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146화 (146/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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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나이얼 아이템

[디나이얼 아이템: 일어난 일을 부정. 디나이얼 아이템을 영상에 적용시키면 그 사건이 부정됨. 그것을 전제로 일어난 사건들 역시 영향을 받아 부정되게 되므로 디나이얼 아이템을 적용할 수 있는 영상은 촬영된 지 5분 이내의 것으로 한정됨.]

머엉….

우선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사업자 선정 건이었다. 그리고 시공간 동결 아이템을 써서 엄마를 구속한 일.

하지만 그 일이 일어난지는 5분이 훨씬 지났으니 그 일이 뒤집어지는 일은 없을 것 같아 일단 안심이 되기는 했다.

나는 디나이얼 아이템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알지 못한 채로 한동안 멍하니 사용 방법을 읽었다.

그렇다고 딱히 깨달음이 온다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잠시 더 그렇게 멍을 때리다가 나는 내가 다운받은 영상을 볼 생각을 뒤늦게 했다.

화면은 영업이 끝난 휘트니스 센터에서 찍힌 것 같았다.

우와, 쌔애끈!

여자는 커다란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카메라는 거울 앞 쪽에 설치돼 있는 것 같았다.

넓은 휘트니스 센터에 조명은 거의 다 꺼져 있었고 여자가 서 있는 쪽에만 조명이 밝혀져 있었다.

나는 거기가 어딘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정스 짐 강남역지점.

내부 인테리어와 머신들, 그리고 무엇보다 벽에 쓰인 글씨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정스 짐 트레이넌가?’

새벽시간이나 일요일에 찍은 영상인지, 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영업이 끝난 텅빈 곳에 혼자 남아서 운동을 하는 건 좋은데, 그 후에 한 건 더 좋았던 듯.

트레이너는 처음에 입고 있었던 옷도 충분히 자극적이었는데 하나씩 옷을 전부 벗었다.

나이는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느껴진 것은, 트레이너의 몸에서 그냥 파릇파릇한 맛만 느껴지는 게 아니라 농익은 요염함이 덕지덕지 묻어나서였다.

머슬 퀸보다도 더했다.

설명하기가 복잡한데, 나는 서 있는 자세만으로 그렇게 농염한 관능미를 발산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트레이너는 거울 앞에서 옷을 전부 벗고 자세를 바꾸어 가면서 근육들을 도드라져 보이게 만들었다.

투명한 에나멜 킬 힐 위에 올라가 있어서 다리는 더 길어보였고 늘씬하고 탄력있는 몸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몸이 어찌나 예쁜지, 다른 여자들을 보는 것처럼 가슴과 아래쪽으로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한 곳도 빠짐없이 천천히 훑어보고 싶게 만드는 몸이었다.

근육 이름을 하나하나 외우는 정도가 되지는 못했지만 기꺼이 그 몸을 보면서 근육의 이름도 배워가고 싶어졌다.

트레이너는 가슴 근육을 손으로 만지면서 위로 올렸다.

팔을 들어 올리자 가슴이 같이 따라 올라갔다.

그렇다고 팔을 내린다고 해서 축 처지는 것은 아니었고 과하게 크지 않은 것이 적당하게 가라앉았다.

피부는 건강하게 태닝된 상태였고 등골에서 흐른 땀방울이 엉덩이를 타고 내려와 아찔하게 매달려 있었다.

트레이너는 킬힐을 벗고 운동화로 갈아신더니 운동을 시작하려는 듯했다.

그리고 카메라가 있던 곳으로 다가와 삼각대에 고정돼 있는 그대로 카메라를 끄지 않은 채 옮겼다.

트레이너는 옮긴 장소에서 데드 리프트를 시작했다.

한 회, 한 세트를 마치는 것에 중점을 두지않고 자세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면서 거울을 보면서 들어올렸다.

그렇게 천천히 움직이다보니 내 눈에도 근육에 자극이 들어가는 것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았다.

바벨을 들어올릴수록 근육이 서서히 펌핑되는 것도 보였다.

트레이너는 자신의 몸이 변하는 것을 천천히 보면서 자극이 좀 더 깊고 정확하게 들어가도록 끝까지 집중했다.

트레이너는 그렇게 데드 리프트를 몇 회 더 반복하더니 다시 카메라를 옮겼다. 이번에는 자신의 뒤쪽으로 삼각대를 세웠다.

그리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데드 리프트를 시작했다.

‘헐. 미쳤어!’

봉을 두 손으로 잡은 채 허리를 굽혔다 펴는 동작이 뒤에서 고스란히 잡혔다.

두 다리는 적당한 너비로 벌어졌고 봉을 들었다 내릴 때마다 허벅지 사이가 벌어지면서 음부가 노출되었다.

“아아아….”

페니스를 쥐고 훑을 틈도 없이 쿠퍼가 주르르륵 흐르더니 페니스가 한없이 단단해지면서 위로 바짝 일어섰다.

고환이 꽉 차 올라붙었다.

이러다가 곧 사정해 버리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영상을 껐다.

열기를 식히려고 다른 일들을 하고 돌아다녔지만 방금 봤던 영상이 망막에 맺힌 듯 사라지질 않았고 나는 결국 다시 돌아와 영상을 실행시켰다.

야한 동작은 아니었다.

그거야말로 정석 중의 정석인데 그게 왜 그렇게 자극적인지.

하긴. 다 벗고 있고, 정확히 그 부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까 그럴 수밖에.

봉은 트레이너의 허벅지를 쓸면서 오르내렸고 트레이너의 몸에서는 점점 더 많은 땀방울이 흘러내리면서 신음 소리는 더욱 거칠어졌다.

그리고 내 눈 앞에서 점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그곳.

“하아아아!!”

사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나는 내 허벅지에 그대로 싸 버렸다.

괜히 반복해서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 영상은 레전드급이었고 급하게 혼자서 자위를 할 일이 있으면 그때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극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위가 잘 되지 않을 때 그걸 쓰면 몇 십 초만에 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아예 폴더 하나를 따로 만들어 거기에 파일을 옮겨 놓았다.

제목은 레전드.

영상을 끄고도 트레이너의 잘 발달된 둔부와 허벅지가 도저히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봉을 들고 성실하게 데드 리프트를 하는 그 모습도.

나는 당장이라도 영상 속으로 들어가서 트레이너의 손목을 잡아 끌고 나와 그대로 뒷치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딸치는 맛을 처음 알아버린 사춘기 소년처럼 나는 그날 강박적으로 몇 번이나 자위를 했다.

그러고도 몸의 열기가 식지를 않았다.

결국 나는 그 다음날 바로 ‘언더 커버 보스’처럼 정스 짐 강남역점으로 나가기로 했다.

***

은호 형은 내가 정스 짐 강남역점에 가서 등록을 하고 나도 이제 차근차근 관리를 받아야겠다는 말을 듣고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기특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자식. 뭘 해도 그냥 대충은 안 하네. 그래. 너랑 나 중에 그래도 근육 클 가능성 있는 건 너니까 네가 해 봐. 나도 안 그래도 거기에서 좀 꿀리기는 했어. 보디빌딩 선수 출신이 대표이사로 있는데는 대표이사 사진이 벽에 붙어있잖아. 그런 거 있으면 트레이너들도 기가 살고 그럴 텐데. 운동하는 사람들도 그런 거 보면서 자극도 받을 테고. 하는 김에 확실하게 해 봐. 원래 그러는 놈이기는 하지만.아. 그리고. 괜히 네가 대표이사라고 실장님 무시하고 그러지 말고 공손하게 굴고. 어?”

은호 형은 혹시라도 내가 가서 분위기를 흐려놓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 듯 말했다.

“네. 갑질하려고 가는 거 아니예요. 제가 대표이사라는 것도 얘기 안 하려고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괜찮긴 하겠다.”

내가 정스 짐의 공동 대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회사 홈페이지에도 내 사진은 등록하지 않았다.

아직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얼굴을 내밀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은 내 행동의 책임이 그렇게까지 번져나가는 걸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올무에 걸려 행동에 제약을 받기에는, 하고 싶은 망나니 짓이 아직 너무 많은 건지도 모른다.

"갈 거면 실장님이랑 트레이너분들한테 치킨이라도 사다 드려. 시합 준비하느라고 식단 조절 하면서 힘들었을 텐데 이럴 때나 먹어야지.”

“그럴까요?”

“한 사람이 두 세 마리씩은 거뜬하게 먹을 거다.”

“그래야겠네요, 그럼.”

나는 저녁 무렵 배가 고플 시간을 맞춰 센터에 도착했다.

나는 매의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구경을 해도 되냐고 물었고 실장님은 직접 안내를 맡아 일대일 마크에 나선 채 기승전 PT의 얘기를 해나갔다. 나는 실장님의 얘기를 듣는둥 마는둥 하면서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내 레이더망에 문제의 트레이너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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