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딥웹 MK-199화 (199/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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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과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우선은 과장님이 병원에 장기간 휴가를 냈다는 거였고 그 다음은 미국으로 올 거라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세 번째는.

카린을 찾은 것 같다는 거였다.

무슨 말이냐고 묻자 과장님은 리키 그린이라는 셰프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 셰프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나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우연이기는 하지만 내가 미국에 있는 동안에 그 사람이 자살을 했고 그 레스토랑에서 벌어진 일들이 리얼 그릴에서 벌어졌던 일과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생각해서였다.

나중에 자세히 알아보니 유사점보다는 차이점이 훨씬 더 많았지만.

나는 은 과장님에게 좀 더 자세히 말해 달라고 했고 은 과장님은 리키 그린이 죽기 전에 리키 그린의 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 중에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스테이크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것만 해도 그래. 고기가 익는 동안 그 안에서 벌레는 익지 않고 있다가 나온 거겠어?”

은 과장님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을 곧바로 카린과 연결시키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은 과장님은 어느 정도 확신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연우에게 연락을 해서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한 번 더 연기될 것 같았고 연우는 자기가 미국으로 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린이 나타난 것 같다는 말을 들은 후라서 나는 연우에게 오라는 말을 쉽게 할 수가 없었다.

“오빠가 곧 갈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연우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류아와 같이 있던 호텔에서 나와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분명히 뭔가 확인할 것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나왔는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로비에 늦게까지 앉아 있었다.

카린.

그 이름을 머리에 떠올렸다.

나는 내가 오랫동안 궁금해하면서도 한 번도 만날 수 없었던 사람과의 재회를 앞두고 있는 것처럼 두근거리고 설렜던 것 같았다.

나는 내 감정이 지나치게 흥분되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고 그 흥분을 가라앉힐 생각으로 몸캠 영상 사이트에 접속했다.

늦은 시간이라 주위를 오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혹시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들 눈에는 사이트의 영상이 보이지 않을 거라고 나는 확신했다.

나는 인벤토리와 케이지를 확인했다.

인벤토리에 연우와 은호 형 등이 없는 걸 보고 처음에 깜짝 놀랐다가 나는 내가 그들을 셸터로 옮긴 것을 기억해 내고 셸터를 확인했다.

나는 다시 인벤토리와 케이지를 보았다.

그러다가 케이지에 있던 한 여자가 실루엣으로만 처리가 된 것을 발견했다.

"어?!!!"

나는 혼잣말을 했다.

어이가 없었던 것은, 그 자리에 있었던 게 누구였는지도 내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 옆에 있었던 여자들을 보고 유추를 했을 때 아마도 내가 프리 섹스 존에서 화장지를 얻으려고 억지로 관계를 가졌던 여자 중 하나였던 것 같았다.

누군지 기억도 나지 않는 사람이기는 했지만 그 일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지금 사라진 사람은 내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만약 다른 사람이 그렇게 사라진다면 그때는 내가 받는 충격도 몇 배로 커질 거였고, 내가 충격을 받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서 사라지는 사람은 어디로 가는 거지? 어떻게 되는 거고 무슨 일을 당하는 거야?'

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아직은 내가 셸터로 옮겨야 할 중요한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아이템이 필요했다.

나는 화장지를 거의 전부 사용해 영상들을 마구잡이로 다운 받았다.

그러나 아이템은 나오지 않았다.

등급을 올리기 위한 포인트도 턱없이 부족했다.

이제는 화장지도 없었고 당분간은 포인트를 쌓을 방법도, 영상을 다운 받을 수도 없었다.

복잡한 일이 한꺼번에 닥친 듯한 불안함에 나는 당황했다.

나는 붉어진 눈을 하고 류아의 방으로 돌아갔다.

류아는 여러 가지를 묻고 싶어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은 과장님이 오셨다.

은 과장님은 우리 호텔을 둘러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은 과장님은 레스토랑에 가서 오빠와 감격의 재회를 했고 우리 아들이 도움이 좀 되기는 했냐고 물었다.

나는 은 과장님이 가끔씩 그렇게 툭 툭 나를 아들 취급해 줄 때마다 괜히 막 떨리고 혼자 기분이 좋고 그랬다.

그 말을 듣고서 나는 긴장이 조금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괜찮은 거지?"

우리가 둘만 남겨지면 은 과장님은 자주 그렇게 묻고 내 상태를 챙겼다.

나는 그런 것 같다고 말하면서, 단지 과하게 흥분이 된다고 했다.

은 과장님은 진정제 성분이 있는 약을 나에게 주었고 그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된 듯했다.

우리는 시간을 많이 낭비하지 않고 리키 그린의 레스토랑이 있던 곳으로 이동했다.

굉장히 어이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류아의 팬이라는 어떤 거물급 재력가가 류아에게 전용기를 사 주어서 우리는 전용기로 움직일 수가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돈이 많고 류아가 좋으면 그런 걸 선물할까 신기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덕분에 우리가 고맙게 이용을 하게 되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동하는 거리만 해도 상당했고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만 해도 하루의 상당부분을 잡아먹었을 것이다.

리키 그린의 식당에 도착해 우리는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사람들은 리키 그린이 이미 죽은 마당이라 리키 그린의 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고 가는 현찰 속에 신뢰가 싹텄고 곧 몇 명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만난 사람은 엄청나게 크기가 큰 쥐가 홀을 가로질러 달려가는 걸 봤고 비명 소리가 나서 그 테이블에 갔을 때 거기에서 떨어진 바퀴벌레들이 바닥을 기어가는 걸 봤다고 말했다.

“리키 그린의 레스토랑인데 말이예요. 충격이 엄청났죠.”

그 사람은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들은 성공을 눈 앞에 두고 있던 유명한 셰프의 몰락을 즐거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혹시 다른 이상한 점들은 없었나요? 그런 일들이 일어나기 전에요.”

은 과장님이 묻자 그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우리가 포기하고 돌아서려고 했을 때, 아! 라고 말하더니 한 동양인이 격식에 맞지 않는 차림으로 레스토랑에 왔었다고 말했다. 나와 은 과장님의 시선이 동시에 부딪쳤다.

“동양인요?”

내가 물었다.

“네. 이상했던 건. 그 사람 혼자만 여유만만했다는 거예요. 테이블에 벌레가 나타나고 홀에 쥐가 뛰어가는 동안 모두들 놀라서 지진이라도 만난 것처럼 놀랐는데 말이예요. 나중에 그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 사람은 왜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그렇게 혼자만 여유로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요. 아마 그 날, 식사를 전부 한 사람은 그 사람뿐이었을 걸요? 그 사람이 바로 내 테이블 곁을 지나가서 압니다. 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날렵한 스니커즈를 신었는데. 비싼 거였어요. 한정판이어서 사고 싶었는데 못 샀던 거라서 기억이 나네요.”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라고 말하고 싶은 걸 꾹 참으면서 나는그 사람이 기억 속에서 다른 것들을 더 끌어 올리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더 생각나는 건 없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그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혹시 그 사람이 카린이라는 남자일까요?"

은 과장님을 바라보며 내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예약 명부를 보면 알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이 누군지. 연락처라도요.”

내가 과장님에게 말하자 과장님은 고개를 저었다.

“문닫은 레스토랑의 예약 명부를 무슨 수로 찾으려고? 그보다는 확인해 볼 곳이 있어.”

그리고 은 과장님은 나에게 신경학자의 논문에 나왔었던 카린의 얘기를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어떤 얘기요?"

나는 기억을 더듬어 보려고 애쓰면서 물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봐서 자정쯤에 여러 편이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2부 마무리인만큼 좀 긴박할 수도?

아닐 수도 있고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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