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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는 방으로 올라가자마자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옷은 벗고 주무시라고 말하며 류아가 침대 위에 올라와 단추를 풀어주는데도 나는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 류아.”
실눈을 뜨고 류아를 살짝 보고서 그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
선생님은 곧 한국으로 돌아가실 거라고 연이 언니에게서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울고 말았다. 다음 날 화보 촬영이 있어서 울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렇게 됐다. 연이 언니는 내가 그 소식을 듣고 울 것 같아서 미리 말을 못했다고 말했다.
내가 화보 촬영을 겨우 마치고 돌아왔을 때 방에는 선생님이 계셨다.
선생님은 지친 모습으로 침대에 쓰러져 있었다.
“류아. 오늘도 힘들었지?”
선생님은 나에게 말하고 내 허리를 잡아 끌었다.
"선생님은 여기에서 오래 기다리셨어요?"
"하아. 또 선생님이라고 그런다."
선생님은 내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게 싫다고 했다.
왠지 노땅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선생님은 그냥 정우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대화하는 건 나의 로망.
나는 욕실에 가서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이 나를 안는대로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이끄는대로 침대 위로 올라가서 선생님에게 안겼지만 선생님은 그대로 또 깜빡 잠이 들어버리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굉장히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고 선생님이 어딘가에 가면 그곳에는 활기가 넘친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연이 언니는 선생님이 꼭 좋은 사람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선생님과 이해관계가 맞을 때만 선생님의 호의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게 연이 언니의 말이었다.
일단 선생님이 화가 나거나 누군가를 적으로 삼기로 결정을 한다면 그 사람은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는 나도 그걸 알고 있다.
리얼 그릴을 상대로 소송을 했던 사람들을 선생님이 죽사발로 만들어 버리는 걸 봤으니까.
연이 언니의 말을 빌자면, 선생님은 자기한테 못 되게 군 사람을 절대로 잊지 않는다고 했다. 애초에 선생님의 적이 될만한 짓을 하지만 않으면 선생님의 미움을 괜히 받을 일은 없으니까 선생님과 지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선생님은 한 번 인연이 닿으면 웬만해선 잘 챙겨주려고 애쓰는 것 같다. 특히 여자의 경우에는 더더욱.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힘이 들었지만 처음부터 미리 경고받았던 것이기도 했고 감정을 접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서 결국에는 나도 포기해 버렸다.
나는 내가 선생님을 도와서 선생님에게 힘이 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사람들이 왜 나를 좋아하고 나하고 친해지고 싶어서 안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선생님에게 도움이 되니까 좋기는 하다.
나는 선생님의 몸에서 셔츠를 벗기려고 낑낑거려댔고 선생님은 내가 단추를 풀 수 있게 천정을 보고 누워주기는 했지만 팔에서 셔츠를 벗겨내는데는 전혀 협조를 하지 않았다.
팔이 얼마나 두꺼운지 팔에서 셔츠를 벗겨내는데 나는 한참을 애먹었다.
팔에서 셔츠 하나를 겨우 빼내고 나서 등에 깔린 셔츠를 빼내는 건 더욱 고역이었다.
“이잉!! 조금만 움직여보세요. 이건 벗고 주무셔야죠.”
“흐아아앙. 류아. 조금만 자고. 조금만 자고 일어나서 내가 벗을게. 정말 미안한데 나 좀 자게 해 줘.”
선생님이 말했다.
그러는 동안 선생님의 전화 벨이 울렸다.
선생님의 새엄마였다.
내가 전화를 받아 선생님의 귀에 대 주자 선생님은 비몽사몽간에 전화를 받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빛이 돌아와서 깜짝 놀랐다.
선생님은 선생님의 새엄마와 진지한 얘기를 해야했는지 나를 바라보았다.
자기가 움직이는 건 너무 피곤해서 힘드니까 내가 자리를 비켜 주었으면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곧 자리를 비켜 주었다.
몇 분이 지나고 통화가 끝났는지, 선생님이 나를 데리러 왔다.
그때는 잠이 완전히 깼는지, 사람처럼 보였다.
“식사는요? 배 안 고프세요?”
“왜? 배고파? 밥 안 먹었어?”
선생님은, 아직까지 밥도 못 먹고 돌아다녔냐는 듯이 물었다.
“선생님이랑 같이 먹으려고 안 먹었는데요.”
“나는 지금까지 리얼 그릴에 있었잖아. 유일하게 좋은 점이지.”
“아. 배고파.”
“그래? 밥 먹으러 가자. 나는 뭐라도 먹었을 줄 알았지.”
“내일 또 화보 촬영 있거든요. 그래서 먹으면 안 돼요.”
“아, 그래?”
“네.”
“그럼 어떡하냐? 우리 류아.이러다가 삐쩍 마르겠네. 그냥 조금만 먹어. 조금 먹는 것 가지고 살 찌는 것도 아니잖아.”
“안돼요. 그럼 안 될 거예요. 아마.”
“걱정되는데.”
“걱정 안하셔도 돼요. 장난이예요. 장난.”
꼬르르르륵.
꼬르르르르르륵.
‘아…. 왜 하필 선생님 앞에서.’
“그럼 밥도 못 먹는 류아. 밥 생각 안나고 배고픈 거 잊게 오빠가 재미있는 거 해줘?”
“어떤 거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한 톤이 높아지고 기대에 찬 목소리가 나와버린다.
웅. 쪼아! 라고 말해보고 싶은데 선생님은 애교를 싫어하니까 시도해 보지 말라고 연이 언니한테서 귀에 인이 박히게 들어서 시도는 못 해 보고 있다.
선생님은 인간적으로 좀 씻고 나와야 할 것 같다고 했고, 나는 선생님 땀 냄새가 좋다고 말했다.
그건 사실이다.
까칠하게 난 수염도 좋고.
“그래도 꿉꿉해. 내가 싫어.”
선생님이 욕실로 향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자기가 생각하는 건 꼭 해야만 하는 사람.
선생님을 기다리면서 나는 옷을 갈아입었다.
협찬 들어오고 선물 받는 옷들을 전부 다 가질 수가 없어서 연이 언니한테도, 코야 언니한테도 나눠주는 편이지만 야한 속옷이 보이면 챙기게 된다.
이것도 연이 언니가 보고 눈독을 들인 것을, 슬그머니 내가 챙겨놨다.
나는 거울 앞에서 옷을 갈아입고 선생님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우리는 각자 자기가 있던 곳에서 잠이 들었다.
나는 침대에서. 선생님은 욕조에서.
졸리다. 자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을 한 기억도 없이, 나는 그냥 자고 있었다.
그나마 정신을 일찍 차린 쪽은 선생님이었다.
나는 침대가 움직이는 느낌에 눈을 떴고 선생님이 내 옷을 벗기는 것을 보았다.
선생님은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 끈을 풀어 내 몸을 드러내 놓고 가슴을 주물렀다.
그리고 내 유두를 비틀었다.
“아으으….”
선생님은 내 아래쪽을 더듬어 만지면서 더 깊이 키스를 해 왔다.
선생님은 페니스를 만지고 주무르다가 내 다리를 들고 박아넣기 시작했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안을 조여 주었다.
대개 내가 이렇게 하면 선생님은 좋은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선생님의 신음 소리를 들으면 선생님의 절정의 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선생님이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응? 아. 어. 미안.”
선생님은 이내 나에게 집중했고 내 안에 정액을 쏟아냈다.
더 좋은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 사정감을 뒤로 미루려는 시도조차 없었다.
밤에 걸려왔던 전화 내용에 신경이 쓰이는 건지 내가 하는 말에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내가 선생님의 팔을 쓰다듬자 선생님이 나를 바라보았다.
“미안. 류아. 나 지금 나가봐야 할 데가 생각났어.”
“이 시간에 어딜요?”
“잠깐이면 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내가 나가면 바로 문 잠가. 아니. 연이씨를 불러서 같이 있을래?”
“왜요? 오래 걸려요?”
“아니. 그렇지는 않을 거야. 아니다. 모르겠어. 그러니까 연이씨랑 같이 있어.”
“문 잠그고 기다릴래요.”
내가 말했다.
선생님은 내 뺨을 어루만졌다.
"제가 도울 일은 없어요?"
내가 물었다.
"걱정할 일 아니야. 걱정 안 해도 돼, 류아. 확인할 것만 확인하고 금방 돌아올게."
그리고 나가면서 바로 문을 잠그게 했다.
선생님의 얼굴이 문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슬픔을 느꼈다.
============================ 작품 후기 ============================
2부도 슬슬 수습하고 복학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