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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피드
그게 편집됐을 수는 있어도 대대장은 카메라의 존재 자체를 아예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대대장 영상은 몸캠 영상이 아니라 몰카인 건가?
설마, 하면서 나는 대대장이 카메라를 바라봤던 장면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 부분을 찾아냈다.
그러나 카메라를 봤다고 생각됐던 그때도 정확히 카메라를 본 것은 아니었다. 우연히 카메라 근처의 어느 지점을 보았을 뿐, 그때도 카메라를 발견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대대장은 몰랐던 건가? 거기에 카메라가 있다는 걸?’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나는, 내가 맨 처음에 품었던 의문을 다시 떠올렸다.
대대참모들을 모아놓고 호통을 치면서 은수 형에게 기합을 주던 그 자리에서 찍힌 장면을 보고 처음에 나는 대대장이 거기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일부러 그런 장면을 찍었을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대대장이 아니면 누구인 건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내 스마트폰에 알림 메시지가 왔다.
몸캠 영상 사이트에 신작이 올라왔다는 메시지였다.
언제부터 나한테 이런 서비스가 제공됐나 하면서 나는 곧바로 사이트에 접속했다.
지금은 한가하게 그런 걸 확인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다음 순간 나는 놀란 눈으로 시선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새로 올라온 영상은 녹화가 끝난 상태의 영상이 아니었다.
그건 생방송이었다.
누군가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생중계하고 있는 것이다.
캡쳐 사진은 없었다.
그저 영상의 위에 ‘Live’라는 붉은 글씨가 점멸하고 있을 뿐이었다.
접속해서 영상을 보기 위해 요구되는 화장지는 하나였다.
하나…….
그건 이미 내가 봤던 여자라는 의미였다.
내 손이 급히 결제 버튼을 눌렀고 나는 라이브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장소는 익숙했다.
대대장실에 딸린 작은 방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은 대대장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남자였다.
일병 강민호.
‘당번병…인 건가?’
나는 전날 대대장이 우리와 같이 술을 마시면서 은수 형과 얘기하던 걸 떠올렸다.
민호가 어쩌고 저쩌고, 민호가 어쩌고 저쩌고.
은수 형이랑 둘이서만 얘기를 하다가 우리가 대화에서 소외됐다고 생각했는지 대대장은 당번병 얘기라고 웃으며 말을 해 주었었다.
대대장의 당번병은 카메라 각도를 맞추고 있었다.
그리고 침대로 가서 매트를 들추고 그 아래에서 딜도를 꺼냈다.
그동안 그 영상을 찍어왔던 게 대대장의 당번병이었다면 당번병은 대대장이 거기에 딜도를 숨긴다는 것도, 그걸로 뭘 한다는 것도 알고 있을 거였다.
당번병은 카메라를 보고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보면서 말했다.
“리도카인이 묻은 딜도를 빨고 보X에 쑤셔대면 점막에 흡수된 리도카인이 대대장을 약간 괴롭힐 거야.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질 거고 호흡이 어려워지고 경련이 일어날 수도 있고. 얼굴 근육도 굳어지면서 점점 말하는 것도 힘들어질 거고. 강간을 당하면서도 손가락 하나 못 움직이게 되겠지. 대대장한테 그동안 내가 찍어뒀던 걸 보여줘야지. 그러면 신고할 생각도 못 하겠지? 자기가 얼마나 추잡한 짓을 했는지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을 테니까. 약물 같은 건 쓰고 싶지 않았는데 대대장 얼굴에 상처가 생기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될 테니까 아무래도 이게 안전할 것 같아서.”
당번병은 시계를 보았다.
“올 시간이 거의 됐네. 그럼 또 문을 잠그고 작전과장을 불러대면서 엄청 쑤셔대겠지? 나는. 십 분쯤 있다가 들어오면 되려나? 문을 잠그면 뭐해?”
당번병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대대장실 열쇠 하나를 더 복사해 놓는 것은 대대장 당번병에게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 밖에서 대대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당번병은 깜짝 놀란 듯 몸이 솟구쳤지만 이내 딜도를 매트 아래에 숨기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대대장의 목소리가 들렸고, 청소하고 있었냐는 말과 수고가 많다는 말이 들렸다. 거기까지 보던 나는 은호 형의 스마트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거기에서 은수 형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어. 형.”
나를 은호 형으로 안 은수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야? 도착했어?"
웃으며 물어오는 은수 형에게 내가 소리쳤다.
"형. 정우예요. 지금 바로 대대장실로 가세요. 대대장님이 위험하세요!"
***
정우가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지만 만에 하나, 정우가 하는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은수는 작전과에서부터 쉬지 않고 달려갔다.
문이 잠겨 있어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긴장감과 두려움은 더욱 고조되었다.
대대장 당번병인 강민호 일병은 그 전에도 여러 번 문제를 일으킨 관심사병이었다. 그런 강민호를 대대장은 자신의 당번병으로 두고 옆에서 지켜보면서 다독였다. 그런 대대장의 인간적인 면모 때문에 은수는 대대장을 더욱 존경하게 되기도 했는데 설마 당번병이 그런 짓을 벌일 거라고는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은수가 대대장실로 달려갔을 때 당번병은 자리에 없었다.
은수는 안쪽에 귀를 기울여 봤지만 들리는 소리는 아무 것도 없었다.
정우에게서, 대대장이 대대장실 안에 있는 작은 방에 있을 거라는 말을 들었기에 은수는 문 손잡이를 준비해온 둔기로 내리쳤다.
만약 이게 잘못 전해진 정보라면 무슨 일이 생길지 상상도 안 되었다. 그러나 앞으로 자기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걱정하는 것보다 지금은 대대장의 안위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대대장님. 대대장님!!”
은수는 손잡이를 내려치면서도 대대장을 불렀다.
안에 당번병이 대대장과 같이 있더라도 대대장을 포기하고 나오도록 하려는 생각이었다.
한 번 더 손잡이를 내리치려고 했을 때 문이 열렸다.
거기에는 당번병이 서 있었다.
“강 일병!”
은수가 당번병을 불렀다.
“작전과장님 아니십니까? 여기에서 뭘 하십니까?”
강민호가 태연하게 물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못 들었나.”
“못 들었습니다.”
“대대장님은 어디 계시냐.”
“안에서 오침중이십니다.”
은수는 강민호를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강민호를 밀치고 안으로 달려갔다.
대대장실에서는 대대장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은수는 그대로 작은 방을 향해 달려갔고 그곳에서 손이 뒤로 묶인 대대장을 발견했다.
“대대장님!”
은수는 놀란 얼굴로 달려갔지만 곧 말소리를 죽였다.
그리고 조용하고 침착하게 대대장의 손을 풀어주었다.
이지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고 이지도는 두 팔로 은수의 목을 감았다.
"정 대위."
은수는 이지도를 안아주었다.
그때 은수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정우였다.
“다행이예요.”
정우가 말했다.
“보고 있었어?”
“네. 다행히 아무 일 없었어요. 당번병이 생각한 대로 안 됐어요. 리카도인이 묻은 걸 대대장님이 사용하지 않으셨거든요. 대대장님은 그냥 꿈꾸듯이 앉아 계셨어요. 아마 형 생각을 하셨겠죠. 그러다가 당번병이 들어와서 대대장님이 마취되지 않은 걸 보고 더 놀랐고 대대장님이 무슨 일이냐고 질책하는 소리에 갑자기 달려들어서 손을 묶었다가 형 소리를 듣고 나간 거예요.”
“…고맙다. 정우야.”
“대대장님이나 잘 달래주세요, 형. 은호 형이 저를 위해서 해 준 일에 비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예요.”
“그래. 고맙다. 정말 고맙다.”
은수는 전화를 끊었고 정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자기가 다운받아 두었던 대대장의 영상 파일을 지웠다.
정우가 영상을 지우는 순간 사이트에 있던 대대장의 영상이 같이 사라졌지만 정우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은수는 대대장을 안고 대대장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충격으로 쿵쾅거리는 대대장의 심장 박동이 은수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이제 괜찮습니다. 대대장님.”
은수가 말했다.
그래도 이지도의 울음은 쉽게 잦아 들지않았다.
“괜찮습니다. 대대장님. 잘 참으셨어요. 정말 잘 참으셨어요.”
은수가 이지도의 뺨을 감싸고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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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잘 시간~
이 새벽에도 쿠폰 주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감격ㅠㅠ
쿠폰, 추천 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