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145화 (14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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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나이얼 아이템

협상 자리에 아이미가 같이 앉아있는 것을 보기만 해도 상대방은 이미 꿀먹은 벙어리가 된 채 주도권을 포기했다. 아이미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필요도 없었다. 주변을 얼쩡거리고 돌아다니면서 은호 형에게 자료를 챙겨주는 등의 일을 하며 자기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만 해도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아이미는 별 말을 하지 않았지만 상대방은 아이미가 비밀 유지의 대가를 바랄 거라고 생각하면서 우리에게 우호적으로 굴었던 것이다.

일은 순조로웠다.

은호 형은 먼저 시작했던 일들을 정리하고 이제는 우리가 같이 시작한 체리 핑크에 올인하기로 했다.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것보다는 체리 핑크에 올인하는 게 훨씬 더 이익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휘트니스 기업만큼은 정리를 하지 않고 나와의 동업 관계로 바꿔서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

은호 형의 성과 내 이름에 공통으로 있는 '정'자를 따서 정스 짐이라는 이름을 새로 내걸었다.

그리고 정스 짐에서는 야심차게 트레이너를 모집했고 가장 최우선적으로 타겟을 삼은 사람은 당연히 머슬 퀸이었다.

은호 형은 머슬 퀸을 섭외하라고 계속 쪼아댔는데 아무래도 머슬 퀸에게 내가 직접 말을 해서 머슬 퀸이 내 말을 들어줄 확률은 극히 낮을 것 같아서 나는 간만에 준영이를 쑤셔대기로 했다.

과외 끊고 오랫동안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전화를 하는 나한테 서운한 마음이 들 수도 있으련만 준영이는 전혀 그런 것 없이 반갑게 전화를 받아줬다.

“으아아아아아. 선생님. 살아계셨나보네요?”

준영이가 반가워하며 소리를 질렀다.

“어. 그래.”

“잘 지내고 계시죠?”

“응.”

“그런데 무슨 일로요?”

용건 없이 전화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준영이가 물었다.

“아. 그. 저기. 그게. 부탁할 게 좀 있어서.”

“뭔데요? 말씀하세요. 선생님.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다 해드릴게요.”

“그. 준영아. 누나 말이야.”

“저희 누나요?”

“응.”

“저희 누나가 왜요?”

준영이가 말하는 ‘저희 누나’는 수영이었다는 걸 우리는 한참만에 깨달았다.

“아아아아. 연이 누나요?”

“어. 너 여태 누구 말한 건데?”

“저희 수영이 누나요.”

“아아. 그렇지.”

수영이는 잘 있냐고 한참 이것저것 변두리만 찌르다가 결국 준영이에게 말했다.

“연이씨가 지금 다니는 휘트니스 센터 그만두고 혹시 옮길 수 있을까? 섭외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는데 내가 말하면 안 들을 것 같아서.”

“누나를요? 왜요? 누가요? 누나가 트레이닝을 그렇게 잘해요? 누나 스카웃 되는 거예요?”

준영이는 폭풍 질문을 퍼부었다.

여자나 남자나 자기가 하는 일을 잘 해서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으면 매력있게 보이는 거니까.

“연이씨? 자기 관리 확실하게 하는 거 보면 대충 답은 나오잖아."

"아. 네. 자기관리요. 선생님이 몰라서 그래요. 맛있는 것 좀 사달라고 하면 데려가주기는 하는데 제꺼만 시켜주고 누나는 닭가슴살이랑 고구마 싸온 거 먹는데. 휴우.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맛있는 거 같이 먹고 싶고 맛있게 먹는 거 보고 싶고 그렇잖아요. 근데 누나는 으윽."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맛있는 거 같이 먹고 싶고 맛있게 먹는 걸 보고 싶다고?

좋아하는 사람을 맛있게 먹으면 되는 거지, 이 자식은 쓸데없이 생각도 많다.

"아, 됐고. 나는 그런 사람을 원하거든. 자기 관리하는 것처럼 회원 하나를 맡아서 확실하게 환골탈태시켜줬으면 해.”

“근데. 누나하고 요즘 안 만나는데.”

준영이가 갑자기 시무룩하게 말했다.

“왜? 헤어졌냐?”

이런 반가운 소식이?

준영이한테 주고도 아까운 생각이 들때가 종종 있긴 했는데.

“싸웠어요.”

“싸워?”

아아. 헤어진 건 아니고 사랑 싸움을 하는 중인 거군?

김이 팍 새서 한층 톤 다운된 목소리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누나가 보디빌더 비키니 프로가 되겠다고 해서요. 근데 그게 남들 앞에서 옷 다 벗고 중요 부위만 가리고 포즈를 취하는 거라 싫더라고요. 누나가 프로필 사진을 찍은 걸 봤는데 팬티 한 장만 달랑 입고 뒤돌아서서 찍은 거예요. 누나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예요. 근육을 그렇게 키우고 관리하느라고 힘들었다는 것도 알고 그걸 보여주고 싶은 것도 알겠는데. 나는 그게 싫은 거죠. 그래서 누나한테 운동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지랄이 풍년이래요.”

“웁크! 아. 미안하다. 웃으려고 한 건 아닌데.”

“그래서 지금 냉전중이예요.”

“안 만난지 오래 됐어?”

“지금이. 응. 열 한 시간째 돼 가는 것 같네요.”

“…….”

“5분 지나면 열 두 시간째 되는 거예요.”

“지금 장난하냐?”

“선생님. 이거 진짜 심각해요. 누나는 그거 절대로 포기 안 할 것 같은데 저는 다른 놈들이 누나 몸을 더럽게 보는 거 정말 못 참겠어요.”

“그럼 네가 포기하면 되겠네.”

“네에?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연이씨가 트레이너라는 거 알고 있었잖아. 프로 카드 받으려고 더 열심히 하는 거였고. 여자 선수들 옷만 특히 야한 것도 아니고 그나마 남자 선수들에 비하면 양호하잖아. 두 개나 입는데.”

“그 말이 아니잖아요.”

“님. 지랄이 풍년인 것 맞는 것 같고요. 빨리 내 얘기나 좀 전해줘요. 정스 짐으로 옮길 생각 없냐고. 아니. 그냥 옮길 생각 없냐고 물으면 안 되고 내가 간절히 부탁한다고 해줘.”

“안 된다고 하면요?”

“나는 내 제자의 협상 능력을 믿었지만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거라는 걸 통렬하게 반성한 후에 내가 직접 만나서 얘기해야 되겠지.”

“알았어요. 말은 해 볼게요.”

“그리고 준영아.”

“네?”

“너한테 성실하면 됐지 다른 놈들이 눈독 들이는 게 뭐가 문제야? 그리고 무대에서만 벗는 거잖아. 오히려 근육 좋은 사람들이 밖에서는 가리고 다니더라. 연이씨도 밖에서 몸매 드러내고 다니는 스타일은 아니고. 무대에서 자기 노력의 결실을 폭발적으로 보여주는 게 다잖아. 그게 그렇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싫어?”

“선생님은 다른 놈들이 선생님 여자를 음흉하게 보면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으세요?”

……. 아니.

그냥 쉽게 말할 문제는 아닌 거구나, 하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다.

다른 새끼들이 연우가 비키니 입은 걸 보고 좆을 세우는 걸 본다면 바로 달려가서 눈알을 캘 것 같으니까.

"어쨌건. 연이씨한테는 네가 얘기해 주는 거다."

"얘기는 해 볼게요."

"너무 풀 죽어 있지말고. 그래도 생각보다 오래 만나네. 연이씨가 진짜 너 좋아하나보다. 나는 대충 따먹고 젖비린내 난다고 버릴 줄 알았더니."

"선생님!! 누나는 그런 사람 아니예요! 저희는 진짜 서로를 사랑해요."

"아. 예에. 예에."

준영이를 달래놓고, 부탁한 일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서 전화를 끊었다.

나도 명색이 휘트니스 공동 대표이산데 이제부턴 나도 근육을 좀 가꾸기는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휘트니스 대표이사들은 거의가 보디빌더 출신이어서 몸이 장난이 아니던데. 휘티니스 센터마다 자기들 대표이사 사진을 딱 딱 붙여놓고 자극 받아서 열심히운동들을 하고.

'대표이사 프로필에서 너무 밀리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거울을 보았다.

일반인치고는 훌륭하지만 (푸하하하하!!!) 그래도 여기저기 근육이 좀 더 붙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나는 가까운 곳에 등록을 하기로 하고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 몸캠 영상 사이트에 들어갔다.

‘맞다. 디나이얼 아이템! 나 그 아이템 있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네. 이제 사용방법 나왔으려나?’

사이트는 그동안 왜 이렇게 방문이 뜸했던 거냐고 화를 내고 싶었던 것처럼 팝업 폭탄을 띄웠다.

별 것도 없는 내용들이라 다 지우고 나자 디나이얼 아이템의 사용설명을 볼 수 있는 영상이 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어쩐 일로 화장지를 두 개만 요구했고(전에는 네 개를 요구하더니) 나는 캡쳐 사진을 볼 것도 없이 영상을 다운받았다.

그리고 영상은 뒷전으로 미루고 디나이얼 아이템의 사용방법을 먼저 보았다.

============================ 작품 후기 ============================

넵. 두 히로인의 네토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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