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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프롤로그
현역 정치인과 문화계의 대부는 물론이고 할리우드의 은하계를 편성한다고 불리는 영화제작자, 심지어는 전직 대통령의 미망인까지도 그 자리에 있었다. 20여년간 토크쇼 최강자로 자리매김해 오며 자신의 쇼를 해 온 남자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레이널드가 그 쇼에 출연하고 싶어서 몇 번이나 요청을 했어도 매번 거절당하다가 그 자리에서 보게 된 것이다.
레이널드는 그들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싶어했지만 그 사람들은 별로 레이널드와 아는 척을 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카린에게는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어하면서 한 번이라도 눈을 더 마주치고 한 마디라도 더 나누려고 기를 썼다.
카린은 형식적으로 그들을 대했고 옷을 갈아입고 와야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레이널드는 그 상하관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저 남자가 뭐가 그리 대단해서 각 분야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쩔쩔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카린은 옷을 갈아입고 그곳으로 돌아왔다.
와인과 요리가 서빙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즐겼다.
리키 그린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리키. 오늘은 리키도 함께 하도록 하죠. 어려운 부탁을 들어준 것에 대한 보답입니다.”
식사가 끝났을 때 카린이 리키에게 말했다.
리키는 자뭇 기대하고 있었다는 듯이 카린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레이널드만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있었다.
저택의 헬퍼들이 물러나고 그들은 한 곳으로 안내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미리 준비돼 있던 의자에 앉았다.
해밀이 레이널드 쪽으로 몸을 기울여 속삭였다.
“벤틀리에서 특별히 제작해 준 의자야. 나도 이걸 얻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 늙은이는 내가 아무리 부탁을 해 봐야 꿈쩍도 안 하거든. 하지만 카린이 원하면 군말 않고 해 주지. 하긴. 모두들 카린이 원하는 걸 주고 싶어하지. 우리가 뭘 주더라도 카린이 우리한테 주는 거에 비하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니거든.”
“도대체 저 사람이 뭘 할 수 있는데요?”
“이제부터 알게 될 거야.”
해밀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웃음이 왠지, 사악해보인다고 해야 할까, 음흉해 보인다고 해야 할까. 그랬다.
레이널드가 놀랐던 것은 해밀이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못할만큼 들떠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리고 카린의 쇼가 시작되었다.
레이널드는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 것도 없던 허공에서 여자가 나타난 것이다. 섹시한 구릿빛 피부의 라틴계 여자였다.
레이널드는 리키 그린의 요리에 약이 들어있었던 거라고 생각했다.
그곳은 어느새 요염한 여자들로 가득 채워졌고 두 여자가 레이널드를 향해 다가왔다.
레이널드는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때 카린의 손이 레이널드의 어깨에 올라왔고 그의 목소리가 귀 가까이에서 들렸다.
“레이널드. 설명을 드린다는걸 깜빡 했군요. 이제부턴 마음껏 즐기시면 됩니다. 말 그대로 마음껏. 다치게 해도 되고 죽여도 됩니다. 어차피 지금 당신의 눈 앞에 보이는 이 여자들은 전부 다 환상일 뿐이니까요.”
그리고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리키 그린이 한 여자의 몸에 올라타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이면서 여자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레이널드는 놀란 눈으로 카린을 바라보았다.
“마, 말려야, 말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카린이 웃었다.
“이 여자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죽이는 것도 아닌 거죠.”
레이널드는 해밀을 바라보았다.
해밀은 어느새 바지를 벗어던지고 넥타이도 풀어버린 채 셔츠 자락을 위로 끌어 올리면서 한 여자의 목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그의 페니스가 여자의 목구멍을 파고 들어 움직이는 것이 여실히 보였다.
“해…, 해밀!”
그러다 죽겠어요! 라고 말하려는 순간 카린이 손가락을 마주 대고 비틀며 딱, 소리를 냈다.
그러자 레이널드의 옆에 있던 빈 의자에 어느새 여자가 앉아 있었다.
레이널드는 기절할 듯 놀라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여자가 다가와 레이널드의 옷을 벗기고 레이널드의 몸을 핥으면서 그의 성기를 세우는 동안 레이널드의 육욕도 드디어 폭발하게 되었던 것이다.
카린은 조용히 웃음을 지은 채 거실에서 나왔다.
거실에는 판토마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상상 속의 여자들과 섹스를 하는 한 무리의 남자들과 대통령의 미망인이 있었다.
몇 사람은 벌써부터 정액을 토해내고 있었고 방안 가득 헐떡거리는 신음 소리가 들렸다.
잠시 그들을 보던 카린은 고개를 들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 걸린 그림을 바라보았다.
자기도 모르는 순간에 그린 그림이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 그의 옆에는 온갖 물감과 붓과 도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카린은 그것을 그린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도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누구를 그린 건지도 알 수 없었다.
단지, 그 그림을 보면 자기가 그 남자가 되고 싶다는 끓어오르는 열망을 느끼게 됐다.
꼭 그림 속의 여자가 아니라도 좋았다.
단지.
그를 전적으로 믿고 원하는 한 여자의 사랑을 받으면서 그 여자를 향해서 그렇게 솟구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 남자는 누군지. 누군데 자기가 저 그림을 그리게 된 건지.
카린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처럼 환한 여자의 웃음과, 여자에게 튀어오르려는 남자의 생동감넘치는 뒷모습을 보면서 카린은 한숨을 쉬었다.
그의 현실은, 허상의 구멍에 성기를 찔러대며 신음과 비명을 질러대는 유력자들에게 환상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벌고 명예를 얻고 값진 것을 소유하는 거물이었지만 텅 빈 듯한 마음을 채우고 의지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카린의 시선은 자력에 끌리는 것처럼 다시 그 그림을 향했다.
***
연우는 내 머리를 베개로 때렸다.
“이 짐승! 아, 진짜. 짐승!! 그만해요. 더는 못 해. 죽는다고요!!”
그러면서 도망치려는 연우의 발목을 잡았더니 연우는 꺄악 소리를 지르고 발버둥을 치다가 그대로 까르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도망치려는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나는 연우의 위로 풀쩍 뛰어 올랐다.
“아, 오빠. 진짜 그만해요. 정말 아프다고요.”
“그래도 막상 넣어주면 아픈 것도 잊고 매달리잖아.”
연우의 어깨를 뒤에서부터 끌어안고 연우의 아랫배에 손을 넣어 허리를 조금 끌어 올려놓고서 나는 내 분신을 연우의 그곳에 깊이 밀어 넣었다.
“하으으으응!! 진짜 나빠!”
“그런데도 좋아서 짜증나고 미치겠지?”
“네.”
연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
매번 지치지도 않고 나를 끌어당기는 힘 앞에서 나는 또 무력해진 채 무릎을 꿇었다.
“나야말로 큰일이다. 격리조치를 하든지 해야지. 이연우. 너를 보면 박고싶은 생각밖에 없으니 어떡하냐? 코피 쏟고 끝날 일이 아니라 몸져 눕겠다.”
그러면서도 허리를 점점 더 격렬하게 움직였다.
연우는 자기쪽에서도 천천히 허리를 움직여 오면서 내 허벅지를 쓰다듬고 손을 더 길게 뻗더니 내 고환을 손에 쥐었다.
부드러운 손이 그것을 쥐자 급격히 흥분이 되면서 사정감이 치밀었다.
“흐으으으윽, 이연우!!!”
지금 내가 싸는 것은 정액이 아니라 생명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정액을 세차게 토해내고 연우를 안은 채로 쓰러졌다.
“으으으윽!! 또 엄청 나오네요.”
연우가 웃으면서 내 콧등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지금 그렇게 한가롭게 말할 때가 아니라니까? 이러다가 네 서방 죽어버리겠다고!”
“안 하겠다는데 한 사람이 누군데요?”
“야. 이연우. 그게 안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취할 자세였어? 엉덩이를 위로 세우고 요염하게 거길 다 보이면서 흔들어대더니.”
“누가요? 어머. 설마.”
“이 여우야. 꼬리를 어디다 숨긴 거야?”
꼬리를 찾겠답시고 연우를 뒤집어서 엉덩이에 얼굴을 파묻고 고개를 흔들어대다가 이 미친 페니스가 또 발기되려는 바람에 연우의 몸에서 손을 뗐다.
이러다가 진짜 내가 제 명에 못 죽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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