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189화 (189/402)

0189 ----------------------------------------------

리바이벌 프로젝트

***

카린은 살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스크린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리얼 그릴의 그림을 그린 후 카린은 그 그림을 없애기는 했지만, 그 후로도 리얼 그릴은 계속해서 카린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어느날 카린은 리얼 그릴을 찾았다.

자신의 대단한 신분을 드러내고 갔다면 극진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카린은 조용히 리얼 그릴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었기에 그냥 평범한 관광객처럼 그곳을 찾아갔다.

리얼 그릴이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자신이 무의식 속에서 그곳의 그림을 그리게 된 건지, 리얼 그릴에 방문을 한다면 조금이라도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했다.

카린은 예약을 하지 않았지만 안내를 돕는 웨이터에게 자기를 VVIP로 인식시켰고, 리얼 그릴에서 VVIP를 위해 따로 남겨둔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그때 카린의 서빙을 맡았던 여자가 빙빙이었다.

빙빙은 카린에게 과도한 친절을 베풀었다.

나, 당신이 마음에 든다라는 게 모든 동작에서 읽혔다.

카린은 빙빙을 훑어보았다.

딱히 이 여자랑 뭘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카린은 지금까지 자신의 몸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드는 여자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냥 일, 이 주에 한 번씩, 자위 도구도 없이 혼자서 자기 손의 도움만 빌려서 욕구를 풀고 정액을 배출하는 게 카린에게는 가장 편했다.

여자라는 사람들에게 별로 끌려본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카린이 동성애자라는 것은 아니었고.)

카린은 자기 자신이 인류라는 종족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그렇게 생각해 오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연달아, 무의식중에 이상한 그림을 그리게 됐고 그것이 지금은 그의 유일한 관심사가 되어있다시피 했다.

미국을 주무른다는 최상위 그룹의 요인들을 모아서 파티를 하는 거야 정기적인 행사가 돼 버려서 어쩔 수 없이 진행하고 있기는 했지만 거기에서도 별 재미를 못 느끼던 판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리게 되는 그림은 그의 삶에 일종의 호기심과 재미를 제공했다.

리얼 그릴 이후에 다른 그림을 그렸으면 관심이 거기로 또 옮겨졌을 텐데 그 후로 한동안 다른 그림을 그리게 되는 일이 없어서 카린은 리얼 그릴에 직접 와 보게 된 것이다.

카린이 리얼 그릴에서도 가장 비싼 와인을 스스럼없이 주문하자 그때부터 빙빙은 눈에서 마구 별을 쏘아대면서 카린에게 적극적으로 굴었다.

카린은 빙빙이 일을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빙빙에게 접근했다.

빙빙은 카린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때문에 미칠 듯이 흥분했다.

카린이 타고 온 애스턴 마틴 뱅퀴시는 세계적으로 대히티를 한 영화에 직접 '출연'했던 차였지만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지 못하더라도 홀딱 반할만했다.

카린은 빙빙을 차에 태우고 한적한 곳으로 이동했다.

빙빙은 카린과의 달콤한 데이트와 섹스를 상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카린은 빙빙에게 여러 말을 시키지도 않았다.

빙빙은 카린과 함께 있다가 몸이 들뜨는 것처럼 느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수면 상태에 빠져들었다.

외부에서는 피어싱처럼 보이는, 반영구적인 수명을 지닌 뷰 레코더가 자신의 눈썹 끝자락에 이식되는 동안 빙빙은 마취도 하지 않았지만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혀에 뚫은 피어싱은 그냥 눈가림용이었다.

눈가림이 제대로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해 놓고 카린은 빙빙에게 몇 가지를 인식시켜 놓았다.

빙빙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고 빙빙의 남자 친구가 원해서 빙빙이 피어싱을 하게 된 거라고.

빙빙이 깨어났을 때 빙빙은 자기 집에 있었다.

빙빙은 카린에 대해서 세부적인 것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리얼 그릴에서 자기가 카린에게 서빙을 했다는 것도, 그의 애스턴 마틴에 함께 탔다는 것도, 그리고 카린이 자신의 몸에 피어싱을 한 사실도.

그 후로 카린이 리얼 그릴이나 빙빙을 다시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간 카린은 피어싱 모양의 뷰 레코더가 제대로 정보를 송출해 오는지 확인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지만 쓸데없이 너무 많기만 한 양의 정보를 선별하는 것이 문제였다.

카린은 빙빙이 일하는 동안 리얼 그릴의 홀과 주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실컷 구경할 수 있었지만 그게 자기한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었다. 카린은 자기가 왜 리얼 그릴의 그림을 그리게 된 건지 그것을 알고 싶었지만 그 힌트는 어디에서도 주어지지 않았다.

며칠동안 재미없는 장면만 계속 보다가 카린은 결국 질려버렸고, 이제는 그 영상을 일일이 확인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동안, 그것에 대해서 완전히 잊고 있다가 카린은 혹시 리얼 그릴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는지, 그게 자기가 리얼 그릴의 그림을 그린 것과 연관이 돼 있는 것은 아닌지 해서 그동안 녹화된 영상을 쭈우욱 훑었다.

그러면서 뭔가 특이한 게 없나 하고 보다가 웬 살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화면 속의 그 남자야말로 자기가 무의식중에 그려 계단 옆 벽면에 걸어둔 그림 속의 주인공이었지만 카린이 그 사실을 알 방법은 없었다.

카린은 다른 사람들의 정사를 구경하는데도 딱히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도 지금 카린이 보고 있는 장면은 왠지 모르게 카린의 호기심을 끌었다. 카린은 그것이, 화면 속의 남자가 아무래도 동양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화면 속의 커플은 섹스를 못 해서 환장한 사람들처럼 굴었다.

여자는 스커트를 제외하고 옷을 전부 벗어버린 채 남자의 심벌을 빨아대고 있었다.

정성스럽게 오럴을 해 주면서 자기 스커트를 허리 위로 올리고 자신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스스로 쓰다듬으면서 허리를 흔들어댔다.

남자의 물건이 더 커져서 자신의 안에 들어와 만족시켜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근데 내가 왜 이걸 보고 있는 거지?’

그러면서도 카린은 두 사람의 떡신을 전부 지켜 봤고, 안 그래도 자기도 뺄 때가 되기는 했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의 영상을 보면서 지퍼 사이에서 페니스를 꺼냈다.

카린은 책상 위에 있던 벨을 한 번 탁 울렸고 집사가 급히 들어왔다.

“아무나 하나 데려와.”

카린은 집사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집사는 밖으로 나갔고 집사가 나간지 30초도 되지 않아 한 여자가 들어왔다.

그 집의 헬퍼였다.

“전부 벗고 내 앞에서 엎드려.”

카린이 말했다.

여자는 주저할 틈도 없이 옷을 가지런히 벗었다.

이 저택에 고용되면 막대한 연봉과 혜택을 받지만 주인의 명령에 거절할 권리는 잃게 된다. 지금까지는 카린이 혹독한 요구를해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오늘은 뭔가 다르게 돌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자는 카린의 발 아래에 납작 엎드렸다.

카린은 영상 속의 남자가 하는것처럼 흉내를 내보려고 했지만 왠지 자기 앞에 있는 여자의 몸에는 손도 대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어 그냥 손짓으로 치워버렸다.

여자는, 오히려 그렇게 나가게 되었다는 사실에 더 큰 수치감을 느꼈다.

카린은 영상 속 남자의 얼굴에 사정감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거기에 맞춰서 자기도 대충 손으로 페니스를 문지르다가 사정을 했다.

정액이 여기 저기에 튀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 사용했었다는 그 책상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를 지녔고 얼마를 주고서라도 서로 갖고 싶어서들 난리였지만 지금 여기에서 카린의 정액받이로나 쓰이고 있었다.

카린은 영상 속의 두 남녀가 정리를 하는 걸 보면서 자기도 그것을 끄고는 집사를 불러 정리를 시키고 욕실로 향했다.

‘이상하단 말이지. 정신을 잃고 이상한 그림이나 그리고. 리얼 그릴이 대체 뭔데 내가 그런 걸 그린 거지?’

카린은 자기가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받고 점점 신경질적이 되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몇 번 시도를 하면 색깔별로 맞출 수 있을 것 같은 큐브를 얻은 것처럼. 그런데 만질수록 그것은 점점 더 복잡하게 꼬이기만 했고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감기땜에 아파서 깸요 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