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150화 (1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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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나이얼 아이템

“괜찮아요? 그럼 남은 거 가져다 먹을래요? 그동안 먹던 게 질려서 맛을 바꿔봤는데 이건 입맛에 영 안 맞더라고요. 너무 시어요.”

'나는 맛 없어서 못 먹겠던데 마침 잘 됐다'라는 듯이 떠넘기려는 이재인 트레이너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많이 있어요?”

“아. 네. 제가 좀 손이 커서. 한 번에 많이씩 사요. 그러고나서 후회하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죠.”

“그럼 제가 살게요.”

“아…. 그래 주시면 정말 고맙고요. 하하하하. 그냥 드리고 싶긴 한데 운동에 올인하기로 결정한 이후로 생활고가 좀 심해서요. 다른 일을 같이 하면서 하려고 하면 개인 운동 시간이 안 나와서….”

이재인 트레이너는 꽤 말하기 힘들만한 얘기들을 했다.

그러면서도 보디빌딩에 대한 열정만큼은 대단했다.

나는 아까 말했던 머신들에 대해서 얘기를 해 달라고 했고 이재인 트레이너는 유투브에서 봤다면서 노트북으로 관련 동영상을 찾아 보여 주었다.

“이건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을 것 같고 동작을 조금만 바꾸면 여러 근육을 자극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부상 위험이 적다는 거예요. 잘못된 운동 방식으로 운동을 하다가 몸이 망가진 후에야 깨닫게 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 머신들은 그런 위험을 처음부터 원천 봉쇄하고 있어요.”

이재인 트레이너는 그런 식으로 여러 개의 동영상을 찾아서 보여주었다.

“쉬는 시간에는 이런 걸 보면서 쉬어요. 나중에 돈을 벌면 센터를 운영하고 싶거든요. 그때 어떤 머신들을 갖출지 상상하는 거죠.”

이재인 트레이너는 꿈을 꾸는 표정으로 소녀처럼 웃었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 고른 것들은 뭐예요? 돈에 제약 받지 않고 산다면 어떤 것들을 살 것 같아요? 트레이너님의 센터를 연다고 한다면요.”

내가 묻자 이재인 트레이너는 이미 수 십 번도 더 생각을 했던 것처럼 머신들을 그 자리에서 전부 찾아서 보여주었다.

그리고 각각의 머신들로 운동을 할 때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는지 자기 몸을 만지고 보여가면서 설명을 해 주었다.

내가 그 날 왜 이재인 트레이너의 집에서 다른 시도를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는지는 나에게도 의문이 남는다.

어쨌거나 그랬다.

강렬한 에너지와 열정 때문에 내 페니스가 단단해질 기회를 찾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은호 형을 찾아갔고 내가 밤 사이에 생각했던 것을 은호 형에게 말했다.

정스 짐의 프로토 샵을 만들어서 시범적으로 운영을 해 보자는 얘기와, 정스 짐의 트레이너들 중에 선수로 대회에 나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개인 운동 시간을 확보해 주고, 생활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비를 정스 짐의 복지 혜택으로 지원해 주자는 얘기였다.

휘트니스 센터의 근처에 빌라나 아파트를 임대해서 우리가 50퍼센트를 지원해주고 보충제와 단백질 파우더 등을 회사 차원에서 공급해 주면 어떻겠냐는 말도 했다.

만약에 비용이 문제가 된다면 그건 내가 부담해도 된다고 말하자 은호 형은 큰 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내 생각에 동의해 주었다.

“회사 성장에 가장 큰 변수 중에 하나가, 키워놓은 인재가 이탈하는 건데 네 말처럼 하면 직원들의 소속감도 높아지고 동기부여도 되고 대회에서 정스 짐 출신 선수들의 성적도 좋아지겠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회사 홍보도 되고. 광고비 집행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인기를 끄는 선수들을 모델로 세워도 되겠고. 임정우. 제법인데? 애긴줄 알았더니 그런 생각도 다 할 줄 알고. 어떻게 하루만에 그런 생각을 다 했어?”

나는 은호 형이 현실을 모르고 구름 잡는 소리를 한다고 타박할 줄 알았다가 그런 말을 듣고서 완전히 광대가 승천해서 기분이 업돼버렸다.

트레이너들의 복지 문제는 바로 해결이 될 듯했고 프로토 샵 문제에 대해서는 정 연과 의논을 해서 진행해 보면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다.

맡겨만 달라고 말을 하고 나는 곧바로 머슬 퀸과 의기투합해서 일을 벌였다.

내가 프로토 샵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것은,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머신들을 들여와서 사람들에게 사용해 볼 수 있게 하는 거였다.

프로토 샵의 운영을 이재인 트레이너에게 맡기면 이재인 트레이너는 개인 트레이닝이니 회원 관리니 하는 일에 정신을 뺏기지 않고 운동할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로토 샵은 머신 구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정해진 영업시간 (영업 시간을 길게 할 것도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오후 1시에서 4시까지였다.) 동안 와서 볼 거기 때문에 그 공간에서 나머지 시간에 뭘 할지는 자유였다.

머슬 퀸은 내 생각에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내 의견에 자기 의견을 보태서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프로토 샵을 만들어냈다.

돈의 구애를 받지 않다보니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했다.

어떤 일이 필요한지 알지 못했을 뿐이었다.

나는 머슬 퀸이 비키니 선수로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해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했고 머슬 퀸에게 그것을 물었다.

머슬 퀸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선수의 꿈은 이제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상에!! 준영이 때문에요?”

정말로 너무 놀라서 물었더니 머슬 퀸은 그렇다고 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어요? 준영이 때문에 포기해 버린다면요.”

내가 물었다.

“근데…. 준영이가 이해되기도 해서요.”

“그럴 정도로 준영이를 많이 좋아하는 거예요? 아니. 그것보다. 준영이를 믿는 거예요? 두 사람이 언제까지 그렇게 좋을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나도 그것 때문에 많이 고민하기는 했는데. 준영이가 너무 힘들어해서요.”

“그 새끼 진짜 웃기는 놈이네. 아니. 그래서 자기가 연이씨 인생을 책임져 줄 거래요?”

“그러겠다고는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나는 그야말로 멘붕을 겪었다.

준영이는 그렇다치고, 준영이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 머슬 퀸이 약간 이해가 안 됐다.

현실과 타협하고 안주하고 싶은 마음을, 준영이가 너무 원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너무 냉소적인 인간이라서 그런 걸까?

“마침 기회도 좋았고요. 정스 짐에서 마침 적당한 자리를 제안해 주기도 했고.”

머슬 퀸이 말했다. 내가 너무 놀랐다고 생각해서 뭔가 추가 설명을 해 줘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머슬 퀸의 말대로 은호 형은 머슬 퀸에게 정스 짐의 총괄 업무를 맡겼다. 오랫동안 그 분야에 있어왔던 머슬 퀸이 그 일을 맡아준다면 분명히 잘 할 거라는 믿음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리고 머슬 퀸이 스카웃 돼 온 중요한 이유중 하나가 아메 류아의 ‘육체 개조’에 있었기에 머슬 퀸은 아메 류아의 전임 트레이너라는 직함도 같이 보유하게 되었다.

머슬 퀸은 프로토 샵에 슬그머니 숟가락을 얹었다.

“프로토 샵 말인데요. 우리도 이용해도 되죠? 아메 류아 트레이닝에요.”

머슬 퀸이 말했다.

“대신, 사용하고 싶은 시간을 적어도 하루 전에는 알려줘야 됩니다.”

정확히 선을 그으며 내가 말했다.

“아으응! 머신도 많고 공간도 넓은데 같이 해도 상관없잖아요!”

“하루 전에 알려주는 것도 상관없잖아요.”

머슬 퀸은 약올라하는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곧 수긍했다.

정스 짐이라는 회사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사람에 대한 투자에 처음으로 재미를 붙이게 한 것도 정스 짐이었다.

나는 내가 모르던 영역을 개척하는 것에 점점 재미를 느꼈다.

내 도전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일을 진행하면서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정스 짐 강남역점을 찾았고 이재인 트레이너가 나를 위해서 시간을 빼주어서 나는 이재인 트레이너의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제 전 같은 실수(비정상적인 힘을 드러내는 일)를 하지는 않았다.

한 번만 더 해보라고 이재인 트레이너가 아무리 독려를 해도 부들부들 떨다가 바벨을 내려놓거나 케이블을 놔 버리고 바닥에 쓰러져서 헛구역질을 하며 또다시 남우주연상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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