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115화 (11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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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보스몹

아이미는 카나메가 왜 자기를 그런 자리에 데리고 다니고 싶어하는 건지 알고 있었다.

‘아이미는 카나메의 말이라면 절대 복종하지.’라고 카나메의 친구들이 카나메를 자극하면 멍청한 카나메는 그 말을 증명하기 위해서 아이미를 괴롭혔다.

커다란 프라이빗 룸에서, 식사로 나온 파스타에 정액을 쏟아내고 그걸 아이미에게 억지로 먹게 하면서 카나메는 친구들이 ‘역시 카나메야!’ 라고 하는 말을 들으며 만족스럽게 아이미의 턱을 긁어 주었다.

카나메의 친구들은 카나메를 놀리고 아이미를 괴롭히려고 시작했던 그 장난이 계속되면서 괜히 자기들이 의문의 패배를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정말로 아이미는 카나메가 시키는 것은 뭐든지 했고, 카나메가 식사를 하는 동안 목에 목줄을 묶어놓고 옆에 앉아있게 하면 그렇게 한 채로 몇 십분이건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 카나메와 아이미를 보자 카나메의 친구들은 괜히 부러워졌고 자기들끼리 정해 놓은 공식 바보 카나메를 어느 순간부터 따라하고 있었다.

아이미 같은 쭉빵을 구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 따라갈만한 여자들을 데려다가 목에 목줄을 걸고 옆에 앉혀 놓으면서 이제 자기들도 카나메와 비슷한 좋은 장난감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순간 카나메와 아이미는 또 멀찌감치 한 발을 앞서갔다.

이 바보가, 자기에게는 테이블을 따로 달라고 웨이터에게 말하더니 자기 요리의 소스는 모두 아이미의 몸에 부어 달라고 주문을 했다.

음모를 전부 왁싱해서 어린 애 피부처럼 깨끗한 그곳을 중심으로 해서 각종 소스를 뿌리고 카나메는 혼자서 유유자적하게 식사를 즐겼다. 그러는 동안 바로 옆에 있는 테이블에 앉은 카나메의 친구들은 또 충격에 싸인 채 1패를 기록했다.

그런데 별로 하는 일 없이 이런 쪽으로만 머리를 굴리던 카나메에게 드디어 일이 생겼다.

회사에는 큰 위기였다.

아이미가 다니는 회사는 그동안 오랜 전통을 강조해오면서 꾸준하게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오던 곳이었는데 근래들어 곳곳에서 이상징후가 포착되었다.

그동안은 압도적인 시장지배자였는데 2, 3위의 추격이 점점 맹렬해졌다. 아직 수치가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 보면 상당히 위험한 징후였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아이미의 회사가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품을 순식간에 쓰레기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고 몇 달 후면 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새 제품이 나올 거라는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었다.

그 정보는 엄격하게 통제되었지만 카나메와 아이미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큰 위기였다. 이대로라면 폭탄이 터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러나 폭탄이 터지기 직전에 폭탄을 떠넘길 기회가 왔다.

웬 한국 기업에서 폭탄에 눈독을 들인 것이다.

그쪽에서는 괜히 애가 닳아서 계약을 서두르고 있었다.

폭탄이 터지기 전에 남은 물량을 거기로 넘겨버리고 손을 털면 아이미의 회사에서는 손해를 거의 보지 않고 새 시장으로 갈아 탈 수가 있을 거였다.

카나메는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가지고 놀았다. 폭탄을 떠넘기는 입장인 주제에 잘난 척을 했고 그들의 뒤에서 그들을 놀려댔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객단가를 조금이라도 낮춰보려고 몇 번 시도를 했을 때는 그때마다 멸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아이미가 봤을 때 늘 머저리 같던 카나메가 그 일을 제법 잘 해내는 듯 보였다.

드디어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날이 다가왔고 카나메는 아침부터 들떠 있었다.

이제 양측에서 서로 서명을 하는 일만 남겨둔 상태였고 이 일을 잘 해결한 것으로 인해서 자신의 입지도 좋아질 거라고 은근히 기대를 하는 것 같았다.

아이미는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좀 안 됐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자기는 이쪽에 속한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아이미는 한국 업체 대표로부터, 만남을 내일로 연기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별 것 아니겠지, 하고 말하면서도 카나메는 초조해했다.

단가를 좀 낮춰줄 걸 그랬나? 라고 아이미에게 물으면서 그렇게 하는 방법도 생각을 해 보자고 했다.

아이미는 이 일이 어떻게 될지 호기심을 가졌다.

그러면서 자기 자리로 돌아와 의자에 앉으려다가 아이미는 깜짝 놀라 펄쩍 일어섰다.

아직도 엉덩이가 불에 덴 것처럼 아팠다.

카나메의 요구대로 패들로 자기 엉덩이를 때려댄 것이 벌써 사흘 전의 일인데 엉덩이는 아직도 쓰렸다.

카나메는 점점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성향으로 바뀌어가는 것 같았다.

아이미는 거울을 들고 자기 목을 보았다.

지난 번에 만났을 때는 목줄을 심각할 정도로 조여 묶어서 숨을 쉬는 게 어려웠었다.

그때 묶었던 자국이 지금도 아직 남아 있었다.

목줄이, 안쪽에 징이 촘촘하게 박혀 있는 제품이라서 목에 목걸이 문신을 한 것처럼 보였다.

이런 관계를 더 이상은 유지하지 못하겠다고 아이미가 통보를 하자 카나메가 다음부터는 강도를 조절하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몸캠을 보여달라고 집요하게 조르기 시작했다.

한 번 뭔가에 꽂히면 그 일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다고 체념을 하면서 아이미는 몸캠을 보여 주었다.

너무 쉽고 안일하게 생각을 한 게 문제였다.

카나메가 그것을 가지고 협박을 할 줄은 몰랐다.

아침부터 즐거워 보인다 했더니 카나메가 아이미에게 그 영상을 보여주고 비열하게 웃어댔다. 이제 제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나? 협박을 해도 구닥다리 표현을 써 가면서 협박을 해대는데 기도 안 찼다.

언젠가 카나메가 자기에게 펠라치오를 요구하면 페니스를 확 물거나 고환을 확 빨아서 고자를 만들어 버릴까보다고 생각을 하면서 아이미는 겨우 겨우 분을 삭이고 있었다.

카나메는 점심 약속을 잡고 일찍 나갔고 아이미는 혼자서 자리를 지키다가 슬슬 점심을 먹으러 나가려고 했다.

그때 그 남자가 찾아왔다.

임정우라고 했던가.

첫 모습이 근사해서 아이미는 단 번에 임정우에게 호감을 가졌었다.

아이미는 임정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튕기듯이 일어나서 그를 반겼다.

“오늘 못 오신다고 연락을 받았는데요. 그래서 전무님도 다른 약속을 잡고 나가셨어요.”

아이미는 임정우가 헛걸음을 한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했다.

한편으로는, 그 계약을 하기는 할 건가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 대충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임정우가 말했다.

“그럼…. 무슨 일로…?”

“내일이면 일본을 떠날 것 같은데 친구도 못 사귀고 가게 되는 것 같아서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식사라도 할 수 있을까해서 와봤습니다.”

“어머. 점심 시간은 그렇게 많이 못 빼는데요.”

아이미가 말했다.

“점심을 같이 하자고 온 건 아니니까 상관 없습니다. 저녁이나 같이 하죠.”

“저녁요?”

“네.뭘 좋아하는지 물어보려고 왔습니다. 좋은 곳은 일찍 예약하지 않으면 가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그렇긴 한데.”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됩니다. 상처 따윈 안 받습니다. 하하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제가 머물고 있는 호텔 레스토랑이 평이 괜찮던데. 거기에 자리를 잡아 놔도 될까요?"

"그런데 그게."

뜸을 들이기는 했지만 아이미는 내숭을 오래 떨지는 못하고 곧바로 그러자고 말을 했다.

넉넉하게 약속 시간을 여덟 시로 잡았다.

변덕쟁이 카나메가 또 무슨 헛소리로 자기를 붙잡아 놓을지 모르는데 임정우와의 약속에 늦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임정우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웃으며 떠났고 아이미는 한숨을 쉬었다.

저렇게 괜찮은 사람한테 자기가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지 생각하자 마음이 무거웠다.

'적어도 석달이나 넉달 후면 저 사람들도 자기들이 떠안은 것이 폭탄이라는 걸 알게 될 텐데.'

그때는 이쪽에서 시장 판세를 먼저 읽고 그걸 떠넘긴 거라는 걸 알아차릴 수도 있을 것 이다. 그러나 그 즈음에는 이미 손 쓸 방법이 모두 사라져버린 후일 것이고.

아이미의 마음이 착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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