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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감과 러브젤'
그동안은 자신의 사정이 좋지 않아서 찾아가지도 못하고 형 노릇도 못 했는데 이번에 일본에 가는 일이 구체화가 되고나면 다시 또 시간 내기가 어려워질 것 같아서 이번에 다녀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준영이네 가족이 3박 4일 일정으로 가족 여행을 가기로 해 나도 시간에 여유가 있었기에 나는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은호 형의 동생이 군인이고 작전 과장이고 막, 그 형 대대장이 영상에 나왔던 그 아주머님이고 하는 막장 같은 상상을 하면서 히죽이죽 웃었다.
은호 형은 혼자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어대는 거냐고 말했다.
“사실 내 동생이 작전과장이거든. 퇴근도 늦고 야근도 잦고 힘든가봐. 일찍 퇴근하는 게 열 시래. 전에는 중대장이었는데 중대장일 때가 좋았다고 하더라고.”
“네????!!!!!!”
오우, 마이 가뜨!!!!
“왜? 그게 그렇게 신기하냐?”
은호 형은 아무 것도 모르고 피식 웃었다.
"주변에 군인 없어? 뭘 그렇게까지 놀라냐?"
“형. 혹시 그 분 대대장님이…?”
“걔네 대대장이 여자야. 신기하지?”
은호 형은 신나게 얘기를 하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너. 방금 무슨 얘기하려고 대대장 얘길 네가 먼저 물어봤냐?”
“네?”
“대대장 얘기를 왜 꺼냈어? 무슨 말 하려고?”
“어. 아뇨. 아니예요.”
“걔네 대대장이 여자라는 걸 네가 알 리는 없었을 테고. 너 혹시. 나에 대해서 아직도 캐고 다니는 거야? 뭐야. 키샤가 나 조사하냐? 내 동생까지?”
은호 형이 점점 언성을 높이면서 말했다.
나는 이럴 때마다 난감해졌다. 정말로 진실을 전부 말해주고 싶지만 내 자신조차 나한테 일어나는 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게 얼마 안 되는데 그런 황당한 일을 설명할 방법도 없고, 내가 설명을 해 주려고 해도 사이트나 영상은 형한테 안 보일 게 뻔하고.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적당히 진실에 기반을 둔 거짓말을 해서 속이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제가 재밌는 동영상을 봤는데요. 거기에 여자 대대장이 나오는데.”
“뭐야. 야동이야? 여자 대대장이 나오는 야동? 야. 그거 재밌겠다. 나한테도 보내줘. 근데 그런 영상을 봤다고 대대장이 여자냐고 묻는다는 건 좀 이상하긴 하다. 안 그러냐, 임정우? 그리고. 그것도 내 동생이 작전과장이라는 얘기 듣고 물은 거잖아. 어느 대대라고 말한 것도 아니고 내 동생이 작전과장이라고 말했다고 대대장이 여자냐고 묻는 건 아무래도 이상한 거 아니야?”
“어. 그게요. 제 말이 이상하게 들리는 건 아는데요. 그게 그냥 야동이 아니라 그 대대장이찍은 몸캠 영상이거든요. 몸캠 영상이 올라오는 사이트에 올라온 거였어요.”
“어어? 몸캠? 자기가 직접 찍은 거라고?”
“네."
내가 그렇게 자신있게 말한 건 그 사이트에서 내가 그동안 봐 왔던 게 몸캠 영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이트라고 하더라도 콘텐츠를 풍부하게 하면서 다른 영상을 올릴 수도 있다는 사실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나란 사람도 생각의 스펙트럼을 쉽게 확장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일단 계속 말해봐."
은호 형이 나를 재촉했다.
"근데 거기에 작전 과장이 나와요.”
“그래? 재밌네. 근데. 그 작전과장이 내 동생은 아니지?”
“모르겠어요. 얼굴은 안 나오거든요.”
“그럼 뭐. 자막으로 작전과장, 대대장, 그렇게 나오냐?”
은호 형은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마구 놀려댔다.
나도 설명하기가 귀찮아서 그 형이 집요하게 물어보지만 않는다면 나도 대답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 형은 곧 흥미를 잃었고 다른 얘기를 하느라고 바빴다.
우리는 늦지 않게 도착했지만 일찍 도착할 필요도 없었다.
은호 형의 동생이라는 분은 11시쯤에나 퇴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드라이브를 하면서 근처를 돌아다니고 놀면서 기다렸다.
나는 내 파란만장한 군대 얘기를 해 주려고 했는데 은호 형은 재미없다고 그만하라고 했다.
"요즘에도 여자 옷 입고 사진 찍고 그러세요?"
"아니. 이제 안 해. 내가 그것만 안 했으면 너 같은 놈 만날 일도 없었잖아."
그래놓고 형이 크게 웃었다.
형은,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지금도 클럽을 돌아다니면서 약이나 팔고 다녔을 거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형 성격에 고맙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형에게 큰 빚을 지고 있었는데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돈은 어떻게 관리하냐? 그냥 묻어만 놓고 있어?"
형이 물었다.
"네. 형한테 투자를 할까요? 묻어만 두는 게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뭐라도 해 보면 수익이 날 것 같긴 한데."
"그렇긴 하지. 나도 몇 번 얘기를 해 볼까 하기는 했는데 동업이라는 게 진짜 좋던 사이도 원수로 만들 수 있는 일이라서. 처음에 시작할 때는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사업을 시작하지만 막상 항구를 떠나면 이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라서."
"그렇긴 하겠죠."
나는 은호 형을 보면서 조금 조급해지기는 했다.
형도 내가 그런 마음이라는 걸 알았는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아직 졸업도 안 했잖아. 지금은 신중하게 밑그림 그려가면서 천천히 차근차근 준비해. 원하면 투자하는 것도 상관은 없어. 지금 네가 우리 회사에 투자를 하면 고맙지도 않고 안 고맙지도 않고 딱 그런 상태야. 지금 상황에서 다른 자금이 필요하지는 않고, 네 돈이 들어오면 부담이 생기겠지. 은행 이자보다는 더 만들어서 돌려줘야 한다는 부담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차를 타고 가다가 대형 휘트니스 센터가 있는 건물을 지나갔는데 형은 그걸 가리키면서 자기가 거기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에에?"
전국적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는 유명한 휘트니스 기업이어서 나는 형의 얘기를 듣고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그럼 이제 형이 저기 대표예요?"
"어."
형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형은 그것 말고도 꽤 이름이 난 외식업체도 하나를 인수했다고 했다.
"대단하네요. 형. 도대체 일을 얼마나 벌인 거예요?"
"일을 얼마나 벌였는지가 중요하냐? 각각이 얼마나 수익을 내 줄지가 문제지."
"지금은 어떤데요?"
"워낙 스스로 잘 굴러가던 곳들이라 순항 중이야. 돈이 돈을 버는 거지."
"형. 그럼 제 돈도 좀 맡아서 관리를 해 주세요."
"그러지 말자. 그러다가 관계 틀어지는 건 진짜 시간 문제야. 잃어도 괜찮다고 말을 하고 시작해도 진짜 손해가 나면 그때는 사람 마음이 달라지거든. 대신에 내가 너한테 일을 가르쳐 줄 수는 있어. 배워서 네가 시작해봐. 나는, 우리 관계는 그런 식으로 이어나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그 말을 듣고보니 그럴 것 같기도 했다.
없어도 되는 돈이라고 말을 하고 시작해도 정말로 그 돈이 없어지면 서운한 마음이 들 것 같았다.
가 보자고 했더니 형은 괜히 일하는 사람들 집중만 분산된다면서 다른 데로 가자고 했다.
"가서 매출 올려줘야죠."
"다음에."
"무슨 대표가 그렇게 낯을 가려요?"
"너는 안 그럴 것 같지?"
형 말을 듣고 나도 언젠가는 이런 저런 업체들을 인수하거나 내 회사를 새로 키우면서 관리를 하게 되겠다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었다. 막연하게 아주 먼 후의 일일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오래 남은 것도 아니었다.
형이랑 같이 일본에 가는 일부터 시작해서 은호 형한테서 일을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준영이랑 수영의 과외도 이제 슬슬 정리를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는 말고 차근차근 해. 차근차근."
은호 형은 내 눈이 너무 이글이글 불타오른다고 생각했는지 몇 번이나 그 말을 했다.
"가자. 가서 은수 기다리자."
정은호 동생 정은수.
그게 작전과장의 이름이었다.
우리가 은수 형을 본 건 저녁 늦은 시간이었다.
11시에는 퇴근을 할 수 있을 거라더니 아파트로 온 시간은 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그나마 다음 날은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 그 분은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온 얼굴로 은호 형과 나를 반겼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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