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66화 (66/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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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타임

누구 사진일까 싶은 여자의 나체 사진을 얼굴만 대충 모자이크를 한 채 같이 올렸는데 정은호만 옆에 없으면 나도 바로 페니스를 주물거리고 싶을 정도로 정말 섹시한 사진들이었다.

그러다가 나는, 관심 있으면 연락 달라면서 정은호가 거기에 적어 넣는 전화번호를 보고 기절할 뻔했다.

엄마 번호다.

번호는 두 개였는데 다른 건 오재광 번호였다.

“뭐하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정은호의 팔을 세게 붙잡았다.

“이거봐요. 댁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여기까지 온 이상은 되돌릴 수 없어요. 복수하고 싶고 당신 엄마한테 엿 먹이고 싶다며? 그래서 여기까지 왔잖아. 왜? 보니까 마음이 안 좋아? 어쩔 건데. 손 뗄 거야? 당신이 손 뗀다고 하면 나는 땡큐고. 하여간. 어린 것들은 이래서 문제야. 복수하겠다고 해 놓고 결정적인 순간에 마음이 흔들리지. 어쩔 거요. 그만둘 거야?”

“…….”

“참고로 말하는데 나는 안 그만둘 거요. 돈은 뺄 거라고.”

“……. 알았어요. 그렇게 해 주세요. 귀찮으면 전화기를 끄든지 전화번호를 바꾸든지 하겠죠.”

내 말에 정은호가 웃었다.

나는 정은호가 몇 백 개가 되는 핸드폰 번호로 문자를 보내는 것을 보았다.

[야. 너네 엄마 여전히 졸 맛있더라. 허리를 얼마나 돌려대는지 속에다가 몇 번을 쌌다. 아직 현역으로 뛰어도 되겠던데 왜 은퇴시켰어? 엄마가 속 더부룩하다고 하면 소화제 드시라고 하지 말고 산부인과 모시고 가 봐. 꽉꽉 채워서 싸줘서 네 동생 생겼을지 몰라. 그럼 내가 네 애비다? ㅋㅋㅋㅋ]

이 인간이 곱게 미친 게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나는 정은호가 이런 상황에서 웬 희한한 짓을 하는 건가했다가 문자를 보내는 발신 번호가 오재광의 번호라는 걸 알고 기겁을 했다.

나는 정은호가 왜 음란 사이트에 그런 글들을 올리고 거기에 두 사람의 전화번호를 올렸는지, 그리고 음란한 문자들을 보냈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두 사람이 전화기를 꺼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돈이 빠져나가도 알림문자를 받지 못하도록.

한 대의 모니터에 나오는 분할된 화면 중 하나에 오재광의 얼굴이 보였다.

엄마의 얼굴도 보였다.

두 사람은 전화를 받고 있었다.

얼굴이 분노로 가득찼고 소리를 질러댔다.

욕을 하고 전화를 끊어봤자 조금 후에 다시 전화가 걸려왔고 전화를 받는 동안 또다른 전화가 걸려왔다.

화가 난 사람들과 섹스하고 싶어 미치겠는 사람들이 쉬지 않고 전화를 걸어댔다.

엄마와 오재광은 패닉에 빠진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몇 분 정도 버티다가 결국 오재광이 먼저 전화기를 벽에 던졌고 엄마는 전화를 꺼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전화기에서도 벨이 울리자 오재광보다 엄마가 더 먼저 달려가서 전원을 끄고 아예 배터리까지 빼버렸다.

두 사람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알지 못한 채 화를 냈다.

정은호의 손이 그때부터 키보드 위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암호가 완전히 손에 익은 듯했고 이제는 코드 번호도 거의 외워버렸는지 입력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14억이 있던 계좌 잔고가 텅 비는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계좌가 비면 정은호는 다른 계좌를 털었다.

나는 내 표정이 어떨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점점 겁이 났다.

나도 모르게 몇 번 정은호의 팔을 잡을 뻔했다.

이제 그만하자고 말할 뻔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못 보겠으면 나가있어요.”

정은호가 말했다.

나는 심호흡을 하려고 했지만 입만 벌렸을 뿐 숨은 제대로 쉬어지지도 않았다.

그 일은 한 시간이 훨씬 넘게 이어졌다.

“이제 집이랑 건물들 담보로 대출받을 겁니다. 여기서 그냥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말만 해요. 지금부터는 하자는 대로 할 의향이 있으니까.”

나는 내 눈에서 냉기가 나가는 것 같다고 느꼈다.

눈에서 영혼이빠져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결국 나는 정은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해주세요.”

“한 번만 더 묻고 이제 안 물을 겁니다."

"네. 그런데 담보 대출을 서류 없이도 그냥 해 주나요? 본인이 직접 가지 않아도요? 인감이나 위임장 같은 걸 가지고 가야되지 않아요?"

"내가 알아서 할게요. 그러면 되죠?"

"아. 네."

내가 의기소침해진 것 같아보였는지 정은호가 나를 보고 웃었다.

"한 일주일 정도 급전이 필요해서 그러는 것처럼 하면서 이자를 많이 주겠다고 하면 거기에 걸려들어서 돈 빌려주는 사람들 있어요. 오재광 인감은 나한테 있습니다. 오늘은 스캔본을 메일로 보내주기로 하고 내일 만나서 서류 전해 주겠다고 말 할 거예요. 경험 많은 사람들은 그런 걸 걸러내지만 높은 이자에 현혹되는 사람들은 돈을 빌려주죠. 가끔은 쥐가 고양이를 물기도 하거든요."

"아!"

사채업자를 속일 모양이었다. 자기들이 속았다는 걸 알게 된 사채업자들이 가만 있지는 않을 거고 그 화는 온전히 오재광에게 미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값 나가는 동산도 전부 팔아버릴 겁니다. 그 사람들 이름으로 거래를 유도할 거고 직거래를 하자고 하고 선입금을 하게 할 겁니다. 중고 가격의 30퍼센트로 책정을 하면 물건을 잡고 싶은 마음에 선입금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겁니다. 사서 바로 다시 팔기만 해도 돈을 벌 테니까요. 물건 하나에 대해서 이중, 삼중으로 돈을 받아도 우리는 상관이 없죠. 물건을 우리가 내 줄 필요는 없는 거니까. 그 돈은 내가 받아서 우리 둘이서 나눌 거고요. 차. 그림. 값 나가는 명품 가방, 옷, 구두. 보석. 골프채. 와인까지 전부 다요.”

“와인요?”

나는 내가 마셔봤던 와인들을 생각하면서 와인까지 팔 정도면 그 집안에 있는 물건은 벼룩시장처럼 전부 다 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정은호는 오재광이 투자 목적으로 구입해둔 고가의 와인들이 여러 병 있다고 말했다.

그 와인들만 합해도 1억이 넘을 거라는 말을 듣고 나는 혀를 내둘렀다.

흥신소에서 알아내지 못한 건지 나한테 전달해 주지 않은 건지는 모르지만 정은호는 오재광의 숨겨진 재산까지 찾아내서 거기에 빨대를 꽂아 쪽쪽 빨아댈 방법까지 이미 강구를 해 놓은 상태였다.

“나중에 자기들이 한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혐의를 벗을 수는 있겠지만 일단 사기죄로 고소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피해자들이 가만 있지 않을 테니까요.”

정은호가 말했다.

“엄마…가요?”

“오재광요. 왜요. 어머니가 하는 걸로 해 줘요?”

“아. 아뇨.”

나는 그동안 내가 굉장히 무자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은호에 비하면 나는 그냥 마더 테레사였다.

***

나는 일주일이 지나고 이연우의 오피스텔과 빌라 옥탑방에 찾아갔다.

그러나 이연우는 보이지 않았다.

이연우는 학교에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엄마는 몇 번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지금 통장에 얼마나 있냐고 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엄마는, 여보세요? 여보세요? 너 지금 듣고 있지! 라고 말하다가 나중에는 욕을 했다.

그런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 좋을 줄 알았는데.

내 기분?

솔직히 어떤지 모르겠다.

재미있는 일은, 오재광이 엄마 모르게 이혼신고를 해 버려서 엄마는 거지가 되었을 뿐 빚쟁이가 되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오재광은 자기 조카인 이연우에게 상속을 하기 위해 절차를 미리 밟아들어간 것 같았다.

불쌍한 엄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건가 해서 정은호에게 물어봤더니, 처녀랑 혼인신고 해 놓는 것도 어렵지가 않은데 아내 모르게 이혼 신고 하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겠냐고 되물었다.

정은호는 오재광과 엄마한테서 훔친 돈의 흐름이 추적받지 않게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며칠간 연락이 되지 않아도 기다리라고 말하고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내가 연락을 해도 결번으로 나왔다.

나는 내가 정은호에게 속았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계획했던 건 엄마를 몰락시키는 거였으니 다 이룬 거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화가 나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핫 걸이나 선배를 동원해서 이 인간을 찾아내야 할까 하다가도 나는 갑자기 무기력해져서 전부 다 귀찮게 느껴버리곤 했다.

그리고 이틀 후에 정은호가 내 원룸 앞에 나타났다.

최신 모델 외제차를 타고서였다.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그때라도 나타나준 게 한 편으로 고마웠다.

============================ 작품 후기 ============================

오늘 후기는 좀 특별합니다~

http://blog.naver.com/dasan_books/220671716769

만우절에 말씀드렸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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