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3 ----------------------------------------------
큰
대통령이 될 남자였다.
미국의 대통령.
잘 생겼고 이만하면 젊다.
히사에는 이미 이렇게 돼 버린 것. 레이널드의 기분을 더 이상 상하게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돼 버렸는데 저항을 해서 얻을 수 있을 게 뭔가 했다. 이런 자리에까지 따라왔을 때는 그만한 기대가 있었다. 좀 더 부드럽고 로맨틱한 것을 원하기는 했지만 이루는 게 같다면 중간 과정쯤이야 조금 달라진다고 해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았다.
레이널드의 페니스가 한 번 더 깊이 찌르고 들어왔을 때 히사에는 레이널드가 만족스러워할만한 교성을 질러 주었다.
그리고 다리로 레이널드의 허리와 엉덩이를 감쌌다.
레이널드는 더 이상 들어오지 않고 허리를 돌렸다.
레이널드가 히사에의 발목을 잡아 양 옆으로 잔뜩 벌려놓고 피스톤 운동을 이어나갔다.
그의 허릿짓이 점점 빨라지자 히사에는 그에 맞춰서 신음 소리를 내 주었다.
“하으으으읏!!”
레이널드의 입에서 거친 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의 페니스에서 정액이 쿨렁쿨렁 토해져서 히사에의 그곳을 채우고 흘러넘쳤다.
그 시각, 미국 전역의 빌딩에 설치된 전광판에서 레이널드가 히사에를 거칠게 소유하는 장면이 송출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췄고 누구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들고서 전광판에서 나오고 있는 그 영상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녹화하기에 바빴다.
경찰들이 나서서 진화에 나섰지만 고층 빌딩의 전광판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사람들은 영상이 거기에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히사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널드는 사정 후에 쾌감을 더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 거였는지, 히사에의 목을 조르고 한 손으로 히사에의 쇄골을 누른 채 히사에의 몸에 자기 몸을 완전히 밀착한 채 엎드렸고 두 다리에 힘을 주어 뻗었다.
그리고 다시 히사에의 몸에 자신을 박아 넣었다.
히사에가 몸부림을 치는 모습이 전 지역에 생방송되고 있다는 것을 레이널드는 알 리가 없었다.
마구 발버둥을 치던 히사에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추었을 때, 카린의 옆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던 해밀의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이제 전화 걸어. 해밀. 레이널드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서 지금쯤 애가 닳았을 사람들한테.”
카린이 태평한 어조로 말했다.
해밀은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억지로 억누르고 버튼을 눌렀다.
그것은 이제 엄연한 범죄현장이었고 레이널드는 현행범이었다.
유력한 대권주자라는 보호막으로도 레이널드를 지켜줄 방법이 없었다.
레이널드가 어디에 있는 건지, 그 영상을 누가 어디에서 송출하는 건지 알아내려고 온 나라의 법집행기관이 혈안이 되어 있을 때 익명의 제보가 들어왔다.
레이널드는 제 숨통을 조이기 위해서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문이 부서져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쏟아져 들어오는 하얀 불빛 때문에 눈이 부셔 손으로 그것을 가리면서 레이널드는 그 순간 자기가 벌인 짓을 깨달았다.
바닥에 늘어진 이시시타 히사에를 보고 그는 자신의 손과, 벌거벗은 몸을 바라보았다.
레이널드는 자기가 왜 거기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카린은 어디에 있는지.
해밀은 어디에 있는지.
자기는 언제 여기에 왔고 여기는 어딘지.
히사에를 묶은 건 누군지.
전광판에 영상이 보여진 것은 레이널드가 히사에의 재갈을 풀어주는 장면부터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도 피해자라는 레이널드의 말에 귀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레이널드가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삶으로 내동댕이쳐진 그 순간 카린은 평화롭게 자신의 응접실에서 해밀에게 말을 걸었다.
“해밀. 다음엔 뭘 먹고 싶어? 다음에는 새 멤버가 오는 거지? 맛있는 걸 먹자고. 다음에 오는 사람이야말로 미국의 대통령이 될 텐데. 좋은 걸 먹고 힘 내야지.”
해밀은 카린의 앞에서 일어서서 겨우 몇 걸음을 옮기다가 그 자리에서 구토를 일으켰다.
카린은 고개를 저으면서 혀를 찼다.
“해밀. 당신 때문에 못 쓰게 된 이 바닥이 얼마짜린지 알아?”
벨 소리가 울리자 집사가 들어왔고 집사가 불러들인 헬퍼들이 해밀과 바닥을 정리했다.
“아. 그리고.”
카린이 집사를 불렀다.
집사가 다가와 그의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제 저건 치워.”
카린이 가리킨 곳에는 카린이 이시시타 히사에를 그린 그림이 있었다.
***
나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릴 뻔 했다.
'이시시타, 히사에!'
나한테 그 얘기를 해 준 사람은 근도였다.
근도는 전광판에서 유력한 대선 주자가 동양 여자를 성폭행하는 것 같은 장면이 나오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처음에는 그말을 믿지 못했지만 근도가 찍어준 사진을 보고 나는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시시타 히사에!
나는 류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류아."
"선생님!!"
류아도 이미 그 일을 알고 있었고 나를 부르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괜찮아. 쉬이. 괜찮아. 류아. 너한테는 아무 일 없어. 아무 일 없을 거야. 너무 무서워 하지 마. 괜찮아. 류아."
류아는 히사에와 초야 축제에도 같이 왔었고 각별한 사이였다. 나는 류아를 여러 말로 달랬고 머슬 퀸에게 얘기해서 류아를 쉬게 해 주면서 그 옆에 계속 붙어 있으라고 당부를 했다.
머슬 퀸도 류아가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될까봐 긴장을 하며 류아를 돌보았다.
은호 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했다.
아이미도 히사에에게 일어난 일 때문에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상태였다.
모두들, 이시시타 히사에에게 일어난 일을 믿지 못했다.
코야 료코는 자신의 SNS를 통해 즉각 레이널드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그리고 레이널드가 미국의 유력한 대권 주자였다는 사실로 처벌이 온건하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코야의 의견을 지지하는 반응이 잇따라 나왔다.
나는 그 모든 혼란을 뒤로 하고 사이트에 접속했다.
이시시타 히사에.
마이 인벤토리에 있던 이시시타 히사에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내가 한 발 늦은 것이다.
나는 그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 전에 먼저 실루엣 처리가 된 여자가 누구였을까 생각한 끝에 나는 그 여자가 나와 프리 섹스 존에서 만났던, 자신의 돔과 항상 같이 다니던 에세머였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그 여자가 어디에 사는 누군지도 알 수 없었고 그 여자한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면서 핫 걸을 동원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핫 걸은 내가 마지막 순간까지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지만 그런 핫 걸에게라도 영상 사이트에 대한 얘기만큼은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사이트에 접속해서 내 인벤토리와 케이지를 보고 있던 그 순간에, 내가 보고 있던 캐릭터 중 하나가 사라졌다.
만남 사이트를 통해서 만났던, 어떤 존재감도 없었던 여자였고 그 여자를 향해서 어떤 감정도 없었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렇게 하나씩 사라지다가 내 감정이 묻은 여자까지도 사라지거나 다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외투를 챙겨들고 호텔을 떠나려고 했을 때, 내가 즐겨찾기를 해 두었던 한국의 인터넷 뉴스에 소식 하나가 올라왔다.
천안에서 실종됐던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됐고, 경찰은 숨진 여성의 동거남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으며 과도한 소유욕과 변태 성욕에 사로잡혀 있던 동거남이 그 전에도 숨진 여성에게 가혹 행위를 일삼아 왔다는 소식이었다. 그 두 사람이 에세머의 주종관계로 만났다는 소식이 몇 초 후에 추가되었다.
실종 당시에 여자의 가족들이 여자를 찾아달라면서 올렸던 사진 속의 얼굴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프리 존에서 만났던 그 여자였다.
“……!!”
나는 스마트폰과 차 키와 외투만 가지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처음에는 내가 뭘 그렇게 서두르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점차 그것이 명확해졌다.
환락의 도시에서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 작품 후기 ============================
2부 완결은 한 편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3부는 복학한 주인공이 학교 다 먹는 걸로? (구성원...을?)
쿠폰, 추천,코멘트 감사합니다.
비축분이 한 편 밖에 없으므로 다음 화는 이번 화 추천 60 되면 반응보고 올리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