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8 ----------------------------------------------
디나이얼 아이템
“지금 PT시간이 다 차 있긴 한데. 내 개인 운동 시간에 운동을 같이 하는 걸로 해 보면 어떻겠어요? 세트 중간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으니까 세트를 번갈아 가면서 하는 걸로 하죠. 서로 운동 보조도 해 주고. 보니까 이 정도면.”
이재인 트레이너는 내 몸을 꾹꾹 다시 눌렀다. 그리고 곧바로 말을 이어붙였다.
“금방 답 나올 것 같은데.”
“답이 나오다뇨?”
“지금은 근육 양이 적어서 뭐라고 말을 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일단 근육을 만들어 놓고 다듬어가면 괜찮을 것 같아요. 운동은 얼마나 했어요?”
“제대로 한 적은 없어요.”
나도 모르게 방어적인 답변이 나왔다.
아무 것도 모르니까 처음부터 막 굴릴 생각은 하지 말아달라는 듯이.
“그래도 처음은 아니니까 운동 방법은 어느 정도 알겠네요? 운동 기구 사용법도 알 거고.”
“아주 모르지는 않는데 헷갈려요.”
이재인 트레이너는 내 어깨랑 가슴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고 그 앞의 허공에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말을 이었다.
“여기, 여기에 근육을 만들죠. 으음. 뭔가 나올 것 같아요.”
이재인 트레이너는 내 몸을 캔버스 삼아서 자기한테만 보이는 어떤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 같았다.
이재인 트레이너는 나한테 스트레칭을 시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원래 이 시간에는 사람이 많아서 하고 싶은 운동을 하기가 어려워요.”
그러다가 나를 한쪽으로 데려갔다.
“원암 덤벨로우 할 줄 알아요? 할 줄 알죠?”
이재인 트레이너가 말했다.
내가 쓰던 기구와 달라서 머뭇거리자 이재인 트레이너가 대답을 기다리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이걸로는 안 해 봤는데.”
나는 파워블록을 보면서 말했다.
파워블록은 무게 조절이 가능한 덤벨이라고 이해하면 될 텐데 조절핀을 옮겨 끼워서 중량을 조절할 수 있다.
그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이재인 트레이너는 내가 파워블록을 전혀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설명을 했다.
“이건 파워블록이라는 건데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고 덤벨이랑 크게 다를 것도 없어요. 부피를 적게 차지해서 좋긴 하더라고요. 60파운드로 시작해 볼까요? 해보고 힘들 것 같으면 중량을 좀 더 내리죠.”
이재인 트레이너는 자기가 먼저 한 세트를 시범을 보였다.
이재인 트레이너는 40파운드를 들었다.
벤치에 누워 파워블록을 든 팔을 들어올리자 가슴이 모아지며 팔 근육이 솟아 올랐다.
“어떤 식으로 드느냐에 따라서 자극받는 근육이 달라져요.”
“네.”
“그럼 해 보세요.”
나는 이재인 트레이너가 한 것처럼 파워블록을 들었는데 중량 조절을 잘못해서 처음부터 100파운드를 들었다. 조절핀을 잘못 꼽았던 것이다. 색깔로 구분된 무게칸에 조절핀을 끼워서 덤벨을 꺼내들어야 하는데 나, 색맹인 건가? 지금 생각해도 그 실수는 어이가 없었다.
이재인 트레이너는 내가 100파운드를 그렇게 가볍게 다룰 수 있을 거라는 걸 당연히 몰랐을 테고 그 때 이재인 트레이너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가 있었다.
회원 하나가 무리하게 레그 프레스를 하는 것을 보면서 저러다 다칠 수 있다는 말을 하다가 결국 나한테 먼저 하고 있으라고 말을 하고 그쪽으로 갔다.
나는 벤치에 누워서 이재인 트레이너가 했던 대로 파워블록을 들어 올리며 원암 덤벨로우를 시작했다.
이재인 트레이너는 인기있는 트레이너였고 오지랖도 넓었다.
레그 프레스를 하던 사람에게 주의를 주러 갔다가 자세를 교정해 주고 그 옆에서 다른 운동을 하던 사람의 자세도 지적을 해 주면서 조금을 더 머물렀다.
그러다가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불려갔고 한 세트를 통으로 봐 주기도 했다.
그래도 문 닫기 전에 나에 대해서 기억을 해 줬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되는 건지.
이재인 트레이너는 느그적 느그적 나를 향해서 걸어왔다.
“몇 세트 했어요?”
이재인 트레이너가 물었다.
“세트요?”
이재인 트레이너는 파워블록을 보다가 갑자기 나를 바라보았다.
“잠깐만요. 회원님. 지금. 몇 파운드로 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줄곧 100파운드로 했던 걸 이재인 트레이너도 그때 알아차렸다.
나야 당연히!! 몰랐고.
뭘 해 봤어야 이게 60파운드다, 100파운드다 하는 걸 알지. 게다가 킬로그램 단위도 아니고 파운드라고 하는 바람에 더 개념이 흐려져 버린 것도 있었고.
이재인 트레이너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 얼굴에서는 송글송글 땀이 흘렀고 내 주위로 땀이 떨어져 바닥으로 스며들었다.
이재인 트레이너는 몇 세트를 한 거냐고 다시 물었다.
세트라.
세트의 개념은 나도 알고 있지만 지금 나한테 몇 세트를 했냐고 물으신다면.
한 세튼데?
왼 팔과 오른 팔을 번갈아 가면서 했을 뿐 텀을 두지 않고 계속 했으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이재인 트레이너의 얼굴이 질려버렸다.
“몇 개씩 했는데요?”
“열 다섯 개씩요.”
“총 몇 번을 한 것 같아요?”
“모르겠는데요? 잠깐만요. 120개를 한 건가? 아니. 116개? 그런 것 같아요.”
“괘, 괜찮아요? 토할 것 같거나 어지럽거나 그렇진 않아요?"
“아뇨.”
이재인 트레이너가 내 옷을 올렸다.
센터에서 탈의하고 운동하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재인 트레이너는 거의 아무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셔츠가 잘 올려지지도 않아서 나는 땀이 젖어 그런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 가슴과 팔 근육이 엄청나게 펌핑 돼 있었다.
“더….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재인 트레이너가 물었다.
“그럴 것 같긴 해요.”
이재인 트레이너의 입이 점점 더 벌어졌다.
나는 재빨리 머릿속으로 생각을 했다.
이건 일반 사람이 낼 수 있는 힘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내가 괜히 주목받을 짓을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는 갑자기 긴장이 됐다.
“원 암 덤벨로우를 100파운드로 하는…. 그것도 첫 세트부터 그렇게 하는 분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재은 트레이너가 말했다.
"그것도, 그런 횟수를…. 중간에 쉬지도 않고…."
이럴 때는 뭐라고 말해야지?
나는 갑자기 은 과장님이 보고 싶어져 버렸다.
‘엄마…. 나 뭔가 잘못한 것 같아요.’
나는 연락올 곳이 있다고 말을 하고 급히 라커룸으로 가서 은 과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을 말했다.
은 과장님 역시 난처하게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일반 사람들이 각 종목을 어느 정도씩 소화해내는지 알아봐야 될 것 같은데? 임정우의 신체 능력은 지금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 월등해진 상태니까. 그걸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서 좋을 건 없잖아. 근데 그걸 꼭 해야 되는 거야? 사람들 이목을 끌어서 좋을 건 없다고 생각되는데. 왜? 보디빌더 하려고? 하면 잘 하긴 하겠다.”
“그렇죠? 하면 잘 하긴 할 것 같아요.”
“…….”
나도 과장님이 걱정하는 게 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재인 트레이너는 이미 그걸 봐 버렸다.
센터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본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센터 안에 있는 CCTV 위치를 확인했고 그쪽에는 CCTV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만약에 녹화가 됐다면 복잡해졌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이재인 트레이너의 머릿속에 있는 기억을 지워버릴 생각을 했다.
이럴 때는 딜을 하는 수밖에 없겠군.
나는 밖으로 나갔고 이재인 트레이너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끝나요?”
“이제 지쳤어요?”
“네. 토할 것 같고 어지러워요. 숨도 못 쉬겠어요.”
대충 이런 반응이 나타나는 게 맞을 것 같아서 나는 대충 둘러댔다.
“반응이 늦게 나타나는 건가? 혹시 회원님. 약물…복용하신 거 있으세요?”
이재인 트레이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거구나. 저 떡밥을 무는 게 낫겠다.’
내 머릿속에서 불이 켜졌다.
차라리 약을 해서 그런 거라고 하면 의심을 덜 받을 테니까. 그리고 내가 약물을 복용 했다는 사실로 트집을 잡지 못하게, 나는 이재인 트레이너의 누드 트레이닝 영상에 대해서 말을 하면 될 것 같고.
약쟁이라니. 내가 약쟁이라니.
============================ 작품 후기 ============================
오늘도 수고많으셨습니다. 쿠폰 추천,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자정에 보비겠습니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