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92화 (9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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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은수 형의 자랑은 계속 되었다. 이제는 은수 형이 전화를 하고 바로 옆에 있는 대대장을 바꿔주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제 퇴근을 하고 같이 데이트를 하는 날이 많다고 했다.

나는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고 말했고 대대장은 나에게, 언제 또 누나랑 왕 게임 해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살다살다 내가 대대장 누나를 갖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는데 이 몸캠 영상 사이트 덕에 내 인생이 그야말로 다이나믹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지.

이제는 몸캠 영상 사이트라고 부르면 안 될 것 같다.

그동안은 올라온 영상들이 모두 몸캠 영상의 범주에 들어갔지만 이제는 도촬한 영상까지 올라오고 있으니.

그나저나 나는 화장지가 하나뿐이라는 사실에 점점 강박증을 느꼈다.

남은 화장지 하나로는, 새로운 영상을 하나도 받을 수가 없어서였다. 한 번 본 동영상에 나왔던 여자의 영상은 받을 수 있겠지만 그건 나에게 별로 의미가 없었다. 그런 영상을 보려면 그냥 현실에서 보면 되는 거니까.

할 수 없이 나는 프리 섹스 존을 찾았다.

그러나 새로운 얼굴이 별로 없었다.

한 번 관계를 가졌던 여자와 다시 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화장지가 생기지 않는 섹스는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해 보지 않았던 여자들을 찾아서 돌아다녔는데 여자들이 한 번에 남자들 여러 명과 어울려 몸에 있는 모든 구멍으로 남자들의 물건을 받고 있는 걸 보고서 그 순간에 정나미가 떨어져 버렸다.

영상을 다운받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다음부터는 여기를 찾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노와 요노의 돔도 다시 만났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고 웃고 인사를 하면서 지나쳤다.

“벌써 가요?”

요노의 돔이 물었다.

“하긴. 오늘은 별로 물이 안 좋죠?”

그쪽에서는 오해를 하고 그렇게 물었다.

“그런 것 같네요.”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나는 그냥 그렇게 말했다.

“우리도 오늘은 그냥 일찍 가려고요.”

두 사람은 다음에 또 보자면서 갔다.

그러나 다시 그들을 보게 될 것 같지는 않았다.

프리 섹스 존에서 허탕을 치고, 달랑 하나 남은 화장지를 보고 나는 당분간 사이트에 접속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좋은 영상이 올라왔는데 결제할 화장지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내가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어서였다.

폭력을 동원해서 모르는 여자와 관계를 맺는 일은 없겠지만 불결하고 난잡한 섹스를 감수하게 될까봐 걱정이 됐다.

다행히 사이트를 잊을 수 있을만큼 바빠졌다.

은호 형은 일본에서의 통역 문제 때문에 나에게 다시 연락을 해 왔다.

나는 말이 나온 김에 준영이에게 그 얘기를 하기로 했다.

새 과외 선생을 구해야 한다면 준비할 시간을 최대한 길게 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였다.

준영이는 서운해 했지만 준영이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반기며 지원사격을 해주었다.

나한테서 과외를 받는 건 너무 좋은 일이지만 선생님한테만 너무 큰 짐을 지워서 미안하다는 거였다.

준영이 어머니 입장에서는 내 얼굴을 계속해서 보는 것이 꺼림칙하기는 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순탄하게 결별했다.

준영이는 끝내 울어버렸고 수영은 의외로 담담했다.

나는 받지 않겠다는 준영이 아버지에게 강권해서 차를 돌려드렸다.

그리고 준영의 어머니에게도 돈을 돌려주었다. 그때는 그 돈이 정말로 절박하게 필요했지만 이제는 돌려줄 수 있는 상황이니 돌려주고 싶었다.

수영 강사가 혹시라도 협박을 하거나 괴롭히려고 하면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하면서 나는 준영이 가족과의 만남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하자 준영의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렸다.

다시는 흔들리는 일 없이 가정을 잘 지키겠다고 말하면서 준영이 어머니는 내가 자기를 믿어주고 비밀을 지켜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준영이 어머니를 믿어준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미안한 마음이 들 지경이었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화기애애한 이별을 했다.

그 후로는 통역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업계 용어를 익히는데 시간이 많이 들어갔지만 재미있었다.

새로운 도전은 나에게 언제나 큰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그 일로 은호 형이랑 연락을 하는 일도 점점 많아졌는데 나는 쉽게 풀리지 않는 고민을 은호 형에게 털어 놓았다.

“형. 형은 여자 문제 어떻게 해결하세요? 만나는 사람 있으세요?”

“아직은 그냥. 즐기는 상대로 만나는 것 말고는 없어. 지금은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

은호 형은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다.

“즐기는 상대는 어떻게 찾으세요?”

“나야 그냥 클럽 가서 만나기도 하고. 내가 아이 컨택 한 번 해 주면 다 넘어오는데. 왜? 너는 힘드냐? 하긴. 그 얼굴 가지고는 힘들려나?”

“아니거든요!!”

나는 마구 분개하면서 소리쳤다.

“이 자식 좀 봐라. 진짜 욕구 불만인가보네. 형이 여자 소개 시켜줘?”

“진지하게 만날 건 아니라서요.”

“아. 그냥 일회용으로? 욕구 해소용?”

“네. 형한테 소개받기는 좀 그렇고요. 형이 소개해준 사람한테는 잘 대해줘야 되잖아요.”

“그럼 번개 뛰어.”

“번개요?”

“응. 형이 가입한 번개 사이트 있는데. 거기에 너 추천해 줄게.”

“추천요?”

“응. 가입한 사람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먼저 가입된 사람들 추천을 받아야만 가입을 할 수가 있어.”

“조건이 까다로워요?”

“응. 보유자산이 50억 이상이어야 되고 외모도 일정 수준 이상이 돼야 되고 체지방률까지 봐.”

“에에? 무슨 그런 데가 다 있어요?”

“학벌도 보고 IQ도 보고 질병이 있는지도 봐.”

“결혼 중개 사이트같은 거예요?”

“비슷한 거지. 근데 결혼을 위해서 그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은 없어. 철저히 원나잇을 위해서 만나는 거고 비밀 유지는 엄격하게 이루어져. 사이트에 가입할 때 5억을 예치해야 되는데 비밀 누설시에 위약금으로 쓰이는 돈이야. 정 재계 2세, 3세도 가입이 많이 돼 있어서 비밀 누설시에는 페널티가 세. 예치금을 몰수 당하는 걸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자체적으로 하는 다른 징계도 받게 되고.”

"무슨 징곈데요?"

"정확히 언급은 안 돼 있는데. 글쎄. 고추를 잘라버리지 않을까?"

"아하하하하. 웃으면 되는 거죠?"

"웃고 싶으면. 고추를 자르지는 않겠지만 어쨌거나 가볍게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야."

“살벌하네요.”

나는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래도 거기 가입하는 사람들은 자기 프라이버시가 보호된다는 점 때문에 좋아해. 번개를 해도 걸레나 폭탄을 만나지는 않을 거라는 것 때문에 선호하기도 하고.”

“걸레는 많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여기 저기 많이 안 닦고 다닌 걸레를 만나는 거지.”

은호 형이 현실적으로 말해 주었다.

“좋아요. 추천해 주세요. 가입할게요.”

“오케이.”

그 후는 일사천리였다.

나는 예치금으로 돈을 보내고 가입을 했다.

어플을 깔자 신세계가 열렸다.

접속을 하자, 만남을 원한다는 글들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나이와 성별. 키와 몸무게로 자신을 소개했고 자기가 지금 있는 지역이 어딘지를 올렸다.

나머지 것들은 그 사이트의 회원이라는 것으로 이미 보증이 되고 있었다.

나는 만남글을 보다가 나와 가까운 곳에 사는 여자가 올린 글을 보고 쪽지를 보냈다.

[만나실래요?]

그냥 대충 그렇게 보냈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그렇게 답장이 왔다.

나는 나이와 간단한 내 소개를 했다.

대 여섯 번 얘기가 오간 후에 서로 만나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어디에서 만나면 좋겠냐고 묻자 상대는 대뜸 강남역에 있는 한 건물 이름을 댔다.

거기 4층 사무실이 지금 비어 있는데 거기로 오라는 것이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은호 형이 그 사이트에 대한 자랑을 침 튀어가며 해 주었던 터라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그곳으로 향했다.

걱정되는 것은 별로 없었다.

만남 사이트에서 이미 이중 삼중으로 보호 장치를 마련해 놓은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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