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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웹 MK-132화 (13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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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야

그건 당사자 의사를 먼저 묻고 해야 되는 것 아닌가?

누굴 종마로 아나! 라고는 하지만 눈에 띄게 기분 좋아진 내 얼굴.

누구를 섹스 못해 환장한 사람으로 봤다면 크게 잘 본 거다.

부정할 말이 별로 없다.

“그래서…. 큼. 일단 말이나 들어보도록 하지. 어떻게 하는 건데?”

“어려울 건 없어요. 경험이 없는 여자랑 하는 것에 혹시 거부감 있어요?”

“무슨 소리?”

누가 만든 미신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미신을 만들어낸 사람한테 아주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미신을 믿어주기를 바랐다.

거기다가, 지나치게 예쁜 여자와 성관계를 하면 일찍 죽는다는 미신도 퍼지면 좋겠고 쭉빵녀와 섹스를 하면 일 년 안에 고자가 된다는 미신도 퍼졌으면 좋겠고.

그러하다.

코야는 나에게 축제에 대한 설명을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해 주었다.

나는 왜 내가 선택된 건지 물었고 코야는 내가 모든 면에서 적합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모든 면에서 적합하다는 것은, 이 마을 사람들과 접점이 없고 발기력이 강하다는 것?

대충 생각나는 게 그 정도였는데 대체 코야나 이 마을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그런 걸 알고 나를 불렀…? 혹시?

혹시 아이미?

내가 코야를 보고 그 이름을 말하자 코야가 움찔했다.

“혹시 아이미도 여기 출신인 거야?”

코야는 그런 질문을 받게 될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는지 먼 산만 바라보았다.

이제와서 모른 척 해 봐야 소용 없는 짓이라고 말을 하고 나는 혼자서 화를 냈다.

아니지. 크게 화낼 일은 아니지.

“그래서. 나는 뭘 해야 되지? 목욕 재계 같은 걸 하고 기다리면 되나? 아참. 그 책에 나오는 것처럼 최음제 같은 걸 먹일 생각이면 그 계획은 좀 접어줘. 나는 약에 취해서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니까.”

별로 안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예 경험이 없었다.

그래도 무섭고, 하고 싶지 않았다.

막상 약을 먹인다고 해도 나한테 약효가 나타날 것 같지도 않았다.

설사 약효가 나타난다고 해 봐야 금방 내 안에서 성분이 분해돼 버리고 효력이 사라질 것이다.

코야는 알았다고 대답을 했는데 대답이 너무 빨리 나오는 것이 오히려 더 의심스러웠다.

나는 코야와 한 번 더 섹스를 할까 하다가 다음날 열 여섯 명의 아가씨들에게 어른들의 장난을 알려줘야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으로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다가 도중에 깼을 때 코야는 책상 앞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은은한 불빛을 받은 얼굴에, 콧등에 조그만 안경을 얹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열 여섯이랑 열 일곱에 어떤 본질적인 차이가 있겠는가,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코야에게 다가갔다.

하루에 열 여섯 명이랑 할 수 있는데 열 일곱 명이 안 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나는 코야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코야는 자기 일에 빠져서 나를 상대해 주지도 않았다.

챗.

잠은 깼고 쉽게 다시 잠이 들지 않아서 밖에 나가 경치를 구경하다가 스마트폰을 꺼냈다.

코야와의 관계로 화장지가 하나 더 늘면서 나는 등급이 올라 있었다.

이번에는 등급이 오르는데 시간이 짧게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새롭게 나타난 공지.

한 단계 더 올라가면 디나이얼 아이템을 준다고.

디나이얼.

이번에는 스펠링을 적어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사이트.

그래. 모르면 그냥 적지 마. 그게 나아.

그런데 디나이얼?

부정이라는 건가?

디나이얼 아이템에 대한 설명을 보려면 영상을 사야 할 것 같고 아무 영상이나 산다고 설명을 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시공간 동결 아이템에 비추어 봤을 때 디나이얼 아이템도 우선 등급을 올리면 아이템이 주어지고 그 다음에 아이템 설명을 볼 수 있는 영상이 주어질 것이다.

'이제 등급 올리는 거야 껌이지.'

나는 다음 날 화장지 열 여섯 개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고무되어 있었다.

열 여섯 개면 단 번에 등급이 올라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 화장지를 얻으려면 사정을 해야 되는 거지….

그냥 코야 말대로 삽입만 하는 걸로는 내 목적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한 번에 화장지 여러 개를 얻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 하나도 놓치지 말고 다 챙겨야지.

다른 곳에서 이 정도로 화장지를 얻으려면 걸레들이 아니고는 기회를 잡는 게 힘드니까.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몸캠 영상 사이트랑 화장지에 집중하는 걸까.

갑자기 현자 타임이라도 온 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는 이제 연우도 있고 핫 걸도 있고.

여자가 없어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차근차근 생각을 해 보았다.

몸캠 영상 사이트에 접속하고 나서 좋아진 점.

아.

생각해 보니까 많구나.

거기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내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점점 강해지는 신체능력과 다른 사람들의 시각 정보를 조종하는 능력도 몸캠 영상 사이트와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고.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인 거지만.)

좋아. 앞으로도 믿어보겠어!

‘그런데 디나이얼? 부정?’

나는 아이템에 대해 추측했다.

이미 일어난 일을 없던 걸로 한다는 건가?

생각을 해 보려고 했지만 별로 진전이 없었다.

결국 나는 하품을 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코야. 놀아줘.”

코야의 등에 업히듯이 하고 코야를 흔들어대자 코야가 내 손을 떼냈다.

“많이 바빠?”

“이번 주말까지 보내야 되는데 많이 남았어요. 내일부터는 축제 취재 때문에 시간이 더 없을 거고요.”

나는 코야의 말에 수긍하고서 코야의 셔츠 안으로 손을 쭈욱 집어 넣어서 코야의 가슴을 만지작 거렸다.

“혹시 말이야. [처녀들의 초야]에서 나오는 여자 주인공이 코야 얘기인 건 아니지?”

내가 말하자 코야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 여자는 살인자한테 죽잖아요. 제대로 읽어보기는 한 거 맞아요?”

“아. 맞다. 그럼 코야 얘기는 아닌 거네.”

나는 침대로 돌아가 뒹굴거렸다.

그리고 언제 잠이 든 건지 모르게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 두 사람이 떠드는 소리가 아니었다.

코야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밖으로 나가 보았다.

내가 영상에서 본 적이 있었던 여자들이 와 있었다.

여자들은 서너 명씩 무리를 지어 있었고 서로들 친한지 가벼운 얘기를 하면서 자기들끼리 웃어댔다.

그러다가 내가 나가자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코야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코야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 있어요?”

“초야 축제에 남아있을 수 있는 사람은 처녀들뿐이어서 코야는 마을로 갔어요.”

한 여자가 말했다.

“여기에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축제를 취재하려고 온 거잖아요.”

“원래 그러려고 했는데 장로님들이 반대했어요. 초야 축제가 사람들한테 알려져서 좋을 것도 없다고요. 코야를 좋아하지 않는 장로님들이 많거든요. 코야가 우리 마을의 초야 축제를 사람들한테 팔아먹었다고요.”

“아아….”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야는 그 책 때문에 마을에서 퇴출당할 위기였어요. 그랬는데 전례없이 이번에 초야 축제에 참가할 사람들이 많아졌고 코야가 선생님을 소개해 준 거예요.”

“왜요?”

내가 물었다.

“초야 축제에는 남자가 한 사람만 참가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열 여섯 명이나 되니까….”

줄곧 한 여자가 말을 하고 있었다.

나이가 특별히 많아 보이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런 식으로 나서서 말하는 게 습관이 된 것 같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여자는 마을의 본가 사람이었고 본가 사람으로서 어려서부터 그런 식으로 또래의 우두머리 역할을 해 왔던 듯했다.

“이번에 초야 축제에 참가할 사람이 많아졌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갑자기 한꺼번에 결혼하게 됐어요?”

내 말에 여자들이 자갈자갈 웃어댔다.

뭐야, 내가 웃겼나?

대단한 말도 아닌 걸 가지고 자기들끼리 빵 터지나?

내 표정을 보고 여자가 웃음을 멈추고 대답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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