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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프로젝트
나는 형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기에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은호 형이 제안하는 모험에는 언제나 함께 해 보고 싶은 의지가 있었다.
은호 형의 심장을 벌떡거리게 만든 것은 한 호텔이었다.
우후죽순 난립하는 호텔들 속에서 경쟁에 떠밀려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고 있는 호텔.
하필 그거였다.
그러나 나는 은호 형이 왜 그것을 마음에 들어했는지 알 것 같았고 그건 내 마음도 거의 비슷했다.
이미 최고인 것에는 손 댈 여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죽어가는 것에 손을 대서 그것을 바꾸는 것은 대단한 도전 의식을 고취시켰다.
한 가지 더 마음에 드는 것은, 비록 그런 거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 떨릴 정도로 많은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형도 그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우리가 한 번 휘청하기만 하면 우리는 수습도 할 수 없이 깊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거야.”
그 뒤에 나올 말은, 재밌겠지?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나도 위험을 크게 감수해야 하는 그 도전에 점점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거두었던 모든 성공을 판돈으로 걸었다.
은호 형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인수하기로 마음을 굳힌 호텔 마르땡은 한 마디로 처참했다.
호텔에 대한 소문을 듣지 못한 사람들이 멋모르고 투숙했다가 화를 내면서 떠나가는 그런 곳이었다.
우리는 호텔을 한 번도 운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어떤 것들을 접목시키면 인기 있는 랜드 마크가 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에게는 리얼 그릴의 노하우와 아메 류아라는 핫 아이콘, 그리고 정보를 가지고 있는 핫 걸이 있었다.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을 하고 초기에만 관여를 해 주면 나머지 세부적인 운영에 관한 모든 것은 은호 형이 맡아서 할 거기 때문에 내가 복학을 하는 것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 전에 내가 알거지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는 하는 거지만.
***
리모델링 전문업체를 선정해 호텔 내부를 개조하는 일은 은호 형과 아이미가 잠시 미국에 머물면서 지휘를 하기로 했고 나는 그동안 한국으로 돌아와 일 이주라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원래의 계획보다 훨씬 오래 미국에 머물렀고 리얼 그릴에 손이 많이 가서 내 계획에도 많이 차질이 생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일단 리얼 그릴에 대한 투자는 성공적이었지만 내가 계속 외부에서 터지는 이벤트에 맞춰서 움직이다보면 내가 계획했던 일들을 못 할 수도 있을 것 같았고, 한편으로는 내가 복학을 해서 학업을 마치는 게 꼭 필요한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여러가지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리얼 그릴은 다행히 학기 시작 전에 마무리가 됐지만 호텔은 얼마나 기간이 걸리게 될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복학을 일단은 미뤄야 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데 그 문제는 내가 미국을 떠나기 전에 공항에서 해결이 돼 버렸다.
핫 걸이 우리 학장님을 만나 밥 한 끼를 대접하는 것으로 해결이 된 것이다. 학장님 혼자서 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핫 걸은 자기가 국가의 중요한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풍기고 자기 배후에 있는 사람들의 힘을 빌려서 적당하게 압력을 행사한 후에 우리 학장님이 내 문제를 해결해 놓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허무할 수가.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수가 있다니.
핫 걸은 나에 대해서 신원 보증을 하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설파를 한 모양이었다. 핫 걸은 우리 학교 출신도 아니었고 우리 학장님과는 그 전에 일면식도 없었지만 핫 걸에게는 그런 게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나한테 필요한 것은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의 두 달 여 정도의 시간이었고 핫 걸은 그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나는 유령 학생이 될 거였고 어떤 교수님도 내가 자신의 강의에 들어오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을 거였다.
핫 걸한테는 안 되는 일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핫 걸이 내 고민을 어떻게 알고 그 문제를 해결해 놓은 건지 궁금해졌다.그리고, 리얼 그릴을 떠나기로 한 그 때에야 나는 리얼 그릴의 프라이빗 룸과 라운지 바, 그리고 홀과 주방, 직원 휴게실 할 것 없이 모든 곳에 키샤의 귀가 매달려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핫 걸은 내 뒤에서 그런 일을 벌인 것에 대해서 조금도 미안해 하지 않았고. 나에게 죄책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배려를 해 주었는지 아냐면서 흐뭇해했다.
이런 사람이랑 무슨 얘길 더 하냐 싶은 생각도 순간적으로 들었지만 핫 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고 핫 걸이 미리 그 문제들을 알아서 해결해 준 덕에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오로지 휴식만 취하면 된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나는 핫 걸에게 고맙다고 말했고, 핫 걸은 그런 나에게는 영 적응이 안 되는지 어버버버 거리다가 전화를 톡 끊어버렸다.
나는 내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연우에게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에게도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은 과장님은 내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은 사장님이 얘기를 해서였다.
공항에 도착해서 수하물을 기다리고 있는데 은 과장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은 과장님은 내가 벌써 공항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놀라지도 않았다.
내가 어떤 비행기를 탔는지도 다 알고 계셨으니까.
“어디로 갈래?”
은 과장님은 경쾌하게 물었다.
“우선 집으로 갔다가 쉬고….”
“연우한테 갈 거지? 연우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
“네? 회사나 집에 있겠죠. 아니예요?”
“아닌데?”
나는 연우가 골프 연습장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버지랑 은 과장님이 연우를 데리고 제주도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골프장에 들렀는데 연우가 골프에 재미를 붙이는 걸 보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 거기에나 계속 재미를 붙이라고 아버지가 보내주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연우한테 그런 재주가 있는가 싶어서 신기해했다.
“연우가 잘 해요?”
내가 묻자 은 과장님이 웃었다.
“좋아한다고 했지, 내가 언제 잘 한다고 했어? 열심히 하긴 해. 재미있나봐. 연우는 뭐든 열심히 하는 것 같아. 사람들이랑 교류하는 것 말고는 다 열심히 노력해.”
은 과장님의 말을 듣고 나는 그 말이 그렇게나 잘 이해될 수가 없었다.
“연우는 골프를 잘 치고 싶은 생각도 없는 것 같아. 교습을 받으면 실력이 금방 늘 거라고 했는데 연우는 실력을 키우는 게 목적이 아닌 것 같거든. 그냥 자기 혼자 몰두하면서 시간을 보낼 뭔가가 필요한 모양이야. 그래서 아버지가 연습장 사장님한테 특별히 부탁해서, 연우가 연습을 할 때는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해 달라고 말씀을 해 놓으셨어.”
“그래요?”
“응. 아버지 마음대로 질러버리기는 했지만 우리 며느리 될 녀석이니까 잘 좀 봐 달라고 몇 번이나 당부하더라.”
“네에?”
그 말을 듣는데 얼굴은 붉어지고 왠지 만감이 교차했다.
“어…. 내가 혹시 실수했나?”
내가 말이 없는 것을 보고 은 과장님이 말했다.
“아니예요. 잘 하셨어요.”
“……. 연습장 위치 알려줄까?”
“네. 부탁드릴게요.”
“차는 어떻게 할래? 지금 네 차 연우가 쓰고 있지? 바로 차 살 거 아니면 당분간 내 차 쓸래?"
“그래도 돼요?”
“안 될 게 뭐 있어. 온 김에 얼굴도 보고.”
“에에에이. 연우한테 제일 먼저 보여주려고 했는데.”
“응. 그런 것 같아서 수 쓴 거야. 그동안 어땠는지도 좀 보고 하자. 검사까지는 아니어도.”
“네.”
나는 택시를 타고 은 과장님의 병원으로 갔고 은 과장님은 간단히 내 상태를 살펴보고 이상했던 건 없었는지 정도를 물으시고 차키를 가지고 같이 주차장으로 향했다.
내가 차에 타려고 했을 때 은 과장님이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고맙다. 임정우. 덕분에 엄마가 기가 좀 살았어. 우리 집에서.”
은 과장님이 말했다.
나는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올라서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다가 후다닥 차에 탔다.
============================ 작품 후기 ============================
집중력이 영~ 떨어지는 것이 제대로 교정을 보고 있는 건지, 문맥이 맞게 되고 있는 건지 몰겠네요. 그냥 찰떡같이 알아들어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