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1 ----------------------------------------------
교수님 조교하기
그 사이에 나는 택시에 탔다.
교수님한테 안 쪽으로 들어가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내가 무릎에 앉기를 바라면 여기에 그냥 있어도 돼요.”
내 말에 교수님은 기겁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택시 기사가 다시 차에 탔고 차는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이이이상하네에???"
기사는 갑자기 차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연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기가 내린 사이에 내가 탄 것을 알게 된 것 같기는 했지만 더이상 우리 사이의 소란으로 이곳에서 시간이 지체되기를 원치 않는듯, 교수님이 또 다른 말을 하기 전에 서둘러 차를 출발시켜 버렸다.
“어디로 갈까요?”
내 말에 교수님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노려 보았다.
그때의 교수님은 세상을 살면서, 인생을 뒤흔드는 문제와 너무 늦게 첫 대면을 한 사람 같았다.
나는 그 얼굴을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버스 타죠.”
나는 기사에게 버스 정류장으로 가 달라고 말했다.
기사는 원래 정해진 곳과 다르다고 말했고 나는 돈을 주었다.
“거기까지 안 가도 될 것 같아서 그러니까 그냥 정류장까지만 데려다 주세요.”
우리의 기분은 모두 좋아졌고 그 사이에서 교수님만 썩은 표정을 지었다.
택시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 섰고 내가 먼저 내리고 차 문을 열고서 교수님이 내리기를 기다렸다.
"어서요. 기사님도 일 하시러 가야죠. 이렇게 버티는 거 여러 사람한테 민폐 끼치는 겁니다."
그제야 교수님은 밍기적거리면서 택시에서 내렸다.
“버스 어떤 거 타요?”
나는 순진한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혼자 소풍 나온 애 같은 기분으로.
교수님은 주저하다가 버스 하나가 왔을 때 내 눈치를 보면서 차에 탔다.
앞자리에 앉으려는 것을 계속 밀어 맨 뒤에 있는 자리에 나란히 같이 앉았다.
퇴근 시간 전이라서 제법 자리도 많고 한산했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셔?”
내가 물었다.
원래 내가 쓰던 말투는 아닌데 요즘에 같이 다니는 녀석 하나가 그렇게 말하는 걸 자주 들었더니 어떻게 딱 그 상황에서 그런 말투가 나와버렸다.
교수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은 어디에서 만나셔? 상대는 어떻게 골라요? 그냥 아무 남자나 그냥 다 봐주기만 하면 좋은 거예요? 아니면 원하는 스타일이 딱 정해져 있어요? 그 사람은…. 기억이 잘 안 나네? 어떤 스타일이었는지.”
내가 말하자 교수님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얗게 질려갔다.
“나같은 스타일은 싫어요? 대답하기 싫으면 대답 안 해도 돼요. 교수님이 좋아하건 싫어하건 별로 선택의 여지는 없을 테니까요.”
나는 부드러운 정장 바지 차림의 교수님 허벅지에 손을 얹었다.
교수님은 내 손을 떼내려고 내 손을 붙잡았지만 나는 손을 치워줄 생각이 별로 없었다.
"내가 마음에 안 들지는 않는 모양이네. 언제 봤다고 이렇게 덥썩덥썩 손을 잡는 걸 보면."
교수님은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내 손을 잡았던 손을 떼냈다.
“나한테는 이럴 필요 없어요. 이런 거 좋아하는 거 다 아는데. 아. 생자지보다는 딜도를 더 좋아하지? 그거 왜 그래요? 보면서도 궁금하던데. 딜도가 더 느낌이 좋을 리는 없을 것 같던데 말이예요. 콘돔도, 아무리 초박형이라고 해도 그거 끼고 하면 기분이 반감되지 않아요? 딜도도 좀 그런 비슷한 느낌 아니려나? 내가 안 박아봐서 모르겠네. 딜도가 더 좋은가? 그래도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그래봤자 딜돌텐데."
내 목소리가 너무나 컸는지 교수님 얼굴은 울그락 불그락해졌고 교수님은 내 입을 틀어막으려고 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교수님의 손을 피했다.
"혹시 자신감 부족이예요? 아니면 거기가 너무 늘어나 버려서? 같이 자면 남자들이 막 화내고 그래요? 왜 이렇게 헐겁냐고? 아. 그래서 그런 거면 좀 슬프네. 그러니까 몸 좀 적당히 굴리지.”
“임정우!”
교수님은 한 대 치기라도 할 기세로 나를 노려보았다.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우리 과 애들한테 그런 겁니까?”
내가 물었다.
뭐라고 대답이 나오든 별로 상관은 없었다.
애들은 그냥 내가 구제해 줘도 되는 거였다.
인턴을 하고 싶다고 하면 아버지 회사나 아니면 은호 형 회사에 자리 하나를 만들면 되는 거고 장학금을 못 받게 되거나 기숙사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건물 하나를 임대해서 임대료를 지원해 줄 수도 있고.
아니면 은호 형을 통해서 장학금을 전달할 수도 있다. 그 전부를 한 번에 모두 시행하는 것도 나한테는 전혀 부담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냥 그런 게 짜증날 뿐이다.
같잖은 권력을 가지고 마구 휘두르는 게.
결국은 내가 자기 권력에 복종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난 것 뿐이었으면서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전방위적으로 철퇴를 휘둘렀다는 게 짜증나는 것 뿐이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교수님이 말했다.
앙큼하기도 하지.
그래. 그렇게 해야 괴롭힐 맛도 나지.
나는 옆에 앉은 채로 손을 뻗어 교수님의 턱을 잡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놓고서 키스를 했다.
웁웁 거리면서도 결국은 이를 열고 혀를 내밀어 내 혀를 받아들였다.
그러면 끝난 거지, 뭐.
그러고 나서도 교수님은 의미도 없이 저항하는 기미를 계속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교수님의 허벅지를 더듬어 끝까지 올라가서 옷 위로 교수님의 그곳을 만졌다.
“왜 이렇게 젖었어? 미끌미끌한 게 오줌은 아닌 것 같은데. 여기로 땀 흘리시나? 더우셔?”
교수님은 고개를 돌려서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나는 교수님의 지퍼를 내리고 그 사이로 손가락을 넣었다.
팬티를 옆으로 치우고 음모를 만지면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자 교수님은 점점 힘겨워하며 헐떡거렸다.
“이번 역은….”
교수님의 몸이 잔뜩 달아오른 걸 확인하고 나는 교수님을 내버려두고 내렸다.
내 앞에서 버스가 지나갈 때 교수님은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나는 택시를 타고 학교로 돌아가 내 차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간만에 코야 리코에게 연락을 했다.
코야는 어쩐 일이냐고 물었고 우리는 별로 영양가 없는 얘기를 하다가 내가 이은형 교수 얘기를 꺼냈다.
우연히 그 교수의 취향에 대해 알게 됐고 그 교수가 야외 노출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하면서 그 교수를 조교하고 싶다고 하자 코야 리코는 내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었을 얘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가 참고할만한 각종 사이트 주소와 자료를 폭탄처럼 보내기 시작했다. 이 여자는 내가 우리 교수를 조교하려고 한다는 말을 들은 후부터 마구 영감이 떠올랐는지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사람처럼 나를 마구 응원하고 격려했다.
코야는 내가 하드한 플레이를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온갖 조교 방법들을 알려줬다.
아, 진짜.
코야가 성진국 사람이라는 걸 간과했던 내 잘못이지.
일단 코야의 말대로하면 교수님은 아마 나한테 조교를 받은 후에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이 미친 코야 리코의 충고 중에는 어떤 것도 있었냐면.
아. 아니다. 그냥 말을 말아야지.
나한테도 소셜 포지션이라는 게 있는데.
아직…. 있기는 한 것 맞겠지?
코야가 미친 듯이 메시지를 보내와서 이걸 차단해 버려야 하나 하고 있을 때 또 코야에게서 연락이 왔다.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이 먼저 포기하지 못하도록 약점을 잡아야 되는 건데 협박보다는 상대방이 애가 닳게 만드는 게 좋아요.”
“…왜요?”
이제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만 좀 하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코야의 그 말을 듣고는 그 질문이 나와버렸다.
“로맨틱하잖아요.”
“허어어어얼!!”
하드하게 조교할 자료를 몽땅 보내주고 나서 이제 와서 로맨틱이라니.
웬, 꽝꽝 언 메로나 먹다가 이빨 부러지는 소리.
“내 생각이긴 한데 아마 임정우씨가 한 번 절정 직전까지 데려갔다가 놔버리기만 하면 그 여자는 임정우씨한테 저절로 매달릴 수밖에 없을 걸요?”
코야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