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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보스몹
“정말 그렇게 하려고요?”
에르메스가 물었다.
“문은 열려 있습니다만?”
“저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와서….”
“가셔도 상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도 에르메스는 계속해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소프트하게 즐길 생각은 없냐고 묻고 싶은 듯했다.
이래도 저래도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다.
퀵으로 물건이 도착하기까지는 아직 몇 십 분이 남아 있기도 했고.
나는 여자에게 손짓을 했다.
여자는 안도한 표정을 짓고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여자의 옷 위로 몸을 더듬으며 여자의 낭창낭창한 허리를 감쌌다.
그리고 여자의 옷 위로 가슴을 베어물었다.
“으으으읏.”
여자는 신음 소리가 풍부했다.
자극적이고, 좋은 음색을 가진 여자였다.
이 여자한테 거칠게 박아댈 때 울면서 낼 소리가 벌써부터 기대됐다.
나는 여자의 옷을 하나씩 벗겼다.
생각 같아서는 위에서 잡아서 한번에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초반에 자기가 걸친 옷이 얼마나 비싼지를 경고하는 뉘앙스의 말을 들었던지라 그러지를 못했다.
확 뜯어냈는데 쓸데없이 한 4천만원짜리 디자이너 의상이네, 그래버리면 서로 난감해질 테니.
이런 피부결을 유지하는데 돈이 얼마나 들었을지 궁금해질 정도로 피부의 부드러움이 예술이었다.
만질수록 계속해서 더 만지고 싶어졌다.
등과 허리, 엉덩이와 허벅지를 나는 계속해서 손바닥으로 쓸고 또 쓸었다.
나는 소파에 앉은 채로 여자의 단추를 전부 풀고 여자의 맨 허리를 다시 한 번 쓰다듬었다.
“가운 걸칠래요?”
여자는 곧 고개를 끄덕이고 가운을 걸쳤다.
다 벗는 것보다는 그렇게 뭐라도 걸치고 슬쩍슬쩍 드러내는 게 더 에로틱해 보이는 듯.
나는 여자의 몸을 더듬으면서 성감대를 찾았고 여자를 천천히 적셨다.
그리고 여자쪽에서 달아 올라 나에게 매달려 오는 순간 참지 않고 삽입을 했다.
“오래 해줘요. 바로 사정하지 말고요.”
여자가 말했다.
싫은데요.
당신을 만족시킬 생각으로 온 게 아니라 나는 여기에서 화풀이나 하고 화장지나 모으는 게 목적이니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자의 안은 생각만큼 쫄깃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헐겁냐고 푸념을 하고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여자는 혼자서만 잔뜩 달아올라 있었다.
스스로 자기 목을 쓰다듬고 가슴을 주무르며 비틀어 쥐었다.
젖꼭지의 색깔조차도 미묘하게 진하다.
나는 서둘러 허리를 움직여 사정을 마쳤다.
대충 과제를 끝내 제출하는 학생과 같은 심정으로.
여자는 아쉬워하는 표정이었고 마침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을 두드린 사람이 퀵 서비스 직원일지, 아니면 내가 올린 글을 보고 온 또 다른 여자일지 궁금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들어 오라고 말하자 문이 열리고 퀵 서비스 직원이 들어왔다.
나는 가운을 여미고 여자의 몸을 가려 주었다.
그리고 나도 가운을 걸치고서 걸어가 사인을 해 주고 물건을 받았다.
생각보다 부피가 컸다. 그걸 들고 오는 사람이 굉장히 힘들어 하면서 무겁게 내려놓는 걸 봤던 터라 나는 팁을 두둑하게 얹어 주었다.
돌아갈 땐 이걸 또 어떻게 가지고 내려가나 싶었다.
놓고 갈 수도 없고.
놓고 가면 객실 정리를 하면서 다 볼 텐데. 내 신상도 다 알 거고.
앞으로는 호텔 말고 이런 즉흥적인 만남을 위한 장소를 하나 따로 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물건을 수령하는 걸 보고 에르메스는 슬슬 떠날 준비를 했다.
내가 더 이상 자기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에르메스가 나가고 몇 분 되지 않아 다른 여자가 들어왔다.
엘리베이터나 로비에서 두 사람이 서로 마주칠 수도 있었을 것 같은 시간 차이였다.
노크를 가볍게 하고 들어온 여자는 세련된 숏 커트를 한 여자였는데 몸은 빈약해 보였다.
오히려 그런 몸이 표준일지도 모르는데 내가 만나왔던 여자들이 그동안 다들 쭉쭉빵빵했던지라 그런 소박한 몸매가 오히려 신선해 보였다.
나이는 이십대 후반 정도에 오랜 유학 생활을 청산하고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넘치는 아우라가 자유분방하다고 할까?
여자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시원한 걸음걸이로 다가와서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재미있네요. 친구한테 추천 받아서 사이트 가입한지 얼마 안 됐는데. 쿨하네요. 이런 식으로 많이 만나봤어요?”
여자도 역시 그게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통성명 같은 것도 해야 하나? 저는 헤더라고 부르시면 돼요. 제 이름은 아니고 기숙사 룸메 이름인데. 이런데서 실명 오픈하는 건 좀 이상하겠죠?”
헤더가 말했다.
“저도 막 베테랑이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저도 사이트 소개받은지 얼마 안 됐고 오늘이 두 번째예요.”
“아아. 재미있네요. 근처에서 업체 사람 만나고 들어가다가 혹시나 하고 접속해 봤는데 글이 있더라고요. 가까운 곳이라서 한 번 와 봤는데. 문 열어 보고 폭탄이면 그냥 가려고 했어요. 방 잘못 찾아왔다고 말 하고 가려고요. 타이밍 잘못 맞추면 섹스하고 있는 도중에 들어오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나밖에 안 온 거예요? 글 올라온지는 꽤 됐던 것 같은데.”
“한 분은 다녀가셨어요.”
“어머. 그럼. 이미 끝난 거 아닌가?”
헤더는 그렇게 말하고 내 얼굴에서부터 시작해서 시선을 아래로 쭈우우욱 내렸다.
가운 사이 페니스에 이를 때까지 쭈우우우욱.
“아. 그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네요.”
헤더는 굳건하게 일어서 있는 내 페니스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잠깐 샤워 좀 하고 나와도 되죠?”
“편하실대로요.”
헤더가 욕실로 들어간 동안 나는 몸캠 영상 사이트에 접속했다.
화장지 하나가 더 모아져 있었다.
이제 총 세 개.
그리고 나는 실버 3단계가 돼 있었다.
등업의 기준은 아직 감도 못 잡고 있다.
그러다가 공지가 하나 떠 있는 걸 발견했다.
[notise]
?????
notice를 잘못 쓴 건가?
어우. 쪽팔려. se는 또 뭐냐.
잘 모르면 그냥 한글로 쓰든가 할 것이지.
그래도 사이트는 꿋꿋했다.
[ 실버 3단계의 특혜-시공간 동결 아이템]
시공간 동결 아이템?
그게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무슨 이런 만화같은 설명을.
그러면서도 나는 사이트의 공지사항을 주의 깊게 몇 번이나 읽었다.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법칙에 따라서 운영된다.
내가 등업을 하면 뭔가 나한테 어드밴티지가 주어지기는 하는 모양이다.
그게 뭔지를 몰라서 그렇지.
은 과장님이 말했던 것도 혹시 몸캠 영상 사이트에서 등급이 오르면서 나타난 일일까 하다가 내가 아팠을 때의 일이니 그건 아니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시간이 안 맞는 것이다.
시공간 동결 아이템?
나는 그 아이템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사이트를 여기저기 다시 돌아다녔다.
그동안 없었던 것이 다시 생겨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 저것을 눌러보다가 나는 한쪽 귀퉁이에 마이 페이지 버튼이 새로 생긴 것을 알아냈다.
그것을 누르자 거기에 마이 인벤토리가 있었고 인벤토리를 누르자 내가 영상을 다운받아 봤던 여자들의 캡쳐 사진이 한 장씩 들어 있었다.
연우와 수영, 머슬 퀸과 핫 걸 뿐만 아니라 준영이 어머니의 사진도 있었고 이지도 대대장의 사진도 있었다.
인벤토리에는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의미만 있는 건지, 아니면 그 사진들이 거기에 있는 것으로 또 다른 효과가 생기는 건지는 알지 못했다.
마이 아이템이라는 버튼을 누르고 들어가자 거기에는 자물쇠 모양이 달린 여러 가지 항아리 모양이 있었다.
개방된 것은 아직 없는 모양이다.
다만 실버 3단계에 얻을 수 있다는 시공간 동결 아이템만, 항아리에 '시공간 동결 아이템'이라고 쓰여 있었다.
‘어떻게 쓰는 건지 좀 알려주던가.’
등업을 하는 방법은 대충 알 것 같았다.
화장지를 모아서 영상을 많이 다운받으면 등업이 되는 것 같다.
‘문제 없지, 뭐. 화장지를 모으면 되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