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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도망가
조교의 어조로 보아서 설명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것 같았다.
교수님은 나를 힐끔 바라보았다.
이제 곧 다시 자기가 앞으로 가서 강의를 해야 할 텐데 그때도 또다시 내가 장난을 칠지 걱정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교수님의 시선은 무시하고 천연덕스럽게 교수님의 허벅지 안쪽과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마침내 조교의 설명이 끝났고 교수님이 다시 앞으로 나갔다.
자세히 들어보면 교수님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지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걸 알 수가 있었다.
미세하고 정말로, 잘 들어야 들을 수 있는 소리긴 하지만 교수님의 그곳은 이제 내가 싸 놓은 정액과 교수님이 끝없이 흘려대는 애액 때문에 완전히 질척해져 있었다.
교수님이 교단에 채 도착하기 전에 나는 버튼을 눌러 바이브를 미약하게 돌렸다.
교수님의 주먹이 순간적으로 쥐어지는 것이 보였다.
강도를 조금 높이자 주먹이 조금 더 세게 쥐어졌다.
교수님은 우리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한 후에 강의를 시작했다.
교수님의 목소리가 미미하게 떨렸다.
나는 그런 교수님을 보면서 발기가 돼 버렸고 책상 아래로 손을 넣어서 내 페니스를 더듬었다.
교수님과 눈이 마주칠 때는 혀를 내밀어 보이기도 했다.
메롱, 하고 약 올리듯이 내민 것은 당연히 아니고 네 보X에 박아버리고 싶다는 말 대신으로 혀를 내밀어 흔들었다.
교수님은 할 말을 잃은 듯 했고, 웬만하면 내가 있는 쪽은 보지 말자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교수님은 어느새 거기에 적응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 호흡을 조절해가면서 강의를 이어나갔다.
나는 한 번 더 강도를 높였다.
“흑!”
교수님은 자기도 모르게 한 번 그런 소리를 내 놓고는 주먹을 입에 가져다 대고 컥컥 소리를 내며 헛기침을 했다.
학생들은 다른 어떤 때보다도 집중했다.
교수님은 정말로 잘 참았다.
상이라도 줘야겠다고 생각이 들 만큼.
나는 바이브를 껐고 교수님은 마침내 평안을 얻은 것 같은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학생들은 그날 교수님이 정말 이상한 것 같지 않냐고 했고 조교는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교수님을 기다렸다.
교수님은 조교에게 자기 책을 주면서 먼저 보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서 톡이 들어온 것처럼 그것을 확인하는 척하며, 다른 녀석들이 먼저 가기를 기다렸다.
교수님은 정리를 하는 것처럼 시간을 보내다가 내가 있는 자리로 다가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교수님이 말했다.
“뭘요?”
“심장마비로 죽을 수도 있었어.”
“그럴 수도 있겠네요.”
“뭐?”
“그럼 언제 출발할까요?”
“어…딜?”
“어디는요? 뭣 때문에 그걸 보X에 끼우고 바득바득 참은 건데요? 나랑 같이 여행 갈 생각에 그런 거잖아요. 그러면서 이제 와서 어딜은 뭐가 어딜이예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특별히 가고 싶은데 있어요?”
“…….”
교수님은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볍게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나는 방송에도 많이 나왔고 사람들한테 얼굴이 많이 알려져서 아무데나 돌아다니지 못해.”
크으으으.
같은 말을 해도 교수님은 다른 사람의 미움을 사는 재주가 있다.
그 말을 어찌나 도도하게 하는지.
나는 너같은 천것과는 신분 자체가 달라, 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냈다.
“그래요? 그럼 가지 말까요?”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말했다.
“그게 아니라. 아무데나 갈 수는 없다는 얘기인 거야.”
“그러니까요. 나는 아무데나 갈 생각이었거든요. 그럼 우리는 못 가는 거네요.”
“그런 말이 아니라!”
교수님은 갑자기 급해진 것 같았다.
그러다가 책상 위에 있던 버튼을 보고 그것을 낚아챘다.
“실컷 나를 가지고 놀았으면서 이제 와서 딴 소리 하는 건 경우가 아니지.”
히야아.
화법 보소.
'보내주겠다며! 근데 이제 와서 내가 좀 징징거린다고 안 데려가겠다고?!!'
결국은 그런 말 아닌가?
나는 이 교수님의 대단한 화법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그래서 어디로 가라고요. 그냥 내 마음대로 가면 돼요?”
이 교수님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한숨까지 쉬었다.
어랍쇼.
이제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하려고 그러나보네.
나는 머리를 괴고 교수님을 구경했다.
“경주 갈래요, 경주? 동양사학 교수님이니까?”
내가 물었다.
나름 아이디어를 낸 건데.
“동양사학 교수님이면 경주에만 가야 돼?”
“하. 까칠하시긴. 알았어요. 그리고 어차피 별로 걱정할 건 없을 거예요. 교수님이 아무리 많이 알려져 있어도 교수님을 알아볼 사람은 없을 테니까. 우리는 호텔에 들어가서 나올 일이 없을 거거든요.”
내가 교수님 턱 밑에 얼굴을 들이밀면서 말하자 교수님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거기에서 신분 사회가 뭔지 확실히 체감할 수 있게 해 드릴게요. 완전한 복종이 뭔지에 대해서도요. 교수님은 교수님이 가르치는 사회를 별로 이해를 못한 것 같거든요.”
“뭐?”
“어떻게 해요? 집에 들러야 돼요? 아니면 그냥 이대로? 시간 낭비할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그냥 가죠. 어차피 나는 교수님 옷 입는 스타일 별로던데. 가다가 백화점 보이면 가서 새로 사죠. 내 마음에 드는 걸로.”
교수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입는 옷들이 얼마짜린줄은 알아?”
“네. 왜요? 나는 교수님이 생각보다 검소해서 굉장히 놀랐는데. 교수님 정도 되면 그런 옷들은 창피해서 못 입고 다닐 줄 알았는데 제법 용감하게 잘 입고 다니던데요?”
교수님은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하는 것 같았다.
“교수님 정도 되면 격조 높은 걸 입어야죠. 나는 내가 발 아래에 두는 러그까지도 최상품으로 두고 싶거든요. 그러니까 내 걸레인 교수님도 격을 어느 정도는 높여야죠. 나한테 어울리는 걸레가 되려면 노력해야죠.”
발끈해서 한 대 칠 기세인 교수님을 놔두고 일어섰다.
“화장실에 가서 바이브 빼고 내려와요. 신관 입구에서 기다릴 테니까.”
나는 강의실을 먼저 나갔다.
잠시 후에 교수님이 나왔다.
나는 내려서 조수석 쪽으로 갔다.
교수님은 내가 친히 문을 열어주려고 그러는 건 줄 알고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한 가지 확실하게 하려고요.”
“…?”
교수님이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여기에 타면 월요일에 교수님 댁으로 돌아갈 때까지 교수님은 완전히 내 거예요. 여기에 탄다는 건 그 말에 동의한다는 걸로 간주될 거고요. 그러니까 타기 전에 신중하게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예요.”
“나를. 어디 이상한데에 팔아먹을 건 아니지? 아니면 내 장기를 꺼내가거나.”
교수님은 나름대로 농담을 시도했다.
그리고 꺼지라는 듯이 내 팔을 툭 치더니 차에 올라탔다.
알다가도 모를 인간이다.
어쨌건 나는 내가 해야 할 경고는 모두 마쳤다고 생각하면서 차에 올랐다.
교수님은 여행 준비를 제대로 못 해 가는 것에 대해서 속으로 좀 불만이 있는 것 같았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여행 코스에 나서기 전에 쇼핑을 시켜 주었을 때 교수님의 눈과 턱이 처음의 그 자리에 붙어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충격의 도가니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그날 교수님을 꾸미기 위해서 내가 지른 것만 2천만원이 넘었으니 놀라지 않는 게 이상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교수님은 나를 완전히 다시 보게 된 것 같았다.
나는 교수님에게 옷과 신발과 가방을 사 주면서도 모든 것을 내 취향에 맞췄다.
그렇다고 내 취향이, 아주 노골적인 것은 또 싫어해서 내가 골라준 옷들을 학회나 강연에 그대로 입고 간다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어느 정도 클래식한 분위기도 동시에 풍기고 있었다.
교수님은 자기가 그동안 나에 대해서 너무 몰랐던 것 같다면서 갑자기 친근하게 굴었다.
“내가 정말 이걸 전부 다 받아도 되는 건지. 이거 확실히 나한테 주는 거 맞는 거야?”
교수님은 고맙다는 말을 하는 사이 사이에도 그게 확실히 자기 건지 여러 번 확인했다.
나는 아주 자애롭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준다.