정은호를 만나러 나가기로 약속해 놓고 나는 수영이 틀린 문제를 봐주고 있었다.

수영이 계속해서 놓치는 발음을 다시 짚어주고 여러 동사를 활용해서 문장을 만들고 수영에게 바로바로 해석을 해 보도록 했는데 수영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미루고 미루다가, 내가 이 집에서 머물면서 과외를 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는 말을 준영이와 수영에게 말하고 나서 삼십여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의연하게,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 같더니 그게 생각만큼 견디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수영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려 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 그래. 김수영. 과외를 그만두는 것도 아니잖아. 네 수업이랑 준영이 수업 때문에 오는 날을 합하면 거의 매일 볼 수 있어.”

“그래도 이제 오빠 방이 비는 거잖아요.”

수영이 말했다.

“기뻐해 줄 수도 있잖아. 오빠가 전보다 상황이 나아져서 그런 거니까. 그리고 복학 준비도 좀 더 열심히 해야 될 것 같고.”

“그건 아는데….그래도 오빠가 계속 집에 있는 거랑은 다르잖아요.”

“그럼 내 원룸에 놀러와. 보고 싶으면.”

말하고 나서 순간적으로 내가 왜 그랬을까 싶었지만 수영이의 눈이 먹이를 발견한 매처럼 반짝 빛났다. 만약 그래도 된다면 내가 원룸을 얻어서 나가는 게 오히려 더 잘 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다른 식구들이 들어올까 눈치보지 않아도 되는 거고.

나는 아차 싶었지만 그래도 수영의 눈물이 그친 것을 보니까 좋기는 했다.

수영에게는 그동안 정이 많이 들어 있었다.

“그래도. 서운해 해 주니까 좋다.”

내가 말하자 수영이 나를 안았다.

나는 수영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저절로 웃음이 났다.

“정말로 원룸에 가도 되는 거죠, 오빠?”

“되기는 하는데. 네가 다른 사람을 사귀기로 결정하게 되면 안 오는 게 좋겠지. 그 사람 실망시키고 싶지 않잖아.”

내가 생각해도 나는 머리도 정말 잘 돌아가고 말도 잘 하는 것 같다. 오빠도 너를 원하지만 네 인생을 위해서 오빠가 욕망을 참겠다. 그런 의미로 이해되도록 말을 잘 해 놓은 것 같아서 흐뭇했다.

수영에게 다른 녀석이 생기기 전에 수영이 가끔 내 원룸에 찾아와주는 상황도 그리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수영에게는 여전히 내가 알아가고 싶은 수많은 즐거움이 존재하니까.

수영이 키스를 해 왔지만 밖에서 준영이가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려서 더 진전을 보지는 못했다.

“공부하자.”

“네!”

대답이 빨리 나오는 걸 보니 수영은 내 원룸에 자주 들이닥칠 생각을 아주 야무지게 하는 것 같았다.

수업을 끝내고 준영이 방에 한 번 들러서 준영이에게 모르는 게 있으면 물으라고 하고 잠깐 공부를 봐주고 나오다가 준영의 어머니와 마주쳤다.

준영의 어머니는 이제 나에게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준영의 부모님은 관계가 좋아졌다. 수영 강사와의 일에 대해서 나는 준영의 아버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준영의 어머니는 그 점에서 나한테 자기가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그 집을 나가는 것 때문에 안심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자기의 비밀을 아는 사람과 항상 부딪치게 된다면 나라도 피가 마를 것 같았다.

준영의 집에서 나와 나는 정은호를 만나러 갔다.

준영이의 기사노릇을 그만두기로 하면서 차는 돌려줄 생각이었지만 준영의 아버지는 이제 와서 다시 처분을 하기도 그렇다면서 처음에 했던 조건대로 하자고 했다. 준영이의 등하굣길을 도와주지는 못하지만 준영이나 수영에게 급한 일이 생기면 그때는 좀 도와줬으면 한다는 거였다.

준영의 아버지는 내가 준영이와 수영 모두에게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과외비와 별도로 그런 차까지 받는다는 건 말이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자기 가족들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달라는 말에 결국 받기로 했다.

그대신 다음 해에 복학을 하더라도 준영이 과외는 꼭 책임을 져달라는 말이 따라붙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기는 했다.

차를 타고 정은호와의 약속 장소로 나가자 정은호는 기다리고 있던 커피숍에서 나와서 바로 내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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