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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나이얼 아이템
머슬 퀸은 '웬일이래?' 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이제 다시 이재인 트레이너를 보러 그곳에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 무서워….
하지만 그 만남에서 얻은 것도 많았다.
나한테 맞는 운동방법도. 그리고 기타등등.
나는 집을 옮겼다.
4층짜리 건물의 2층은 전체를 홈 짐으로 꾸몄다.
4층은 손님방으로 꾸미고 1층은 식당과 거실 등의 생활공간으로, 그리고 3층은 사무실로 내부 장식을 마쳤다.
홈 짐을 꾸미는 것은 머슬 퀸이 맡아 해 주었다.
이재인 트레이너에게 맡겨도 잘 해 줄 수 있었겠지만….
무서웠다…. 아직은 피하고 싶었다.
그동안은 이재인 트레이너로부터 운동 방법을 배웠지만 이제는 내가 배웠던 운동 방법으로 실제로 운동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남들의 시선이 완전히 차단된 나만의 개인 공간이 필요했다.
실제로 내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 내 몸이 힘들어하는 자극을 끝까지 주기 위해서는 기존의 파워블록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바벨에 추가하는 원판의 무게도 형편없었다.
나는 나한테 맞는 무게를 맞추기 위해서 원판 여러 개를 덜렁덜렁 매달고 싶지 않았다.
내 운동을 위해서 기본적으로 프로토샵에서 봤던 머신들을 위주로 갖추었지만 몇 몇 개는 크게 손을 봐야했다.
나는 400파운드까지 중량 조절을 할 수 있는 파워 블록을 제작해 줄 수 있겠냐고 업체측에 문의를 했다.
그곳에서는 착오가 있는 게 아니냐고 몇 번이나 물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무게가 400파운드까지라고 몇 번이나 더 확인을 시켜줬고 말이 나온 김에 50킬로그램짜리 바벨 봉과 50에서 100킬로그램짜리 원판 등도 제작을 의뢰했다.
내가 원하는 무게가 나오도록 원판 몇 개만 딱 딱 끼우면 되도록 하려고 했던 것이다.
의구심을 갖는 업체 대표에게 나는 그게 이벤트용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스 짐에서 홍보용으로 제작을 하려는 거라고 말을 하고 나서야 그 업체를 설득해 제작에 나서게 할 수가 있었다. 혹시나 이상하다는 생각을 할 사람들이 나올 것을 대비해서 나는 실제로 그것을 정스 짐의 이벤트에 사용했다.
어마어마한 무게의 파워블록과 바벨 봉과 원판들이 속속 도착하는 것을 보면서 은호 형 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자들이 입을 떡 벌렸다.
홍보 이벤트는 성공적이었다.
직원들에 대한 복지 정책 때문에 트레이너들의 소속감도 높아졌고 정스 짐은 점점 인지도를 높여갔다.
그리고 이벤트가 끝난 후에 그 녀석들을 전부 우리 집으로 옮겼다.
나는 은 과장님을 집으로 초대해서 내가 하는 운동을 보여 주었다.
내가 얼마나 무거운 중량을 들 수 있는지, 쉬지 않고 얼마나 오랫동안 운동할 수 있는지 보여 주면서 나는 은 과장님이 내 몸의 변화와 문제점을 파악해 주기를 바랐다.
은 과장님은 내가 들어올리는 무게와 그것을 반복하는 횟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내가 낼 수 있는 힘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무한하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400파운드짜리 덤벨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양손을 번갈아 들어올리는 운동을 쉬지 않고 200여회 반복 했을 때, 나는 더 이상 팔을 들어올릴 수도 없을 정도로 지쳤고 땀을 비오듯이 흘렸다.
“그래도 완전히 괴물은 아니라는 거네. 아니지. 이미 괴물인 거지.”
은 과장님이 말했다.
나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아직 괴물은 아니라는 말에도 동의했고 이미 괴물인 거라는 말에도 동의했다.
내 근육은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가가 정으로 쪼아 놓은 것처럼 세밀하게 발달됐고 어깨가 커지고 가슴에도 선명한 금이 가게 됐다.
처음에는 휘트니스 기업의 대표로서 몸이 너무 볼 품 없다는 생각에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운동을 계속하면서 나와 은 과장님은 동시에 의문을 품었다.
그것은 내 한계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리고 내 몸에 왜 그런 변화가 생기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기도 했다.
우리는 그럴 때마다 카린이라는 남자에 대해서 궁금해 했고, 과장님은 카린이라는 남자의 행적에 대해서 나름대로 계속 알아보는 듯했지만 실마리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내 몸은 내가 지속적으로 운동을 해 나가면서 더 큰 힘을 갖게 됐다.
운동을 하면서 나는 내가 내 힘을 세부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하루에 두 시간씩은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하루 해가 짧았다.
나는 연우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연우는 그곳에서의 체류 기간이 연장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버지의 회사가 그곳에 지사를 내는 것에 대해 고려중이라 자기가 그곳에서 할 일이 많아졌다는 거였다.
나는 그 일을 왜 하필 네가 해야 되는 거냐고 투정을 부리듯이 말했고, 연우는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인정받아서 좋다고 말하면서 자기를 축하해 달라고 말했다.
나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는 거냐고 물었고 연우는 적어도 두 달이라고 말했다.
보고 싶으면 내가 가도 되는 거냐고, 혹시 다른 사람이 생긴 건 아니냐고 묻자 연우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면서, 오빠에게는 그런 일이 수도 없이 생기겠지만 자기한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괜히 미안해졌고 연우가 보고 싶었다.
연우의 말이 맞을 거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수많은 남자들이 불나방처럼 연우의 주위를 어슬렁거리겠지만 연우의 철벽 블로킹은 계속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우리는 전화로만 그리움을 달랬다.
아버지의 사업이 잘 되는 것도 다행스러웠고 연우가 점점 자신감을 찾는 모습도 보기가 좋았다.
나는 연우가 그곳에서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도록 돈을 보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시킨대로 쇼핑을 제대로 했는지 볼 수 있게 백화점에서 산 옷을 입고 택을 뗀 인증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고 연우는 못 말린다는 듯이 내가 시킨 미션을 수행했다.
“기죽지 말고 잘 지내고 있다가 와. 기 죽이는 놈들 있으면 언제든지 말만 하고.”
내가 말했다.
“말하면 어떻게 할 건데요?”
“어떻게 할 것 같아?”
“오빠가 이해심 많은 사람이 아니라는 건 내가 알죠.”
웃으면서 연우가 말했다.
“차도 필요하지 않아? 차 없으면 안 되잖아.”
연우는 내 선물 공세가 한도 끝도 없이 계속 될 거라고 생각하고 겁을 먹었고 자기는 그럼 차까지만 받을 테니까 다른 걸 더 사 줄 생각은 하지 말라고 미리 선을 그어버렸다.
나는 어차피 연우가 돌아오고 난 후에도 그곳에 자주 들락거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벤츠 SLC를 사라고 부추겼다.
그렇게까지 무리하는 건 절대로 안 된다는 연우를 설득하는데 정말로 고생이 많았다.
“오빠가 투자한 일이 잘 돼서 돈이 좀 생겼단 말이야. 나는 너한테 돈 쓰는 게 제일 즐겁고. 그러니까 그냥 그걸로 사. 그리고 오빠가 거기 가면 그거 타고 드라이브도 하고 여행도 하자고. 그럼 되잖아.”
내가 같이 쓸 거라는 말에 연우는 겨우 고집을 꺾기는 했지만, 돈은 있을 때 아껴야 되는 거라는 잔소리를 쉽게 멈추지 않았다.
연우의 살림살이를 장만해주고 나서 나는 은호 형과 함께 체리 핑크의 일과 정스 짐을 돌아보고서 내 주변의 일들을 타이트하게 잡아나갔다.
연우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나는 또 아주 자연스럽게 몸캠 영상 사이트를 드나들었다.
그래도 일단 일본의 온천 여관 축제에서 벌어온 화장지가 많이 있어서 오프라인에서 여자를 만나러 다니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고 있었다.
몸캠 영상 사이트에 들어가도 새로 올라온 영상이 있는지 살펴보고 좋은 게 있는지 보면서 캡처 사진을 보면서 자위를 했다.
사이트로서는 약 올라 죽을 판이었을 것이다.
내가 어느새 화장지 짠돌이가 다 돼서 화장지를 쓸 생각은 하지 않고 캡처 사진만 보고 딸을 치고 끝내니.
나는 디나이얼 아이템의 사용법과 디나이얼 아이템 모두를 갖고 있었지만 아직 그것을 사용할 이유를 갖지 못한 채 아이템을 묵히고 있었다.
일어난 일을 부정해야 할 일이 나한테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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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추천, 코멘트 감사드립니당~ ^^
덕분에 신나고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