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124화 (12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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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보스몹

그 놈은 내가 연우를 되찾으러 왔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그 놈이 천연덕스럽게 연우를 향해 돌아서려고 했을 때 나는 그 놈의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시간은 그놈이 예상했던 것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그 놈은 내가 저에게 닿기까지 적어도 5초의 시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순전히 그 놈의 생각일 뿐이었다.

그 놈이 돌아선 그 순간 나는 바로 그 놈의 뒤에 서 있었다.

그 놈의 손은 연우에게 닿지도 못했다.

나는, 악귀를 본 것처럼 놀라는 놈의 눈을 바라보았다.

"왜. 뭘 뻐끔거려. 할 말이라도 있어?"

내가 말했다.

“어, 어, 어떻…게!”

저와의 거리가 몇십미터는 떨어져 있었는데 내가 순간적으로 제 눈 앞에 나타나 있는 것을 보고 그 녀석이 비명을 질렀다.

내 명치에서부터 감당되지 않는 분노가 솟구쳤다.

내 주먹이 녀석의 윗입술과 코 사이로 날아들어갔다.

한 치의 변화도 없이 똑같은 곳을 때리자 녀석의 입에서 더 이상 비명은 들리지 않았고 얼굴은 함몰된 채 뼈가 산산조각 났다.

내 손도 피로 물들었다.

조각난 뼈들이 가시처럼 내 주먹을 괴롭혔다. 하지만 그런 고통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내가 살아서 연우의 곁에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 놈은 나를 붙잡은 손에서 힘을 빼고 팔을 주욱 늘어뜨린 채 바닥으로 송장처럼 쓰러졌다.

나는 놈을 붙들었던 손을 놓았다.

고개를 들었을 때 나와 연우의 눈이 마주쳤다.

나는 연우에게 다가갔다.

“연우야….”

나를 바라보는 연우의 눈에서 눈물이 울컥울컥 솟아오르고 있었다.

“다친 데는….”

연우를 본 그 순간에야 제 정신이 돌아왔다.

나는 내가 저지른 짓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뒤늦게 깨달았고 연우가 놀랬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연우에게 다가가던 걸음을 멈추고 두 손을 내렸다.

내 모습이 너무 끔찍했을 거라고, 연우가 나를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우리 사이의 더 이상 메워지지 않는 그 거리를 연우가 좁혀왔다.

연우가 나를 안으려고 했다.

나는 내 몸에 묻은 피가 꺼림칙해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연우는 다시 나에게 다가왔고 나를 안았다.

나를 안은 팔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갔고 안에서부터 쏟아져 나온 울음 소리가 기어이 크게 터져 나왔다.

"쉬이. 괜찮아. 다 끝났어. 이제 다 괜찮아."

나는 연우의 머리를 하염없이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연우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을지 걱정이 됐다. 자기가 지금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 이유가 내 엄마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연우에게 한없이 미안했다. 내가 연우를 욕망해서 연우가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알고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연우에게 다가가는 것을 포기하지 못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연우의 등을 쓸어 주었다.

아직은 할 일이 남았다. 키샤가 곧 그리로 들이닥칠 거였다. 연우를 지켜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끝까지 연우의 옆에 견고히 서 있을 수 있어야 했다. 조무래기들을 떼내고 나서 수감되어 버린다면, 그래서 연우의 곁을 지켜줄 수 없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멍청한 짓이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팔과 다리가 기괴한 형태로 뒤틀린 사람들이 여기 저기에 쓰러져 있었고 그들의 몸에는 하나같이 피를 토해내는 붉은 소용돌이가 생겨나 있었다.

내가 한 짓이라고 도저히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었다.

밖에 세워져 있는 놈들의 차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키샤가 오기 전에 차를 숨겨야 했다. 내 차도 마찬가지고.

나는 숨이 붙어 있는 놈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연우를 데리고 나갔다.

내가 공장 뒤로 차를 옮기는 동안 연우는 내 옆에 있었다.

연우는 나를 탓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미 전부 끝나버린 일이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한 논평이 아니었다.

뭘 해야할지 결정을 내리고 그걸 위해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필요할 뿐이었다.

***

키샤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먼저 안을 확인한 요원이 밖으로 나오며 말했다.

“서둘러. 여기가 아니라면. 여기를 지나친 거면 이연우를 데리고 어디로 간 건지 찾아야 된다!”

서지영의 소리에 요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서지영은 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우는 시간을 달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은 후에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정우가 여기에 먼저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간 거라고 생각했던 지영은 안에 아무도 없다는 말을 듣고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리는 것 같았다.

이연우를 살해하려고 납치한 사람들이 이연우를 데리고 어디로 간 건지, 지금은 다음 장소에 늦지 않게 도착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장소는 세 군데 정도로 압축되었고 그 중에 가능성이 높은 곳이 이곳이었다.

지영은 차에 오르며 곧바로 다음 장소로 향했다.

나머지 장소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가고 있을 것이다.

지영은 정우가 어떻게 된 건지 걱정이 돼서 미칠 것 같았다.

차라리 그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기를 바랐다.

연우가 붙잡힌 것을 보고 나섰다가 해를 당한 것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던 것이다.

뒷좌석에 앉아 지영은 다시 한 번 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정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지영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같이 있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대로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키샤의 밴들이 가구공장 단지를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그들이 탄 밴이 사라지고 얼마 후에 공장 뒤에서 정우와 연우가 나왔다.

연우는 사람들이 왜 그냥 떠나버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연우는 그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그랬기에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안에 아무도 없다니?

연우는 정우의 손에 잡혀있던 제 손을 빼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곳은 정우와 나왔을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바닥에는 뒤틀린 시신들이 있었다.

시신들마다 엄청난 피를 쏟아서 바닥은 피가 흥건했다.

발에 피를 묻히지 않고 안 쪽으로 들어가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안에 아무도 없다고 말했던 사람은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문만 열고 들여다 본 거였을까? 그렇다고 해도, 이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건가?

연우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연우는 정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낯설었다.

연우는 정우의 팔을 붙잡았다.

정우가 그대로 사라져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연우는 정우의 뺨을 감싸고 자기를 보게 했다.

“오빠….”

정우의 귀에 연우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정우가 연우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여느 때처럼 환하게 웃어주지는 않았다.

연우는 정우를 안고 정우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정우의 고통이 느껴졌다.

정우도 알고 있는 거라고 연우는 생각했다.

자기를 붙잡아 이곳에서 공장과 함께 불 태워 버리라고 시킨 사람이 자신의 엄마라는 사실을.

그것 때문에 정우가 괴로워하고 있는 거라는 것을 연우는 알고 있었다.

연우는 자기가 괜찮다는 것을 정우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오빠만 괜찮으면 나도 괜찮다고.

연우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정우가 연우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 주지 않았다.

이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다시 이전의 관계로 돌아가는 것말고 연우가 원하는 것은 없었다.

"오빠. 연우야, 라고 불러봐."

도저히 현실감이 들지 않는 정우의 눈을 보는 게 불안하고 무서워서 연우가 말했다.

정우가 연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웃음을 지었다.

"그래. 연우야."

정우가 연우의 머리를 꼭 끌어 안았다.

공장 안에는 사람들이 가져온 잡동사니들이 한가득이었다.

연우는 그것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연우를 어떻게 죽일 건지 말했다.

정우의 엄마가 너무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려서 자기들도 어쩔 수가 없다고 말하면서 그 사람들은 연우가 절대로 고통없이 죽지는 못할 거라고 말했었다.

공장 한 켠에 놓인 도구들이 그 사실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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