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78화 (78/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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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

그래, 잘했다 라고 말해주고 나는 연우에게, 그 선배라는 여자한테 바로 돈을 줘버리라고 했다.

그러기 전에 선배 사진이나 한 번 보여달라고 하자 연우는 괜히 견제를 하는 것 같더니 결국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업소는 사람을 너무 막 뽑는다. 이연우 뽑은 것만 봐도 견적 나오는 거지."

장난을 하고 나는 사진을 내 스마트폰으로 보내놓았다.

연우가 그 선배에게 돈을 갚기로 한 날, 나는 차에 탄 채 몇 십 미터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연우가 돈을 주고 사라지는 걸 보고 연우의 선배에게 다가갔다.

여자는 나를 발견하고 놀란 얼굴을 했다.

"여기에서 또 보네요? 반갑죠?"

내가 말하자 그 여자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우리가 만나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듯 계속 두리번거리다가 여자가 말했다.

"여긴 어떻게 왔어요? 내가 이 학교 다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여기엔 왜 온 거예요?"

"받을 게 있어서요."

"받을 거라뇨? 나한테서요?"

여자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초면이 아니었다

연우에게서 사진을 받고 찾아가서 만난 적이 있었던 것이다.

실장은 나를 알아봤고 나는 실장에게 그날 나온 술값을 먼저 계산하겠다고 했다.

혹시 내가 데려간 여자한테서 받을 돈이 있으면 그것도 갚아주겠지만 비용산출 근거는 확실히 증명할 수 있어야 할 거라고 하자 우물쭈물하면서 사장님께 말씀드려 보겠다고 하더니 사장을 데리고 왔다.

사장은 그날의 일을 사과했다. 나를 잘 관리하면 우수고객이 될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거야 내가 그날 룸에서 쓴 돈만 봐도 대충 답이 나오는 거였다.

어쨌거나 그 업소에서 일 마무리를 잘 해 놔야 나중에 연우에게 뒷탈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아서 나는 화해의 제스츄어를 취했다.

초이스가 시작됐을 때 나는 네 명씩 끊어서 들여보내지말고 한 번에 전부 들어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히 찾는 사람이 있으세요?"

실장이 말했다.

"예. 그런데 이름은 몰라서요."

"네. 바로 초이스 준비시키겠습니다."

선택받으려고 들어온 여자들 중에서 나는 연우의 스마트폰에서 봤던 얼굴을 찾아냈다.

내가 실장에게 눈짓을 하자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모든 일은, 내가 원했던 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나를 룸이 아닌 캠퍼스에서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여자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친절하게 웃어주면서 그 여자가 일하는 업소에 가서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나는 날을 잡고 꽤나 질펀하게 놀았다.

그곳에서 그 여자의 이름은 서현이었다.

그 여자를 초이스하고 그 여자의 옷을 벗기고 가슴과 엉덩이에 술을 붓고 스스로 가슴을 짓주무르게 하면서 나는 리모콘을 눌러 사진을 찍었다.

룸에서 서현으로 자기를 소개했던 그 여자는 내가 꽂아주는 팁을 자기가 몇 십 배 이상으로 토해내야 한다는 것은 모른 채 내가 찔러주는 팁에 기분이 좋아져 몸을 마구 굴렸다.

서현은 나한테 술을 먹이고 싶어서 안달이 났지만 나는 술을 마음대로 주문하게 해 주기는 하면서도 내 입에는 술을 대지 않았다.

서현은 내가 술을 더 시키게 할 생각이었는지 자기 몸에 술을 붓고 내 입에 자신의 가슴이나 허벅지, 마지막에는 음부까지 가져다 대려고 했다.

내 입맛이 그동안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리가 없으니까 그런 미친 짓을 한 거겠지.

나는 서현이 하는 짓을 보면서, 나중에 이걸 누군가한테 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가령 핫 걸이라거나 핫 걸이라거나 핫 걸이라거나.

서현은 자기도 술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마시라고 했더니 특별히 맛있는 술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그런 게 있으면 시키라고, 사 주겠다고 했더니 그건 룸에서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음흉한 눈빛을 흘리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 버클에 손을 가져다 댔다.

나는 서현의 손을 붙잡았다.

페니스를 잔에 담가서, 페니스에 묻은 술을 마시고 싶다는 서현.

그냥 꺼지세요, 라는 말을 눈빛으로 전해 주었더니 용케 알아듣고 서현은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하지만 토라진척 하는 게 오래 가지는 못하고 안주를 더 시키자는 둥, 술을 더 시키자는 둥, 내 지갑에 빨대를 꽂고 쪽쪽 빨아댈 궁리를 했다.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하게 해 주었다.

그렇게 실컷 남의 핀줄 알고 빨아댔는데 그게 자기 피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얼마나 충격을 받게 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나는 그날 서현과 두 시간 정도 같이 룸에 있다가 사진만 잔뜩 찍고 돌아왔다.

그랬으니 연우의 학교에서 나를 발견하고 서현이 얼마나 놀랐는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래. 반갑지? 대답은 안 해도 되겠어. 엄청 반가워하는 얼굴이네. 표정이 이미 다 말했어.”

“혹시 나를 스토킹 했어요?"

꿈도 야무지다.

자기를 뭘 보고 스토킹까지 할 거라고 생각한 걸까.

나는 그런 말을 듣게 되니 괜히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서 간단하게 얘기를 진행시켰다.

내가 노예 하나를 데리고 있는데 그 노예가 쓸데없이 빚을 만들고 다녀서 그걸 청산하려고 왔다고.

서현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못 알아듣겠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서현이 연우에게서 뜯어간 돈에 대해서 말했다.

그리고 서현이 연우를 협박한 방법대로 서현을 협박했다.

나는 내 스마트폰 갤러리에서 어젯밤에 룸에서 찍은 서현의 사진을 찾아 보여 주었다.

팬티를 입지 않은 채 테이블 위에 올라가 다리를 벌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사진 한 장을 가지고 성교육 자료로 써도 될만큼 서현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진이었다. 그러나 압권은 서현이 짓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건 누가 봐도 서현이 자발적으로 그 자세를 취하면서 상대방을 유혹하고 있는 거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런 사진이 퍼졌을 때 서현이 다른 사람의 동정을 사게 될 확률은 굉장히 희박할 듯했다.

죄책감이 들지않게 하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얼마나 빨리 유포되는지 서현도 상상이 가능한 듯했다.

“나쁜 마음을 먹고 갈취한 돈이 몇 분 사이에 꽤 비싼 이자를 새끼쳤다고 생각하면 간단할 거야. 너무 억울해 하지는 마. 구질구질하게 이체 기록 남기고 그러지 말자고. 업소 여자랑 돈 거래한 거 기록 남겨서 좋을 게 뭐가 있겠어? 5만원권으로 찾으면 토트백에 다 들어갈 걸? 은행 앞에서 보자고.”

"어, 얼마,를요?"

"이연우한테 2천만원을 삥뜯으려고 한 거잖아? 그거 돌려주고 3천만원. 그러니까 5천만원만 주면 되는 거지. 그래봤자 3천만원밖에 안 쓰는 거잖아. 2천만원 번 것 같은 기분이지?"

서현은 말을 잇지 못한 채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자. 자. 서두르자고. 남들이 봐서 좋을 게 뭐가 있겠어. 피차 기분 나쁜 거 아닌가?"

두 시간 후에 나는 차를 가지고 연우를 데리러 갔다.

뒷좌석에는 종이 가방이 있었다.

내용물은 쌈빡한 5천만원.

연우는 내 차를 발견하고, 저러다 구르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서두르며 계단을 내려왔다.

“뭘 그렇게 급하게 내려와?”

그렇게 물으면, 자기는 그런 적 없었다는 듯이 새침하게 어깨를 으쓱할 뿐이다.

나는 그날 남우주연상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연우의 얼굴을 보고도 귀엽다는 내색을 하지 못했다.

나는 고민이 있는 사람처럼 표정을 구겼다.

연우는 슬슬 내 눈치를살폈다.

“혹시 안 좋은 일 있어요?”

연우가 물었다.

“어? 아니. 별 거 아니야.”

나는 운전에 집중하는 척 했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표정이 안 좋아 보여요.”

“아냐. 별 거. 진짜로. 내가 해결할 수 있어.”

“무슨 일이 있기는 있는 거네요?”

“그게. 돈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오래전부터 봐둔 회사가 있는데 이번에 코스닥 상장을 할 건가봐. 내가 잘 아는 곳이라서 돈만 있으면 전부 박아서 내 미래를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거든.”

“아…….”

연우는 당장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촐랑대고 돌아다니다가 물그릇을 엎은 강아지처럼.

으으으. 개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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