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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나이얼 아이템
그러면서 오늘은 그 사흘에서 빠지는 거지요? 라고 물었고 실장은 아닌데? 라고 약올리듯이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하고는 많이 달랐다.
핫 걸은 내 앞에서 그런 모습들을 보인 게 어색하고 뻘쭘했는지 뭔가 설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우리 조직의 브레인으로 급부상하는 바람에….”
저건 또 무슨 소리?
어쨌거나 나는 핫 걸의 표정이 다시 밝아진 걸 다행으로 여겼다.
“그럼. 그 버킷 리스트는 폐기하면 되겠네요.”
내가 말하자 핫 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그걸 이제 와서 폐기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할 힘이 남아있다는 걸 확인했는데. 더 열심히 이뤄야죠.”
핫 걸이 말했다.
“…….”
핫 걸의 말이 틀린 건 아닌데 왠지 나는 내 앞에 고생길이 열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 이럴 게 아니라. 우선은 사우나라도 가서 땀도 빼고 미용실에도 가야겠다. 인생 2막을 이렇게 느슨하게 준비하면 안 되지. 그러고 나서 우리 오후에 다시 만나요. 어어. 두 시쯤? 괜찮죠?”
내 대답은 이미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듯한 얼굴로 묻더니 아니나다를까 내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고 쌩하니 가버렸다.
나는 혼자서 집으로 돌아가면서 사이트에 접속했다.
내가 업로드했던 사진 판독 영상의 주변에, 디나이얼 아이템이 적용되었다는 표시가 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나는 점차 그 사이트에 더 큰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몸캠 영상이 올라오는 사이트라고 생각하고 흥미를 가졌던 것 뿐이었지만 그 사이트가 내 인생에 크게 관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점점 확실하게 들었다.
사이트를 통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은 내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고 나한테 알 수 없는 힘을 주었다.
그리고 고비고비마다 나를 크게 도와주었다.
내가 다른 어떤 사람에게서도 기대할 수 없는 방법으로 사이트는 나를 도와주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사이트의 축복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걱정이 됐고 사이트가 언제까지 이렇게 댓가없이 나한테 도움만 줄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화장지를 모아서 그걸로 영상을 다운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사이트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고.
어쨌거나 머릿속만 점점 복잡해져 가고 있었다.
나는 이미 사용해버린 아이템이기는 했지만 디나이얼 아이템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했다.
내 주위의 누군가가 죽었다고 했을 때 디나이얼 아이템으로 그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거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가령 아빠나 연우라고 한다면, 그리고 어쩌면 은 과장님까지도 그 범위에 들어갈 것 같은데 그 세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죽는다면 나는 내가 디나이얼 아이템을 사용해서 내 주변 사람들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핫 걸의 몸에서 암세포가 사라지게 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디나이얼 아이템을 핫 걸에게 사용한 것은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디나이얼 아이템이 더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나는 한 번 사용이 끝난 아이템을 사이트에서 다시 구할 방법은 없는지 사이트를 뒤졌다.
그러나 불친절이 모토인 사이트에 그딴 게 나와있을 리가 없었다.
집에 가서 잠깐 눈을 붙였는데 시간이 어느새 후딱 지나 있었고 핫 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에서 만나면 좋겠냐는 거였다.
핫 걸은 그 어느때보다 의욕에 불타 있었다.
그동안 핫 걸에게서 도움을 받은 일도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핫 걸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할 게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핫 걸을 데리러 갔다.
핫 걸은 과감한 원피스를 입고서 머리를 핫 핑크로 물들이고 있었다.
미국 창녀로 분장한 것 같은 얼굴에 내가 얼굴을 잔뜩 찡그렸더니 핫 걸이 깔깔깔 웃어댔다.
잠입 수사를 할 때 어쩔 생각으로 머리를 저래놓은 건가 했더니 다행히 진짜 머리를 그렇게 물들여 놓은 것은 아니었고 가발이었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고 나를 기다리던 핫 걸은 그대로 차에 올라탔다.
“지금부터 뭘 해야 되는지 알죠?”
“아…. 네.”
잊을리가.
1. 골든
2. 야외플 (비오는 날 사람 없는 공원에서)
3. 귀갑묶기를 극한으로 하고 섹스
4. 전에 해줬던 얘기대로 지하철에서.
핫 걸은 그 다음날 폭우가 예상된 지역이 있다고 일기예보를 보여주며 말해 주었고 우리가 지금 당장 거기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내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자, 소털같이 많고 많은 내 인생 중에서 고작 사흘을 자기를 위해 보내주는 것도 못하냐고 곧바로 윽박질렀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차를 출발시키면서 그냥 소심하게 한 마디 대꾸를 했을 뿐이었다.
하루는 이미 핫 걸을 위해서 다 썼다고.
우리는 동해로 향했다.
핫 걸은 이미 숙소 예약도 끝마쳐 놓은 상태였다.
가서 보고 알았지만, 전망이 정말로 난감한 곳이었다.
앞에는 넓은 배추밭이 펼쳐져 있었는데 배추밭의 푸른 빛으로 장관일 거라는 기대감은 계절의 특성상 일찌감치 버려야 했고, 여기저기 흙이 파여 있는 적나라한 모습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그 반대편도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원래의 뷰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신축 건물이 올라가는 중이라서 바다와 우리 사이에 철골 구조물이 가로막혀 있었다.
예약을 했던 핫 걸도 그 모습에 약간 당황을 하는 것 같았지만 어차피 바깥이나 보고 있을 시간은 없을 거라면서 금세 태평해졌다.
내가 화장실에 가려고 움직이자 핫 걸이 어디에 가려는 거냐고 물었다.
“왜요. 화장실 가는 것도 일일이 허락 맡아야됩니까?”
“소변 보려고요?”
핫 걸이 물었다.
“그것도 다 보고를 해야 돼요?”
라고 말을 하는데 핫 걸의 표정이 음흉하게 변했다.
“……!!”
골…든?
정말로 내 소변을 받아먹겠다는 건가?
누가 제발 이 분 좀 말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핫 걸의 말을 무시하고 화장실로 들어가는데 화장실은 자기 강아지 뒤를 따라오는 주인처럼 아주 당당하게 내 뒤를 따라왔다.
“혼자 쌀 수 있거든요?!!!”
“누가 뭐래요?”
“이, 이보세요! 그게 몸에 좋을 리가 없잖아요. 남의 배설물을 왜 먹겠다는 거예요!!”
“수치플의 기본이니까요!”
“아니. 그냥. 자기가 좋을 정도로만 대충 즐기면 되는 거지 왜 남들하는 걸 따라하려고 그러는 거냐고요!!”
“어지간히 말 많네.”
참나.
어지간히 말 많다니.
나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이거야말로 굴욕이었다.
핫 걸은 화장실 앞에서 옷을 다 벗었다.
아, 짜증나.
그걸 보고 꼴리는 나라는 인간은 또 뭔가.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는 오줌이 그대로 나올 것 같은 상태였고 나는 화장실로 얼른 들어가 문을 닫아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핫 걸이 문을 잡았다.
힘으로만 하는 거였다면 내가 질 이유가 없겠지만 핫 걸의 손이 문 틈에 끼어있어서 마음대로 할 수도 없었다.
결국 핫 걸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내 앞으로 다가와서 내 바지 지퍼를 내렸다.
그리고 자기가 숨겨뒀던 물건을 꺼내는 것처럼 내 페니스를 꺼냈다.
“흐으읍!”
요의가 차올라서 나는 점점 더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돼 있었고 핫 걸은 자기가 그렇게 끝까지 버티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자기 앞에서 소변을 볼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미 자기가 이긴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여유로움이 핫 걸의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으으으으!!”
이렇게 된 거.
이제 나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핫 걸의 이마에 대고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따뜻한 오줌 줄기가 쏟아지자 핫 걸이 흠칫하며 내 허벅지를 감싸안고 나에게 밀착해 앉았다.
나는 가늘어지지 않는 오줌발을 잠깐 참았다가 핫 걸의 입으로 가져갔다.
핫 걸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입을 열고 내 오줌을 받아마셨다.
오래하지는 못했다.
핫 걸의 입에 앞으로 키스를 할 때마다 이 생각이 날 것 같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