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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지 비축
우리 사이에 나눌 말은 거의 끝이 났고 정은호는 어디에서 내려주면 되겠냐고 물었다.
"가방도 무거운데 집까지 데려다 주시죠?"
정은호는 뻔뻔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지만 오늘은 착하게 굴어봐야겠다고 말하더니 나를 원룸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러면서 처음에 우리가 만났을 때 했던 질문을 다시 했다.
"그런데 말이예요. 내 동영상은 어디서 본 겁니까? 인터넷 다 뒤져봐도 안 나오던데. 뭘로 검색해서 찾았어요?"
"모르겠는데요? 기억 안 나요."
내가 뭐라고 말하겠는가.
정은호는 그게 어떤 경로로 유출된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내 원룸 앞에 도착했고 헤어질 시간이 됐다.
“또 볼 수 있을까요?”
내가 묻자 정은호가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자는 건 줄 알고 손을 내밀었더니 내 스마트폰을 달라고 하고 가져갔다.
그리고 번호를 입력했다.
“이 번호는 안 바꿀 거니까 필요한 일 있으면 전화하세요.”
“네.”
“그리고 그쪽도 안 바꿀 번호로 하나 알려줘요.”
“저는 어….”
번호 바꿀 일이 생기려나? 하면서 머뭇거리자 정은호가 웃었다.
“됐고. 그럼 나중에 전화 바뀌면 알려줘요. 우선은 이 번호로 알고 있을 테니까.”
“네. 정말 고마웠습니다.”
“나야말로 재미있고 고마웠습니다. 나를 어떻게 찾아낸 건지는 모르지만 그때 그 옷 입길 잘 했네요.”
정은호의 말에 나는 완전히 잊고 있던 장면을 떠올리고 얼굴을 일그렸다. 이 사람이랑 같이 있는 동안에는 그것을 떠올리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정은호는 그런 나를 보고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거리고 돌아갔다.
723억이라니.
가방에는3억이 들어있었다.
단위가 억이라는 것이 믿기질 않았다.
나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하면서 현실감을 되찾기 위해 애썼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뭐?
나는 오랜만에 몸캠 영상 사이트에 접속해서 새로 올라온 영상을 확인했다.
그리고 꼴리는대로 영상을 다운받았더니 나중에 영상 하나를 또 다운받으려고 결제 버튼을 누르는데 화장지가 전부 떨어져 버렸다.
“허어어얼!!”
화장지가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 나는 내가 다운받은 영상들을 볼 생각도 하지 않고 그 날이 몇일인지를 보았다.
프리 섹스 존에 출동을 한 번 해야 되는 건가?
사람들이 모이는 날이 이틀 후로 다가와 있었고 나는 살림살이 장만을 위해 오랜만에 그곳으로 나갔다.
몇 억을 줘도 살 수 없는 게 있는데 그게 바로 몸캠 영상 사이트의 화장지였던 것이다.
***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런 곳에 오는 사람들이 사회부적응자처럼 생겼다거나 아무데서도 안 팔릴 것 같은 외모를 갖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간혹 그런 사람들도 있기는 했다. 그런 사람들은 그곳에서도 선택을 받지 못했고 그저 다른 사람들이 즐기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성기를 주무르며 자위를 하는 식이었다.
나는 혹시 새로 온 사람이 없는지 보면서 적당한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괜찮은 여자가 있으면 차로 데려가서 하려고 차도 완벽한 세팅을 끝내놓은 후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많은 차들과 바이크가 들어왔고 그 중에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아는 사람과 굉장히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누구더라, 하고 한참 생각을 하다보니 손해미였다. 그 여자가 손해미라는 게 아니라 손해미를 정말 많이 닮은 얼굴이었다.
우리 눈이 잠깐 마주쳤지만 그쪽도 아는 사람 얼굴을 발견한 표정은 아니었다.
나는 몇 초간 주시하는 걸로 우선 신호를 보냈다. 그러다 너무 오래 뜸을 들이다가는 다른 사람이 먼저 채갈 것 같아서 내가 먼저 다가갔다.
“여기 온 거, 처음인가봐요?”
내가 물었다.
“뭐….”
네라고 하지 않는 걸 보니 단골인 모양이다.
“옷 좋은데요?”
나는 징으로 포인트를 준 가죽 자켓을 보면서 말했다.
“혹시 물 있어요?”
여자가 물었다.
“네. 차로 갈래요?”
자연스러웠다.
그 여자에게 그렇게 끌렸던 것은, 내 마음 속에 내가 가질 수 없었던 손해미에 대한 아쉬운 열망이 숨어 있어서였을 것이다. 혹시 손해미한테 언니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손해미와 얼굴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묘하게 닮아 있었다.
“몇 살이예요?”
내가 물었다.
혹시 미성년자를 잘못 먹었다가 체하고 싶지는 않았다.
“꼬꼬마는 아니예요.”
그러더니, 그런 말을 자주 들었는지 뒷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보여주었다.
사진과 출생년월일이 나온 부분을 제외하고 전부 가린 채 신분증을 복사한 종이였다. 그 종이를 코팅해서 가지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대단한 열정이다.
“이제 됐어요?”
손해미 카피캣이 말했다.
우리는 같이 내 차에 탔다.
그러면서도 나는 손해미와 겹쳐져서 선뜻 여자를 벗길 수가 없었는데 그게 여자의 오해를 촉발시켰는지 여자는 재미있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머. 경험이 별로 없으세요? 걱정마세요. 내가 다 알아서 해 줄게요.”
그리고 나를 미는 통에 나는 그대로 누워버렸다.
어정쩡해진 자세로 손을 뒤로 돌려 깍지를 끼고 머리 뒤에 댄 채로 고개를 들어서 나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내 다리 사이에 얌전하게 앉아서 손으로 내 페니스를 만졌다. 아직 바지를 벗고 있지 않았기에 천을 사이에 두고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슬랙스에 금세 검은 얼룩이 생겼다. 여자의 침 자국인지 내 쿠퍼 자국인지도 불분명했다. 둘이 서로 경쟁적으로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내 바지와 드로즈를 한꺼번에 끌어내리고 저를 향해 일어서는 페니스를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자신도 나신이 되었다.
나는 어느새 내 통제를 벗어난 채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페니스 때문에 얼굴 위에 팔을 얹었다. 여자의 움직임은 점점 더 적극적으로 변해갔다.
내 입술을 담아 머금는 입술의 속살하며, 얽혀들어오는 혀의 끈적한 감촉에 잠시 정신을 놓았다.
“하아아아….”
기절할 것 같은 신음을 먼저 흘려버린 건 창피하게도 나였다.
여자는 손으로 내 볼과 목을 어루만지더니 허리를 휘감고 하반신을 단단히 밀착해 왔다.
“흡!”
위를 보며 드러누워있던 나를 향해서 천천히 여자의 몸이 내려오더니 허벅지가 벌어지고 그 무게감이 고스란히 내 허리로 전해졌다. 두 다리가 내 위에서 벌려지고 그 귀여운 조갯살이 내 아들놈을 먹어버리고 시치미를 뚝 뗐다. 내 아들놈은 그 안에서 우람하게 제 몸을 키워갔다. 끝까지 커진 거라고 생각됐던 녀석은, 여자가 저를 품은 채로 조금씩 허리를 움직이자 그 안에서 크기를 더 불렸고 굵기도 굵어졌다.
“흐으으읏!!”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나는 허리를 처올렸고 여자는 비명을 질렀다.
어느새 나는 여자의 허리를 감아 여자를 바닥에 눕혔고 허벅지끼리 척척 부딪치는 음란한 소리를 잔뜩 내면서 여자의 몸 안에서 사정감을 느꼈다. 페니스의 맥박이 요동치는 것 같은 느낌이 지속되자 내부에서 그것을 민감하게 느끼는지 여자는 흐응, 흐응 소리를 내면서 허리를 비틀며 어서 해 달라고 졸랐다. 나는 결국 여자의 안에 내 몸을 밀어넣은 채로 허리를 맹렬히 움직였고 여섯 번에 걸쳐서 진하게 농축된 정액을 쏘아댔다.
여자는 스르르륵, 바닥에 녹아드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머릿속에는, 화장지 하나가 생겨난 화면이 그려졌다.
여자의 몸 안에 사정을 하면서 나는 해미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해미에 대해서는 완전히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해미가 나를 좋아했다는 준영이의 말을 들었지만 그 후에도 해미에게 친절하게 군 적은 없었다. 해미가 나를 왜 좋아한 건지도 알 수 없었다.
내가 준영이 집에 있는 동안은 그래도 어쩌다 한 번씩 오다가다 마주치기도 했었는데 준영이 집에서 나온 후로는 그런 우연한 만남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서운하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고 사실은 그 생각도 지금에야 든 것이다.
‘아. 그러고보니 그동안 쭉 못 만났네?’ 라고.
그냥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면 한 번쯤은 어른스럽게 만나볼 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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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자정에 뵙겠습니다.
연우가 인기가 많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