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180화 (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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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프로젝트

내가 머슬 퀸에게 전화를 걸어서 류아의 스케쥴을 확인하자 머슬 퀸은 오늘 류아가 쉰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잘 됐네요. 부탁이 하나 있는데. 오늘 알바 하나만 할 수 있어요?”

“누구요? 나요? 아니면 류아요?”

머슬 퀸이 물었다.

“두 사람 모두요. 와서 서빙 좀 해 줘요. 파티가 곧 시작할 건데 사람이 없어요.”

“파티에서 서빙을 하라고 류아를 부른다 이거죠?”

머슬 퀸이 말했다.

하지만 머슬 퀸이 내 말에 토를 달 자격은 없었고 머슬 퀸도 특별히 토를 달 생각은 없는 것같았다.

나는 이게 사라 던컨이 주최하는 파티라는 사실을 말해주었고 몇 사람이 작당을 해서 사라 던컨을 물 먹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머슬 퀸은 알았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고 30분이 지나기 전에 그곳에 도착했다.

사라 던컨은 갑자기 떠오른 신예인 아메 류아에 대해서 그다지 좋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류아가 자신의 파티에 구원 투수로 등판해 준 사실에 엄청나게 감격을 했다.

게다가 류아는 화려한 드레스 대신 섹시한 흰 색 메니시 정장을 입고 서빙을 맡아서, 파티에 참가하기 위해 속속 도착한 사람들의 넋을 빼놓았다.

머슬 퀸도 류아의 옆에서 서빙을 도왔고 베니타도 주방의 일을 정리한 후에는 서빙을 도우며 바깥 상황을 주방에 면밀하게 전달했다.

요리는 훌륭했지만 최고의 식자재를 사용한 최고급 요리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류아가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그 재료의 우수성과, 동양에서 이미 오랫동안 효능이 입증된 재료라는 설파를 하고 다니자 사람들은 부쩍 음식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는 동안 근도는 후식 준비까지 마쳤고, 나는 후식을 테이블에 내 놓으면서 사라 던컨의 모습을 보았다.

우아하고 기품있는 자세로 서 있기는 했지만 요쿠르트 빨대로 기대 세워 놓은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그런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사라 던컨만이 아니었다.

근도와 베니타,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이 일이 우리와 리얼 그릴의 명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전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파티가 끝났을 때 사람들은 사라 던컨에게 찬사를 보냈고 근도를 보고 싶어했다.

근도는 그들에게 얼굴을 보였고, 평범한 식자재로 감명깊은 요리를 선보인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달받았다.

오히려 재료가 평범해서 어려워하지 않고 요리를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았다는 말도 나왔고 자기들이 파티를 할 때도 요리를 해 줄 수 있겠는가 하는 요청이 네 건이나 들어왔다.

하나같이 맨하탄의 실세들이었기에 그런 사람들이 근도와 인맥을 쌓기 위해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은 인상적으로 보였다.

류아는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일한 덕에 땀을 흘리고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와중에서도 미모를 빛내고 있었고, 옆집 동생같은 순수한 웃음을 보이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사람들은 별 기대도 하지 않고 온 파티에서 너무 많은 즐거움을 안고 돌아간다며 만족스러워하며 돌아갔다.

사람들이 떠났을 때 우리는 주방에서 우리 물건을 챙기기도 전에 기절해 쓰러질 것 같았다.

사라 던컨이 주방으로 들어오더니 여기는 우선 이대로 놔두고 술이나 한 잔씩들 하자고 제안했을 때 우리는 그 말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몸이 녹아내릴 것처럼 긴장을 했다가 그 긴장감이 풀리는 바람에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사라 던컨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우리는 좀 당혹스러워졌지만 상류층의 꼭대기에 머물면서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일지 짐작이 되었다.

사라 던컨은 오늘을 재앙으로 만들 수도 있었을 셰프를 절대로 그냥 놔 두지 않을 거라면서 이를 갈았다. 파티 플래너 역시 맨하탄에서 영영 매장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사라 던컨은 근도와 류아를 위해서 자기가 앞으로 할 수 있는 한 모든 지원을 해 주겠다고 장담했다.

그 말은 헛된 공언이 아니었다.

사라 던컨은 그 말을 잊지 않고 우리가 사라 던컨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마다 매번 뼈와 피를 다하는 열정을 보이며 우리를 도와주었던 것이다.

겨우겨우 사라 던컨에게서 풀려났을 때 우리는 그곳을 떠나 한 클럽으로 향했다.

긴장을 풀어내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는 근도의 성화 때문이었다.

머슬 퀸은 나와 베니타 사이에 흐르는 기류를 감지하고 류아의 멘탈 보호 차원에서 일찍 류아를 데리고 빠져나가 주었고 결국 나와 근도, 그리고 베니타만 남게 되었다.

근도는 클럽에서 한 남자랑 눈이 맞아 우리를 방치해 주고 그대로 그곳으로 가버렸고 내가 줄곧 원했던대로 나는 베니타와 둘이만 남게 되었다.

베니타는 정말 대단했다는 말을 거의 백 번째 하고 있었다.

자기가 파티에서 본 사람들에 대해서 베니타는 질리지도 않고 얘기했다.

베니타의 말대로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정말 대단했지만 나는 베니타를 보느라고 다른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

나는 베니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셔츠 안에 숨겨진 가슴이 얼마나 빈약한지, 강아지 로마랑 기싸움을 벌이느라고 매일매일 얼마나 지치는지도 알고 있었다.

베니타는 흥분 상태를 감추지 못하고 한동안 높은 톤의 목소리로 얘기를 했고 나는 베니타에게 혹시 강아지를 키우냐고 물으며 작업을 시작했다.

베니타는 놀란 얼굴로,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다.

강아지 냄새가 난다고 할 수도 없고 가방이나 신발에 강아지 털이 있더라고 할 수도 없고.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한다면 얼마나 자책을 할지 안 봐도 뻔해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써먹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있다가, 근도한테서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베니타는 근도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희한하게 생각했다.

나는 근도가 아니라 다른 요리 학원 사람한테서 들었던 건지도 모르겠다고 그냥 전방위로 깔아 버렸다.

베니타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는 했지만 집요하게 의심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내가 한국에서 시바견을 키우고 있는데 생각보다 오랫동안 미국에 머무르게 되면서 강아지가 보고 싶어 죽을 지경이라고 뻥을 쳤다.

“어머! 신기하네요. 내가 키우는 것도 시바견인데.”

베니타가 말했다.

응. 나도 알아, 라고 말해주고 싶은 걸 꾹 참았다.

“그래요? 몇 살이예요? 우리 로미는 2개월 됐을 때부터 나랑 살았거든요. 같이 산지는 2주도 안 됐어요. 내가 개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아서 로미가 고생이 많았을 거예요. 나같은 주인이랑 사느라고.”

“어머. 정말요? 이름도 비슷하다. 내 개는 로마예요. 말을 진짜 안 들어요. 그 녀석도 이제 2개월 됐는데.”

“으아아. 보고 싶네요. 로미 생각나서.”

“음…. 그럼 그럴래요?”

베네타가 떡밥을 물었다.

그 후로는 일사천리.

나는 스테이지에서 광란의 춤을 추고 있는 근도를 찾아내서 우리가 같이 사라질 거라고 말을 해 주었고 근도는 손을 마구 흔들어 주었다.

베네타의 집에 갔을 때 로마가 미친 듯이 달려와 내 앞에서 으르렁거렸다.

조그만 녀석이 나를 경계하는 건지 나한테 이빨을 보이면서 으르르르릉 거리는 게 귀여웠다.

하지만 뭐든지 적당히 해야지, 계속 으르렁거리는데 끝까지 귀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대충 했으면 이제 그냥 짜져. 귀여워 해 줄 때.”

내가 팔짱을 끼고서 로마에게 말하자 로마도 내가 성질이 못된 사람인 걸 파악했는지 다른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로마는 자기가 나를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하나봐요. 산책을 시키려고 하면 그런 경향이 더 강해요. 자기가 나를 에스코트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누가 가까이 오려고 하는 것 같으면 마구 짖어대서 통제가 안 될 때가 있어요.”

“서열 정리가 안 됐나보네요.”

“그런 건가? 나는 내가 로마의 주인이라는 걸 인식시키고 싶지는 않아요. 우리는 서로가 서로한테 기대니까요. 그러면 된 거잖아요. 로마도 그렇게 생각해 주면 좋겠고요.”

베니타가 말했다.

남이 로마 흉을 보는 건 싫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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