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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상견례 자리에서 나는 그야말로 인기폭발이었다.
은 과장님의 가족들은 서로들 정말 많이 닮았다.
그 분들은 리얼 그릴의 일로 나에게 고마워했다.
은 사장님에게 돈을 빌려주고 재기의 기회를 준 사람은 은호 형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사이에서 내가 소개를 해 주고 리얼 그릴에 남아서 일을 도와주었다는 사실에 고마워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아버지와 은 과장님은 흐뭇하게, 그리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상견례를 무사히 마치고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을 하다가 은호 형의 호출을 받고 다시 미국에 가야했을 때 연우가 어찌나 우는지, 중간에 잠깐 들어온 것이 후회가 될 지경이었다.
연우 입장에서는, 나를 다시보게 된 후 하루도 슬프지 않았던 날이 없었던 듯했다.
조금 있으면 다시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잠깐 있다가 다시 또 올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질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 연우를 겨우 달래고 나는 미국으로 돌아갔다.
나는,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벚꽃 축제나 같이 구경하자고 말했고 연우는 그 약속을 지키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51층짜리 호텔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외적인 변화가 큰 것은 아니었다.
외적으로 변한 거라고는 곡면으로 이루어진 빌딩 외부에 코발트색 코팅이 돼서 뭔가 괜히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게 됐다는 것 정도고 나머지는 내실을 기하는데 에너지가 집중되었다.
우리는 리얼 그릴 2호점을 그곳에 열었다.
리얼 그릴의 명성은 그곳에도 자자했고 리얼 그릴의 요리를 그곳에서 맛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고취된 사람들이 많았다.
나와 은호 형은 호텔 마르땡의 이름을, 은호 형이 그렇게 밀어붙이고 싶어했던 ‘큰’으로 바꾸었다.
그곳에서는 코야 리코와 아메 류아의 사인회도 열렸고 그들의 인맥으로 예약률을 꾸역꾸역 높여갔다.
그러나 개인의 명성에만 기댄 마케팅에는 한계가 있었고 우리는 더 좋은 방법이 없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잠깐 발을 담가서 수익을 조금 얻고 발을 빼는 사업이 아니라 우리의 주력 사업이 될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어떤 때보다도 신중했다.
그때 뜻밖의 제안을 한 사람은 머슬 퀸이었다.
머슬 퀸은 보디빌더들의 퍼포먼스 무대를 마련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세계적인 보디빌더들을 섭외하는 데는 어려움도 따르고 비용의 압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정스 짐이 있었다.
보디빌딩 매니아들이 아니라면 오히려 아마추어 트레이너들의 퍼포먼스를 더 좋아할 수도 있을 거라는 머슬 퀸의 말에 나와 은호 형은 은근히 설득되었다.
머슬 퀸은 그런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으로 우리 트레이너들에게 부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줄 수 있고 그건 선수들이 대회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결국 그렇게 하는 것으로 점차 가닥이 잡혔다.
그곳에서 나는 이재인 트레이너를 다시 만나게 됐다.
이재인 트레이너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도 나에게 반가운 기색을 내비쳤다. 나도 이재인 트레이너를 보자 이재인 트레이너와 프로토 샵에서 보냈던 시간이 떠오르면서 후끈해졌다. 우리는 서로 적당한 기회를 노리면서 아이 컨택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각자가 속한 무리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시간을 빼서 만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퍼포먼스에 대해서 우리는 거의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그 일은 머슬 퀸이 거의 도맡아 진행했다.
호텔의 죽어있던 공간을 활용해서 머슬 퀸은 그곳을, 무대가 마련된 클럽으로 변모시켰다. 자기가 좋아했던 운동과 선후배들을 지원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머슬 퀸은 다른 어떤 때보다도 더 열의를 보였다.
나는 머슬 퀸이 보여준 보디빌딩 퍼포먼스 영상을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은호 형은 더 난감해했다.
머슬 퀸이 워낙 열정적으로 몰아붙이는 일이라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는 어려웠지만 크게 기대를 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설비 지원은 아끼지 않았다.
머슬 퀸 역시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막상 뚜껑이 열렸을 때는 생각하지 못한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
사람들은 호텔 ‘큰’의 풀 파티에서 선보인 보디빌딩 퍼포먼스, 그것도 아마츄어라고 할 수 있는 동양인 선수들의 퍼포먼스에 호기심을 보였다.
남자들의 근육이 불끈거리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경이로워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무대 위의 보디빌더들은 강해 보였다. 짐승처럼 보이기도 하고 괴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섹시한 건강미를 표출했다. 대단한 에너지였다.
그러는 동안 느닷없이 머슬 퀸이 나를 무대 위로 밀어 올렸고 무대 위에 있던 이재인이 내 손을 잡아 끌었다. 나는 얼결에 그 위로 올라갔고 사람들의 기대에 찬 얼굴을 보면서 그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압박감을 받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옷을 훌훌 벗고 포즈를 취했다.
내가 각각의 근육을 강조하는 포즈를 취할 때마다 다른 선수들이 내 옆으로 다가와서 비교 심사를 위한 것처럼 같이 포즈를 취했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어떤 점에서 좋아하는 건지 정확히 캐치하기는 어려웠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환호했고 그 시간을 충분히 즐겼다.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나는 그 사람들을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기에 대충 분위기만 맞춰주고 내려왔고, 무대위의 보디빌더들은 준비했던 퍼포먼스를 이어나갔다.
무대 아래로 내려온 내 등을 은호 형이 탁 때리면서, 이거 느낌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나중에는 무대 위에 있던 선수들이 모두 무대 아래로 내려와서 풀 파티를 같이 즐겼고 그들의 주위로 사람들이 마구 모여들어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훤칠하고 매력적인 이재인은 사람들 사이에서 단연 인기가 좋았지만 쭈뼛거리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덥네요.”
이재인이 말했다.
“그러게요. 덥네요.”
“키는 받았는데 방을 둘러볼 시간도 거의 없었어요. 방도 좋던데.”
“네. 좋아요. 그런데 욕실을 찾는 게 아마 어려울 걸요? 손님들 중에 욕실을 못 찾아서 한참 헤맸다는 손님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요? 그럼 도와주실래요?”
“기꺼이 그래야죠.”
나는 은호 형에게 뒷 일을 떠맡기고 이재인과 함께 이재인의 방으로 올라갔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았던 곳에 발을 들일 때마다 매번 성공을 거두자 나는 어느 정도 기분이 좀 들떠 있었다.
이재인은 나에게 여러 가지 얘기를했다.
이재인은 아직도 내가 정스 짐의 대표라는 거나 호텔 큰의 실질적 공동 소유주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냥 우연히 여기에서 만났다고 생각해서 더 반가운 듯했다.
내가 머슬 퀸이랑 같이 어울리는 걸 보기는 했지만 단순한 지인이라고 생각하는 듯했고 내가 희한한 사람들을 두루두루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프로토 샵에 안 오셔서 좀 섭섭했어요.”
방으로 올라가면서 재인이 말했다.
나는, 하는 일이 바빠져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좀 한가해요?”
“네.”
“미국에 계신 줄은 몰랐어요.”
“네. 얼마 안 됐어요.”
우리는 몇 마디를 더 나누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서 어색했다.
“뭐라도 하고 있어요. 씻는데 좀 오래 걸릴 거예요.”
근육을 윤기있게 하려고 포징 오일을 바른 이재인이 말했다.
“땀도…. 많이 흘렸고요.”
내 눈빛이 너무 끈적거린다고 생각했는지 경계태세를 취하며 이재인이 말했다.
오일이라.
그거 살짝 내 로망인데.
거기다 뜨거운 조명 아래에서 흘린 땀방울도 나를 더욱 자극했다.
나는 이재인이 뭐라고 하건 말건 이재인에게 돌진했다.
이재인도 말이 그렇다뿐이었던 건지, 내가 다가가자 내 얼굴을 감싸고 곧바로 내 혀를 찾아들어와 질척하게 혀를 감아댔다.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이라서 더 뜨거워진 것 같았다.
이재인은 내 앞에서 무릎을 꿀고 페니스를 입에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