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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나이얼 아이템
연우가 키득거리면서 내 팔을 잡고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와 팔을 베고 누웠다.
그러고는 내 가슴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휴우우우우우. 죽겠다. 진짜.”
자기가 한 게 뭐가 있다고?
피식 웃으면서 연우의 머리에 입을 맞춰 주었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것처럼 우리는 기진맥진한 채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연우의 몸에 정액을 줄 줄 쌀 때는 정복감이 있었지만 시트를 빨 생각을 하니 귀찮았다.
연우의 머릿속에서도 똑같은 생각이 드는 것 같았다.
“소파에서 할 걸 그랬나?”
여기저기 튄 정액을 보면서 말하자 연우가 웃었다.
그러고는 씻어야겠다면서 일어나려고 했다.
“아직 씻지 말고 흡수시켜. 우유 마사지잖아. 몸에 좋아. 애인의 정액은.”
“우욱!”
“진짜라니까? 안 믿는 얼굴이네. 먹여줘? 아직 조금 남아있는데.”
귀두를 짜내면서 말하자 연우가 도망치려고 했다.
나는 킥킥거리기만 했고, 도망치는 연우를 잡으러 갈 힘도 없다고 생각했다.
연우는 내가 잡을 의지가 없다는 걸 알고 도망치는 걸 포기했다.
똑똑하단 말이야.
“나 다음 주에 연수가요.”
연우가 말했다.
“아, 왜애. 어디로?”
“미국.”
“얼마나?”
“2주.”
“왜 하필 네가 가는데?”
“음. 내가 가장 우수하고 뛰어나서?”
“설마.”
“맞을 걸?”
이제는 제법 뻔뻔해진 이연우.
나는 연우의 콧등에 손가락을 튕기고 일어났다.
“왜 일어나요?”
“할 일이 많아. 체리 핑큰지 체리 똥꼰지 그것도 그렇고.”
“왜요? 잘 안 돼요?”
연우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아니. 잘 되니까 이제부터 바빠지는 거지.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서 움직여야 되는 게 아니라 사업자가 된 후에 사업을 진행시킬 준비를 해야 되는 거라서.”
내 말에 연우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그렇게까지 믿고 있냐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연우는 만약에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 내가 엄청나게 실망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일이 내부적으로 이미 확정되었다는 것을 연우는 모르고 있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연우만이 아니었다. 알고 있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했으니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이미 정해진 일을 뒤집어 보려고 다른 업체들은 쓸데없이 진을 빼고 있는 격이었다.
“다음 주에 연수면 마침 잘 됐다. 연우 너 없는 동안에 일을 몰아서 다 해 놔야겠다. 그러면 너 없다고 심심할 틈도 없겠지.”
“오빠는 한 순간도 심심할 틈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귀신이네.
연우가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아는 것 같아서 무서워질 때가 있다.
연우는 내 뺨을 손으로 감싸고 입술에 키스를 한 번 하고는 일어섰다.
“기운내줘서 고마워.”
얘가 왜 갑자기 나한테 반말을 하나 했더니 내 똘똘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나는 빼놓고 이자식이랑 직접 교신을 시도하다니.
하긴. 나도 고마웠다.
그래서 나도 내 페니스를 주무르면서 고맙다고 했더니 그 그림은 영 이상해 보였는지 연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나갔다.
그리고 사업자 선정 발표가 있던 날.
은호 형과 나는 일찍 발표 장소로 갔고 우리가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는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다. 정말 좋겠다는 말을 들으면서 나도 정말 좋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전날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모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식을 듣고 놀란 것처럼 보여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나는 적당히 놀라고 감격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공단 이사장에게도 공손하게 굴었다.
이사장도 어쩔 수 없이 내 손을 잡았다.
은호 형은 연습이 필요없이 입이 귀에 걸린 채로 축하 인사를 받았다.
몇 번씩이나 나한테 다가와서, '이 자식!! 야!! 너는 이게 믿기냐?!!' 라는 등의 말을 했다.
믿을 필요가 없는 거였는데. 이미 그렇게 될 거라는 알고 있었으니까.
가끔 이사장과 눈이 마주쳤다.
그때마다 이사장은 시선을 피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사장은 국책 사업에 사업자로 선정되려는 업체 대표가 이사장을 폭행하고 협박했다는 내용의 투서를 하려고 했다가 나한테 걸렸다. 정확히는 핫 걸에게 걸린 거였다. 핫 걸에게서 정보를 입수하고 나는 이사장을 조용히 찾아갔다.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전화를 하지. 그랬으면 바로 왔을 텐데. 그러면 될 걸 가지고 뭘 투서를 하고 지랄이신가?"
이사장의 어깨에 손을 얹기만 했는데 이사장은 바들바들 떨더니 바로 내 앞에 바짝 엎드려서 이마를 바닥에 붙이고 한 번만 용서해 달라며 울어댔다.
"당신. 나한테 한 번 빚진 거야. 나는 나한테 빚진 사람은 잘 안 잊거든."
그 일이 있은 후에 이사장은 저항을 완전히 포기한 것 같았다.
이제 사업자로 선정되어버렸으니 이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감독기관으로서 딴지를 걸 수는 있지만 나한테 진 빚도 있는데 이사장이 그럴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사장이 나한테 개인적으로 보복을 하기 위해서 회사를 건드린다면 나한테도 생각해둔 방법이 있었다. 핫 걸이야말로 내 든든한 백업이 되어 주었다. 핫 걸은 이미 이사장에 대한 정보를 꽤나 모아서 나한테 넘겨 주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모두를 준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확실히 도움이 될 듯했다.
사업자 발표를 하는 그 곳에는 핫 걸도 와 있었지만 나를 아는 척 하지는 않았다. 핫 걸의 주변에는 키샤의 요원들이 듬성듬성 서 있었고 그 중에는 가구 공장에 왔다가 내 환상에 걸렸던 요원도 보였다.
일할 때의 핫 걸은 언제봐도 끝내줬다.
핫 걸 데리고 언제 한 번 그 온천 여관에 가야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은호 형한테 붙들려서 이 사람 저 사람을 소개받고 인사를 다녔다.
우리는 그곳에서 우리의 사업 파트너들을 모두 만났다.
대대장님과 은수 형의 소개로 우리와 함께 하기로 했던 업체 대표들은, 우리가 정말로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을 보고 놀란 것 같았다.
그 사람들은 신생기업인 우리가 그렇게 큰 사업을 따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대대장님과의 의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 협력을 해 준 거였다가 우리 컨소시엄이 정말로 덜컥 사업자로 선정되자 그 누구보다 놀라고 기뻐했다.
진짜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우리에게 엄지를 들어 보여 가면서.
대대장님 역시 사업자에 선정된 걸 축하한다며 진심으로 기뻐해 주었다.
우리는, 진급 못하실 것 같으면 언제든지 자리를 만들어 놓겠다고 말했고 대대장님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은수 형은 자기 생일을 맞은 사람보다도 더 기뻐해 주었다. 누군가 우리의 성공을 그렇게 축하해준다고 생각하니 진심으로 고마웠다.
은수 형은 은호 형이 자기한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몰랐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은호 형의 계략에 의해 은수 형이 군복을 벗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럴 수밖에없는 것이, 은호 형한테는 점점 많은 사람이 필요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은수 형만큼 은호 형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은호 형은 나와 함께 있는 동안, 각자 자기 자리에서 일 잘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록을 만들어가며 그 사람들을 끌어들일 계획을 세웠다.
나는 형을 응원했다.
왜냐하면.
은호 형과 오랫동안 의논을 한 끝에 나는 학업을 마칠 때까지는 사업의 전면에 나서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내가 있다고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은호 형은 내가 우선 후방으로 물러난다는 사실에 긴장을 하는 것 같았다.
형은 그걸 내 '직관'이라고 불렀다.
사업이 흐름을 탈지 내리막을 걸을지 그런 냄새를 내가 잘 맡는다고 하면서 은호 형은 중요한 결정들을 나하고 같이 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상의 끝에 나는 자문만 해 주기로 하고(자문이라니. 내가 자문이라니!!) 우선은 학업을 끝내기로 했던 것이다.
아이미는 은호 형의 비서가 됐는데 그거야말로 신의 한수였다.
아이미 덕에 우리는 애초에 계획했던 사업 내용의 범위를 일본으로까지 확대할 수가 있었다. 아이미는 일반적인 업무 능력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카나메와 함께 다니면서 카나메의 개인 모임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아이미가 중요한 자리에 있는 몇 몇 사람을 알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아이미는 그들이 변태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거였고 그들이 사적인 자리에서 한 변태짓을 전부 알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