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126화 (126/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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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보스몹

그렇게 나는 핫 걸에게서 엄마가 숨어 있는 곳을 알아냈다.

엄마는 자기가 꼭꼭 잘 숨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연우를 데려간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는 것 때문에 화가 났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은 없었다.

나는 엄마를 보러 가기 전에 119에 구조 요청을 했다.

엄마가 숨어있는 곳 주변의 한 건물 옥상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을 해 놓았다.

출동을 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그 정도 시간은 나에게도 꼭 필요했다.

나는 엄마가 있던 고시원에 들어갔다.

낯선 사람이 문을 두드린다고 문을 열어줄 엄마가 아니었다.

나는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302혼데요. 안 계실 때 물건 받아놨어요. 이틀이나 됐으면 좀 찾아가셔야죠."

엄마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봐 걱정할 일은 없었다.

목소리를 변조하는 일이야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니까.

엄마는 자기한테 올 택배가 없으니까 그냥 가라고 말했다.

"오재광이라는 사람 몰라요? 그럼 이거 그냥 버려도 돼요? 내가 풀어봐서 그냥 내가 쓰거나 버리면 되는 거죠? 나중에 가서 딴 소리 하기 없어요."

오재광이라는 이름을 듣고 엄마가 문을 열었다.

문이 조금 열렸을 때 나는 문을 잡았다.

안에 걸림쇠가 걸려 있었지만 그건 상관이 없었다. 사실, 문을 끝까지 안 열어 주려고 했다면 나는 문을 뜯어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가기 위해서는 귀찮더라도 세부적인 것을 짜맞춰가는 것이 필요했다.

나는 걸림쇠가 툭 끊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를 봤을 때의 엄마의 얼굴은 내가 전에 구경해 본 적이 없었던 모습이었다.

“네, 네가…. 네가 여긴…. 어떻게. 아니. 무슨 일로. 왜!”

엄마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지금 그런 말 할 때가 아냐. 불구속 수사 받던 사람이 도망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여기 피해야 돼, 엄마. 여기를 내가 알아냈는데 형사들이 엄마를 못 찾을 것 같아?”

엄마는 나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엄마를 오래 기다려 주지않았다.

“같이 안 갈 거면 마음대로 해. 형사들이 왔을 때 같이 발견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엄마를 도주시켰다고 오해받고 싶지는 않으니까.”

나는 그대로 그곳을 나왔고 엄마는 가방만 챙겨 들고서 나를 따라왔다.

그러면서 내가 엄마를 속였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택배를 맡아놨다고 말한 걸 가지고 하는 말 같았다.

우리 사이에 언제 서로에 대한 신뢰라는 게 존재했던 적이 있었냐고 나는 간단하게 대꾸해 주었다.

엄마는 어디로 가는거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해 주지않았다.

엄마는 천천히 좀 가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말에도 대꾸해주지 않았다.

우리는 한참을 걸었다.

엄마는 내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 뛰어야 했다.

“좀 천천히 가라고!”

엄마가 소리를 질렀다.

나는 계속해서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앞을 가리켰다.

"너! 형사들이 올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아?"

의심많은 엄마가 드디어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엄마는, 내가 엄마에게 대답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는 사이렌 소리를 들었고 나보다 더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저 옥상으로 올라가 있어, 엄마. 거기에 있으면 아마 보일 거야.”

엄마는 주저하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너는…같이 안 가니?”

엄마는 내가 연우의 일을 아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내가 엄마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 같은 지금, 엄마는 내가 연우의 일을 모르기만을 바랐을 것이다.

나는 엄마가 나를 믿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엄마는 결국 내 말을 믿었다.

나를 믿고 싶어서 믿은 것은 아니었고 나를 믿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가 없었을 것이다.

엄마는 나를 몇 번이나 돌아보며 내가 말한 건물을 향해 달려갔다.

“너도 올 거니?”

“나도 갈 거야. 그러니까 먼저 옥상으로 가 있어!”

엄마는 건물 옥상으로 달려갔다.

엄마를 찾으러 온 형사들은 없었다.

사이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내가 생각한 것들을 엄마가 정말로 들었다는 걸 이상하게 생각했다.

엄마는 나와, 뭐라고 해야 할까, 주파수가 맞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것 같았다.

병원에서 이상한 환상을 보고 바닥이 흔들린다고 생각하면서 비틀거리다 주저앉은 것이 그 증거였다.

엄마는 내가 원하는대로 쉽게 조종되었다.

나는 구조대가 오는 것을 보았다.

내가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저기예요. 저 위에 사람이 있어요. 몇 번 난간 위에 올라왔다가 다시 뒤로 물러났는데 아마 떨어지려는 것 같아요.”

내 말을 듣고 사람들은 건물 옆에 에어 매트를 설치했다.

14층 높이의 건물이었다.

옥상으로 가는 문은 원래 잠겨 있었지만 엄마를 찾으러 가기 전에 내가 먼저 그곳의 손잡이를 돌려 부숴놓았다. 그 문이야말로 엄마에게는 지옥 문이 될 거였으니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열어놔 주었다.

내가 다른 건물을 놔두고 그곳을 고른 것은 그 짜릿한 높이 때문이었다.

그곳이 주변에 있는 다른 건물들보다 가장 높았다.

그 정도는 돼야 엄마가 떨어지면서 공포를 느낄 시간이 나올 것 같았다.

어차피 엄마는 그 일을 앞으로 끝도 없이 반복해서 경험하게 되겠지만.

나는 엄마에게 달려갔다.

건물 옥상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다른 소방대원들보다 더 빨리 가야했다.

내가 옥상으로 올라갔을 때 엄마는 그곳에 있었다.

겁을 먹은 얼굴이었다.

“엄마. 형사들이 올라와. 뛰어내려!”

“뭐? 어떻게 여길 알고?”

“그럴 시간 없다고!”

엄마는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눈에 옥상 문이 열리면서 형사들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엄마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이었다.

엄마는 난간으로 올라갔다.

그 아래에 왜 에어 매트가 있는지, 엄마는 논리적으로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엄마에게는 엄마를 잡으러 뛰어오는 형사들이 보였고 살인을 교사한 일에 대한 처벌까지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뿐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난간으로 올라가 뛰어내렸다,

나는 한 번 더 엄마의 시각을 조종했다.

엄마의 눈 앞에서, 에어 매트가 사라지게 한 것이다.

에어 매트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지만 엄마의 눈에는 그것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추락을 돌이킬 방법이 엄마에게는 없었다.

엄마의 인식 속에서 엄마는, 14층 높이에서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뛰어내리고 있었다.

엄마가 에어 매트 위에 떨어지기 직전, 나는 내 옷 깃에 달린 소형 카메라의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조용히 아래로 내려갔다.

엄마는 안전했다.

굉장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귀찮은 절차를 신경질적으로 마치고 엄마가 나에게 다가왔다.

“이제 어디로 갈 거야? 갈 데는 있어?”

내가 묻자 엄마는 고개를 돌렸다.

사실 엄마가 어디로 가게 될지는 알고 있었다.

지금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엄마뿐이었다.

"갈 데 없으면 일단 나랑 같이 가."

나는 엄마를 차 뒤에 태웠다.

그리고 일단 그 자리를 떠났다.

형사들이 곧 쫓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엄마가 너무 불안해했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불안해하는 건 나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대는 걸 듣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는 어쩌면 나를 가소롭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자기가 내 뒤에서 무슨 짓을 꾸민지도 모르고, 그래도 엄마라고 자기한테 다시 또 연민의 정을 베풀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기가 다시 한 번 통제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는지, 백 미러에 엄마의 웃는 모습이 비쳤다.

나 역시 웃음을 지었다.

적당한 장소에 이르렀을 때 나는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왔다.

“여기에서 잠깐만 기다려.”

그리고 나는 차 옆에 서서 스마트폰을 열었다.

엄마는 내가 스마트폰을 만지는 것을 보고 자기를 신고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는지 차 문을 열고 도망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었다.

엄마가 곧 나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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