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7 ----------------------------------------------
내 인생의 보스몹
내가 찍은 엄마의 동영상을 나는 내 영상 사이트에 올렸다.
거기에는 엄마가 고시원에서 나에게 문을 열어주고 옥상에서 떨어지기까지의 기록이 담겨 있었다.
나는 시공간 동결 아이템을 누르고 아이템을 적용시킬 영상을 선택했다.
그리고 확인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나는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보았다.
정신없이 도망치던 엄마가 얼어붙은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서는 것이 보였다.
엄마의 영상에, ‘시공간 동결’이라는 문구가 박혔다.
그리고 내 인벤토리에서 시공간 동결 아이템이 사라졌다.
한 번 사용하면 영구적으로 소멸되는 아이템일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내 인벤토리가 빈 것을 확인하자 왠지 아쉬웠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엄마의 이상한 모습에 관심을 보였다.
엄마는 그 자리에 선 채 멍한 표정으로 있었다.
무언가를 열중해서 보는 것 같은 눈빛이지만 엄마가 보는 것은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안개낀 호수 너머의 무언가를 찾으려는 것처럼 엄마의 시선은 흐릿했다.
엄마의 영혼은 육체에 갇혔고 그 영혼은 형사들을 피해서 도망치다가 옥상에서 떨어지는 경험을 무한하게 반복하며 겪어내고 있었다.
떨어지는 엄마의 눈에는 에어 매트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고 엄마는 이제 곧 자기가 죽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
핫 걸과 나는 나란히 서 있었다.
나는 내가 핫 걸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는 것을 증명했다.
핫 걸은 정신병원 벤치에 앉아있는 엄마를 보았다.
한없이 느리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은 그곳에서 엄마는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느린 동작으로 동공을 움직였다.
앞을 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엄마의 눈 앞에 펼쳐지는 장면은 전혀 다른 거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가끔 엄마는 비명을 질렀다. 경험하는 것은 매번 같았지만 그때마다 보이는 반응은 달랐다. 그러나 공포가 서린 표정은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났다.
“갑자기…. 왜 저렇게 된 거예요?”
핫 걸이 물었다.
“나도 모르죠. 벌을 받은 거 아닐까요?”
내 말이 너무 태연하게 들렸는지 핫 걸이 나를 바라보았다.
“물어볼 게 있어요.”
핫 걸이 말했다.
“가구 공장 단지 얘기라면. 네. 내가 샀습니다. 어차피 물류 저장 창고가 필요했으니까요.”
“왜 하필 거기였는데요?”
“거기에 그런 곳이 있는지 몰랐는데 누구 덕분에 알게 됐으니까요.”
핫 걸은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더 이상의 대화를 원하지 않았다.
연우가 잡혀갔던 가구 공장은 철거되었다.
사람들이 들어가기 전에 가서 흔적을 지우기는 했지만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공장이 철거되는 동안 계속 그 주변에 머물렀다.
내가 환상을 보이는 동안 철거업자들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내가 용의자는 아니죠?”
내가 물었다.
“용의자처럼 질문을 피하네요.”
“에이. 왜 그래요. 우리 사이가 언제부터 그랬다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팔로 핫 걸을 툭 치자 핫 걸이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노려보았다.
핫 걸은 나에게서 다른 이야기를 더 듣는 건 포기하고 엄마에 대해서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시골에 있는 요양원으로 가시게 될 거예요.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시설좋은 요양원이 있더라고요. 비용이 엄청나게 비싸기는 하지만.”
“비싸기는 하지만요?”
핫 걸은 그 뒤의 말을 물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비용이 엄청나게 비싸기는 하지만 연우의 안전을 위해서 지불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별로 비싼 것도 아니었다.
엄마를 간호하는 남자 간호사가 엄마의 일거수 일투족을 나에게 보고하게 될 터였다.
그곳은 엄마가 손수 걸어 들어간 엄마의 감옥이었다.
법의 심판에서 간신히 몸을 빼낸 엄마가 갇힌 그곳에는 가석방의 여지도 없었다.
불쌍한 엄마.
핫 걸은 내 얼굴에 떠오른 웃음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핫 걸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았다.
“너무 그렇게 뚫어지게 보지맙시다. 부끄럽잖아요.”
가당치도 않은 말에 핫 걸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았다.
“그럼 돌아가죠. 연우가 기다릴 거라서 오래는 못 있어요.”
핫 걸은 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는데 인사도 안 해요?”
핫 걸이 고갯짓으로 엄마를 가리키면서 나에게 물었다.
“아아. 우리는 그런 사이 아니예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그곳을 떠났다.
앞으로 한참동안. 그곳을 다시 찾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
“사업자 선정 1차 발표에서 체리 핑크가 1위 했다고 들었어요. 축하해요.”
연우가 쾌활한 모습으로 말하면서 침실로 들어왔다.
그거야 당연한 결과였기에 우리가 1위를 했다고 해서 놀라지는 않았다.
놀란 대목은 우리가 야심차게 시작한 회사 이름이 체리 핑크로 정해졌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은호 형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이름에 꽂혀서 그냥 밀어붙였다.
나는 체리 핑크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발기가 될 것 같아서 걱정을 했었다. 연우의 유두와 애널이 자꾸 연상돼버려서.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꼬여 있다.
침실로 들어오는 연우를 보면서 나는 살짝 긴장이 됐다.
연우와 같이 누워서 발기가 되지 않은지 사흘째였다.
연우는 내가 피곤해서 그럴 거라고 말하고 그냥 나를 안고 자 주었지만 이제는 나도 슬슬 걱정이 됐다.
이게 오래 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비뇨기과를 한 번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연우는 아예 작정을 하고 들어온 게 틀림없었다.
“혹시 이런 거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연우는 교복을 입고 있었고 나를 보고 벽에 기댄 채 서서 단추를 위에서부터 풀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전에는 그냥 연우 냄새만 맡아도 발딱발딱 섰었는데 그 일이 있고 난 후로 도통 발기가 되질 않았다.
야동을 보면 발기가 되는 건 물론이고 순식간에 쿠퍼액을 질질 지렸다. 내 생각이 맞다면 발기가 안 되는 것은 연우하고의 관계에서만 그런 것 같았다.
그래도 당분간은 연우와 시도를 해 보고 싶어서, 다른 여자를 찾아가는 것을 자제하고 있기는 했는데 어떻게 될지 장담을 할 수가 없다.
연우도 그것을 대충 눈치채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어떤 때보다 과감하게 굴고 있는 것이다.
연우가 교복을 벗고 내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키스를 하고 내 몸을 더듬어 내려가면서 혀로 핥고 입술로 물어대는데도 내 페니스는 저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이 늘어져서 본체만체를 하는 것이다.
“연우…야….”
안 될 것 같다고 말을 하려는데 연우는 내 아래로 내려가서 내 페니스를 혀로 건드렸다.
미칠 노릇이다.
연우님이 그렇게까지 해 주었는데도 자빠져 처 자기나 하고 있는 이놈의 페니스를 그냥 확 쓸어버려야 되나!
연우는 혀로 내 요도 구멍을 할짝거리면서 밑에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치명적인 눈을 하고 귀엽게 바라보면 오빠가 못참아, 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은데 내 마음과는 완전히 따로 놀고 있는 이 건방진 페니스!
연우는 극약 처방을 쓰는 것처럼 입 안에 내 페니스를 가득 물었다.
그리고 목구멍 끝까지 그것을 받아들이며 연신 고개를 움직였다.
전 같았으면 그대로 목구멍 안으로 바로 싸 버렸을 시간인데.
하지만 지금은 도통 반응이 오질 않았다.
나중에는 페니스가 아파왔다.
“연우야…. 그만….”
연우는, 자기가 힘들어할까봐 내가 그런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페니스를 빨았다.
결국 내가 연우의 어깨를 붙잡고 연우를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
“연우야. 아파. 아파. 그만해봐. 하지 말아봐.”
“아파요?”
연우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응. 아파. 그냥 손으로 해 줘.”
나는 젤을 페니스에 짜서 바르면서 말했다.
연우가 입을 뗐을 때는 페니스가 얼얼했다.
연우는 그때부터 손으로 훑어주었지만 이 녀석은 계속 사망 상태였다.
안타까워하는 연우의 눈빛.
아.. 죽고 싶다...
내가 이런 일로 동정받게 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